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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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작이 선두에 타고가는 마차행렬의 맨뒤에는 김충지가 앉아가고있었다. 서민차림을 한 그는 덜거덩대며 쉬임없이 굴러가는 수레에 앉아 최충의 당부를 다시한번 되새기고있었다.

며칠전 박원작은 김충지에게 사람을 띄워 설전으로 서경으로 내려가겠다는 결심을 알리였다.

설을 쇠지 않고 갑작스레 서경으로 내려간다니 이게 웬말인가.

놀란 김충지가 최충을 찾아가서 그 사실을 전하니 그는 껄껄 웃고나서 《내 그럴줄 알았다니까. 하긴 그래서 박원작이지.》 하더니 정색해서 말했다.

《내 이제 하는 말을 명심해두게. 자넨 박공과 함께 서경에 가되 천균노를 만들어낼 때까지 그의 곁에 있어야 하네. 그것도 벼슬이라고 말할수 없는 련장교위(련장의 기술감독관)로 말일세.》

그 말에 김충지는 기가 막혔다.

스승이 국자감의 산학과를 우수한 실력으로 마친 이 제자를 박원작의 버금가는 관직에서 일하라 할줄 알았는데 기껏 한개 장의 교위나 하라니 그것은 너무한 처사로 여겨졌다.

《어려운 일이야. 하지만 어려서부터 련장일을 해본 자네가 아니면 그 일을 감당할수 없네.》

스승의 말이 속으로 내려가지 않아 김충지는 한숨을 거듭 내쉬였다.

그가 어려서부터 련장일을 한것은 사실이였다. 개경에는 쇠나 구리를 녹여서 갖가지 물건을 만들어내는 장야서라는 관청이 있는데 김충지의 할아버지도 그렇고 아버지도 다 거기서 승(정8품관)의 말직벼슬을 하였다. 말이 벼슬이지 그들은 언제나 장공인들과 함께 쇠물이 끓는 철덕앞에서 웃통을 벗고 일했다.

《천균노를 만들어내는 일이 국사중의 국사인줄은 자네도 잘 아는것이고… 말을 바로한다면 천균노를 만들어내는 일은 책을 읽는것과 달라서 박원작이 아니면 누구도 그를 대신할수 없다는것일세. 그런 인재는 어데 가서도 데려올수 없으니까.》

김충지는 그 말에 어깨를 낮추었다. 스승의 말을 그 누가 부인하랴. 국자감의 선배인 박원작은 인재중의 인재여서 그가 없이는 《신기한 병기》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할것이다.

최충은 나직이 탄식조로 말했다.

《내 미처 박공의 일에 관심을 깊이 돌리지 못한것이 지금에 와서 참 후회되네. 아마 조정이 그를 더 잘 도왔더라면 우린 이미 천균노같이 굉장히 위력한 병기도 가졌을거네. 그리고 내 알아보니… 나쁜놈들 작간으로 박원작이 만들어낸 화약도 그렇고 수질노도 타국으로 빠져나간게 틀림없네.》

김충지는 깜짝 놀랐다. 스승의 말이 참말이라면 나라는 큰 손실을 당한게 아닌가. 그 위력한 병기가 적국의 손에 들어갔다면 세상에 더 큰 재난이 닥쳐오리라.

김충지는 의분이 끓어올라 부르짖었다.

《사부님! 도대체 어떤자들이 그걸 타국에 넘겨주었소이까?》

최충은 두눈을 크게 뜨고 자기를 쳐다보는 김충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머리를 기웃거렸다.

《아직은 그자들이 누구인지 딱히 까밝혀내지는 못했네. 그런자들을 밝혀내는것도 급한 일이지만 그보다 우리의것이 더는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나쁜놈들이 발붙일 틈을 주지 않는게 더 급선무일세. 아직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은 아니니 이제라도 정신을 바싹 차리고 방비를 잘하면 되네.》

김충지는 안도감으로 해서 숨이 나갔다.

《자넨 아는것도 많고 고생도 겪어보아 누구보다 박공을 크게 도울수 있네. 자네가 할 일은 크게 두가지인데… 첫째로는 박공을 도와 천균노를 만들어내는것일세. 지금 천균노를 만드는 일을 달가와하지 않는 사람들이 조정에도 있고 그밖의 다른 곳에도 있을거네. 보다는 타국사람들이 그걸 안다면 꼭 훼방을 놀거나 그 비방을 훔쳐가려고 접어들걸세. 그래서 천균노를 만드는 일이 어려울거네.

천균노를 만들자면 단번에 놋쇠 3만근을 녹여내야 하는데 그런 일엔 자네가 조예가 깊으니 마음이 놓이네. 둘째로는 화약의 비방이 타국에 새여나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막는것일세. 물론 박공이 염초장을 직접 맡아보면서 화약의 비방을 엄수하고있지만 그 혼자 힘만으로는 미타해. 적들도 이목이 밝고 간계에 능한것만큼 우리가 하나를 하면 그 못지 않게 대응해나올거네.

그러니 자넨 남들의 눈에 표나지 않게 장공인들과 휩쓸려서 매사에 눈을 밝히고 귀를 도사려 랑패가 없도록 방비를 해야겠네. 재삼 당부하지만 천균노를 만들어내는 일이자 화약의 비방을 지켜내는 일임을 명심하게.》

그러면서 최충은 이제 서경에 가거들랑 리자연의 줄을 타는 사람부터 알아내고 그들의 동태를 살피면 할 일이 나질거라고, 매사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여 자그마한 실수도 없도록 하라는 당부를 하였다.

펄럭, 펄럭…

바람이 풍막을 흔드는 소리에 김충지는 고개를 쳐들었다.

절령을 넘어서인지 날은 한결 푸근했다.

일감을 똑똑히 걷어쥐고 서경으로 마차를 몰아가는 김충지는 낯선 고장이 다가오고있건만 앞일이 두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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