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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8월 24일

평양시간


제 26 회


제 3 장


26


마음먹은 일은 벼락치듯 해제껴야 속이 편한지라 남계수는 당위원회와 토론하고 축산부업기지를 꾸리는데 달라붙었다. 산림경영소와 협의하고 구역과 시의 해당 부서들에 문건을 제출하여 비경지에 대한 리용허가를 받았다.

산림경영소가 비경지에 심은 농산물은 현물로 넘겨받고 다음해 상반년안으로 보상을 해주기로 하였다. 돈사와 사료창고외에 기타 부속건물을 짓고 종자용새끼돼지를 가져다 들이는데까지 달반도 안걸렸다.

축산기지건설을 끝내기도 전에 남계수가 랭동설비까지 구입하여오자 종업원들은 그가 김치물부터 먼저 마신다고 우스개소리를 하는가 하면 그러지 않으면 남계수가 아니지 하는 말들로 떠들썩했다.

《부기장동무, 공장의 자금실태를 보고하오. 아직 몇만은 더 필요한데…》

이무렵 조영길은 하루에도 두세번은 남계수의 호출을 당했고 그때마다 계산기같은 머리를 가동시켜야 했다.

《지금 실정에서는 곤난합니다. 그… 은행대부를…》

급한 나머지 이렇게 말하던 조영길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흘린것으로 해서 이발로 혀를 깨물었다. 은행에 가면 아직도 그 녀자가 있다. 나이가 들어 그전만은 못하지만 여전히 매혹적이였다. 하지만 두사람사이는 이전같지 않았다. 둘 다 은근히 경계했고 서로가 부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세월의 흐름은 그들사이를 실무적인 관계로 만들어버렸던것이다.

《대부는 안되오. 부기장동무, 자금원천을 찾아보오. 장부만 따지지 말구 자금을 조성할 방도를 연구해보란 말이요. 그 좋은 머리로…》

《그러지요.》

이전같은 불만은 조금도 품지 않은채 대답하는 조영길이지만 머리속에 거마리처럼 매달려 돌아가는것은 괘씸하기 그지없는 은행회계원이였다.

그 녀자가 도대체 무슨 말을 홍진실에게 하였을가, 두 녀자의 관계를 놓고 별의별 추리를 다해보지만 대답을 찾을수 없었다. 분명 자기도 사내인데 홍진실에게서 생산능력불비라는 평정을 받아 녀자들의 웃음거리가 된 다음부터 그는 수치감을 지우지 못했다.

고민거리는 그밖에도 있었다. 남계수의 눈밖에서 살자니 공장을 떠야 하겠는데 제일 밉게 보는 당사자가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것이다. 10여년전이나 오늘이나 남계수는 여전히 자기를 은근히 조이고 다불리는데 이제는 지칠대로 지쳐버려 제풀에 살이 내릴 판이였다. 대적할수 없는 상대임을 알았지만 마음속에 앙금을 남겨두고 고분거리자니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예, 예 하며 시키는 일이나 하면서 어느덧 쉰고개에 들어서다보니 이제는 맞서볼 기운도 재간도 다 사라져가버리는 판이다.

《남지배인, 해놓은 일도 많으신데 이젠 집에 들어가 쉬시구려.》

속에 묻어둔 이 말을 떠올릴 때면 저도 모르게 한심한 녀석한테선 한심하기 짝이 없는 소리나 나오는거야 하고 제 꼴이 기막혀 하는 조영길이였다.

남계수는 축산부업기지를 꾸리기 위한 일을 벌려놓고도 현행생산을 한시도 놓치지 않았다. 려현석이 생산에 도입하기 시작한 유압식사출성형기는 성능이 좋았고 제품의 질도 현저히 높여주고있다. 그가 일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곁에서 보느라면 남계수는 은근히 속이 타는것을 어쩔수 없다. 그런가 하면 동소옥의 처지에도 한숨만 나올뿐이다. 공장의 보배덩이라고 해야 할 두 젊은 기사들이 나이를 넘기고도 가정을 이루지 못하고있다.

어떤 때는 소옥이야말로 려현석의 배필이 아닐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제김에 웃군 하는 남계수다. 남자라는 사람은 아예 재취할 생각을 털어버렸다고 해야 할것이고 녀자는 어떤 상대를 바라는지 누구도 알길이 없는 속심을 품고 산다. 집에 들어가면 《소옥이 일을 어쩌면 좋아요?》 하는 안해의 한숨소리를 들어야 하고 공장에 나오면 처녀로 늙어가는 모습이 눈앞에서 얼른거린다.

그들 두사람은 소형전로의 전극장치가 애를 먹여 작업장에서 거의나 살다싶이 하면서 실험용해를 성공시켰다. 오늘은 기사장방에서 기술협의회가 있다. 토론하려는 문제는 공장의 생산계통을 합리적으로 재배치하여 흐름선을 갖추자는것이다.

현장을 돌아보느라고 10분나마 늦어졌기에 남계수는 걸음을 다그쳐 협의회가 진행되는 기사장의 방으로 갔다. 자기가 늦어질수 있으니 먼저 회의를 시작하라고 일렀댔는데 벌써 시작된 모양이였다.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연 남계수는 문가의 빈자리를 찾아 조용히 앉았다. 살펴보니 당비서의 얼굴도 보였다. 남계수가 집에 들어가지 않는 습관을 가진것을 안 다음부터는 그도 사무실에서 자면서 일하는통에 딱한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지배인동무가 현장에 있는데 내가 전투장소를 리탈하면 되겠습니까. 난 그저 사령관이라고 해야 할 지배인동무의 곁에 있겠으니 걱정마십시오.》

동소옥이가 한창 발언중인데 당비서는 심중한 안색으로 들으며 뭔가 사업수첩에 적어넣기도 한다.

《려현석기사동무가 개발한 유압식사출성형기는 많은것을 시사해주고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동화에로 전진한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출기가 현재는 자그마한 기계에 불과하지만 실린더의 압력을 보다 크게 조성하는것과 함께 노즐을 늘이면 서로 다른 형태의 제품도 동시에 성형사출할수 있을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형타들을 기술적요구에 맞게 만들며 조임장치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려현석기사동무의 구상에는 아마 더 좋은 방도들이 있을겁니다.》

남계수는 오늘처럼 동소옥이 대견해보기는 처음이였다.

저애가 확실히 머리가 좋거던. 집사람이 말하는게 틀리지 않아. 난 그저 철부지애군이라는 생각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어. 군말 한마디 없이 듣는 사람들의 귀에 쏙쏙 들어오도록 만든다는게 어디 쉬운가. 머리에 든게 있으니 여문 소리를 하는거지.

남계수는 거기다 려현석을 내세워주는 마음씨가 갸륵했다.

협의회를 주관하는 정시홍이 무척 밝아진 얼굴로 려현석을 바라봤다.

《이보우, 려기사. 언권을 주니 한마디 하오.》

그 말마디에는 롱조가 비껴있는데다가 지금같은 자리에서 실없는 말을 할줄 모르는 기사장이 하는 소리여서 장내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참가한 사람들은 마주보며 웃기도 하고 정시홍의 승인을 받고 담배까지 피워물었다. 소형전로제작현장에서 밤을 패우며 원인을 찾느라 고심하여 눈이 충혈된 려현석이 고개를 쳐들고 좌중을 둘러보았다.

《기술적인 문제에 앞서 방금전에 말한 소옥기사의 발언중에서 일부를 수정합니다. 사출장치의 유압식은 기계기술자인 내가 맡아서 완성했지만 종자는 동소옥기사가 준겁니다. 방금 실린더가 론의됐지만 이것 역시 앞으로 개발되는 동기사동무의 새 재료에 의거해야 높은 압력에서 견딜성이 강한 기통으로 전환시킬수 있습니다.》

려현석은 모든 사람들이 의아해할 말을 해놓고는 시무룩이 웃었다. 동소옥이 고개를 푹 수그리는 동시에 려현석에게 원망섞인 눈빛을 보냈다.

《우리 공장에서 금속재료기술은 동소옥기사를 릉가할 사람이 없다는겁니다. 금속을 보는 눈이 우리하고는 다르단 말입니다. 공장에서 오래동안 일해온 분들은 아마 동윤덕아바이에 대해 알고있을겁니다.》

별안간 토의문제와는 전혀 다른 말이 튀여나오는 바람에 사람들은 서로 마주보기만 하였다.

남계수는 려현석이 무슨 리유로 동윤덕의 이름을 껴들였는지는 알수 없지만 마음 한구석이 뜨끔하니 아파나는것을 느꼈다. 아득한 세월의 저 언덕너머로 사라진 동윤덕이 보이는것만 같았다. 그의 기술을 아까와했지 인간을 아낄줄은 몰랐던 자기였다.

그 사람이 운명전에 자신을 얼마나 아프게 자책했던가.… 그렇게 아픈 마음을 안고 간 사람이 동윤덕이다. 그런데 려현석이 그에 대한 말을 이 자리에서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정시홍이 자기 생각에서 깨여나며 입을 열었다.

《전번에도 말한바 있지만 우리 기술일군들은 시대의 전진에 보폭을 맞추지 못할 때 본의아니게라도 엄중한 실책을 범할수 있으며 그것은 곧 나라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는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기사장인 내자신부터가 현행생산에만 집착하여 유압식사출장치의 개발문제를 높은 과학적인 안목으로 보지 못한 결과 얼마나 많은 시간과 로력, 자재와 원료를 랑비했습니까! 이걸 명심하고 토론들을 계속합시다.》

자기로 하여 분위기가 달라졌기에 려현석은 기사장의 말에 호응하듯 입을 열었다.

《소옥기사동무가 간단하게 언급했는데 앞으로의 기술발전방향에 대한 그의 의견을 들어보는게 좋겠습니다.》

고개를 숙인채 까딱하지 않고있던 동소옥이 눈길을 잠간 쳐들고 려현석을 바라보는데 나를 괴롭히지 말아요, 이제 무슨 말을 더하면 상대를 안할터예요 하는 빛이 발산하는듯 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기에게 집중된것을 느끼지만 동소옥은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정시홍이 제기된 문제들에 긍정하면서 유압식사출장치를 보강완성하는것과 함께 크롬합금강실험생산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단계의 기술적과제를 제시했다.…

기술준비실에서는 정시홍이 동소옥, 려현석과 함께 전로의 가동준비로 밤을 새웠다.

남계수는 경리과에 과업을 주어 야간전투에 참가한 성원들의 후방사업을 품들여 하였다. 작업장들에 밤참으로 시원한 랭면과 갖가지 빵들을 차려놓았고 맥주도 목통채로 굴려왔다.

맥주통을 굴려가던 세사람중에서 키꺽다리가 맥주통을 북처럼 두드리며 말한다.

《우리 지배인령감이 나이가 많아지니까 확실히 원숙해지는것 같단 말이야.》

《흠, 질을 떼는 사람이야. 생활비를 집에까지 날라오는통에 술집출입하던 버릇을 싹 고치고야말았거던. 하하하.》

《정말이야. 그때 된욕을 먹던 일을 생각하면… 〈너희들 오늘 저녁 어델 간다구? 짜장집이지? 나두 못 가는델 너희들이 간단 말이지. 고현놈들 같으니.〉 하하하.》

《〈흐흐, 너 몇살이냐? 집에 눈알이 새까만 자식들을 한구들 두고도 부끄럽지 않아? 술과 안주가 넘어가냐 말이다.〉》

《지배인령감한테 생활비를 말짱 떼운 그날 어찌나 추웠던지. 녀편네하구 한자리에 누워서 자꾸 무슨 욕을 해대니 왜 그러느냐 하길래 래일 네가 좋아하는 남계수령감이 생활비를 가지구 오니 이젠 나하구는 돈타령을 하지 말고 그 령감하고나 살라고 하니 말똥거리며 쳐다봅데. 히히히.》

《야, 이녀석들!》

그들이 와뜰 놀라며 고개를 돌리는데 어느새 남계수의 손이 한 사내의 엉덩짝을 후려갈겼다.

《난 네 녀편네 넘겨다본 일이 없다.》

《이크, 어느새 다 들었구나. 지배인동지, 사람이 나이가 많아지면 귀가 더 밝아진다는게 사실인가요?》

한손을 쳐들어올린 사나이가 죽어가는 시늉을 하면서도 비위살을 내댔다.

《아무렴, 내 눈과 귀가 어떻게 밝아졌는지 너희들은 모를게다.》

남계수의 갈린듯 한 목소리에는 긍지가 부풀고있었다.


동소옥과 려현석은 가공직장에서 실린더제작에서 나서는 기술적문제들을 현장의 로동자들과 토론하고 기술준비실로 오고있었다. 우중충한 구름더미사이로 갸름한 달이 별무리들속으로 헤염쳐가는게 한껏 수집음을 타는 처녀의 모습같았다. 어디선가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이름모를 새가 밤도와 단조로운 선률을 갖춘 노래를 불러준다.

《오늘 협의회에서 내가 불필요한 말을 했다고 노여워난건 아니요? 사실은 내나름의 의도를 가지고 한 소린데…》

려현석이 량해를 구하는 어조로 말하자 동소옥은 말없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저 드넓은 하늘가에 오붓이도 모여든 별들은 지금 무엇을 속삭이는가. 고운 달의 자태에 시샘이 나서 자글자글 끓어대는건 아닐가. 한없이 자유로운 대자연의 저 세계에는 아무런 꾸밈이 없건만 그리도 아름답구나. 사람도 가식이 없어야 진실한것이 아닌가. 내곁에 선 사람은 뭐든 지어낼줄을 모른다. 그래서 솔직한 마음에 끌린다.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걷고싶었다. 이룰수 없는 소망이 되여버린 다음에도 마음속으로 함께 걸어본 남자다. 지쳐버린 감성은 지나간것들을 찾아오지 못하지만 지금으로도 만족하다 해야 할 내가 아닌가. 이것은 분명 사랑과는 거리가 먼 리성의 한 부분일것이다.

동소옥은 언제부터인가 감정에 포로되기 쉬워하던 성격으로부터 리성의 포로가 되여가는 자기를 보고있었다.

《난 사실 소옥동물 돕느라구 한다는게 오히려 훼방을 놓은것 같구만.》

《거기선 저를 영원히 돕지 못해요.》

동소옥의 침착하면서도 그지없이 조용한 말마디에 려현석은 의미를 해석하려고 애썼다.

《그렇구만. 난 그런것도 모르고… 허허.》

《솔직히 말해서 전 여길 뜨려고 마음먹었댔어요.》

려현석은 놀랐다. 동소옥이 다른것은 몰라도 공장에 애착을 가지고 산다고만 여겨왔던것이다.

《그게 진정이요?》

《그래요.》

려현석은 너무도 엄청난 대답을 쉽게 듣기에 머리를 흔들었다.

《리해가 안 가는구만. 동무의 성미에 그런 마음을 먹었다면 벌써 실행했을텐데. 안 그렇소?》

동소옥은 소리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요. 저도 제 마음을 몰라요. 가겠단들 붙들 사람도 없을줄 알면서 그런 생각을 왜 했는지. 그리구 떠나지 못하는 리유는 무엇인지 저도 알수 없군요. 그래요. 모르겠어요.》

려현석은 저으기 심중해졌다. 민청위원장때부터 그는 동소옥을 일정하게 파악했다고 간주하며 살아왔다. 생활에서 경솔한데는 있어도 마음은 순결하고 맡은 일도 이악하게 하는 좋은 품성을 가지고있다고 여겨왔던것이다. 공장대학을 졸업한 후 함께 일하면서부터는 한층 관심을 돌리며 주시하였는데 총명하고 재능이 있으며 높은 지성을 갖춘 모습을 찾아볼수 있었다. 창의고안건수로 보면 공장적으로 제일 앞자리에 놓여야 할 혁신자가 동소옥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사람은 일한만큼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동소옥의 우점이라고 해야 할것은 무엇을 해놓고도 조금도 평가를 바라지 않는것이다. 어찌보면 나이든 처녀의 무관심같지만 마음속에는 어떤 번민이 있다고 려현석은 생각해왔다.

《부탁하는데 동요하지 마오. 그리구 자기를 외롭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오. 이렇게밖에는 다른 말을 못하겠구만.》

이상야릇한 충격을 받은 동소옥은 저도 알수 없는 말을 해버렸다.

《고마와요. 하지만 제가 현석동지때문에 이곳을 뜨려고 했다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제 소리에 놀란 동소옥은 걸음을 멈췄다.

내가 무슨 정신에 무슨 말을 했는가. 하건만 감성의 새는 살처럼 날아가버렸다. 이 일을 어쩌면 좋은가.

《뭐요? 나때문이라니, 난 동무를 조금도 괴롭힌 일이 없소. 오히려 남달리 관심을 돌렸다고 해야 할거요. 진정을 모독하면 죄가 된다는걸 아오? 동무가 그렇게 말할줄은 몰랐소!》

려현석의 심장은 급격히 높뛰기 시작하면서 진심을 토로하느라고 허둥거렸다. 하지만 그는 동소옥이라는 녀자의 심리를 전혀 알수가 없었다. 그보다는 자기가 이 처녀를 위해 마음을 기울인 지난날들을 떠올리고있었다.

얼마나 애를 먹인 처녀인가. 하지만 무슨 일이 제기되면 자기가 데리고있는 민청원이라는 단 한가지 리유로 막아나서군 하였다. 창의고안을 했을 땐 누구보다 먼저 축하해주었다. 친동생처럼 여기며 사랑해왔는데 이런 말을 들으니 가슴이 아파났다.

동소옥은 다급히 변명하려 할수록 사리에 맞지 않는 말만 흘러나왔다.

《그건 다 사실이예요. 전 현석동지의 심정을 알면서도 그런 마음을 먹은거예요. 그래서 소옥인거구요.》

내가 오늘 왜 이러는가. 온통 뒤죽박죽이 되는구나. 분별을 잃었어, 어쩌면 이런 말이 계속 튀여나온단 말인가.… 동소옥은 어떻게 해야 사태를 수습할지 알수 없었다.

걸음을 멈춘채 두사람은 마주섰지만 서로 바라보지 못했다.

《모르겠소. 난 지금까지 동무를 이렇게 리해하기 어려우리라고 생각해본적이 없었소.》

동소옥은 자기의 마음을 전혀 알수 없었다. 어디서 어떻게 찾아든 감정이 이토록 엄청난 일을 저질렀는지 그것조차 알지 못했다. 이상할만큼 서러워나면서 눈물이 솟구쳐올랐다.

《전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모르겠어요.… 이게 다예요.》

동소옥은 고개를 푹 숙이며 달음질쳐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려현석은 한자리에 굳어진채 움직일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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