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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8월 21일

평양시간


제 4 회


제1장 가해자측이 내댄 《주패장》


4


도꾜의 날씨는 변덕스러웠다. 저녁무렵에 접어들면서 맑았던 하늘에 저탄장에서 뒹굴던 솜뭉치같은 구름이 몰켜들기 시작하였다. 멀리 후지산방향으로 창날같은 시퍼런 번개가 내려꽂히고 온 도꾜시내를 당장 요정낼듯이 꽈당탕거리는 천둥에 이어 장대비가 쏟아져내렸다. 비가 아니라 누가 하늘에서 도람통으로 물을 퍼붓는것 같았다.

이런 속에서 일본 문부성청사의 마당으로 물사태를 들쓴 승용차가 들어서고있었다. 승용차는 반원을 그린 둔덕진 자리길을 따라 오르더니 커다란 채양이 달린 정문앞 주차장에 멎어섰다.

승용차에서는 감색덧옷을 걸친 아사꼬가 내렸다. 손에는 맵시있는 손가방을 들고있었다.

청사에 들어선 아사꼬는 승강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 복도로 나섰다. 그가 《과장》이라는 패쪽이 달린 방문앞으로 다가서는데 문이 열리더니 목이 앙바틈한 50대에 들어선 중키의 남성이 웃으며 마중 나왔다. 첫눈에 유표한것은 겉늙어보이는 얼굴에 비해 새까만 머리숱이 매우 짙다는것이였다. 사람들을 많이 대상해본 아사꼬로서는 자기를 반갑게 맞이하는 이 과장이라는 사람이 가발을 썼음을 어렵지 않게 가려볼수 있었다.

《아사꼬상, 이게 몇해만입니까.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자, 어서…》

과장은 직분에 어울리지 않게 수다를 떨며 아사꼬를 상담실로 안내하였다.

과장의 뒤를 따라 상담실에 들어서며 아사꼬는 머리를 기웃거리였다.

내가 문부성 과장이라는 이 사람을 언제 만난적이 있었던가? 아니, 문부성청사에 걸음은 적지 않게 했어도 처음 만나는 사람 같은데 구면처럼 몇해만인가고?… 가만, 어데서 꼭 본 인상 같은데… 어데서 보았던가?…

아사꼬는 과장과 마주앉을 때까지도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아사꼬상, 저명한 녀성법률가선생을 오라가라 하는 식으로 호출해서 안됐습니다.》

《저…》

《아사꼬상, 아직도 저를 알아보시지 못하는것 같은데 제가 바로 옛날 〈아이들의 교과서전국조직〉의 대표로 있던 오가와 이찌로입니다.》

과장이 빙그레 웃으며 윤기가 도는 검은 가발을 벗어 책상우에 놓고 중대가리같은 머리를 손으로 쓸어올렸다.

《아니?》

아사꼬는 탄성을 올렸다. 그때에야 아사꼬의 뇌리에서는 자기를 급히 만나자고 한 문부성 과장이 바로 이전에 만난적이 있는 일본의 우익단체들중의 하나인 《아이들의 교과서전국조직》 대표라는것을 알아차렸다.

그러자 언젠가 이찌로와 한짝이 되여 한 참의원 의원을 타매하던 일도 되새겨졌다.

그 일은 1990년대초 일본군성노예범죄문제가 세계무대에서 지탄을 받기 시작하던 때 일이였다.

일본사회당소속의 한 참의원 의원이 국회예산위원회를 진행하던 도중에 정부를 상대로 뜻밖에 이런 질문을 던지였다.

《…제2차 세계대전중 조선의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강제련행했으며 젊은 녀성들을 일본군의 〈위안부〉로 〈사냥몰이〉한데 대해 책임있는 조사, 사죄 및 배상을 하는것이 옳은 처사가 아니겠는가?…》

일단 국회에서 제기된 중대질문이였으므로 정부는 무슨 대답이든 해야만 했다.

정부를 대변하여 직업안정국장이 나섰다.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징용의 대상업무는 〈국가총동원법〉에 기초한 총동원업무이며… 〈위안부〉에 관해서는… 민간업자들이 한것 같기때문에 이 실태에 대해서는 조사를 못합니다. 정부가 관여한 증거는 없습니다.》

이렇게 되여 터질번 했던 문제는 겨우 수습되였다.

일본정계에서 벌어진 이 아짜아짜한 사실에 접한 아사꼬는 그때 텔레비죤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는 회견에서 법률가의 자격으로 사회당소속의 참의원 의원을 지탄하고나서 정부를 비호한 직업안정국장을 《일본국민의 본보기》로 평하는 발언을 하였다.

그때 《아이들의 교과서전국조직》 대표로 있던 이찌로도 그와 비슷한 내용의 글을 《요미우리신붕》에 실었다.

그후에도 머리카락 한오리 없는 중대가리 이찌로와 아사꼬는 한동안 련계를 가지면서 일본군《위안부》제도의 정부책임론을 부정하는데 적극 보조를 맞추었다.

그러던 과정에 얼마전에는 이찌로네 우익단체들과 우익정객들의 광란적인 소동에 의하여 일본의 각급 학교들에서 리용하는 력사교과서들에서 일본군《위안부》내용이 삭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일을 계기로 이찌로는 내각의 문부성 과장이라는 요직에까지 게바라오르게 되였던것이다.

아사꼬는 자기보다 나이가 아래인 이찌로를 이제는 올려다보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찌로는 아사꼬에게 그간의 안부며 녀성인권옹호시민련합의 활동정형에 대하여 물었다.

그리고는 미국회도서관에서 입수한 사진들이 안고있는 내막을 적지 않게 밝혀낸데 대하여 입술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나서 이렇게 물었다.

《아사꼬상, 조, 중, 일 3개국합동조사단에 참여하는데 대해서는 아직도 반대표입니까?》

이찌로가 이 문제를 어떻게 알고있을가? 민간단체에 지나지 않는 우리 련합에서 토의된 문제를 정부에서?…

아사꼬는 좀 기분이 언짢았으나 지난 시기 연고관계가 있는 이찌로에게 내놓고 불평질을 할수가 없었다.

《네, 나는 3개국합동조사단에 우리 녀성인권옹호시민련합 성원을 파견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소? 역시 아사꼬상은 충실한 야마도민족의 일원입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바로 녀성인권옹호시민련합 공동대표인 아사꼬상이 일본측을 대표하여 3개국합동조사단에 망라되였으면 하는데요.》

《?》

아사꼬는 하마트면 전번에 번대머리공동대표앞에서 한것처럼 어성을 높일번 하였다. 하지만 그는 극력 자기를 자제하였다.

이찌로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아사꼬에게 들이댔다.

《존경하는 아사꼬상, 하나 물읍시다.》

《뭔데요?》

《아사꼬상이 이번에 전 일본군복무자 히로미상에 의하여 확인된 〈와까하루〉라고 부르던 박순정녀성을 지난해 봄 조선으로 가서 만난적이 있다고 하던데요.》

《그랬지요. 만났지요. 그것이 무슨 문제라도…》

《아니, 문제야 무슨… 내가 듣기엔 그때 박순정녀성이 자기는 중국 남경 〈킨수이로〉라는 〈위안소〉에 끌려갔댔는데 주인은 사복쟁이일본인부부였다는 증언을 했다고 하던데…》

《그랬지요. 그래, 그게 잘못된 증언이라는건가요?》

《아니, 아주 잘된 증언입니다. 우리가 노려야 할 문제점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이찌로는 아사꼬가 발끈발끈하는것이 재미있는듯이 히물히물 웃으며 계속하였다.

《지금 일본군〈위안부〉제도에 대한 정부책임론이 국제적인 문제로 번져지는 조건에서 빨리 선손을 쓰지 않으면 〈위안부〉제도의 〈민간업자책임론〉을 주장하는 아사꼬상이나 나는 물론이고 우리 일본정부도 막다른 골목에 빠져들게 될수 있지요.》

그때에야 아사꼬는 문부성 과장 이찌로가 자기를 급히 찾은 목적과 《위안부》생존자 박순정의 증언을 상기시킨 의도를 어느 정도알아차렸다.

아사꼬가 나직이 물었다.

《이찌로상, 당신은 금방 일본군〈위안부〉제도의 〈민간업자책임론〉을 성사시키려면 빨리 선손을 써야 한다고 했는데 그 구체적인 안이…》

이찌로가 히물거리며 속에 품고있던 말을 내뱉았다.

《구체적인 안이란 별것이 아닙니다. 내 생각에는 이번 3개국합동조사단에 일본측을 대표하여 아사꼬상이 망라되였으면 합니다.》

아사꼬의 눈이 둥그래졌다.

《내가요?》

《아, 왜 그리 놀라십니까. 조선측과 중국측의 해당 관계자들과도 안면이 있고 모든 사업에서 로숙한 아사꼬상이 제일 적임자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이찌로가 슬쩍 춰올리자 아사꼬의 얼굴이 상기되였다.

《적임자까지야 뭐…》

《아니, 적임자는 아사꼬상이 틀림없습니다. 국민정신이 남다른 아사꼬상이 3개국합동조사단에 망라되여야 조선측이나 중국측이 일본군〈위안부〉제도에 정부책임론이라는 감투를 씌울수 없고 따라서 우리 정부의 의도대로 일이 제대로 풀려나갈수 있습니다.… 그러자면 우리 일본측은 3개국합동조사단에 망라되는 조건부로 이번의 조사장소를 조선의 〈위안부〉생존자 박순정이 가있던 중국의 남경으로 확정하게 하고 그를 합동조사단의 증인으로 데리고 가도록 조선측과 중국측에 요구하여야 합니다. 그 다음 〈위안부〉생존자 박순정이 현지에서 〈킨수이로〉라는 〈위안소〉건물을 돌아보면서 세계를 향하여 〈당시 우리를 끌고 다닌 주인은 돈밖에 모르는 민간인부부였다.〉는 증언을 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렇게만 되면 지금 우리 정부가 바라는대로 일본군〈위안부〉제도의 책임을 순조롭게 민간업자들에게 밀어붙일수 있습니다.》

이찌로의 말을 새겨듣던 아사꼬가 나직한 소리로 웅얼거리였다.

《그러니 조선의 박순정녀성을 일본군〈위안부〉제도의 〈민간업자책임론〉의 증인으로?…》

《그렇습니다. 이제야 아사꼬상의 총명다재한 머리가 제 곬을 탄것같습니다. 허허허… 우리가 내대야 할 〈주패장〉도 바로 그것입니다.》

오가와 이찌로는 일을 꾸미는 솜씨도 뛰여났지만 사람을 다루는 방법도 남달랐다.

입부리가 보통이 아닌 아사꼬도 이찌로앞에서는 순간에 불맞은 철사처럼 노긋노긋해졌다.

아사꼬는 자기가 해야 할바를 의식하였다.

이때 조용히 출입문이 열리였다. 아무런 기척도 없이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들어선 사람은 다름아닌 녀성인권옹호시민련합의 번대머리공동대표였다.


×


이날 밤 도꾜의 어느 한 료정에서 문부성 과장 이찌로, 녀성인권옹호시민련합의 공동대표들인 아사꼬 그리고 번대머리가 탁을 마주하고 앉았다.

셋이 다 술기운에 빠져들었을무렵 이찌로가 뱀눈으로 주위를 살피더니 나직이 입을 열었다.

《정부에서도 아사꼬상을 일본측 조사단 단장으로 3개국합동조사단에 망라시키는데 대하여 박수를 보내고있소. 그러니 빨리 녀성인권옹호시민련합에서는 확스로 조선측에 〈위안부〉생존자 박순정을 남경현지조사의 증인으로 동행시키도록 요구하시오.》

이찌로의 발언은 이미 토의라는 계선을 넘어섰다. 이제는 로골적으로 강박하고있었다.

그러나 이찌로와 뜻이 같은 아사꼬는 그것을 탓하지 않았다. 그의 말에 수긍하면서 머리를 끄덕일뿐이였다.

아사꼬에게 면바로 침을 놓은 이찌로는 이젠 3개국합동조사단문제에 대해서는 흥심이 없는듯이 손전화기를 꺼내들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히히닥거리기 시작하였다.

번대머리공동대표가 아사꼬에게 추파를 던지며 바투 다가앉았다.

《3개국합동조사단에 망라되는 아사꼬상이 또 큰 수고를 하여야 하겠습니다.》

《수고야 무슨…》

《사실 아사꼬상이 일본측 조사단 단장으로 3개국합동조사단에 망라되여야 모든 일이 다 순조롭게 될수 있고 또 태평양전쟁시기 일본군장교였던 외삼촌의 영령에 먹칠을 하는 그런 일도 미리 방지할수 있고…》

번대머리는 아사꼬에게 뭔가 암시하려고 했지만 말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마감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아사꼬의 마음속에서는 벌써 번대머리의 생각을 초월한 그런 궁리가 꿈틀거리고있었다.

《내 이번 조사편답과정에 〈위안부〉생존자의 입을 통해 일본군〈위안부〉제도의 책임을 어떻게 하나 민간업자들에게 밀어붙여보도록 힘써보겠어요.》

《역시 아사꼬상은… 허나 조선팀이나 중국팀도 만만치 않다는데 그게 그리 쉽게 되겠소? 더구나 1993년에 그 체신머리없는 고노관방장관이 담화라는걸 통해 일본군〈위안부〉문제에서 관헌의 관여와 〈위안부〉모집의 강제성을 다 토설했는데…》

《글쎄, 그게 좀 난치거리이긴 하지만 그 고노담화라는것도 증거가 완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간것이므로 정치에서 흔히 보는 세론을 눅잦히기 위한 일종의 제스츄어로, 좀더 꼬집어 말한다면 주변나라들과의 관계를 〈고려〉한 〈선의〉에서 나온것으로 와전시킬수 있지 않을가요?》

《그런 담보가 있소?》

번대머리가 걸상을 끄당겨 앉으며 호기심을 표시했다.

아사꼬는 《담보?》 하고 되물으며 건너편 식탁으로 옮겨앉은 이찌로를 피끗 쳐다보았다. 그가 녀접대원의 가는 허리를 살짝 그러안는 모습이 눈에 걸려들었기때문이였다. 한생 녀성인권문제를 안고 울고웃으며 올리뛰고 내리뛰는 아사꼬에게는 그런 행동이 제일 질색이였다.

음, 이찌로, 역시 당신도 호색광의 기질을 타고났구만. 문부성의 과장이란 사람도 이 꼴이니… 정말 일본의 남아들이란 왜 죄다 저럴가.…

아사꼬는 역겨워서 머리를 돌렸다. 그리고는 모르쇠를 부리며 번대머리와의 대화를 계속했다.

《담보라고까지는 할수 없겠지만 난 십분 가능하다고 보는데요.》

《그 가능성이란게 뭐요?》

《현재 전 일본군복무자들속에서 〈나는 위안소에 가본 일은 없지만 들은 일은 있다. 위안소에 있던 녀성들은 상행위를 목적으로 온것 같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우리 일본정부를 상대로 〈위안부〉생존자들이 기소한 일부 문건에 자기를 수용한 주인이 민간업자였다는 내용도 있는 조건에서 이번에 현지조사에 동행하는 가장 위력한 증인인 조선의 박순정의 입을 통하여…》

《과시 아사꼬상은 그저 일개의 법률가로 있기는 아까운 사람이요. 아사꼬상은 벌써 이기는자의 〈주패장〉을 손에 쥐였구만. 허허… 언제 봐야 야마도민족과 일본국가의 존엄을 신성시하려는 그 마음에서는 내가 어쩔수없이 뒤지는걸… 아무튼 성공을 바라오.》

번대머리가 입술에 침이 마르도록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나 이제 힘겨운 《싸움마당》으로 나서야 할 아사꼬는 심각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창밖에서는 여전히 창대같은 비가 곤두박질치고 도꾜의 하늘을 당장 무너뜨릴 차비를 한 천둥이 쉼없이 꽈당탕거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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