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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8월 26일

평양시간


제 37 회


제 4 장


37


남계수의 고무공장은 기술을 가지고 여기저기로 흘러다니던 자유직업자들이 모여들다보니 사람들의 정신상태는 각양각색이였다. 내것제것에 이골이 난데다 성미들이 하나같이 거칠어서 한번 싸움이 붙으면 한달이건 두달이건 불궈두고 해대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집단에는 일하고 로임을 받는 리해관계 하나만이 존재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러던 사람들이 전쟁이라는 특수한 환경의 도전앞에서 일정하게 각성은 되였다지만 국영화된 공장의 로동자들과는 의식상태에서 엄연한 차이가 있었으며 집단력은 매우 약하였다.

전선원호물자들을 빠른 기간에 만들어내자면 사람들을 발동시켜야 하는데 충분한 보수도 주지 못하는 형편에서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남계수는 은근히 속을 썼다. 야간에도 연장작업을 시키면 좋겠지만 말을 들을것 같지 않았다. 신발을 만들어 번 돈을 원호물자생산에 밀어넣어야 할 형편이여서 로임을 높여줄수도 없었다.

의논이라구 해볼 사람은 양호신밖에 없기에 그는 속을 터놓았다. 그랬더니 생각외로 놀라운 대답이 나왔다.

《형님은 궁냥이 트인 사람인줄 알았는데 답답하기가 이를데없구려. 전쟁판인데 언제 내것타령만 한단 말이요. 일을 시키면 하는거요, 구실을 대면 아예 내쫓아버리면 될게 아니요. 우리 녀편네도 밤마다 도로복구장에 나가는데 그 아낙네들이 돈을 받구 일들을 하우? 정신이 빠진 놈이 아니구서야 전선원호에 무슨 대꾸질이 있다는거요. 그런것들이야 전시법에 걸어서…》

남계수는 양호신을 새삼스럽게 생각하였다. 말은 거칠게 하지만 옳은것이 아닌가. 그런데 동윤덕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걱정되였다. 변변한 벌이가 될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놓지 않았는가. 의료기구들을 합금철로 만들어내자면 밉건곱건 그 사람의 기술을 써먹지 않을수 없다.

《윽윽대지만 말구 차근차근 생각해보자구. 소옥이 애비같이 제 궁리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많으면 소리를 질러야 랑패를 볼것 같아 그러네.》

《그러게 형님이 사람들을 모아놓구 말해주시구려. 전장엔 신발과 함께 의료기구들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우리가 힘이 들지만 밤을 밝히면서라도 만들어내서 보내자, 벌이타령을 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전쟁을 하고있다는걸 알라, 우리가 이 전쟁에서 지면 뭐가 되는가, 반드시 이겨야 한다, 왜놈때처럼 굴욕스러운 노예살이를 하지 않으려거든 전선원호를 잘해야 한다, 내가 이쯤 지껄이는데 형님은 배운것도 있겠다, 입은 뒀다 관속에 가져가려우?》

남계수는 술밖에 모른다고 여기던 양호신한테서 한바탕 주리를 틀리우는 심정이였다. 개인기업을 하면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해설 같은것은 해본 일이 없다. 일을 시키면 그만이고 일한만큼 로임을 주면 되였던것이다. 많지 않은 로동자들이지만 그들앞에 나서서 무슨 선동을 해야 한다니 멋적기만 하고 생각하면 할수록 난감하기만 했다. 지금과 같은 정황에서 사리에 맞게 말한다는게 어디 쉬운가.

마침내 결심을 하고 양호신을 시켜 로동자들을 모이게 하니 고작해서 스무명안팎이였다. 그중에 녀자가 여러명 되는데 신발천을 재단하고 끈을 만들거나 염색하는 일을 맡아하는데다가 요즘은 고무장갑을 만들며 두꺼운 면천에 고무풀을 입히는 일까지 하느라 여간만 일손이 딸리지 않았다.

멍석을 깐 작은 방안에 그 사람들이 들어앉으니 콩나물시루같다. 남자들이 담배까지 피워대자 연기성화에 못 견디겠다고 녀자들이 야단을 쳐 끝내 쫓겨난 두 사내는 문지방너머에 쭈그리고 앉아서도 그냥 빨아댔다.

동윤덕은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자리를 잡으며 양호신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래?》

양호신은 대답대신 고개를 내저었다. 노상 시까슬러대야 속이 편하던 사람인데 대꾸를 하지 않자 동윤덕은 이번엔 사람들을 향해 마주앉은 남계수를 바라봤다. 전에없이 근심이 어린 얼굴이다.

《다 모였으니 내 말을 듣고 잘 생각해보고 의견들을 내놓소.》

남계수가 이렇게 서두를 떼자 양호신은 김이 새는 코소리를 내불었다. 그게 듣기 싫다고 동윤덕의 편에서 어깨로 툭 밀어댔다.

《우리가 지금 만들자고 하는 전선원호물자들은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전선에서 절박하게 요구하기때문에 생산하는거요. 며칠전에 호신이와 같이 밤에 화물역에 나가봤는데 군수물자수송으로 밤낮이 따로없이 일하고있었소. 싸움마당에서는 생때같은 우리 젊은이들이 피를 흘리는데 의료기구들이 모자라 애를 먹는다는거요. 그래서 시작한 일이고 보다싶이 우린 제힘으로 이렇게 만들어내고있소. 이번 일에는 동윤덕이 집사정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장서줬기에 생소한 의료기구생산을 시작했소. 문제는 시간이요. 한시바삐 이걸 전선에 보내야 하오. 먼저 신발 1 000컬레, 위생용고무장갑 100개, 수술칼, 가위, 집게, 핀세트를 한조로 해서 50조를 만들어 보내는거요. 그러자면 로동시간을 연장해야겠소. 밤에도 일을 해야겠단 말이요. 의견들을 말해보시오. 연장로동을 해도 돈을 더 받지 못한다는걸 미리 말해두고싶소.》

보수없는 로동은 해보지 못한 사람들이여선지 남계수의 말이 끝나자 한동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길지 않은 침묵속에서 남계수는 마음을 조이였다. 얼굴표정들도 각이하다. 부시럭대며 담배쌈지를 꺼내는데도 연기를 그만 피우라고 몰아대던 녀자들도 입을 막았는지 기척도 내지 않았다. 그저 묵묵부답이니 속이 끓어나기 시작한 남계수가 약간 소리를 높여 물었다.

《누구든 할 말이 있으면 하라구요.》

그때까지 참고있던 양호신이 역증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

《대답이 없을 땐 좋다는거지 뭐요. 지금이 어느때요, 죽는가 사는가 하는 판인데 밤새 녀편네 끼구 딩굴구있겠소. 싫다는 사람은 내버려두구 맘 내키는 사람들만 남아서 일하면 되는게 아니겠소.》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 녀자의 입에서 걸직한 반발이 튀여나왔다.

《우린 그런 녀편네질하기 싫어요!》

그러자 마음이 풀렸는지 웃음소리가 터져나오고 할 말을 못 찾아 입을 열지 못하던 사람들이 평시처럼 마음을 풀어놓고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제가 과부니 하는 소리지. 그게 싫다니 말이 안된다. 하하.》

《저 서분이 얼굴 좀 보우. 이름처럼 섭섭해하는게 알리지 않소.》

《이그, 징그럽다. 침을 퉤퉤 튕기면서… 자나깨나 그 궁리에 시달리는데 큰일쳤다는 소문은 왜 못 내나?》

《서천가서 달구경이나 하시라요.》

《나하구 밤일 안하려나?》

듣고있던 양호신이 화가 치밀어 고함을 쳐댔다.

《그만하지들 못하겠소! 입만 열면 시시껄렁한 수작들이거던. 뭘 의논하자는데 무슨 나발을 불어대는가 말이요!》

삽시에 롱질이 사라지고 다시 침묵이 시작되는가 했는데 좌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반백의 사내가 무릎을 치고나서 말했다.

《난 말이네. 우리 주인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일을 보니 아직 다 모르고있었다는 후회가 드는구만. 정말 좋은 말을 했네. 역시 남계수란 사람은 남자란 말일세.》

이름이 집혔던 서분이라는 녀인이 고개를 쳐들었다.

《우리 남자들은 밤낮 녀편네들한테 굶어지내는것 같은데 집에 들어가 그 일이나 하라구 하구 신발과 수술용장갑을 만드는 연장작업은 나하구 이 과부언니가 맡아하겠어요.》

《내 마음 알아주는건 서분이 하나로구나.》

그 말의 뒤로 능구렝이가 기여갔다.

《내가 옆에 있지 않소. 의원이 나더러 기가 다 빠져나가서 그 일은 더 못한다니 걱정마우.》

《칠성이 저 흉칙한 놈이 앞치기를 한다?》

《능갈맞은 녀석이 능구렝이짓을 하자는 수작이지요. 흐흐.》

《또 호신아저씨의 목소리가 높아져야 정신을 차리겠어요. 이래뵈두 난 군사동원부에 세번이나 갔다가 애가 둘씩이나 달렸대서 불합격된 녀자예요. 나라없인 못산다는걸 해방이 되여 5년동안에 배우지 않았나요. 뭘 물어보고말고가 있는가 말이예요. 우리 손으로 수술용장갑도 방수천도 그리구 다른것도 만들어 전선에 보내자요. 이건 전쟁승리를 위해 우리가 할수 있는 일이란 말이예요.》

나이가 제일 젊은 녀자가 맵짠 말을 뱉아놓았다. 영금이였다.

남계수는 쿵쿵 높뛰는 가슴을 안고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아까 누가 말한것처럼 그가 자기를 잘 몰랐듯이 자신도 이들을 너무도 모르고 살아왔다는 자책감을 털어버릴수 없었다.

《여러분, 모두가 나와서 밤일을 할 필요는 없소. 그러니 마음이 맞는 사람들로 조를 뭇고 교대로 일합시다.》

그 말이 끝나자 성수가 난 사람들이 또다시 입을 열고 걸직한 수작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짝을 맞춘다는건데 서분이, 내가 어떻소?》

《아유, 서러워라. 서분이, 서분이! 섭섭하겠지만 싫어요.》

《아무렴, 저 칠성이한테 비길가. 곱게 앉아만 있으소. 시키는 일은 내가 다 하리다.》

《비리다, 수가 너무 낮아서… 서분이 몸 바릴라.》

《하하하.》

모임 아닌 모임은 의외의 소득을 거두었고 마음이 하나로 융합된 사람들은 다음날부터 교대작업조를 뭇고 일들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공습을 예견하여 용해로와 탈류가마를 폭격에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작업장도 따라가기로 작정하였다. 생산을 중단없이 하기 위한 조치였다. 대중이 동원되니 지혜로운 방도도 척척 나왔다.

여전히 침울해있는 사람은 동윤덕이였다. 귀신도 모른다는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기에 남계수가 말했다.

《밤엔 용해로를 나와 호신이에게 맡기고 들어가라구. 소옥이가 있지 않은가.》

《어디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요?》

동윤덕은 내키지 않는 대답을 했다.

《아이 밥이야 해먹여야지.》

《그게 해주는 밥을 먹은지 몇달째네.》

《그럼 애는 우리 집사람에게 맡기자구.》

《형수신셀 너무 져서…》

《됐네. 난 자넬 믿네.》

동윤덕은 고개만 끄덕댔다. 이렇게 주야로 시작한 일이 열흘을 넘기며 계속됐다. 그사이에도 놈들의 폭격세례를 수없이 받았다.


전선원호물자는 남계수가 계획한 수량에 한치한치 다가서고있었다. 생산하는족족 안전한 방공호로 된 창고에 옮겨졌다. 창고는 양호신이 림시로 맡아보았다.

남계수는 한편으로 기관차의 전조등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갖춰나갔다. 목형은 양호신이 만들수 있어 지금 계획한것을 다 생산한 뒤엔 동윤덕의 말대로 강도가 보장된 유리를 녹여야 했다. 그러자니 첨가제들이 요구되여 이 며칠동안은 동윤덕과 함께 동분서주하였다.

화물역에 찾아간것은 기관차 전조등의 규격과 형태들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역장은 반가워하면서 자기 손으로 도면처럼 그리고 치수까지 적어주었다. 남계수네가 첨가제가 없어서 애를 먹는다는것을 알고 자기가 가능한껏 해결해주겠다는 약속까지 하였다. 화물역구내를 나서는데 하늘에서 굉음이 울려왔다. 미군폭격기들의 편대가 검은 동체를 드러내면서 먹이를 덮치려는 독수리처럼 기수를 낮추더니 이윽고 기총사격과 함께 폭탄을 떨구기 시작했다.

《저게 우리 공장쪽이 아닌가?》

폭격에 안해를 잃은 동윤덕은 어지간히 놀라며 대답도 빨리 했다.

《그런가부요.》

《빨리 가세.》

두사람은 주먹을 틀어쥐고 걸음을 다그쳤다.

그 시각 양호신은 로동자들을 대피시키느라 목이 쉬도록 소리를 쳐대고있었다. 이젠 사람들이 어지간한 폭격에는 놀라지도 않기때문에 화가 난 그였다. 녀자들까지 핼금핼금 하늘을 쳐다보며 하라는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서분이, 너 장보고 오는 걸음을 할테야? 죽지 못해 몸살이 났어?》

자기보고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놀란 녀인이 신발이 든 상자를 인채 발을 재게 놀리며 뒤에 대고 소리쳐댄다.

《언니, 빨리 오시라요. 탁배기 마신 걸음 하지 말구…》

《간다, 가! 양키들이 하늘에서두 성화니, 쯧쯧. 거 게사니고기먹은 소리 지르는게 호신이 아니가?》

도랑치마자락을 한손에 쥔 아낙네가 급한 걸음을 하면서도 양호신이 들으라고 야료까지 해댔다. 그도 머리에 무거워보이는 큼직한 신발보따리를 이고있었다. 방공호로 가면서도 공장의 짐을 한개라도 건지겠다고 무던히들 애를 쓴다.

양호신은 곁에서 따라걷는 영금에게 물었다.

《신발마대들은 다 날랐소?》

《예, 서분언니가 마감일거예요.》

오늘 폭격은 여느때와 달랐다. 시작을 뗀 곳은 항구쪽인데 한무리가 란장을 친 다음에 다른 편대가 나타나 폭탄을 연방 퍼붓는게 밀대를 굴려대듯 하며 기여오는것이다. 보기만 해도 치떨리는 검은 똥을 싸갈긴 다음에는 되돌아가는 길에 기총사격까지 해댔다.

《아저씨!-》

경황이 없는 속에서 웬 계집애가 바스라지게 찾는 소리에 양호신은 고개를 돌렸다.

저게 누군가. 어떻게 소옥이가 저기에 있는가. 냉큼 달려올노릇이지 선자리에서 발만 동동 굴러대니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다. 애가 어딜 다치기라도 했단 말인가.

《영금인 어서 가오!》

양호신이 급하게 소리치자 곁에 선 영금이가 그의 팔소매를 잡았다.

《호신아저씬 먼저 가서 오늘 제작한것들을 다 날라왔는가나 보세요. 제가 소옥일…》

《말하면 듣기나 해!》

녀자의 손에서 소매를 나꿔챈 양호신은 소옥이쪽으로 내달려갔다.

《소옥아, 너 왜 여기 서있니? 어딜 다쳤니?》

소옥이가 도리머리를 저으면서 공장쪽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저기…》

《거긴 왜?》

《상자가 한개… 난 무거워서 들지 못해요.…》

《뭐?》

머리우에서 검은구름이 흘러가는게 알렸다. 이어 기총소리가 귀전을 들부시자 양호신은 소옥이를 덮어안으며 엎드렸다. 어디선가 아우성소리가 들린다.

《소옥아, 저기 영금아지미가 보이지?》

《응, 보여.》

어린것의 목소리도 파들파들 떨렸다.

《비행기가 지나갔으니 아지미한테로 곧장 내뛰거라. 알겠지?》

머리를 까딱대는 소옥이의 등을 떠밀어보낸 양호신은 공장쪽으로 달려갔다. 창고에는 파고무재생에서 없어서는 안될 첨가제가 든 상자 한개가 남아있었다. 생각할새없이 둘러멘 그는 방공호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상자안에서 병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아츠러운데다 눈앞에서 별찌가 반짝거려댄다. 목에서 겨불내까지 났다.

《아저씨, 빨리 오라!…》

《엎드려요! 비행기가 나타났어요.…》

앞쪽에서 울려오는 소리를 듣는 순간 양호신은 주춤 멎어서더니 어깨에 멘 상자를 안으며 몇걸음 옮기다 앞으로 엎드렸다. 자기의 주변으로 기총탄이 바늘뜸처럼 누벼지자 《미친놈들, 이게 얼마나 귀한거라구…》 하던 그가 신음소리를 흘리며 고개를 푹 떨구었다. 온몸이 금시 굳어지는듯 했고 아픔이라는 고통이 밀려들자 흐려지는 눈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몽롱해지는 의식의 망막우로 한사람이 손을 내밀고 달려오는것이 보였다. 안해였다.

《내가 미련하게 살았어.…》

한순간에 검은 독수리의 날개 같은것이 의식을 뒤덮자 양호신은 자기의 온몸이 구름에 실려 어데론가 날아가는 기분을 맛보며 고통을 잃은 혼수상태에 빠져들었다.

남계수와 동윤덕이 달려왔을 때는 적기들이 달아나고 중태에 빠진 양호신을 둘러싸고 모두 어쩔바를 모르고있었다. 사람들이 의사를 데리러 갔다고 한다. 처녀때 병원에서 일한적이 있다는 영금이지만 지혈을 시키지 못해 안절부절했다. 기총탄이 복부를 관통했던것이다.

《호신이, 이 사람아! 정신을 차리라구.…》

남계수가 창백해난 양호신의 볼을 다독이자 스르르 눈을 떴다. 놀랍게도 그 눈동자는 언제나 건주정질을 해대던 그때의 빛을 뿜는것이였다. 능글맞은 웃음을 띤 눈길이 남계수를 올려다보았다.

금시라도 천대받는 술군들아, 일어나거라 하고 큰소리를 칠것만 같았다.

《형님, 오셨소. 하… 내가 그만 맞았수다.…》

숨이 차하면서도 이 말을 하고나서 동윤덕에게 눈길을 돌리더니 능청스런 미소를 지었다.

《동형, 나 한잔 주…》

가당치도 않은 소리를 들은 동윤덕이지만 고개를 끄덕대며 알겠노라 하고서는 돌아서서 지척지척 걸어가 사람들을 아연하게 만들었다.

양호신은 곁에 쪼그리고 앉은 소옥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고 손을 쳐들다 맥없이 떨구었다.

《네가… 다치지 않았으니 됐다.…》

영금이가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첨가제들은… 일없어요.》

《형님… 내 목수공구통에… 저금한 돈이 있소.… 형님처럼 군기기금헌납금을… 우리 집사람과도… 약속한거요.…》

양호신은 눈정기를 모아 남계수를 올려다보며 무슨 말인가를 더하려다 눈을 감아버렸다.

《호신아!…》

남계수가 통절한 목소리로 찾았다.

《아저씨, 눈을 뜨라요.… 나 소옥이야요.…》

금시 사람들속에서 가슴을 찢어대는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그속을 헤치고 걸음 뜬 동윤덕이 어느새 술병을 들고 나타났다. 친구의 마지막소원을 풀어주지 못한 그의 손에서 술병이 뚝 떨어져내렸다.

《호신아, 내가 술을 가져왔는데 너는 왜 눈을 감는거냐…》

동윤덕의 더없이 비통한 목소리가 처절하게 울리였다.

이렇게 전선원호물자와 목숨을 바꾼 양호신은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모습을 남겨두고 떠나갔다. 그가 바란대로 원호물자들은 며칠후 전선으로 떠났다.…

남계수의 이야기는 끝났다. 준비없이 진행한 화선선동이였어도 돌격대원들과 종업원들의 가슴을 격정으로 차오르게 하였다.

《동무들! 우리 합심해서 〈흥성-1〉호를 기어이 훌륭하게 만들어냅시다. 우리 공장자호인 〈흥성〉을 깨끗한 량심으로 새겨넣자는걸 동무들에게 호소합니다.》

남계수가 한손을 높이 쳐들고 웨치자 일제히 화답이 울리고 심장의 노래가 터져나왔다.


가렬한 전투의 저기 저 언덕

피흘린 동지를 잊지 말아라

쓰러진 전우의 원한 씻으러

나가자 동무여 섬멸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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