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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9월 16일

평양시간


제 10 회


제 1 장


10


부기장 조영길은 생활비와 함께 새로 정한 기준에 따른 상금을 내주기로 마음먹었다. 문건상으로는 이미 지배인의 비준을 받은 상태이기때문이였다. 지금 남계수는 온 정신이 법랑생산공정을 꾸리는데 가있다. 상금지불날자를 늦추는걸 보면 강습간 당위원장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노상 바늘방석에 앉아서 왼새끼만 꼬아오던 조영길인지라 상금지불로 의견들이 분분해지기를 은근히 바랬다. 공장에 내려온 검열일군들은 매우 심중한 사람들이다. 자기도 여러번 만나서 남계수에 대한 자료들을 제기했지만 확인하고 또 하는것을 알고는 속으로 쾌재를 올렸다.

제 이불깃도 재볼줄 모르는 지배인이 큰코를 다치지 않나 두고보자는 심사로 도사리고있던 그는 남계수에게는 보고도 하지 않고 상금을 내주기로 한것이다. 지배인이 이미 비준한대로 자기는 집행했노라고 하면 자기는 책임에서 벗어날수 있지만 상금지불로 인한 여파는 반드시 일어날것이라고 타산했다. 이 일이야 남계수가 독단을 부리며 시작한것이니 어떻게 번지든 누구를 탓할텐가.

생활비를 내준다니 직장들에서 통계원들이 연방 찾아들었고 상금까지 받쳐주니 혀를 차며 부기과에서 일을 할줄 안다고 칭찬까지 하는것이다. 생활비우에 상금이 덧놓여져 아이들한테 옷 한가지라도 사입히게 됐다고 기뻐하는 통계원들의 얼굴을 보며 조영길은 말했다.

《동무들이 모두 좋아하니 내 마음도 후련하오.》

반들거리는 이마우에 손을 올려 살살 비벼대며 조영길은 삼복철을 바라는 단고기국집주인같은 웃음을 지었다.

줘서 싫다는 사람이 어데 있는가. 가진 다음에야 내것이 작소 네것이 크오 하는 소리가 나오는것이다. 그래서 부모들조차 제 낳은 자식들에게 무엇이든 나누어줄 때 역증을 내는것이 아닌가.

남계수동지, 당신은 생산은 아는데 분배를 모른단 말이요, 사회주의분배를 말이요, 일을 시키고 제 주머니 돈을 내주던 놀음같이 여긴다면 오산이라는걸 알아야 하오.

그는 이렇게 속으로 점잖은 훈시까지 하였다.

조영길이 기다린 불협화음은 반나절을 넘기기 전에 울려나오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꾀바리, 건달군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이런 자극도 필요한것이다, 로동일에 대한 평가에서 평균주의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했다. 그와 반면에 응당한 조치지만 방법은 유치하다는 맥없는 의견도 들려오는 속에 지배인에 대한 혹독한 불만들도 나왔다.

여기가 남계수의 개인철공소인가, 어디서 해먹던 본새로 사회주의기업을 관리하는가?… 이것은 자못 날카로운 반발로서 조영길의 속심과 일치했다. 자기가 아니라도 벌써 검열소조의 방문고리를 쥔 사람이 있을것이다. 이럴 땐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대중한테서 비난의 대상이 되더라도 묵묵히 참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나야 부기장이 아닌가.

자기 방의 의자에 앉아서 눈을 감고 감질을 앓고있는데 문이 열렸다. 조심성이 많은 이 사람은 문을 여는 소리를 듣고도 누가 나타난다는것을 감촉하는터라 얼른 일어나서 인사부터 차렸다.

《강습이 벌써 끝났습니까?》

강치명이 들어섰다. 표정을 읽을수 없는 얼굴로 유심히 바라보는게 상서롭지 못한감을 느끼며 조영길은 어색하게 웃었다.

《부기장동무가 성급하게 구는걸 처음 봅니다. 웬일이요?》

말뜻을 짐작하면서도 조영길은 엉너리를 쳤다.

《무슨 말씀인지…》

《상금지불 말이요.》

벌써 강습갔던 당위원장의 귀에까지 들어갔는가. 이런 일이야 빠르면 좋지 나쁠거야 있는가. 내가 책임질 일은 아니니까.

조영길은 속으로 든든해하면서도 겉으로는 송구스러운 낯색을 지어냈다.

《저야 이미 토론된것이고 지배인동지가 비준을 하였기에 종업원들의 생활상편의를 생각해서…》

《동무야 기업소의 재정을 맡은 일군이 아니요. 자신도 편향을 범할수 있다고 걱정해온 일인데 그렇게 주저없이 실행했다는게 믿어지지 않소. 공장이 지금 어떤 조건에 놓여있다는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동무가 아닌가 말이요. 사람들의 생각이 하나같지 않은데 무슨 의견이 제기될지 생각을 해봤는가 말이요. 한심하오. 제 집안의 허물을 드러내는것도 모르니 말이요.》

강치명의 목소리는 높지 않아도 몹시 불만스러워한다는것이 알렸다.

지금 검열을 받고있지 않는가. 될수록 복잡한 문제들이 제기되지 말기를 바라는것이 당위원장의 심리일것이다. 지배인의 결함이자 당위원장의 책임일테니까.

사실 이것은 조영길이 바라마지 않는것이기도 했다. 남계수에 대한 문제를 여러번 제기했지만 일축당하지 않았는가. 문제의 대상인데 왜 당위원장은 덮어놓고 두둔하는가. 이 부기장이 결함을 범한다면 사정이 다를것이다.

《저도 깊이 생각하지 않은것은 아닙니다. 지배인동지의 립장이 지금 같은데야 언제 상금을 지불하든 문제는 달라질것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알겠소. 지배인은 지금 어디 있소?》

《요즘은 법랑제품생산공정을 꾸리는 현장에서 침식을 하다싶이 합니다.》

《지배인동무가 그렇게 애쓰는데 곁에서 잘 도와야 하지 않소.》

강치명의 눈길이 조영길을 일별했다.

《저야… 기술분야는…》

《모르면 더운물 한그릇이라도 떠다줄수 있지 않는가 말이요.》

조영길은 쓰겁게 나무람하고 나가는 강치명의 뒤모습을 바라보며 윤기도는 이마를 쓸었다.

남계수한테 떠다줄 더운물이 있으면 내 발이나 씻겠수다 하는 곱지 못한 속심을 안은채 그는 우리에 갇힌 들짐승처럼 방안을 빙빙 돌았다.

강치명을 끼고 지배인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그였다. 개인기업가출신의 성깔사나운 인간이 뭐가 그리 중해서 막아나서는지 알수 없는 당일군이다. 언젠가는 축출될 남계수라는것을 모른단 말인가. 그가 어떻게 사회주의경제관리일군의 모양을 갖추겠는가. 애초에 그럴 마음도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과거에 배불러본것들은 그때처럼 살자고 하기마련이다. 사회성분이 달라질수는 없다. 그런데 당위원장도 나를 곱게 보는 눈이 아니다. 기업소의 문제거리를 들고다니니 시끄러운 존재로 보는것 같다.

원, 한심하기란, 원칙을 고수하려는 공장의 핵심을 외면하다니 말이 되는가. 하긴 남계수만 주저앉으면 그만한 실점은 얼마든지 회복할수 있다.

안절부절을 못하며 마음속으로 끝없이 저울질을 하던 조영길은 자기식의 결론을 내리고나서야 무거웠던 기분을 돌려세웠다. 벌써 점심시간이 되여온다. 이런 때에는 집에서 싸온 밥을 먹을게 아니라 기분좋게 식당에 나가 별식을 맛보는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하니 이상하게 기분이 떴다.

공장에서 얼마 가면 새로 영업을 시작한 식당이 있는데 농마국수를 잘하여 소문을 내고있다. 시원한 갓김치물에 말고 명태회를 듬뿍 올려놓은 회국수를 그려보니 벌써 군침이 돌았다. 그래서 바삐 걸음을 다그치는데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인가. 바람직하지 않은 녀자가 환한 얼굴에 지어먹은 웃음을 보내며 막아서는것이다.

《이게 누구요? 야!- 홍동무.》

벋치고 선 녀자에게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해대는 조영길의 마음은 이상하게 조여들었다. 공장에서 1년전에 사직하고 나간 녀자다. 그 리유는 좋지 못한 여론이 돌기때문이였다. 아직은 젊었다고 해야 할 나이인데 혼자 살면서 바람을 피운다는 소문이 나돌았던것이다. 과부로서는 듣기가 제일 싫은 이 뒤소리질에 성미가 보통이 아닌 녀자는 사직하고말았다. 실은 그 여론조성에는 조영길도 한몫 끼여들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 사실을 본인은 모르고있는 모양이였다.

공장에서 나가려면 부기과를 반드시 경유해야 하기에 조영길의 앞에도 나타났었다. 그때 그는 역시 지금처럼 속이 간지러우면서도 딴전을 부렸다.

《난 홍동무는 녀걸쯤은 되는줄로 알았는데 뭘 그러오. 마이동풍하면 될텐데. 후날 길에서 만나면 모르는척은 하지 마오.》라고 했더니 녀자가 기막히게 대답했다.

《야- 그래도 이 홍진실의 정상을 알아주는건 부기장이로구나. 내 좀 료해해보구 승급시켜주겠어요. 호호호.》

께름직한 녀자가 지금은 얼마나 밝은 웃음을 짓고 마주서있는가. 눈앞에 보이지 않기에 그새 잊고 살았는데 마주서고보니 닭살이 돋았다. 자기 입이 저지른 일로 수치를 당했다고 달려들지도 모르는 상대였기때문이다. 크게 하는 일 없는 부기장이라 사람들의 약점을 잡아 말거리를 만들어내며 사는것이 그의 장점이라고 할수 있었다. 그 재간은 실로 변화무쌍했다. 제가 어디서 얼핏 보거나 들은것을 기름진 화제거리로 만들어 살짝 굴려놓고는 사람들속에 끼워 유쾌하게 웃는것도 재미가 옥실옥실했던것이다.

《어마나! 반갑다. 부기장이요, 그 이마는 여전히 영양상태가 좋다야. 호호호. 요즘은 뭘 연구하시는가요?》

반말질에 가까운 녀자의 입방아에 걸려든 조영길은 큰길에서 큰코 다칠라 하는 걱정을 앞세우며 불쾌한 기색은 지우고 반가운듯 맞장구를 쳐댔다.

《나라는 소인배는 연구랍시구 하는데 고작해서 수판알을 튕기지 않고 일하는 방법은 없을가 하는거요. 하하, 홍동문 활기에 넘쳤구만. 생활이 흥미진진한거지?》

《옳아요. 내 공장에서 나온 후 여러 남자들과 일해보니 우리 조부기장만큼 소인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건 내가 찾은 생활의 진실이라구 해야 할거예요. 내 이름이 진실이라는걸 알지요? 듣기는 좀 거북할테지만… 어찌겠어요. 사실인걸.》

《오랜만에 회포를 나누는 말치고는 아닌게 아니라 비위는 상하오만 홍동무한테서 당하니 별로 싫지 않구만.》

《여전하시네. 위기를 모면하는데서야 부기장을 당할 사람이 있을라구요. 아직은 좋은 나이라 멋을 부리느라 해안미용원까지 찾으시는것 같은데 조심히 걸으시라요. 소리가 나지 않게.》

조영길은 속이 뜨끔해났지만 여전히 아닌보살을 피웠다. 설사 남자가 미용을 좀 했다기로서는 망신을 당할 일도 아니지 않는가.

《홍동무, 우리 나이에 문화성을 갖춘다는게 뭔지 아오? 난 머리가 더부룩한 사람은 질색하오. 남자의 외모가 단정해서 나쁠거야 없지 않소.》

《내가 사내로 여기는 남자들한테선 땀내, 기계기름냄새가 풍겼어요. 그게 향수냄새보다는 갑절이나 맡기가 좋더라니까요. 부기장이야 어디라구. 안되지. 수판알을 튕기는 간부니까.》

《사람마다 정서가 다르지. 우리 점심식사나 같이하지 않겠소?》

조영길은 길가에서 귀찮게 구질거리는 녀자를 떼놓아야 하겠기에 한손으로 내키지 않는 손시늉을 했다.

《또 만나자요. 우린 잘하면 이마를 마주 대고 일할수도 있어요. 이젠 이 홍진실이도 과부신세를 털고 부인의 지위를 갖췄으니까요. 그럼 잘 가보세요.》

어떤 의미를 담은 웃음을 가득 안겨주며 길을 막았던 녀자가 가버리기에 조영길은 금시 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서서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했다. 저 입심사나운 녀자와 다시는 마주서지 말아야 할텐데 하는 걱정을 안은 그는 입맛을 다 잃은채 국수집을 향해 걸었다.


내우외환이라는 말이 있다. 바깥일이 걱정스러우면 집안일에도 근심이 따르는 모양이다. 그들부부는 이 나이를 먹으며 살면서 지금처럼 마주 대하기가 불편해난적은 없었다. 무엇인가 솔직하면서도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지만 누구도 마련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것이다.

남계수의 성미에 안해의 눈치를 살피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던중 오늘은 무심히 물었다.

《당신 무슨 근심거리가 생긴건 아니요?》

《수심이 보여요?》

《그렇게 느껴지오.》

《별일 아니예요. 요즘 교원대렬을 갱신한다는 말이 있던데 이젠 어차피 떠나야 할 교단인가봐요.》

쓸쓸하기 그지없는 대답이였다.

《우리도 검열을 받소. 지금 같아선 한정이 있을것 같지 않소. 하지만 난 할 일은 다할 생각이요. 누가 뭐라든!》

《당신은 남자지요. 가령 우리 사회에서 사대주의를 전파하고 봉건사상을 되살리려는 교육자라는 평정을 받는다면 결코 좋은 일이 못되지 않아요.》

《그렇구만, 허허. 이 남계수라는 사람의 기업관리방식도 문제가 설수 있으며 어떤 감투를 들쓰게 될지도 모르오. 우리의 출신과 경력은 어차피…》

《어떤 경우에는 남자가 녀자보다도 나약할 때가 있더군요.》

《약해서가 아니라 운명이라면…》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다 서글퍼지는군요. 자식들을 보기가 부끄러울거예요. 그래요. 우린 아마도 새로운 결심을 해야 할것 같아요.》

《당신은 벌써 결심을 한것 같군.》

《당신도요.》

《나를 믿소?》

《…》

《믿겠지?》

《…》

《왜 대답이 없소?》

《자기한테 물어야지요. 자신에게, 그렇지요?》

의미가 새로운 반문앞에서 남계수는 저도 모르게 의기를 잃었다. 안해의 서글퍼진 눈빛, 엄숙한 표정이 담고있는 의미를 읽으며 그는 순간적인 아픔을 느꼈다. 퍽 오래전의 세월속에 잠들어버린 생활을 지금처럼 돌이키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그였다. 어찌된 영문인지 은근히 화가 치밀기까지 했다.


법랑칠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실험은 밤을 패우며 계속되였다. 오늘 아침에야 유백색불투명칠감을 입혀서 소성해보았다. 처음 만들어낸 제품으로서는 성공이나 같다고 정시홍은 만족해하였다. 그무렵이 돼서야 남계수는 생활비와 함께 상금도 내주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부기장의 처사에 화가 치밀어 당장 불러다가 따지고싶었지만 참았다. 강습에 간 당위원장이 오면 다시 론의하고 시행하려고 했는데 재정문제에서는 노상 까다롭고 뒤틀던 부기장이 무엇때문인지 갑자기 제멋대로 강행해버린것이였다. 이제 떠들었댔자 결과는 더 나빠지리라는것을 직감하고 분을 삭이였다.

기분이 저으기 언짢아난 그는 지금 사무실에 앉아서 두서없는 생각을 이어가고있었다. 강습을 앞당겨 끝낸 강치명이 돌아왔다는 말을 들었지만 만나고싶지 않았다. 어떤 불만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가까이할 마음이 없었다. 속시원히 고충을 털어놓고싶어도 알아줄 사람이 못된다는 편견이 자리잡고있었던것이다. 지금같이 사는껏 사는거지 하는 허전한 생각이 들 때면 리건창의 모습이 찾아들었고 사람이 그리워 외로움을 맛보았다.

문소리와 함께 강치명이 들어왔다. 법랑칠물을 초보적으로 해결한것은 성과라고 하면서 자리를 잡고 앉기에 남계수는 인사말처럼 했다.

《기일을 앞당겼군요, 강습이.》

강치명은 고개를 끄덕일뿐 한자세로 앉아있었다. 심중한 말을 하려고 왔다는게 알렸다. 남계수는 속에 없는 말을 할줄 모르기에 묵묵히 기다렸다.

《우리 공장의 사업체계와 질서에는 확실히 일련의 결함들이 있습니다.》

남계수는 당위원장의 설법을 알고있다. 명료한 이야기이지만 대체로 화제의 폭을 넓혀서 시작하는 습성이 있었던것이다. 어떤 문제이든 콕 찌르는 식은 피한다. 리해시켜주려는것은 좋지만 왜서인지 슬슬 에도는감을 받군 하는 남계수다.

생산에서 중요한 기술적인 문제들이 정확히 포착되고 해결되는것은 좋은 일이다, 기업관리에서 계획작성이라든가 지표별생산목표를 집행하는데서 엄격한것처럼 행정규률도 따라세우는것이 필요하다, 관리일군 매 사람들의 사업분공이 명백해야 하며 사업질서가 바로서야 하겠는데 이 문제에서는 결함이 있다고 부언하고나서 강치명은 남계수에게 눈길을 돌렸다.

남계수는 강치명이 상금지불을 서두른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있다는것을 감촉하면서도 여전히 침묵을 지키였다.

《나로선 부기장동무의 일처리를 놓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단순한 경솔성의 발로인가 아니면 다른 그 무엇인가?》

턱을 고였던 남계수의 주먹이 상우에 옮겨졌다.

《이번 일은 부기장에게 잘못이 없습니다. 이미 내가 수표를 했으니까요. 그 동문 집행했을뿐이지요.》

《집행을 한다고 해도 지배인동무에게 보고야 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내 잘못입니다. 요구를 하지 않았거든요.》

고집스럽게 책임은 자기에게 있다고 말하는 남계수의 거동을 일별한 강치명은 머리를 저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사태란 무엇입니까. 일군들은 무슨 일을 하나 조직해도 리로운것과 함께 불리할수 있는 경우도 고려해야 하지 않습니까. 상금기준을 새로 정하는 문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고 토론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것만큼 가장 유리하고 알맞춤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줄수 있는 사태를 막는것으로 된다는것을 모를수야 있겠습니까. 공장관리일군의 한사람이라면…》

남계수는 너무도 타당한 론거여서 부정할수 없었다. 이 사람은 확실히 공장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있으며 문제해결의 방도도 가지고 일한다. 하지만 나는 어떤가, 생산과 기술개발에 편중하면서 그릇된 사업질서가 미치는 후과 같은것에는 별로 관심도 돌리지 않았다. 낡은 일본새라고 지적하는것도 우연한것이 아니지 않은가.

강치명은 각이한 계층으로 이루어진 종업원들의 구성상특징과 서로 다른 견해와 립장으로 하여 남계수 못지 않게 심중이 착잡하였다. 자기에게는 상금문제와 관련한 책임이 없다고 하는 부기장의 최근동향 같은것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지배인이다.

조영길과 같은 사람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겠는가 하는 문제로 마음이 무거운 강치명이다. 누구나 결함을 가지고 살기마련이다. 그러나 굳이 남의 결함을 파헤쳐가지고 들고다니는것은 인간의 미덕으로 보나 집단생활에 주는 영향으로 보나 반드시 경계해야 할 요소다.

강치명은 이러저러하게 제기되고있는 도덕상의 문제도 남자의 사생활이기에, 그것도 남계수처럼 산 사람들에게는 나타날수도 있는 일이기에 그리 중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형편에서 불순한 치정관계가 사실로 확증되는 경우도 고려하지 않을수 없었다.

도덕성을 론할 여지가 없는 사람에게는 다른 문제를 제기할 필요도 없다고 여기는 강치명이였다. 그렇다면 남계수의 도덕관은 어떻게 보아야 하며 어떻게 형성된것인가 하는것이다. 봉건이 물려준 유산이다. 오늘 경리형태가 개조되고 고상하고 건전한 사회주의생활양식이 사회풍조를 이루는 우리 사회에서 낡은 도덕관을 가진 인간이 집단을 이끌수 있겠는가. 물론 이것은 인간개조에서 고려하여야 할 한 측면이다. 중요한것은 남계수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하는것이다.

교양? 강치명은 선뜻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한마디로 남계수는 절벽같은 사람이기때문이다. 눈앞에 앉아있는 이 사람이 스스로 자책하고 반성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우리 일군들은 대중을 이끌어야 하기때문에 사업에서 원칙성과 함께 도덕적측면에서도 청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저를 비롯해서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지요.》

오늘도 강치명은 여기서 말을 그치고말았다.

일군들의 건전한 생활기풍을 강조하지만 그것이 자기에게 주는 그 어떤 충고라는것을 남계수는 비로소 깨닫고있었다. 그는 멀리로 흘러간 생활의 자취를 다시 찾아보았다.

…준엄한 전쟁은 민족의 생사를 판가리하며 계속되고있었다. 도시는 하루에도 수차례나 적기의 폭격을 받았으며 해상에서 불의에 감행되는 적들의 함포사격으로 페허나 다름없이 되여갔다.

남계수는 한차례의 공습이 끝난 뒤에 화물역으로 나갔다. 전시형편에서 생활필수품이 매우 부족하므로 자그마한 고무재생설비를 꾸리고 신발을 생산하기 시작했던것이다. 그러자니 파고무가 필요하였다. 화물역에는 못쓰게 된 고무바퀴들이 있을수 있다고 여긴 그는 지금 그것을 찾아보려고 나왔는데 놀라운 광경에 맞다들렸다. 시내의 로동자들과 민청원들, 녀성들이 화물창고와 역마당에 야적되였던 군수물자에 난 불을 끄느라고 야단법석이였던것이다. 식량과 의약품, 운수기재와 함께 폭격속에서 살아난 소와 말 같은 짐승들을 옮기는 말그대로 치렬한 전투가 벌어지고있었다.

사람들의 다급한 고함소리, 짐승들의 울부짖음소리, 쇠붙이들이 부딪치고 도람통들이 굴러내리는 아비규환의 소음속으로 남계수도 뛰여들었다.

《저쪽으로! 야외화물적재장으로!…》

쌀가마니를 둘러멘 그에게 불에 그슬려 얼굴형체를 가려보기 어려운 사람이 소리쳤다. 따발총을 둘러멘걸 보면 군인인듯 했다. 온 화물역이 열기오른 사람들의 거센 숨결과 발휘되는 기적같은 힘으로 움씰거려댔다. 남계수는 자기가 쌀가마니를 불과 반시간도 안되는 사이에 열개나마 날랐다는것을 알고는 저으기 놀랐다. 왕복 100메터가 넘는 거리를 질주한것이나 같은데 조금도 힘이 들지 않았다. 어깨를 들여밀고 소리치면 메워주고 무게가 실리면 달리고… 마치도 하늘소처럼 한정없이 달리는것이다.

누군가의 손이 잔등을 철썩 때리기에 달리던 걸음을 멈추었다. 마주선 사람은 아까 그에게 소리친 군인이 틀림없었다. 따발총을 멘 군관이라는것만 겨우 알아볼수 있었다.

《계수, 계수가 옳군!》

《누구요?》

《허허, 날세. 건창이야.》

《이게 정말 리건창인가? 어떻게 여기에… 평양에서 큰일을 맡아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리건창은 남계수의 손을 잡고 조용한 곳으로 이끌어갔다. 마침 불을 다 끄고 짐들을 모두 옮긴 뒤였다.

《난 지금 전선에서 싸우고있네.》

남계수가 넘겨다보니 모서리가 탄 견장이 군사칭호를 나타냈다. 소좌였다.

《쌀가마니를 둘러메고 뛰는 호랑이가 누군가 했더니 계수더군. 역시 자넨 사내야.》

남계수는 속이 켕기고 은근히 부끄럽기까지 했다. 공습을 받은 화물역이 걱정되여 나온것은 아니였다. 어떻게 하면 기업을 안전하게 하여 돈을 벌가 하는 궁리를 했다고 해야 할 자기였던것이다.

《전선형편은 매우 어렵네. 나라의 한치 땅을 놓고 결사전을 벌린다네. 탄약도, 식량도 부족하지 않은게 없네. 놈들은 대포를 쏘는데 우린 보총의 총탄마저 모자라지. 그러나 굳세게 싸우고있으며 고지들을 지키고있네. 물러설 자리가 없거던. 총을 잡은 우리가 물러서면 민족은 또다시 노예로 살아야 한다는것을 알기때문에 죽어도 내줄수 없는것이 한치의 땅일세.》

리건창의 목소리는 처절하게 울렸다. 남계수는 그의 격동된 눈빛앞에 머리를 들수가 없었다. 량심의 눈빛은 자기자신을 비쳐보고있었다.

너는 누구냐? 피흘려 찾아준 땅에서 제 배를 채우자고 돈을 버는 기생충이다. 너는 싸움마당뒤에서 사리만을 추구하는 배신자나 다름이 없다. 전쟁이 끝나고 승리하는 날 너는 무슨 낯을 들고 나라와 사람들앞에 나서겠느냐.

준절한 자책이 울리자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

리건창은 전쟁이란 무엇인가고 묻고나서 자기가 가지고있는 견해를 피력했다. 사람들은 전쟁이라는 말자체를 무서운것으로 알고있지만 지구상에는 전쟁을 피해서 산 민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침략자들이 있는 한 나라의 령토와 민족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오늘뿐만아니라 래일도 계속될것이다. 전쟁은 사실상 민족을 이루는 모든 사람들의 준엄한 시험대라고 해야 할것이다. 그가 누구이든 나라를 빼앗기면 망국노의 운명에서 벗어날수 없다. 우리 민족은 이미 국권을 빼앗긴 수난의 피눈물을 흘려보았다. 오늘 우리가 어떤 원쑤들과 맞서 싸우고있는가. 이 전쟁에서 이겨야만 해방후 5년동안 가꿔온 인민의 락원을 후손만대에 물려줄수 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조상의 땅, 민족의 삶의 터전인 이 땅을 지켜내야 하는것이다. 그가 누구이든 이 전쟁에서는 물러설 자리가 없으며 참된 인간의 량심을 가지고 정의의 싸움에 나서야 한다.

《계수, 이 사람. 난 자네를 믿네. 전쟁승리를 위해 할수 있는 일은 다해주기를 바라네.》

《믿어주어 고맙네. 나도 사람답게 살려네.》

남계수는 리건창을 바래우며 자신을 새롭게 가다듬었고 그가 남기고 가는 믿음을 기어이 지킬 결심을 굳게 다지였다.…

준엄한 전쟁과 함께 가슴깊이 새긴 신조가 바로 개인기업가였던 한 인간을 전선원호에 발벗고 나서게 하였으며 군기기금헌납에서도 앞장서게 하였다. 기업자금은 물론 가산까지 들이밀면서 전선에 보낼 신발을 수천컬레나 만들었으며 방수포와 의료기구들도 생산하였다. 나라와 운명을 같이한 나날은 그렇게 흘러갔다.

남계수는 추억속의 자기를 찾아보며 상념에 깊이 잠겼다. 그는 지금 동요하고있지만 동요를 인정하고싶지 않았다.

무엇에 흔들린다면 남계순가. 하건만 자기를 지켜보며 묻는 심장의 목소리는 피할수 없었다.

남계수, 너는 누군가? 내가 누구인가구? 별로 남다르게 살지는 못했어도 비루한 인생은 아니였으니 대답을 하지. 남계수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운명의 그 시작은 어디였던가. 나는 어데로 흘러가는 작은 물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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