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 회


제6장 력사는 인멸되지 않는다 (1)


4


1943년 여름이였다.

이 시기는 일제의 먄마방면군 제15군, 제28군, 제33군의 30만여명에 달하는 대병력이 먄마의 곳곳에서 적수공권의 무고한 주민들을 학살하는 놀음을 무진년 팥방아 찧듯 할 때였다. 일본군은 그것을 쾌락으로, 《대동아공영권》을 실현하는 길에서 맞이하는 《승전》으로 알았다.

라시오에 있는 제56사단 경비본부는 《승전》을 축하한다고 하면서 매일 명절분위기로 끓었다. 그통에 사단경비본부구역안에 있는 《위안소》인 《잇가꾸로》는 련일 초만원을 이루었다. 녹아나는것은 성노예들이였고 입이 째진것은 호색광들이였다.

당시 《잇가꾸로》를 비롯한 먄마의 여러곳에 있던 《위안소》들은 박순정과 리창조가 증언한것처럼 일본군병참장교들이 직접 틀어쥐고 경영하는 군전용《위안소》였다.

말이 건물이지 통나무들을 찍어서 대강 지은 다락방들로 이루어진 짐승우리 같은것이였다. 벽체라는것은 각재목들을 듬성듬성 세워놓고 다 낡아빠진 군용모포를 쳐놓은것이였다. 매 방의 바닥은 여러대의 통나무를 가로지른 그우에 널판자를 펴놓고 거기에 남방의 넓은 나무잎을 깔고 그 다음 군용모포 한장을 펴놓은것이 전부였다. 지붕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낡은 군용천막쪼박들을 덮어놓았고 출입문앞에는 왜놈호색광들과 성노예들이 딛고 오를수 있는 통나무계단이 설치되여있었다. 일제는 그 주변의 무성한 수림속에서 득실대는 구렝이와 맹수들의 피해만 받지 않으면 된다고 하면서 《위안소》를 그런 너절한 다락방형식으로 지어놓았던것이다.

박순정을 비롯한 20여명의 조선인성노예들이 들어있는 짐승우리같은 《잇가꾸로》의 경영 및 관리자는 남경의 《킨수이로》를 쥐락펴락하던 제56사단 병참장교인 땅딸보 겐지였다. 그러고보면 호색광 겐지는 박순정이네를 지꿎게도 따라다녔다.

《잇가꾸로》에 끌려와 《와까하루》로 불리운 순정은 치욕스러운 성노예생활을 강요당하면서 별의별 고역을 다 치르었다.

며칠째 계속 쏟아붓던 비가 금방 멎은 어느날 저녁녘이였다.

순정이가 든 방의 출입문앞에서 《와까하루!-》 하는 겐지의 앙칼진 목소리가 울리였다.

련일 호색광들에게 시달리던 끝에 지칠대로 지쳐 자리에 쓰러졌던 순정은 그 소리를 꿈속에서 듣는가 했다.

계단을 톺아오른 겐지가 박순정이 든 방의 문을 와락 잡아제꼈다.

《〈와까하루〉! 찾는데 머리도 내밀지 않고 뭘 하는가. 당장 밖으로 나오랏!》

순정을 마당가로 불러낸 겐지가 그를 얼마쯤 떨어져있는 《위안소》경비실 옆방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는 방문을 열어젖히고 호령했다.

《이 방에 있는 땅크부대 장교님들의 발이나 씻어주고 그들이 요구하는대로 봉사를 해주라!》

순정은 지친 몸을 끌고 방으로 들어섰다.

방안에 있는 원탁우에는 먹다남은 술병과 안주따위들이 나딩굴고 술에 만취된 왜놈장교 한놈은 그우에 머리를 틀어박고있었다.

아직 술에 덜 취한듯 한 장교가 순정을 보더니 징그럽게 웃으며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그놈은 비에 질퍽하게 젖은 군화를 벗어던지고 바지를 무릎우까지 걷어올리였다.

《센삐, 빨리 가서 물을 떠다가 내 발이나 씻으랏!》

이때 겐지가 방으로 들어섰다.

놈은 바지를 걷어올린 장교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고 어안이 벙벙해 서있는 순정에게 소리쳤다.

《〈와까하루〉, 왜 멍청히 서있는가. 여기에 온 장교님들은 싸움마당에서 무훈을 떨치고 온 〈황군〉의 땅크부대 부대장과 참모장이란 말이다. 빨리 저기 있는 대야에 물을 떠다가 장교님들의 발을 깨끗이 씻어주고 시키는대로 하랏!》

어깨를 축 늘어뜨린 순정은 대야를 들고 한발자국두발자국 겨우겨우 옮겨디디면서 경비실뒤쪽에 있는 샘터로 가서 쪼그리고 앉았다. 샘터옆에 서있는 아지가 무성한 넓은잎나무에서는 그의 가슴속에 고이고 고인 피눈물인양 굵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목덜미를 적시였다.

순정은 대야에 물을 떠가지고 방에 들어가 땅크부대 부대장이라는 장교놈의 발을 씻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놈이 《아야야!-》 하고 소리치면서 오른쪽발을 대야에서 쑥 뽑았다. 순정의 손이 그놈의 장단지아래에 있는 록두알만 한 상처를 건드려놓았던것이다.

뒤미처 놈의 입에서 《빠가야로!-》 하는 소리가 튀여나오고 허공에서 덜덜 떨던 발이 순정의 면상을 걷어찼다.

《어-헉!-》

순정은 출입문곁에 나가쓰러지고 머리우에는 그놈의 발을 씻던 구정물이 콱 들씌워졌다.

한참 악청을 돋구던 놈은 겐지를 다불러댔다.

《병참, 어데서 저따위 센삐나 끌어왔는가. 전장에서 입은 상처까지 마구 다쳐놓는 망할 년을… 앙?》

겐지는 똥똥한 몸을 굽석했다.

《부대장님, 제가 당장 이년을…》

겐지의 우악스러운 손에 머리끄뎅이를 잡혀 끌려나간 순정은 질척거리는 경비실 마당가에 쓰러지고말았다. 대야의 손잡이에 얻어맞은 머리에서는 뻘건 피가 줄줄 흘러내리였다. 악착한 겐지는 그것도 성차지 않아 순정의 등허리를 군화발로 마구 짓이겨놓았다.

경비실에서 보초소로 오가던 왜놈병졸들은 정신을 잃고 쓰러진 순정에게 침을 뱉았다.

겐지가 경비실앞쪽에 있는 마구간쪽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쿠리!-》

마구간에서 오물을 쳐내던 리창조가 달려왔다.(그 시기 중국 계림에서 살던 16살 난 리창조는 일본놈들의 손아귀에 걸려 먄마의 라시오에 끌려와 왜놈들의 진지에서 마구간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있었는데 왜놈들은 그를 소년쿠리라고 불렀다.)

《구실도 못하는 이 〈와까하루〉를 마구간옆에 있는 창고에 처넣으랏!》

창조의 등에 업혀 마구간 창고안에 들어가 누운 순정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창조는 자기의 속옷을 찢어 피가 흐르는 순정의 머리를 싸매주고 흙탕이 게발린 손과 발을 다 씻어준 후 자기가 덮고 자던 반쪽짜리 낡은 군용모포로 그의 몸을 덮어주었다. 며칠째 호색광들에게 시달리다가 참혹한 봉변까지 당한 그가 더없이 가긍하게 여겨져서였다.

그날 밤 창조는 자기에게 차례진 저녁밥까지 넓은 나무잎사귀에 싸가지고 와서 창고 한쪽구석에 누워있는 순정의 입에 떠넣어주었다.

누워서 눈물이 그렁한 눈길로 올려다보는 순정에게 창조는 물었다.

《누님, 몹시 아프지요?》

박순정의 눈귀로 주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창조도 손등으로 자기 눈굽을 꾹꾹 찍고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누님-》

《왜?》

《그런데 누님은 고향을 둬두고 왜 이런델…》

순정은 오른손 두번째손가락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는 그런건 묻는게 아니라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로부터 박순정과 리창조는 친형제처럼 가까운 사이가 되였다.

박순정을 비롯한 조선인성노예녀성들이 하루에도 수십여명씩 달려드는 호색광들을 치르면서 짐승이하의 취급을 당하던 어느날이였다.

《잇가꾸로》에 11명의 중국인녀성들이 차로 실려왔다. 중국의 준의와 계림에서 강제로 끌어온 일본군성노예들이라고 하였다. 《잇가꾸로》에 일본군군인들의 수에 비해 성노예들이 적다는것을 타산한 일본군 제56사단 본부에서 취한 조치였다.

새로 끌려온 중국인녀성들이 확장된 《잇가꾸로》의 방들에 배치받는 모습을 멀리에서 바라보던 리창조는 와뜰 놀라며 자기 눈을 의심하였다. 그들중에서 이웃마을에서 살던 자기의 사촌누이의 모습을 발견하였던것이다. 이름은 리자령이라고 하였다.

그날 저녁 리창조와 리자령은 서로 부둥켜안고 어깨를 떨며 대성통곡을 하였다.

《누이, 누이도 이런델 끌려왔구만!- 아-》

《창조야, 난 이런 곳에서 널 만날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사이 여기서 얼마나 고생을 했니. 아, 정말 하늘도 무심하구나.…》

《내가 하는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예요. 이제 누나가 그 호색광들에게 당하게 될… 어휴-》

창조는 입술을 깨물며 주먹으로 가슴을 쾅쾅 두드리였다.

그런데 리창조는 사촌누이 리자령을 며칠밖에 보지 못하였다.

어느날 병참장교 겐지는 《잇가꾸로》에 있던 조선인성노예들과 중국인성노예들을 사단경비본부의 뒤쪽에 있는 어느 한 산골짜기로 끌고 갔다. 30명을 헤아리는 성노예녀성들을 총을 쥔 왜놈병졸들이 호송하였다.

골짜기의 펑퍼짐한 곳에는 얼굴을 싸매고 입에 헝겊뭉치를 문 2명의 성노예들이 굵은 나무밑둥에 꽁꽁 묶이워 버둥질을 치고있었다. 그들의 한쪽발목과 한쪽손목은 나무밑둥을 휘감은 굵다란 바줄한끝에 꽁꽁 비끄러매여져있었고 다른 한쪽발목과 한쪽손목에도 각각 길다란 바줄이 걸려있었다. 그 바줄들의 끝은 풀을 뜯고있는 두마리의 말들의 발치에 던져져있었다.

웃몸을 포승줄에 묶이운채 악을 쓰며 머리만 좌우로 흔드는 불행한 성노예들중의 한명은 순정이와 함께 남경의 《킨수이로》에서 고역을 치르다가 라시오의 《잇가꾸로》에 끌려온 조선인녀성이였다. 하루평균 수십여명의 일본군호색광들에게 시달리던 그는 죽음을 각오하고 이틀전부터 단식을 하면서 성노예노릇을 거절했던것이다.

다른 한명은 며칠전에 끌려와 호색광들에게 무참히 혹사당하다가 참을수가 없어 한밤중에 도망을 치다가 붙잡힌 바로 리창조의 사촌누이 리자령이였다.

겐지의 지시에 따라 두마리의 말을 끌고 거기로 올라왔던 리창조는 너무도 억이 막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가슴을 쥐여뜯었다.

이런 속에서 악귀같은 겐지가 넙적한 바위돌우에 올라서서 치를 떨고있는 성노예들을 향해 악청을 돋구었다.

《다들 들으랏!- 지금 〈잇가꾸로〉에 오는 〈황군〉장병들이 어떤 말이나 하는줄 아는가? 여기에 있는 삐들은 〈황군〉을 제대로 위안할줄도 모른다고 한단 말이다. 그래 전장에서 격전을 벌리다가 찾아오는 〈천황〉페하의 아들들을 그렇게나 대해주는것이 〈황국신민〉으로서 옳은 태도인가?… 앙?-

저기를 보라! 나무밑에 묶이워있는 저 나쁜 년들을… 저년들은 〈천황〉페하의 뜻을 어기면서 자기 본분을 다 줴버렸다. 왼쪽에 있는 키가 큰 년은 어제 밤에 도망이나 치다가 잡혀왔다. 저런 년들은 사지를 찢어죽여야 한다!》

순간 성노예녀성들속에서 아우성소리가 울려나왔다.

바위우에서 내려선 겐지는 두마리의 말들이 풀을 뜯고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풀판에 늘여져있는 성노예들의 한쪽발목과 한쪽손목을 묶은 바줄끝을 두필의 말잔등에 고정한 안장띠에 각각 비끄러맸다.

겐지는 잡관목옆에 쭈그리고 앉아 어찌할바를 모르고있는 리창조를 향해 소리쳤다.

《쿠리!- 무슨 생각이나 하고있는가? 빨리 와서 말꼬삐나 잡으랏!》

창조는 허둥거리며 달려가 량손에 두필의 말고삐를 잡았다. 말이 앞으로 냅다 뛰기만 하면 자기의 사촌누이 리자령과 함께 나무밑둥에 묶이운 조선녀성도 어떻게 된다는것을 알고있는 그였기에 두손으로 말고삐를 단단히 틀어쥔채 무릎을 풀썩 꿇고 앉아 눈물을 줄줄 흘리였다.

겐지가 히물거리며 나무밑둥에 묶이워 발버둥질치는 두명의 성노예들에게로 다가갔다. 그놈이 뽑아든 칼이 성노예들의 가슴앞에서 번뜩이였다. 그러자 그들을 나무밑둥에 비끄러맸던 바줄이 툭- 끊어져나갔다. 이제 말들이 앞으로 내달리기만 하면 불쌍한 두명의 성노예들의 사지가 쭉쭉 찢어져나갈 판이다.

겐지가 급히 나무밑에서 물러나며 소리쳤다.

《쿠리!- 빨리 말들을 앞쪽으로 내몰라!-》

창조는 말꼬삐들을 움켜쥔채 불이 황황 이는듯 한 두눈으로 겐지를 쏘아보며 《안돼요!-》 하고 소리치면서 말뚝처럼 굳어졌다.

《나쁜 놈의 쿠리!-》

겐지의 우악스러운 군화발이 창조의 배허벅으로 날아들었다.

《아-악!》

체소한 창조는 잡관목덤불속에 쓰러졌다.

그통에 놀란 말들이 두발을 공중으로 껑충 쳐들고 《오홍-》 하는 소리를 내지르더니 앞으로 달아뺐다.

순간에 골안에는 차마 눈뜨고는 볼수 없는 참혹한 광경이 펼쳐졌다. 사지를 찢기운 두명의 성노예들의 창자가 풀판우에 나딩굴고 콸콸 쏟아지는 시뻘건 선지피가 사방으로 휘뿌려졌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속에 머리우에서는 까마귀무리가 빙빙 돌아갔다.

처참한 광경앞에서 기절하여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성노예도 있었다. 요행 정신을 잃지 않은 성노예들의 가슴을 치는 호곡소리가 골안을 세차게 뒤흔들었다.…

이런 참변은 그후에도 무시로 되풀이되였다.

그후 어느날 박순정과 몇몇 성노예녀성들이 라시오시내에 있는 장교구락부에 끌려가 치욕을 당하고 돌아와보니 병참장교 겐지가 보이지 않았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자는 제56사단 산하부대인 113련대 고급참모로 조동되여 중국 송산전역으로 갔다는것이였다. 그때가 1943년 9월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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