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주체108(2019)년 9월 20일

평양시간


제 25 회


제 3 장


25


령길에 올라선 승용차는 바다바람을 맞받아 달리기 시작했다. 리건창은 덕산돼지목장의 생산실태를 알아보고 돌아서서 무역항으로 가는 길이다. 남계수와 약속한 종자돼지를 마련하고 전화로 알려주었다.

시안의 공장, 기업소들의 관리운영에서는 극복해야 할 편향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경제의 계획화사업부터 잘되지 않아 불균형이 생기고있으며 기업소들의 본위주의적인 경향으로 하여 원료와 자재들이 사장되고있는가 하면 경제지도일군들의 무책임성으로 부문 호상간 생산적련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있다. 한마디로 군사용어로 말하면 익측이 보장되지 않은 공격대형을 이루고도 저마끔 배심들이 든든해있는것이였다.

등받이에 기댄채 사색에 잠겨있던 리건창은 승용차의 다급한 경적소리에 앞을 주시했다.

길옆으로 소달구지 한대가 느릿느릿 비켜서고있다. 달구지우에 실린 키높은 나무상자는 바줄로 든든히 매놓느라고 했지만 먼길을 오면서 짐바가 늘어난 모양인지 짐이 한옆으로 밀리는가 하면 기울어들기도 한다. 달구지주인은 머리수건을 쓴것으로 보아 녀성이였다. 채를 누르며 황소를 옆으로 밀어대지만 늘어진 짐승이 말을 잘 듣지 않아 애를 먹는것이였다.

승용차가 속도를 늦추고 지나치려고 할 때 리건창은 달구지채를 밀어대는 녀인을 알아보고나서 운전사에게 말했다.

《차를 세우오. 저앞에 가서…》

한손을 내저은 리건창은 차에서 내려서자 빠른 걸음으로 달구지쪽으로 갔다. 수건을 쓴 녀자가 소고삐를 쥔채 당황해하더니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아니, 이게 누구요? 교장선생이 어떻게… 도대체 어딜 갔다오는 길이요?》

놀라기는 리건창의쪽이 더했다. 녀인은 바로 신유정이였던것이다. 무더운 날 먼지를 들쓰며 무슨 일로 달구지군이 되였는지 알수 없는 노릇이였다.

나이가 몇인가. 이제는 륙십고개에 들어선 녀자가 학교교장으로 사업하고있는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시의 자랑이라고 해야 할 인민교원이 소달구지를 몰고있으니 리건창으로서는 형언할수 없는 불만을 느끼게 되는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사업상 빈구석을 가리키는것 같아 참기가 어려웠다.

《안녕하셨습니까, 책임비서동지!》

신유정은 민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인사말을 했다. 리건창은 대답대신 달구지에 실린것부터 보았다. 굵기가 일매진 나무판자로 만든 상자속에서 애어린 노루 한마리가 겁에 질린 눈길로 마주보고있었다.

《학교동물사를 꾸렸답니다. 그래서… 신풍리 관리위원장이 제자여서 부탁했더니… 그 성의가 고맙더군요.》

신풍이라면 시의 서북쪽에 위치한 그야말로 산간농촌이나 같다. 자그만치 삼십리도 넘는 길을 마다하지 않고 늙은이나 같은 녀인이 이런 신고를 하고있으니 리건창은 소행은 소행이고 기분은 언짢았다.

이것이 교육사업에 대한 일군들의 관점이라고 생각되기도 했던것이다. 문득 종자돼지를 내라고 하루가 멀게 전화질을 해대던 남계수의 얼굴이 떠올랐다. 공장에서 차를 한대 줬어도 이런 고생이야 시키겠는가.

《집주인이 이런 일을 알기나 하오?》

리건창의 음성에 화가 어린것이 느껴지자 신유정은 수건을 벗어들며 눅잦히기나 할듯 말했다.

《노루의 생물학적특징이 이걸 요구하거든요. 화물자동차 같은데 실어서 나르면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할수 있답니다. 길은 좋지 못하지, 운전사는 속도를 내지, 그러느라면 가뜩이나 겁이 많고 조심스러운 짐승이 어떻게 됩니까. 게다가 노루는 성미가 무척 급하답니다.》

불가피한 사정을 사리를 갖추어 납득시키려고 신유정이 애를 썼지만 리건창은 제 성미대로 말했다.

《학교를 위한 일인데 달구지속도로 운행하면 되는게 아니겠소.》

《호호호, 그거야말로 무리한 요구지요. 달구지가 할수 있는 일과 자동차가 할수 있는 일은 차이점이 있지 않습니까. 화물적재량과 속도에서는 달구지가 뒤지지만 안전성에서는 유리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일을 왜 교장선생이 꼭 해야만 하는가 하는거요.》

《교장은 교수행정사업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됩니다. 우리 학교에는 교원이 모자라지요. 학급을 두개 담당한 교원도 있답니다.》

리건창은 이와 같은 실태를 알고있기에 대답할 말을 찾을수 없었다. 지금 시적으로 긴장한 교원대렬을 보강하기 위해 대책을 세우고있다. 결혼을 하고 불가피한 사정으로 가정에 들어갔거나 다른 직종으로 옮겨간 자격증소유자들을 설득하여 배치해야 할 형편이다.

《책임비서동지, 무리하지 마십시오. 전쟁때 입은 상처로 여직 고생한다구 부인이 이따금 만나면 얼마나 걱정인지 몰라요.》

《왜, 아침저녁 약을 들고 서있는게 힘들다오?》

리건창의 덜퉁스러운 말에 신유정은 한숨을 내그었다.

《책임비서동지가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요. 남자들이란…》

《허허, 유정동무한테 비기면야 우리 집사람은 꽃이요. 남계수같은 사람을 만났으면 어쩔번 했을라구.》

신유정이 손을 내저으며 눈까지 흘겼다.

《그건 책임비서동지가 몰라서 그럽니다. 우리 주인이 얼마나 살뜰해졌는지 아세요. 한해에 한번은 꼭 극장에도 같이 가고 바다가 산책도 한답니다. 이 팔을 끼고는 휘파람을 불어대고 노래도 부르거든요. 늙지 말자고… 호호.》

리건창은 눈을 크게 떠보였다.

《그게 사실이라면 나도 배워야겠군.》

《저야 교원이 아닙니까. 교단에 선 사람은 진실만을 말한답니다.》

《좋소, 남계수동무가 발전했다니 말이요. 그는 우리 수령님께서 아시는 일군이요. 그가 변함없이 우리 당을 믿고 따른데는 곁에 유정동무와 같은 현숙한 안해의 방조가 있었기때문이라고 생각하오.》

《아닙니다. 어머니당의 사랑과 믿음이 있었기때문이지요.》

《그 말은 옳소. 어제날 개인기업가였던 남계수라는 사람이 오늘은 하늘의 별같은 존재가 되였단 말이요.》

신유정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 당이 펼쳐준 사랑과 믿음의 별세계에서 무수히 빛나는 하나의 별이지요.》

잠시후 리건창은 자기가 먼저 가서 차를 보내줄테니 기다리라는 당부를 하고 떠났다.

신유정은 깊은 생각에 잠겨 선자리에서 움직일줄을 몰랐다.


동소옥은 독신자합숙을 나섰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8월의 태양은 머리우에서 작열하지만 무더위도 한발 물러서고 선기가 도는 좋은 계절이다. 동흥산기슭의 공원과 유원지에서 다색단치마저고리를 입은 신부들이 머리에 꽃치장을 하고 신랑과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는다. 저렇듯 한쌍의 젊은이들은 행복한 가정이라는 새로운 인생행로에 들어서는것이다.

신랑신부를 둘러싸고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는 청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동소옥은 흘러간 생활의 갈피를 번지였다.

외로운 이 나날 처녀의 가슴속에는 사랑과는 인연이 없는 삶의 새순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것은 남계수에 대한 류다른 동경이였다.

그가 큰아버지로 부르며 따른 이 사람을 둘러싸고 얼마나 많은 복잡한 문제들이 산생되였으며 그것으로 하여 곤경에 빠져 헤매였던가. 어느 누구도 남계수가 지배인자리에 그냥 머물러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랑설들이 꼬리를 물지 않는 날이 없었다.

그런데 그가 조선로동당 입당을 청원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동소옥은 얼마나 놀랐던가. 생활에는 불가능한 일이란 얼마든지 있다. 그때 남계수는 지배인이라는 직무를 내놓고 자기의 생명이나 같은 공장을 떠날 생각까지 했었다.

그러나 조선로동당은 그를 더욱 굳게 믿고 보호해주었으며 청원대로 당원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그것으로서 어제날의 개인기업가와 한 약속이 일시적인것이 아니라 영원한 언약임을 확인해주었고 그의 운명을 끝까지 책임져주었던것이다. 그것은 동소옥의 눈에 비낀 가장 뜨거운 열과 빛을 가진 사랑이였다.

동소옥은 자기의 운명에 대하여 아버지의 반복은 아닐지라도 본질적으로 달리될수는 없다고 간주하고있었다. 나라앞에 떳떳치 못한 가정환경을 가진 자기로서는 아버지처럼 기술을 련마하여 살아가는 길밖에 없다고 여기였던것이다. 그러나 남계수의 운명에서 나타난 일대 변화는 그에게 커다란 희망을 안겨주었다. 자기도 열심히 일하여 나라에 보탬을 준다면 입당청원을 할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는 그로 하여금 새로운 결심을 가지게 하였다. 과연 그날은 언제나 올지…

일요일이여서 공장은 조용했다. 련속생산공정을 맡은 종업원들만 나와서 일하기때문이다.

《소옥이, 오늘은 쉴게지 왜 나오오?》

등뒤에서 찾는 목소리의 임자를 아는지라 동소옥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민청위원장때처럼 찾아주는것이 마음을 이상할만큼 즐겁게 하기도 했다.

《이 소옥인 합숙에서 할 일이 없거든요.》

곁에 다가온 려현석은 동소옥의 낯색부터 살피는것을 잊지 않았다.

《어디 아픈데는 없소?》

《흥, 남의 건강보다도 자기 걱정이나 하라요. 집에 일감도 많을텐데.》

려현석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그건 사실이야. 애를 건사한다는게 쉽지 않구만. 어머니가 고생을 하오. 빨아입힌 뒤가 없으니. 계집앤데도 어떻게 세찬지. 난 어렸을 때 그러지 않았는데…》

롱담을 섞어가며 말하는 려현석의 배포가 동소옥의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 인생이라는 먼길을 가야 할 사나이가 외기러기신세다. 생활은 얼마나 다난한것인가. 그걸 남자가 혼자서 헤쳐나간다는건 실로 어려운 일이리라.

《현석동진 뭐 세찬 남자가 아닌가요?》

《나야 우직하지.》

《호호, 그런것 같지 않은데. 오히려 다감하다고 해야 할거예요.》

《내가?》

동소옥은 지나간 일로 웃었다.

《제가 합숙오락회에서 제멋대로 외국춤을 추고 또 누구에게도 행처를 알리지 않고 광산마을로 휴가를 갔다왔을 때 욕을 얼마나 멋지게 해주었나요. 그때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요. 제모습이 보였던거예요. 그렇게 수준있는 비판은 누구도 못할거라구 생각했어요.》

《내가 그랬던가. 난 욕한 뒤엔 말끔히 잊어먹는 성미가 돼서… 이봐, 소옥이! 우린 자그만치 10년나마 함께 일해오지? 난 소옥일 볼 때마다 마치 동생같이 생각되고 또 잘 도와주지 못했다는 자책을 하게 된단 말이요.》

려현석은 항상 이런 식으로 접근하여 자기의 목적을 실현하려고 했다는것을 알기에 동소옥은 별로 개의치 않으며 물었다.

《오늘은 또 어떤 남자를 소개하려나요?》

《괜찮은 동무야. 나보다는 군대에 늦게 입대했는데 우리 부대에서 견인분대장이였지. 운전사였고 지금도 려객사업소에서 운전을 하오. 그 친구가 여직 장가를 안 간 총각으로 남아있을줄이야.》

동소옥은 머리를 저었다.

《로련한 중매군이 되긴 통 글렀어요. 오래전의 일이지만 우리 녀자독신자합숙에 얼마나 기발한 처녀중매군들이 있었는지 아세요. 그들의 행동은 거의나 모험을 동반하는것이였어요. 호호,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친구를 소개하려던 려현석은 오히려 동소옥의 이야기에 끌려들었다. 처녀중매군들의 모험담이라니 들을만 한 소리같았던것이다.

60년대 중엽 녀성독신자합숙이라는 처녀들의 세계에서는 어느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총각들을 맵시있게 꼬여다 짝을 무어주는 헌신적인 노력가들의 소행이 그치지 않았다.

하루는 기계공장 선반공청년이 영문없이 나타났는데 수십통은 잘될 편지를 가지고와서 자기에게 이 많은 편지를 보내온 처녀를 만나겠다는것이였다.

사연인즉 이러했다. 편지를 쓴 처녀는 청년이 다니는 공장속보판에서 로력혁신자로 소문난 총각을 알고 감동되여 그의 이름이 실릴 때마다 축하하는 글을 써서 보냈다고 한다. 그에 고무되여 총각은 기술혁신과 창의고안에서 공장의 모범이 되고 마침내 당원의 영예를 지니고 찾아왔던것이다.

그를 기다리고나 있은듯 두 처녀가 합숙현관에서 반갑게 맞아들여 어느 한 호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혁신자총각을 처녀의 호실에 밀어넣은 이 두 명물은 아예 출입문을 봉쇄하다싶이 해버렸다.

난데없는 총각을 맞이한 호실의 처녀는 새침데기로 소문이 났는데 자기도 알지 못하는 편지소리에 어안이 벙벙해 듣기만 하다가 《불청객》의 이야기를 듣고는 완전히 반해버렸다.

그들은 마침내 저녁산보길을 같이 걷기 시작했고 몇달후에는 결혼했다. 바로 그 결혼식장에 초청하지 않은 두명의 처녀가 나타났는데 그들은 신랑신부도 알지 못하는 무명의 중매군들이였던것이다.

《재미있어요?》

《그러니 내 수로는 안된다는거겠지?》

동소옥은 서글픔이 어린 웃음을 지었다. 어제날의 합숙사감이 외교관을 소개해주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대상이 너무 예상밖이여서 놀랐고 한편 자기에게서 허영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고 도리머리를 저었었다. 쳐다보지 못할 나무라는 말이 생각나서였다.

《제가 얼마전에 어떤 대상을 소개받았는지 아세요? 외교관, 나이는 마흔살… 어때요? 이 소옥이가 대사부인이 될수도 있지 않은가요?》

려현석은 동소옥의 그 말에 맥없이 반응했다.

《안되겠군. 눈이 높다는 말은 많이 들었어도 소옥이가 올려다보는게 그런 수준일줄이야.》

《호호호, 그래요. 이 소옥이 눈을 높이다 뜻을 이루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요? 호호호… 기막혀라.》

허리를 꺾으며 제편에서 좋아라 웃던 소옥은 눈물까지 훔쳤다. 그는 자기의 감상에 빠져 진짜 울고있지만 려현석은 그 심정만은 알수 없었다.

동소옥은 마음속에 몰래 감추고 산 남자에게 자기의 눈물을 보일수 있다는 사실로 하여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여 울었다. 멀리로 흘러가버린 사랑의 감정이다. 애초 이룰수 없는 사랑을 하였으니 누구를 원망하랴. 하건만 그 사람은 지금 나에게 사랑을 찾아주려고 한다. 나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그건 유감스럽게도 내가 바라지 않는 사랑이다. 생활에는 이런 경우도 있는것이다.

facebook로 보내기
twitter로 보내기
cyworld
Reddit로 보내기
linkedin로 보내기
pinterest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naver로 보내기
kakaostory 로 보내기
flipboard로 보내기
band로 보내기

이전페지   다음페지

도서련재
언약 제44회 언약 제43회 언약 제42회 언약 제41회 언약 제40회 언약 제39회 언약 제38회 언약 제37회 언약 제36회 언약 제35회 언약 제34회 언약 제33회 언약 제32회 언약 제31회 언약 제30회 언약 제29회 언약 제28회 언약 제27회 언약 제26회 언약 제25회 언약 제24회 언약 제23회 언약 제22회 언약 제21회 언약 제20회 언약 제19회 언약 제18회 언약 제17회 언약 제16회 언약 제15회 언약 제14회 언약 제13회 언약 제12회 언약 제11회 언약 제10회 언약 제9회 언약 제8회 언약 제7회 언약 제6회 언약 제5회 언약 제4회 언약 제3회 언약 제2회 언약 제1회
 감상글쓰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