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 회


제 2 장


20


시당청사에 들어선 강치명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구역과 시의 일군들로부터 예비적인 신호를 받은 그였다. 남계수에 대한 자료를 제기하였는데 매우 심중하게 론의되고있다는것이다. 그로서 자신을 가지는것은 남계수의 자료들은 조금도 과장된것이 없고 철저히 객관적인 확인을 거친것으로서 거기에는 사소한 편견도 포함되여있지 않았다는것이였다. 그렇지만 상급당에서 어떻게 분석되고 결론을 내리겠는지는 알수 없는 일인것이다. 다만 사람문제처리에서 어떤 오유를 범했다면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것은 명백한것이였다. 그에 대해서는 강치명도 각오하고있었다.

시당의 책임일군은 강치명에게 어제 밤 당중앙위원회에서 한 일군이 내려왔다고 알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긴장할 필요는 없소. 동무를 이전부터 알고있더구만. 자기의 견해를 마음놓고 내놓아도 되오.》

강치명은 긴장해지는 마음을 안고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들어오라는 석쉼한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대기실의 벽시계가 10시를 가리키고있었다. 정확히 지적된 시간에 도착한것이였다.

《강치명동무, 반갑소. 어서 앉으시오.》

강치명은 방안에서 자기를 맞이하는 당중앙위원회 일군을 보는 순간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당일군은 통신병이 아니란 말이요!》 하는 목소리가 귀전을 쳤던것이다. 엄하기로 소문난 일군이다. 더우기 당일군의 잘못을 두고는 조금도 사정을 보지 않는다는 이 사람이 바로 리건창이였다.

보던 문건을 밀어놓은 리건창은 자리에 앉은 강치명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일어나 창문쪽으로 걸어가며 물었다.

《공장의 실태나 이야기하오. 일이 잘되오?》

강치명은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기업소의 종업원수와 구성상태, 당 및 근로단체조직들의 사업성과와 결함들, 천리마작업반쟁취운동의 실태까지 구체적으로 밝히였다.

창문을 등지고 선 리건창은 말없이 듣기만 하였다.

공장의 생산정형을 보고하기 위해 강치명은 가방에서 준비해온 자료를 꺼내여 펼쳐놓고 수자적으로 이야기했다.

기업소는 1963년 1.4분기와 2.4분기생산계획을 101%, 103%로 초과수행하였으며 국가납부액상계획은 105%로서 지금까지 제일 높은 수준을 돌파하였다. 공장의 전반적인 생산공정들을 새로운 기술로 완비해나가고있는데 기술혁신과 창의고안운동을 활발히 벌리는 과정에 법랑제품직장을 새롭게 꾸렸으며 새로운 합금철을 개발하기 위한 사업이 전망성있게 추진되고있는 한편 인민생활향상에 절실히 필요한 일용품을 생산할수 있는 기술적토대를 갖추어나가고있다. 앞으로는 가정용품과 함께 의료, 교육부문에서 리용할수 있는 실험기재들도 생산하려고 한다. 기술개건과 함께 기업소의 후생시설들도 새로 꾸려 공장탁아소가 운영되고있으며 7월중에는 목욕탕, 리발소를 완공하게 된다.

《우린 강동무의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있소.》

제자리에 가서 앉은 리건창이 오른손가락으로 사무탁을 가볍게 다독였다.

《오늘 이렇게 부른것은 남계수지배인에 대한 동무의 견해를 듣고싶어서요.》

《그에 대해선 이미 제기했습니다.》

《문건이 아니라 동무의 목소리를 듣자는거요.》

강치명은 일순 리건창이 요구하는것이 무엇일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남계수의 사업과 생활에 대한 자료들은 자기의 손으로 만들어진것이였다. 당일군이 문건을 떠나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상급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그는 자기가 세운 견해를 내놓을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남계수지배인은 리해하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해보오.》

《인간은 자기의 사회생활경위를 떠난 성격을 갖출수 없다고 봅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성격은 정치적성격을 말하며 남계수지배인은 오늘의 발전하는 시대현실에 적응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사상적준비정도가 매우 부족한데로부터 주관을 앞세우는 독단이 사업방법으로 되여있기때문에 대중의 의사와 요구를 외면하는것도 별치않은 일로 여깁니다. 일군이라면 마땅히 자기를 스스로 돌이켜보는 눈을 가지고있어야 하지만 남계수동무에게는 그것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자기의 생각, 자기의 결심은 다 옳으며 대중의 의견을 무시하는것쯤은 례사로운것입니다. 단순한 소총명으로 볼수도 없습니다. 오늘의 현실은 이러한 낡은 사상관점, 관료주의적인 사업작풍을 근절해나갈것을 요구하고있다고 봅니다. 이와 같은 견지에서 볼 때 남계수동무가 가지고있는 결함은 반드시 심중하게 론의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생활에서 이러저러하게 여론화되고있는 비정상적인 문제는 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강치명은 자기가 흥분하고있다는것을 느끼며 말허리를 꺾었다. 그 어느때보다도 랭철해야 할 자리에서 자기 감정을 앞세우는것은 옳지 않다고 여기는 그였다. 자기야말로 리성과 자제력을 잃지 말아야 할 당일군이 아닌가. 제기된 자료에서 벗어나는 감성적인 견해나 주장은 결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그는 자신을 다잡았다.

《동무의 분석이 부정확하다고는 보지 않소. 개체생활은 제쳐놓고 남계수동무에게서 나타나고있는 결함이 새로운 경제관리체계를 세우는데 미치는 부정적인 후과와 그 원인에 대해 말해보오. 중요한건 이거요.》

강치명은 화제가 좁혀들자 한층 긴장해지며 사실그대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행정경제사업을 조직집행하는 담당자인 지배인부터가 생산자대중에 대한 옳은 관점과 기업관리에서의 집체적지도에 대한 인식을 바로가져야 하지만 남계수동무에게서는 개인기업가때처럼 자기식대로 일하려는 습벽이 자주 나타나고있다. 같이 일하는 일군들의 충고 같은것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으며 당조직의 의견도 허심하게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때문에 공장의 일부 사람들속에서는 흥성철제일용품공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지배인이 일을 잘하는것 같지만 결국 그의 개인기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심각한 의견까지 나오고있다.

《자기가 데리고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점문제입니다. 생산자대중을 존중하고 그들의 창조적열의를 적극 불러일으켜야 할 지배인이라고 볼 때 남계수동무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고밖에는…》

리건창의 숱진 눈섭이 꿈틀거렸다.

《그러니 동무도 일을 바로하지 못한것이 아니요?》

《그렇습니다. 책임을 느낍니다. 저의 능력이…》

《그걸 느끼면 좋소. 언젠가 나는 강동무에게 당일군은 통신병이 아니라고 했소. 기억나오?》

《잊지 않고있습니다.》

《그런데 나타난 현실은 여전하지 않은가 말이요. 남계수동무가 독단을 부릴수 있는 사람인가? 백번 그럴수 있는 사람이요. 남계수동무의 머리속에 낡은 사상잔재가 남아있는가? 충분히 남아있을수 있는 사람이요. 그러면 강동무를 왜 그곳에 파견했는가? 동무가 사업에서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주되는 대상은 남계수지배인을 비롯한 이전 개인기업가, 상공인들이였소. 그런데 동문 지배인동무와 어떻게 일했는가? 한마디로 다루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보면서 곁에서 빙빙 에도는 식으로 사업했단 말이요. 당사업이란 뭐요? 사람의 심장과 진심을 나누는게 아니겠소. 동문 남계수지배인과 무릎을 마주 대고 인간인간으로 흉금을 터놓으며 일한적이 있는것 같지 않단 말이요.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가?》

리건창은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방안을 천천히 거닐기 시작했다.

《동무는 아는지 모르겠지만 해방직후 난 당조직의 지시를 받고 남계수의 철공소에서 그와 같이 일해본 사람이기에 말하는거요. 동문 확실히 남계수라는 인간을 잘 모르는것 같소. 그러니 이런 문건이나 만들어 올려보내는거요. 이러이러한 사람이니 우에서 처리해주십시오, 역시 통신병식일본새란 말이요. 당일군이라면 응당 자기 사람을 책임질줄 알아야 하지 않소?》

강치명은 저으기 불만스러웠다. 분명 리건창이 남계수의 독단과 관료주의를 지나치게 소홀히 대하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것이다.

《동문 지금도 내 말이 납득되지 않는게 아니요?》

《리해는 되지만 접수하기는 어렵습니다.》

《솔직하게 대답해주어 고맙소. 나 개인으로서는 동무가 당일군으로서 보다 넓은 안목과 도량을 지닐것을 충고하게 되오.》

리건창의 목소리는 높지 않지만 말마디들은 날카로왔다. 강치명의 사업을 한눈에 꿰뚫어보고 분석하고 결론을 내리는것이였다.

강치명은 자기의 견해를 피력하기가 어렵다는것을 깨닫고있었다. 그도 남계수의 우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 우점이 결함을 감싸줄수는 없다고 확신하고있었다.

강치명은 리건창이 문건을 들여다보는것을 바라보며 다음 말을 기다리기만 했다. 그러니 이 사람은 남계수와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다. 남계수의 철공소에 파견된 첫 공산당원이였다. 그런 인연이라면 어떤 견해를 세우겠는가. 경리형태의 사회주의적개조시기를 대표하는 긍정적인물로 간주하고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은 나의 의견을 참작해야 한다. 남계수는 사회주의기업을 책임지고 일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다. 그를 더이상 방임해둔다는것은 실책을 각오한 행동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수 없다.

《강동무, 동문 자기의 의견을 이렇게 제기하였소.》

고개를 쳐든 리건창은 강치명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남계수는 정치사상적으로 준비되지 못했으며 사업방법과 작풍에서 엄중한 결함이 있는것으로 하여 사회주의기업을 맡아서 관리할 일군이 못된다고 인정하면서 해당한 대책을 취해주기를 바랍니다.…》

강치명은 말없이 긍정했다. 자기도 책임을 져야 하지만 남계수에게도 결정적으로 요구되는 대책이였다. 생산일면만 보려고 하다가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 후엔 수습하기 어렵다. 오늘은 나 한사람의 사업상오유를 론의하지만 그때 가서는 많은 일군들의 과오로 확대될지도 모르는것이다.

《그러니 강동문 남계수지배인과 더이상 함께 일할수 없다는거겠소?》

《그렇습니다.》

리건창은 어떤 기대를 가지고 강치명을 바라보았다.

《혹시 이렇게도 생각해보는게 어떻소? 설사 남계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엄중한 과오를 범한다 해도 우린 끝까지 믿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린 그들과 사회주의를 함께 건설하자고 약속하였다, 이 약속은 어떤 타협도 아니며 그들을 진심으로 믿고 운명을 담보해준 언약이다.… 어떻소?》

리건창의 거방진 육체가 움씰거리자 강치명은 저도 모르게 일어섰다. 군사복무시절 무전수와 같은 절도있는 동작이였다. 군인에게는 지휘관의 지적에 다른 대답이란 있을수 없다. 그것이 복종이다. 외형적인 자세나 마음속으로나 강치명은 지금도 그 시절의 병사였다.

《명심하겠습니다.》

강치명은 무엇을 접수해서가 아니라 의무감으로부터 그렇게 대답했을뿐이다. 남계수문제는 이미 결론이 내렸을것이다. 남은것은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인 자기에 대한 처분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어떤 책임을 지든지 더 큰 과오는 범하고싶지 않았다.

리건창은 강치명에게 앉으라고 손짓을 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자기의 심정을 터치였다.

《우리는 사람들의 운명을 진정으로 책임지고 보살펴주어야 할 당일군들이요.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가슴아파하는가를 그들자신처럼 잘 알아야 하고 그들을 위해 속도 썩여야 할뿐아니라 눈물도 많이 흘려야 하며 손끝에 피가 나게 일해야 하오. 바로 동무와 내가 말이요.》

말을 끊은 리건창이 강치명에게 다가왔다.

《강동문 자식이 몇이요?》

강치명은 고개를 수그리며 대답했다.

《셋입니다.》

《많지 않구만. 하지만 동무의 어깨우엔 수백명에 달하는 공장종업원들의 운명이 지워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요. 난 동무가 내 말을 명심하고 앞으로 자기가 맡은 모든 사람들의 운명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립장에서 일을 잘해나가기를 바라오. 당에서는 동무를 믿고 다른 단위의 당사업을 맡기기로 결정했소. 의견이 있소?》

이 방에 들어선 순간부터 한껏 조여있던 마음이 확 풀리는것을 느끼며 강치명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없습니다.》

《동문 지식인들이 많은 새 초소로 가서 당사업을 하게 되오. 그곳엔 남계수동무와 같이 복잡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소. 하지만 해방후부터 오늘까지 우리 당만을 믿고 따라온 사람들이라는것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하겠소.》

리건창은 이야기를 멈추고 자못 심중한 기색을 지으며 강치명을 바라보았다.

《동무에게 한가지 알려줄게 있소.》

잠시 강치명을 주시하던 리건창은 갈린 소리로 말했다.

《남계수동무가 당중앙위원회에 조선로동당 입당을 청원했소.》

《예?…》

강치명은 너무도 깜짝 놀라 자리에 그만 굳어지고말았다. 가슴속에 고여있던 일종의 자기에 대한 안도감이 폭풍에 날려가버리는것을 강치명은 느꼈다. 상상도 못해본 일에 부닥쳤던것이다. 남계수가 그런 용단을 내렸다는것이 믿어지지 않지만 엄연한 사실인것만큼 부정할수 없었다. 한 인간의 모습이 새롭게 눈앞으로 육박해오는것이다.

그것은 분명 자기가 보지 못했던 남계수였다. 비로소 용렬한 사람은 남계수가 아니라 자기자신이였다는 뼈저린 통탄이 뒤따랐다. 누가 나 같은 일군을 믿고 속마음을 주겠는가. 사람들과 진정을 나눌줄 모르는 당일군은 이미 자격을 상실한 존재인것이다.

《남계수동무가 입당을 청원한 사실은 위대한 수령님께 보고되였으며 수령님께서는 이것은 우리 당의 군중로선의 정당성을 과시한것이라고 말씀하시였소.》

리건창은 격정이 넘치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남계수동무는 입당청원을 하면서 자기의 모든 결함을 허심하게 인정하였으며 앞으로 조선로동당원의 영예를 지닌다면 흥성철제일용품공장의 지배인이 아니라 평범한 로동자로서 남은 생을 나라와 인민을 위해 바치겠다는 결심을 표명했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동무도 모르지 않을거요.》

강치명은 이 순간에 이르러서야 남계수가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고충을 안고 살았으며 그가 운명의 가장 괴로운 시각에 숨결을 같이해줄 대신 가슴을 허벼주고 괴롭힌 자기를 얼마나 원망했겠는가를 처절하게 느끼였다. 그가 어떤 생활경로를 걸어왔든 당의 품에 안긴 이상에는 끝까지 믿고 운명을 책임져야 하는것이 우리 당일군들이 아닌가.

강치명은 자기의 실책이 얼마나 엄중한가를 지금 이 시각 뼈저리게 실감하고있었다. 그것은 그가 보건대도 남계수지배인의 결함들과는 전혀 대비할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그 후과가 막대한 과오였던것이다.

강치명은 뼈저린 자책속에 자기의 망막에 자리잡는 두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남계수와 잊을수 없는 처녀정찰군관이였다. 믿음 하나면 더 바라는것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 믿음은 어디서 시작되는것인가. 끝까지 운명을 같이할 심장에서 시작되는것이다.

끝없는 자책속에 서있는 강치명의 손을 잡아주며 리건창은 당부했다.

《강동무, 새 초소를 부탁합니다.》

강치명은 자기의 어깨에 실리는 짐의 무게를 새롭게 느꼈다.

인간을 끝까지 믿고 무한히 사랑하라. 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존재가 바로 그 인간들이다!

그의 심장은 터질듯이 부풀어오르고 크나큰 환희와 격동으로 세차게 고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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