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 회


제 4 장


4


《쩌어!-》

이깔나무들이 울창한 수림사이로 뻗은 고개길을 따라 여라문필의 말들이 달리고있었다.

주몽과 그의 부하들이였다. 새깃이 꽂힌 절풍을 쓰고 붉은 저고리를 입은 주몽은 주홍빛준마를 타고 앞섰고 검고 누런 군마들은 그뒤를 따르고있었다.

고개마루에 먼저 오른 주몽은 고삐를 당겨 말을 세웠다.

한바탕 달리고도 직성이 풀리지 않았던지 말은 으흐흥!- 하고 코를 풀며 껑충 뛰여올랐다. 그 소리에 놀란 한떼의 새무리들이 숲속에서 날아올라 어디론가 사라졌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주몽은 땀을 들이며 옆에 선 오이와 마리를 건너다보았다.

《오래간만에 한바탕 달려보았구만.》

《주몽형, 이왕 왔던김에 사냥경기를 해봄이 어떠하오이까?》

동가슴을 활 열어제끼고 손부채질로 머리를 식히던 마리가 제 성미 그대로 성수가 나서 떠들었다.

오이는 웃음을 지었다. 주몽이 그들을 불러 오래만에 여기까지 달려온것은 필시 무슨 중한 일을 의논하고저 하였음이 분명하였다.

아닐세라 주몽은 정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오이, 일전에 내가 려송의 소식을 알아보라 하였는데 어째서 아무말도 없나? 혹시 그동안 마음이라도 변한게 아닌가?》

뜻밖의 물음에 오이는 당황한 낯으로 마리를 바라보았다.

마리는 컴컴하게 질린 얼굴로 떠듬떠듬 말을 이었다.

《어찌 그럴리가 있소이까? 사람을 여러곳으로 파했으나 려송의 행처는 여적 알길이 없소이다.》

주몽은 어딘가 알지 못할 먼곳을 응시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임자들은 나에게 무엇인가 속이고있네. 정말 섭섭하기 그지없구만.》

오이는 주몽이 이미 모든 사연을 알고있음을 깨달았다.

다시 부여땅으로 돌아간 려송은 초적들을 이끌고 부여통치배들의 통치거점들을 련이어 들이치고있었다.

부여의 통치배들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종횡무진하는 초적들의 습격에 미처 대응하지 못해 쩔쩔매고있었다. 오이는 그것이 적들의 눈길을 저들에게 끌어당겨 주몽의 새 나라성립을 돕기 위한것임을 잘 알고있었다.

(려송, 정말 고맙소!)

가슴아픈 곡해와 마음속 상처를 안고도 자기를 이겨내고 꿋꿋이 일어나 싸우는 처녀의 모습이 더없이 장해보였다.

그러나 그는 마리의 누이동생이다. 십여년세월 헤여져 살아온 그들 오누이의 상봉을 한시바삐 마련해주고싶었다.

아마 오빠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면 려송은 한달음에 달려올것이다. 오이가 부여땅으로 들여보낼 사람을 머리속으로 골라보느라 궁싯거리고있을 때 마리가 찾아왔다. 그도 려송의 소식을 들은터였다.

《형님, 려송의 일로 사람을 파하려 한다는게 사실이오이까?》

《그렇네. 조금만 참으라구. 그럼 려송을 만나게 될걸세.》

《내 말은 그게 아니오이다. 지금 천금같이 귀중한것이 시간인데 그것을 우리 려송이가 얻어내고있소이다. 이제 어차피 려송을 불러오면 대소태자의 눈길은 자연 여기로 쏠리게 될것이오이다.》

《…》

사리분명한 마리의 말에 오이는 아무 응대도 할수 없었다.

《지금형편에서… 누구도 려송을 대신할수 없소이다. 려송이도 이 오랍의 심정을 리해할것이오이다.》

무척 힘들게도 떼는 마리의 말이였다. 사지판이나 다름없는 싸움터에 려송을 그냥 떨구어달라는 말이 어찌 쉽게 나올수가 있으랴. 십여년세월 소식도 모르고 헤여져 아직 따뜻한 해후 한번 나누지 못한 그들이 아닌가.

오이는 불시에 가슴속에서 불뭉치같은것이 솟구쳐오름을 느끼며 마리의 어깨를 으스러지게 꽉 잡았다 놓았다. 사실 그것은 오이가 마리에게 하고싶었던 말이기도 했다. 이렇게 되여 그들 두사람은 당분간 려송의 일을 내비치지 않기로 했었다.

그런데 지금 주몽이 그 일을 두고 노해있는것이다.

《만일 그러다 시각이 지체되여 려송의 신상에 변이라도 생긴다면 어떻게 하겠소? 임자들은 어째서 내 마음을 그리도 몰라주는가? 엉.》

주몽은 오이와 마리를 엄하게 질책했다. 그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주몽이였다. 바로 그렇기때문에 그는 더욱 엄한 매를 들려고 결심한것이다. 오이와 려송의 사랑을 이어주고싶었고 마리에게 혈육의 정을 되찾게 해주고싶었다.

《대인-》 마리가 떨리는듯 한 소리로 주몽을 불렀다.

《려송의 일은 누가 시킨것이 아니라 제스스로 하는 일이옵니다.

그 애는 이 마리의 누이동생이기 전에 장차 일떠설 새 나라의 백성이옵고 대인어른의 신하이옵니다.》

눈을 슴벅이며 아뢰는 마리의 모습을 바라보는 오이의 눈가에도 눈물이 핑 어렸다. 주몽은 감동어린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사랑과 정은 검보다 강하거늘 그대들과 같은 충의로운 신하들이 있어 새 나라는 반드시 일어설것이요.》

이렇게 말하는 주몽의 눈가에도 맑은 눈물이 맺혀흘렀다.

정녕 이런 충의지사들이 있어 단군겨레의 앞날은 밝고 창창한것이 아닌가?

그들이 산협길을 벗어나 도성으로 향하는 큰길에 들어섰을 때였다.

말탄 파발 하나가 다급히 그들을 향해 달려오고있었다.

《무슨 일이냐?》 오이가 먼저 말을 몰아 앞으로 다가갔다.

《아뢰오. 다라나성주 두로가 반란을 일으켰소이다. 적지 않은 귀족들이 그에 합세하여 형세가 매우 위태롭게 되였소이다.》

《무엇이라고?》

우려했던 일이 끝내 터지고야만것이다.

일은 이렇게 시작되였다.

대소왕자에게 보내는 두로의 밀서와 례물을 실은 귀얄수염일행이 경계지경인 부수나성의 수비군사들에게 단속되였다.

처음엔 상인들이라고 우기던 그들은 더는 정체를 감추기 어렵게 되자 칼을 빼들고 덤벼들었다. 여러명의 수비군사들이 죽고 놈들은 도망치였다.

부수나성의 녹살이 기마군사들로 추격하여 한놈을 겨우 사로잡아 토설을 받아내였는데 그것은 실로 믿기 어려운 놀라운 사실이였다.

녹살이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사이에 눈치를 챈 두로는 선손을 써서 이미부터 련계가 있던 귀족들을 부추겨 반란을 일으켰다. 그런데 더욱 위험한것은 부여땅으로 도망친 귀얄수염패거리가 부여의 군사들을 청병하여온다는 사실이였다.

사태가 위급했다.

두로의 반란군사쯤은 별로 문제가 될것이 없으나 만약 부여군사들이 지경을 넘어 쳐들어온다면 형세가 불리해질수도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우엉씨처럼 오이의 가슴에 지꿎게 달라붙었다.

《빨리 군영으롯!》

주몽이 이렇게 소리치며 말에 박차를 가하였다.

오이와 마리도 그뒤를 따라 질풍같이 말을 몰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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