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 회)


제 3 장

12


백마에 올라앉아 애숭이전령에게 견마를 잡히고 거처지를 나선 최충은 사뭇 기쁜 얼굴로 산판을 둘러보았다.

천리장성을 쌓아나가야 하는 사방의 산판들에는 천고의 참나무숲이 끝간데없이 펼쳐져있다.

수수천년 사람의 발길이 미쳐보지 못한듯한 산마다에 아름드리참나무가 울창하여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저런 산판에서 발을 자칫 잘못 내짚으면 한다하는 사냥군들도 길을 잃기가 십상일것이다.

왜 진작 저 산판들에서 숯을 구워낼 생각을 못했는지.…

어찌나 나무가 빽빽한지 수백명이 달라붙어 이 한골안의 참나무를 다 베여 숯을 굽자고 해도 십년은 실히 잘 걸릴것 같았다.

이런 경우를 가리켜 일석이조라고 할것이다. 장성공사를 하면서 아름드리참나무를 베여 굵은 토막으로는 숯을 구워 병마도감에 보내주고 가지는 땔감으로 쓰니말이다.

이런 좋은 일거리를 애숭이전령이 찾아낼줄이야 어찌 알았으랴.

최충은 산판의 여기저기서 뭉게뭉게 타래쳐오르는 연기를 보며 서로 부르고 화답하는 군사들의 떠들썩한 목소리를 듣느라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이제 더는 숯때문에 근심을 안해도 된다. 병마도감의 숯고간이 통채로 타버렸다는 비보를 받았을 때같아서는 사태를 인차 바로잡을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하였다.

기껏 세웠다는 방책이 녕주대도호부사에게 숯을 내라는 령을 내린것이 고작이였다.

최충의 엄한 령에 못이겨 도호부사는 관청들에 가지고있던 숯을 모아 병마도감에 보내주었다.

허나 그런 분부도 한두번이지 어떻게 자꾸만 내리먹이겠는가.

며칠전 애숭이전령이 최충에게 자기 생각을 내비쳤다.

《소인이 숯구이를 좀 아는데 예서 숯을 구으면 참 제격이겠소이다. 여긴 사방이 참나무산이 아니오이까. 숯중에선 참나무숯이 으뜸인줄 아오이다.》

그 말이 최충에게는 대뜸 금같이 비싼 조언으로 들렸다.

그날로 최충은 즉시 채석장에서 백여명의 군사들을 떼내여 숯구이를 통이 크게 벌렸다.

쇠를 녹이는데서 참나무숯이 제일 좋고 그다음은 소나무숯이라고 하니 이곳에 무진장한 참나무로 숯을 구워 서경에 보내주자는 최충의 령에 군사들의 열성은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단 며칠내로 숯구이가마를 여러개 쌓은 군사들은 밤낮으로 숯을 구워내고있었다.

《판병마사님!》

욕심스런 눈길로 산판을 둘러보던 최충은 애숭이전령의 부름소리에 그를 굽어보았다.

애숭이전령이 손을 들어 뒤쪽을 가리켰다.

《우봉전령이 오고있소이다.》

뒤를 돌아다보니 정말 우봉전령이 채찍질을 하며 말을 달려오고있었다. 서경에서 오는 길이였다.

최충은 한탄조로 입을 열었다.

《허참, 오늘은 숯구이막들을 돌아보려 했는데 또 발목을 잡히는군.》

거의 뒤따라온 우봉전령은 말우에서 껑충 뛰여내리더니 급히 뛰쳐왔다.

《판북계병마사님! 서경에서 리공어른이 보내는 공문서를 가지고왔소이다.》

최충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경의 리공이란 서경에 떨궈놓은 리순일북계병마부사를 이르는말이다.

공문서를 뜯어본 최충은 대경실색하였다.

박원작이 임금이 내린 어지에 따라 삭탈관직을 당하고 서민이 되였다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만사전페하고 박원작의 일부터 바로잡아야 할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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