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 회


제6장 력사는 인멸되지 않는다 (1)


3


이날은 합동조사단이 송산지역에 대한 현지편답과정에 수집한 자료들을 박순정과 리창조를 통하여 고증하는 날이였다.

아침 9시가 되자 각국 조사단성원들이 곤명항일력사박물관의 크지않은 원탁회의실에 둘러앉았다. 가운데좌석에는 박순정과 리창조가 앉고 그곁에 황정식, 경증성, 아사꼬가 자리를 잡았다.

특별한 격식도 없이 진행된 모임에서는 각국 조사단성원들이 각자가 수집한 송산일대에서 감행된 일본군성노예행위에 대한 자료들을 발표하기도 하고 두 로인들의 회고담도 들으면서 조사를 심화시켜나갔다.

그 과정에 박순정이 먄마의 라시오에서 중국의 송산으로 오게 된 행적이 완전히 고증되였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김진희가 주가 되여 발언을 하였다.

그는 자기가 수집한 자료에 근거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

박순정할머니가 1942년 8월 먄마의 양곤으로 끌려갈 때 그곳으로 1 000여명의 일본군성노예들이 거의 동시에 수송되여갔습니다. 조선,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대만 등지에서 끌려온 녀성들이였습니다. 그중에는 네데를란드출신의 백인녀성들도 수십명이나 되였습니다. 일제가 인도네시아를 점령하기 전까지는 인도네시아가 네데를란드의 식민지였으므로 쟈와섬 같은데는 적지 않은 네데를란드인들이 살고있었던것입니다.

그때 일제는 쟈와섬에 상륙하자마자 인도네시아녀성이건 네데를란드녀성이건 가리지 않고 군성노예로 끌어갔습니다.》

손에 펼쳐든 자료철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던 소자영이 입을 열었다.

《김진희선생이 방금 일제가 백인녀성들까지 군성노예로 끌고 다닌 사실을 공개하였는데 정확한것입니다. 다 아시겠지만 1993년 8월에 있은 제45차 유엔인권소위원회에서 증언한 네데를란드의 엘렌 플레흐녀성이 바로 그때 쟈와섬에 있다가 일본군성노예로 양곤에 끌려갔습니다.》

이때 박순정도 한마디 하였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되오. 비가 쫘락쫘락 내리는 날 양곤에 있는 성노예들의 대기소에 일본군군인들과 함께 비그으러 들어왔던 얼굴이 하얗고 눈이 파란 녀자들의 모습이… 그때 한 일본장교가 하는 말이 인도네시아에서 온 기녀들이라고 하였소.》

김진희는 계속하였다.

《일본군은 양곤에 머물러있던 성노예녀성들을 20~30명씩 조를 무어 다시 먄마의 각지에 있는 부대들에 배속시켰습니다.

바로 그때 박순정할머니는 신의주에서 끌려가 남경의 〈킨수이로〉에서 함께 성노예생활을 강요당하던 허선애를 비롯한 여러명의 녀성들과 함께 만달라이의 동북쪽 험한 산악지대에 위치한 라시오로 갔습니다. 당시 라시오에는 일제의 먄마방면군 제15군산하 제56사단의 경비본부를 비롯하여 적지 않은 보병중대들과 땅크부대가 있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군〈위안소〉인 〈잇가꾸로〉에서 박순정할머니는 〈우따마루〉가 아니라 〈와까하루〉로 이름이 바뀌였습니다.

한가지 부언해둔다면 먄마의 라시오에서부터 당시 중국인소년잡부였던 리창조로인이 박순정할머니와 행적을 같이했다는것입니다.》

박순정과 리창조는 이와 관련되는 조사단성원들의 여러가지 질문에 증언으로 되는 대답을 하였다.

그때까지 입을 다물고있던 황정식이 박순정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왼손을 잡고 한참 들여다보다가 조사단성원들이 다 볼수 있도록 공중으로 높이 쳐들었다.

뼈만 앙상한 박순정의 왼손 두번째손가락은 보이지 않았다. 오래전에 잘라져나간것이 분명하였다. 사방에서 사진기들이 펑긋- 펑긋- 불빛을 내뿜었다.

박순정의 왼손을 잡은채로 조사단성원들을 둘러보는 황정식의 관자노리에서는 퍼런 피줄이 풀떡풀떡 뛰였다.

《보십시오. 두번째손가락이 잘려나간 박순정할머니의 이 손을! 여기에도 정말 기가 막히고 치떨리는 사연이 깃들어있습니다. 그때 일본군병참장교 겐지를 비롯한 호색광들은 먄마로 가는 배안에서도 귀축같은 만행을 감행하였습니다.…

할머니, 마음을 다잡고 그때 먄마로 가던 배안에서 겪은 일에 대하여 조사단성원들앞에서 간단히 이야기해주십시오.》

황정식은 박순정의 마음을 안착시켜주기 위해 그의 어깨를 어루쓸었다.

박순정이 《흐-윽-》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숙이였다.

동안이 지나서야 박순정의 주름많은 입술이 열리였다.

…1942년 여름 상해에서 배에 오른 박순정을 비롯한 《킨수이로》에 있던 성노예녀성들은 병참장교 땅딸보 겐지의 손아귀에 잡혀 먄마로 끌려가면서 별의별 고역을 다 치르었다.

찌는듯 한 무더위와 쏟아지는 폭우속에서도 밤이면 호색광 겐지는 자기가 든 배의 선실에 성노예녀성들을 끌고 들어가 별의별 추악한짓을 다하면서 수욕을 채웠다.

겐지만이 아니였다. 여러곳의 《위안소》들에서 끌어온 성노예들을 인솔하는 왜놈장교들도 경쟁적으로 그따위짓을 하였다.

어느날 겐지는 배전에 쪼그리고 앉아 눈을 감고있는 박순정에게로 다가와 으름장을 놓았다.

《〈우따마루〉, 오늘 밤엔 내 방에 오라. 알았는가?》

깜짝 놀라 눈을 뜬 순정은 목을 움츠리였다. 아무 대답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기만 하였다.

《빠가야로!》

앙칼진 겐지의 목소리에 갑판우의 여기저기에 드러누워있던 성노예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비실비실 한쪽구석으로 몰켜갔다.

그날 저녁 겐지는 박순정을 강제로 자기의 선실로 끌고 들어갔다.

《〈우따마루〉, 어서 옷을 벗으라!》

박순정은 몸이 아프다고 하고는 거절하였다.

실지 그때 그의 몸상태는 말이 아니였다. 며칠째 배를 타고 오다나니 멀미가 극도에 달하여 배속에 있는 노랑물까지 다 게우고난 뒤라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형편이였던것이다.

그러나 겐지에게는 그것이 상관없었다.

《칙쑈! 그래 몸이 어떻다는건가? 잔꾀나 부리는 나쁜 놈의 쵸센삐!- 몸상태라는건 〈황군〉을 위안하는 일과는 상관이 없어!》

겐지는 천하의 야수이고 색광중의 색광이였다.

겐지는 우악스러운 손으로 박순정의 목덜미를 잡아 선실안에 있는 침대우로 콱 떠밀었다.

박순정은 《아- 악!-》 소리를 지르며 침대 한쪽구석에 나가쓰러졌다.

헉- 헉- 하면서 웃통을 벗어던지고 혁띠고리를 풀던 겐지는 침대 한쪽구석에 어푸러져 《안돼요, 안돼!…》 하고 소리치면서 발버둥질치는 순정의 머리카락을 거머쥐고 뒤로 콱 제꼈다. 순정의 코와 입에서 검붉은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더러운 년!》

겐지의 얼굴이 더 흉측하게 이그러졌다.

겐지는 순정의 얼굴을 향해 《퉤-》 하고 침을 내뱉고는 그의 머리끄뎅이를 잡아 선실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싯누런 이발을 드러내고 순정의 허벅다리를 군화발로 짓이기던 겐지는 선실벽에 걸어놓았던 군도를 뽑아들었다.

《〈황군〉의 요구에 불응하는 년은 벌을 받아야 한다!-》

겐지는 이렇게 씨벌이면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순정의 왼손을 선실문턱에 올려놓고 군도를 높이 쳐들었다.

쉭- 하는 소리와 함께 한순간에 박순정의 왼손 두번째손가락이 뭉청 잘려나갔다.

《악!-》 하고 비명소리를 내지르며 눈을 흡뜨던 순정은 피가 줄줄 흐르는 왼손을 부여잡고 팽이처럼 돌아갔다. 그통에 겐지의 얼굴과 목은 물론 우에 걸친 허연 속옷에도 시뻘건 피방울이 쫙 휘뿌려졌다.

이를 사려물고 순정을 또다시 군화발로 두어번 걷어차던 겐지는 갑판우로 올라가 경비임무를 수행하는 일본군 하사관을 불렀다.

잠시후 두명의 일본군병졸들이 반주검이 된 순정을 질질 끌고 가 갑판 한 귀퉁이에 내팽개쳤다.…

먄마로 끌려가면서 배안에서 겪은 기막힌 사연을 쏟아놓던 박순정은 《그때 함께 가던 허선애를 비롯한 녀성들이 없었더라면 난… 난 바다고기밥이 되고말았을거웨다.》라고 말하였다.

박순정의 피에 절은 증언을 청취하던 조사단성원들은 상상밖의 사실앞에서 할 말을 찾지 못하였다.

박순정과 리창조가 참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합동조사단의 자료확인 및 고증은 5일째나 계속되였다.

그 닷새동안에 박순정, 리창조의 입을 통하여 세상을 경악시키고 일본군의 성노예제도자체를 부정하는 일본정부와 우익정객들을 력사의 심판대우에 올려놓을 기막힌 사실들이 장시간에 걸쳐 공개되였다.

이때 공개된 사실들은 조선측 조사단의 력사연구사 김진희와 중국측의 력사학자 과진량이 몇해전부터 먄마의 라시오와 꽌히오, 중국의 송산과 등충 등지에서 수집한 일본군 대 중미련합군의 격전자료들과 합쳐져 한권의 두툼한 문건으로 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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