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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9월 21일

평양시간


제 40 회


제 4 장


40


살구나무가지에 몽글몽글 맺혀 고개를 쳐든 꽃망울들이 황록색으로 변하며 금방이라도 순을 터칠것만 같다. 꽃피는 계절은 다가오건만 남계수의 마음은 자못 무거웠다. 아직도 로보트의 총설계도를 완성하지 못하고있기때문이였다. 일부 부분품들은 가공하고있지만 총설계를 맡았다고 해야 할 동소옥은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있는 형편이였다. 려현석이 설계까지 책임지고 밤낮으로 애를 쓰고있어도 동소옥의 착상에서 많은 부분을 리해하기 어려워하는것이 알렸다. 시간은 거침없이 흐르고 가야 할 종착점은 아직 멀리에 있었다. 실패의 곡절은 얼마나 겪게 될지 뉘 알랴.

구내상점앞에 이른 남계수는 문을 열고 급하게 나오는 홍진실의 모습을 보고 멎어섰다. 꽃보자기로 싼것을 들고있었다. 제편에서 서둘러 인사를 해대는게 어지간히 바쁜걸음을 한다는것이 알렸다.

《홍동무가 어제 밤도 들어가지 않은가부다.》

《언제 집걱정을 할새나 있습니까.》

《허허, 그러다 제 서방한테서 소박당할라.》

《속이 바질바질 끓는데 그런 롱담만 하시면서…》

그제야 남계수는 홍진실의 안색을 살피고나서 물었다.

《무슨 근심거리라도 생겼나?》

속에 꿍져두고는 견디지 못해 보고들은건 다 말해치워야 속이 시원해하는 홍진실이 입을 열었다. 려현석이 병원에 면회를 갔다가 동소옥에게서 되겐 핀잔을 받았다는것이다. 자기를 걱정해서 찾아온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기는 고사하고 되려 랭기를 풍기니 어디 녀자의 행실머린가. 공장사람들이 찾아가면 어느 누구 하나도 반기지 않는다는 동소옥이다. 오히려 면회를 자주 오는것이 치료에 지장이 되여 그런다고 한다는데 어쩐지 그게 진심같지는 않다는 반영들이였다.

하지만 간호원의 말을 들으면 면회왔던 사람들이 돌아간 다음에는 창문가에 서서 소리없이 운다는것이였다. 남계수는 자기도 아는 동소옥의 마음을 같은 녀자인 홍진실이 모를리 없기에 넌지시 물었다.

《그래 지금 어딜 가려고 나섰나?》

《병원엘요. 가서 려기사가 얼마나 기분나빠하는지 아는가고 욕좀 하고 오렵니다.》

《홍동무, 동무의 얼굴엔 지금 다른 글자가 씌여져있소.》

홍진실의 눈이 동그래졌다. 겉발림한 말이 들짱나는것 같아 속이 켕기였던것이다. 어제 밤 군고구마를 가지고 려현석이 일하는 현장으로 찾아가 또 한번 들볶아댄 그였다.

지금이야말로 사랑의 힘으로 소옥이를 일으켜세워야 할 때다, 대답을 안하고 그냥 벋치겠는가, 이 홍진실이 비상무기를 사용한 다음 후회를 하지 말라고 했더니 그 남자의 입에서 로보트를 제작한 다음에 보자는 말이 나왔다. 이것은 예상치 않았던 수확이 아닐수 없었다.

《남자로서 해보는 말일테지.》

못박아 따지고드니 마주 튀여나오는 대답이 놀라게 했다.

《달리될수는 없을것 같소.》

홍진실은 이 사실까지 그대로 말하려다 삼켜버렸다.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던것이다. 구운 게도 다리를 떼고 먹으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하물며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 일인데 서뿔리 속단해서는 안되는것이였다.

《소옥이 성미가 까다로운거야 지배인동지도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 홍동무 같으면 얼마나 좋겠소.》

남계수가 머리를 주억대자 홍진실은 이 령감속엔 뭐가 들어있을가 하는 의문을 품으며 소리내여 웃었다.

《저 같으면 어데다 쓰겠습니까. 호호호…》

《어서 가보오.》

남계수는 돌아서서 걸음을 옮겼다. 정시홍은 어제 로보트제작정형을 분석한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그속에 그가 걱정하는 문제들이 정확히 반영되여있었다. 시간을 더이상 잃어서는 안된다는 절박감이 가슴을 조이기는 남계수도 그와 다를바가 없었다. 그로 하여 불안하고 초조한 날을 보내고있는 그들이였던것이다.

공화국창건기념일까지는 불과 넉달정도 남아있다. 그는 지금 기사장과 나눈 이야기를 되새기고있다.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랭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그건 옳소.》

《시간을 끌면 그 결과는…》

《지체시켜서는 안되지.》

《기술력량을 보강해야 합니다. 우에 제기해서 말입니다.》

《이제 와서 그러면 책임회피가 아닐가?》

《보다 큰 책임은 앞에 있는겁니다.》

《생각해봅시다.》

양보할수밖에 없었던 남계수였다. 그는 지금처럼 자신이 없어본 일은 있어보지 못했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이게 어느 한 개인의 책임으로 끝날 일인가, 이제 주저앉으면 다시 일어서기가 훨씬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지금의 난관을 어떻게 하나 뚫고나가야 한다, 방도는 무엇인가, 기사장은 정확한 분석을 하였고 현실적으로 걸린 문제를 제기하고있다, 출로는 어디에 있는가, 소옥이를 전적으로 믿는것도 한계가 있지 않을가, 아무리 기술이 있다해도 어쨌든 공장대학졸업생이며 그조차 지금은 병원의 침상에 있지 않는가, 내가 왜 처음부터 기술력량을 보강해달라고 제기하지 않았던가, 자기과신인가, 공명심인가, 자기 힘을 정확히 타산할줄 아는것도 일군의 능력이 아니겠는가.

현장을 줄곧 떠나지 않았던탓인지 자기 사무실에 들어왔어도 방안이 낯설게 여겨져 우두망찰 서있던 그는 한참만에야 제자리에 가서 앉았다. 책상우에는 기술자료들이 쌓여있었다. 여러권의 도서들이 펼쳐진채로 놓여있었다.

남계수는 자기의 사업일지를 펼치다가 여백들에 빼곡이 적어넣은 글자들을 뚫어지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로보트제작방도를 제나름대로 찾아보며 그려본 도면들을 놓고 산출해낸 수자들이다.

이건 언제 적어둔것이더라. 그래, 합금로에서 소재가 성공한 날 밤에 자료를 보다가 생각나서 썼지. 조종장치, 구동기… 로보트는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하며 동작에서 원활해야 한다.

《동력전달계통을 연구해야 한다.…》

이렇게 중얼거리던 남계수는 문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강치명이 들어왔다. 낯색을 보고서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수 없는게 이 사람이다 하는 생각을 하며 자리를 권했다.

외형도 성미도 이전과 별로 달라진것이 없는것 같지만 자기가 알고있던 강치명이 아니였다. 차거움이 차거운것으로 끝날 때는 얼음장같은 사람인것 같지만 그 얼음도 물이니 끓기도 한다는것을 알수있게 하는것이다. 남계수는 강치명의 랭철한 성격속에서 불꽃을 보는듯싶었다. 다시 만나서도 이전처럼 둘사이에는 사업을 떠난 이야기를 별로 나눈것이 없었다. 강치명은 여전히 짤막하게 말하군 했으나 어조에는 이전에는 느낄수 없었던 온기가 돌았다.

《당비서동무, 솔직히 말해서 난 요즘 불안하게 삽니다.》

남계수는 힘들지만 솔직하게 말하고있었다. 이런 자기를 웬간해서는 내보인적이 없었다.

《기사장동무가 어떤 의견을 제기했지요?》

남계수는 정시홍이 당비서에게도 자기 견해를 표명했을것이기에 대답은 하지 않으며 대신 보고서를 넘겨주었다. 강치명은 아무말없이 받아서 읽어보기 시작했다. 마침내 찾아든 침묵이 남계수의 심중을 압박했다.

당비서는 어떤 견해를 세울것인가, 왕년의 그 시절처럼 마음먹은대로 일하던 때는 지나갔다, 독단이란 존재할수 없으며 집체적협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제 후퇴한다면 결과는 수습하기 어려울것이다, 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헤쳐나갈 길을 찾아야 한다, 그 길이 바로 정시홍이 제기하는 기술력량을 보강받는것이다, 어찌겠는가, 힘이 모자라는데야 도움을 청하는것이지, 제힘으로 감당할수 없는것을 알면서도 그냥 우겨댄다면 그것 또한 비량심적인 행위일뿐이다.

《흥성-1》호제작정형과 관련한 보고서를 다 읽고난 강치명은 문건우에 손을 올려놓은채 물었다.

《지배인동지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괴롭히는 질문이지만 대답을 해야 하였다.

《기사장동문 정확히 타산하고 의견을 제기하였습니다.》

《동의하는가요?》

《기술력량문제에서는 생각중입니다.》

《그것이 지금의 난관을 극복하는데서 최상의 해결책으로 됩니까?》

《걸린것은 역시 기술입니다. 우리의 력량으로써는 할수 있는건 다 했다고 봅니다.》

강치명은 눈길을 들어올려 허공을 바라보았다. 얼굴에 그 어떤 불쾌감 같은것이 일순 흘러갔다.

《유감입니다. 그래 이젠 지쳤다는겁니까? 전쟁시기엔 돌격선에 나선 병사가 적탄을 맞고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 마지막수류탄으로 적의 화점을 까부셨습니다. 지금 현장에선 우리 돌격대원동무들이 그렇게 전투를 벌리고있구요.》

불같은 말마디들을 토하지만 강치명의 목소리는 조금도 높아지지 않았다. 자기라면 벌써 자리를 차고 일어나 고함을 쳤으리라고 생각하며 남계수는 말했다.

《기사장동무도 공정계산을 했지만 지금같이 늦어지면 안됩니다. 로보트는 적어도 6월까지는 우리가 목표한 수준에서 동작하여야 하며 그 다음은 가지고있는 부족점들을 찾아내여 수정완성해야겠는데 이 공정이 늦어지는 날에는…》

《난 그 계산방법에 불만을 표시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남계수는 놀랐다. 당비서가 행정기술일군들의 사고방식에 의문을 가지고있기때문이였다. 생산이란 면밀히 계산된 경제활동이다. 국가의 자금과 자재가 투입되는 까닭에 그 계산은 주관을 범하지 말아야 하는것이다. 이것은 기업관리를 책임진 행정기술일군들의 본분이다.

《혹시 새로운 어떤 계산방법이라도 있다면 알려주시오.》

남계수는 속이 언짢아져 말투도 제 성미대로 흘러나왔다.

강치명도 흥분한것이 알렸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남계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을 보면 조금도 양보할 기상이 아니다.

《나는 현재 우리의 실태를 부정하지도 않으며 제출된 보고서의 내용이 틀렸다고 말하자는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것이 반영되여있지 않기때문에 말하는겁니다.》

남계수는 가슴이 철렁하여 《뭐요? 말해주오.》 하고 다우쳐물었다.

《우리 로동계급과 일군들의 마음속에 타오르고있는 무한대한 충정심이지요.》

남계수는 눈앞에서 번개불이 번쩍이는것을 보았다. 그 백광이 의식을 휩쓸자 망각되였던 자아가 깜짝 놀라 꿈틀거리는듯 했다. 텅 비여버린것만 같은 머리속으로 강치명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사람들을 믿어야 합니다. 사람이 일한다는걸 알아야 합니다. 바로 그 사람들의 정신력이 기적을 낳는다는것을 믿어야 합니다. 소옥동무를 믿어야 하고 려현석기사와 우리 동무들을 믿어야 합니다. 후퇴란 있을수 없습니다. 우리 일군들은 이런 립장에 서야 한다고 봅니다.》

초조와 불안속에 자리잡았던 위구심은 머리속에서 날아가버리고 심장은 세차게 고동쳤다. 이것이 과연 수자에서는 자기가 제일 밝고 경영에서도 제노라 하는 과신을 넘어선 교만의 뿌리인 낡은 사상잔재가 아니란 말인가. 모든 일에서 사람이 기본이라는 철리를 자주 외우면서도 정작 기업관리에 들어가서는 여전히 생산자대중을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한데로부터 경제관리의 실질적인 주인인 그들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지 않았던가.… 이것은 인정하기 괴롭지만 락후한 어제날의 남계수가 오늘까지 머리속에서 부식작용을 하고있기때문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그렇다, 책임앞에서 동요하게 된 원인은 낡은 사상잔재가 아직도 나의 머리속에 잠재해있기때문이다. 이것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극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 남계수로 살수있는것이다. 그렇다!

《당비서동무, 내 당위원회앞에서 자기를 비판하겠소. 확실히 난 사상적으로 동요했소. 어제날의 자기를 여직 버리지 못했구려.》

《너무 그렇게 비관하실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저자신도 마음속으로는 흔들리기는 지배인동무와 다를바가 없었는데요.》

《아니요. 비서동무가 제때에 나에게 채찍질을 해주었소. 나라의 하늘같은 믿음을 받아안은 내가 도리여 나라의 주인인 인민대중을 믿지 못하고 함부로 의심했으니…》

강치명은 괴로와하는 남계수를 보는것이 더없이 안타까운듯 그에게 천천히 다가와 손을 잡아 일으켜세웠다.

《됐습니다. 그건 이미 지나간 일로 칩시다. 지금 지배인동무가 서야 할 위치는 바로 생산자대중속입니다. 〈흥성-1〉호를 제작하는 전투현장이란 말입니다.》

《고맙소! 당비서동무.》


동소옥이를 담당한 나이많은 의사는 아침 첫 시간이면 조용히 나타나 간호원으로부터 지난밤부터 현재까지의 환자상태를 주의깊게 료해하고는 환자를 진찰하군 한다. 그가 하는 말이란 대체로 환자에게 묻는 말이다. 그외에 하는 말은 고정되여있다싶이 했다.

《안정해야 합니다. 최대한의 안정이 제일입니다.》

전쟁시기 전선에서 군의로 복무했다는 이 로병은 엄격하고 랭철한 사람이였다.

동소옥은 한달가까이 병원침상에 누워있으면서 공장에 두고 온 일감을 생각하면 안타까와 몸부림을 치군 하였다. 하지만 병원측과 담당의사는 조금도 리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영화나 소설에서 본것처럼 몰래 병원에서 도망이라도 치고싶지만 그렇게 나간들 지배인과 당비서가 지지해줄리 만무한것이다.

간호원이 체온과 맥박을 재여보고 나간 다음 동소옥은 어둠이 깃든 창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무료히 보내는 시간이 무척 아까왔고 그로 하여 괴롭기 그지없었다. 호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리던 그는 제꺽 침대에서 일어났다. 검은테안경을 낀 담당의사가 표정없는 얼굴로 들어오는것이였다. 이 순간 그는 이 기회를 리용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자지 않소?》

억양조차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를 들으며 동소옥은 웃어보였다.

《제 예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담당의사의 두눈이 안경속에서 확 커졌다.

《의사선생님이 오늘 직일을 서실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알아맞히는게 귀신같구만.》

《계산을 해보았지요. 이래뵈도 전 수자에 밝은편이랍니다.》

《기사니까.》

다가온 의사는 말없이 그의 손목을 잡고 맥박에 귀를 기울이였다. 일반환자들과는 달리 중환자들에 한해서는 수시로 이런 회진이 진행되군 하였다.

의사는 그에게서 좀 이상한 기미를 느낀듯 얼굴을 주의깊게 살피다가 물었다.

《왜 흥분하오? 나한테 무슨 요구를 하려는건 아니요?》

일단 의사가 그 무엇을 포착하고 먼저 물어온 이상 동소옥은 이왕 결심한것을 실천에 옮기리라 마음을 사려먹었다.

《선생님에게 꼭 해드리고싶은 말이 있어서 그럽니다.》

담당의사는 듣지 않아도 안다는듯 고개를 가로젓고나서 돌아서는것이였다.

《선생님!…》

동소옥이 얼마나 간절하게 찾았던지 의사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주름이 깊은 미간살을 좁히며 바라보았다.

《선생님, 사람은 얼마나 살수 있습니까?》

동소옥은 무의식중에 질문을 던졌는데 그것은 의사를 놓칠것 같아 너무도 다급했기때문이였다.

나가버릴것 같던 의사가 천천히 걸어와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사람의 평균수명은 지난날에 비해 늘어나고있으며 의학과학이 발전하는데 따라 100살이상은 살게 될것이라는 상식이나 같은 설명을 하였다. 엄격한 사람이지만 환자의 요구앞에서는 무한히 성실하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제 알건대 선생님은 전쟁시기 전선에서 군의로 복무하셨다니 저의 이야기를 좀 들어주십시오. 딸 같은 녀자의 인생의 노래로 여기고 말입니다.》

담당의사의 손이 안경을 벗어들었다. 조용하고 침착하면서도 예리한 그의 눈빛이 동소옥을 마주하고있었다.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두려움이 앞서게 하는 눈빛이였다. 직일간호원이 들어오자 의사는 그더러 가까이에 와서 앉으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그것을 자기의 제의에 대한 무언의 동의라고 여긴 동소옥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심혼의 작은 새가 추억의 하늘가로 날아올랐다. 아득한 저 멀리에는 어머니의 모습이 잠들고있었다. 철이 들자 그 어머니를 미제의 공중비적들의 폭격에 잃었다. 아버지는 기술은 있었다지만 리기적인 타산이라는 악습속에서 헤여나오지 못했다. 생활의 외딴 기슭으로 밀려난채 딸에게 물려준것이란 그릇되게 산 과거였다. 하여 외로움과 고독을 이겨내며 살지 않으면 안되는 운명이 딸에게 차례졌다. 그 운명을 숙명으로 간주하며 일하느라니 말밥에도 많이 올랐다. 그러던 그 아버지의 딸이 마침내 운명의 손길을 만나 삶이란 얼마나 소중한것인가를 알게 되였으며 사랑의 바다에 몸을 맡길수 있었다.

《전 이렇게 당원의 영예를 지녔고 오늘은 공장에서 기사로 일한답니다. 선생님, 사람은 얼마나 살수 있습니까? 전 하루를 살아도 보답하는 생명을 살고싶습니다.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다면 그렇게 사는 목숨을 어찌 생명이라 할수 있습니까!》

간호원처녀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담당의사가 말했다.

《좋은 말을 해주어 고맙소. 보답을 하자니 건강해야 하는거요. 우리 사회에 저 혼자 오래 살자고 제 몸을 돌보는 사람은 없으니까.》

《선생님, 알겠습니다. 그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동소옥의 눈빛은 간절한 마음을 내뿜었다.

《무엇을 알겠다는거요?》

담당의사가 일어서며 물었다.

《선생님이 소생시켜주신 이 생명에 열정을 합쳐 맡겨진 일을 더 잘해야 한다는것을 말입니다.》

《허 참.》

들어올 때와는 달리 약간 구부정해보이는 모습으로 담당의사는 호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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