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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8월 26일

평양시간


(제 1 회)


제 1 장


1


《선종 10년 6월, 도병마사가 〈박원작이 만든 천균노는 참으로 위력한것이기때문에 언제나 성밖에서 쏘기를 연습하였는데 지금은 그만둔지 오래오니 원컨대 금년부터 다시 옛법대로 실행하도록 해주시기를 청하옵니다.〉라고 아뢰니 임금이 허락하였다.》

―《고려사》 제81권 지제 35에서―


1040년(고려 정종6년) 가을 어느날이였다.

서경성의 대동문을 나선 북계병마도감사 박원작은 대동강을 따라 장사진을 친 인파를 보자 가슴이 울렁거렸다. 여기에 온 서경성사람들이 다 모여든것 같았다.

새로 만들어낸 《신기한 병기》의 하나인 수질구궁노의 발사시험을 치른다는것을 알리지도 않았건만 어떻게 알고 장사진을 이루었는지…

수천수만의 시선을 느낀 박원작은 전복속의 제몸이 보잘것없이 작아보이면서 더 쫄아드는것 같았다. 당황해난 까닭에 가없이 펼쳐진 맑은 하늘아래 푸른 물 늠실대는 대동강의 아름다운 자태도 눈에 안겨들지 않았다.

그의 심중을 엿보았는지 련장행수 근달이 백발의 수염을 흩날리며 다가왔다.

《병마도감사님!》

근달의 부드러운 부름소리에 박원작은 이내 마음의 안정을 어느정도 되찾았다.

마음의 여유를 느낀 박원작은 대동문앞에 벌려선 병마도감의 장공인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이 하나같이 름름하고 씩씩하게 안겨왔다.

두사람씩 조를 무었는데 매 조마다 새로 만든 수질구궁노가 갖추어져있었다.

사람이 끌고다닐수 있도록 작게 만든 손수레우에다 발사통이라고 하는 참대토막 9개를 올려놓은것이 수질구궁노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큰 칼도마만한 널판자에다 3층으로 된 매개 층에 한주먹의 간격으로 3개의 구멍을 나란히 뚫고 거기에 호미자루같은 참대토막을 한개씩 끼워넣은것을 손수레우에다 든든히 설치하였다.

겉보기에는 예리한 칼 하나도 갖추어져있지 않아 저게 무슨 병쟁기로서 구실을 할가 하는 의문이 가지만 이제 저기에서 세상이 알지 못하는 무서운 불소나기가 쏟아져나올것이다.

박원작은 8모나무방망이에 구리를 씌운 거포(지휘봉)를 천천히 추켜들었다. 그러자 장공인들이 재치있는 동작으로 발사통이라고 하는 참대토막들에 화살을 먹이였다.

발사통에 먹이는 화살은 보통 화살이 아니다. 불화살이라고 하는데 얼핏 보기엔 대우전(깃을 크게 댄 화살)같으나 화살촉의 뒤가 북(방추)처럼 생겼다. 그것을 약통이라고 부르는데 그안에는 화약이 들어있다. 화살촉의 뒤에 붙어있는 천과 종이로 감싸맨 약통에는 명주실을 여러겹으로 꼬아만든 불심지가 끼여있다.

발사통들에 불화살을 먹인 장공인들이 수질구궁노를 안아들었다. 그들은 대동강의 복판에 띄워놓은 거루배를 겨누었다.

자신심이 넘쳐있는 장공인들을 미덥게 바라보며 박원작은 높이 쳐든 거포를 힘껏 내리웠다.

《쐇!―》

박원작의 구령소리에 수질구궁노를 겨누어든 짝패들이 저저마다 숯불이 이글거리는 화로에서 화심(불꼬챙이)을 집어들고 불화살에 드리워있는 불심지에 가져다댔다.

불심지들에서 흰 연기가 피여오르더니 이어 콩볶는듯한 폭발소리가 울렸다. 그와 동시에 수질구궁노들에서 화살들이 연방 하늘로 날아올랐다.

수십개의 수질구궁노들에서 쏘아대는 불화살로 하여 검은 연기가 대동강의 하늘을 온통 뒤덮었다.

《맞았다!―》

누군가의 웨침에 사람들이 환성을 터치였다. 불화살들에 얻어맞은 거루배가 삼단같은 불길에 휩싸인것이였다.

불길에 휩싸인 거루배를 보는 순간 박원작은 너무 기뻐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아, 드디여 우리 군사들에게 그 어떤 적진도 손쉽게 불살라버릴수 있는 간편하고도 위력한 병기를 안겨줄수 있게 되였구나. 저 수질구궁노들앞에 이 땅을 침범하는 오랑캐들은 뼈도 추리지 못하리라.

근달이 목메여 부르짖었다.

《병마도감사님! 끝내 뜻을 성취하셨소이다. 수질구궁노까지 만들어냈으니 어느 오랑캐가 감히 우리 나라를 넘겨다보겠소이까.》

거포를 안은 박원작의 눈에 눈물이 글썽했다.

그렇다. 《신기한 병기》를 가진 고려군은 세상에서 제일 강한 군사로 되였다. 이제 애국의 충정으로 불타는 우리 군사와 맞설 적이 이 세상 또 어데 있으랴!

병마도감의 장공인들, 서경성사람들의 성실한 모습이 불시에 눈앞에 어리며 그들의 도움이 아니였다면 수질구궁노와 같은 《신기한 병기》들을 거듭 만들어내지 못했을것이라는 생각이 가슴뿌듯이 샘솟았다.

서경에서 보낸 8년과 멀리 흘러간 개경살이 20여년이 주마등같이 떠올랐다. 열정과 환희로 수놓아진 보람있는 서경살이 8년을 어찌 잊을소냐!

《병마도감사님.》

근달의 은근한 부름소리에서 박원작은 그 말뜻을 읽었다. 눈길을 드니 방금 수질구궁노를 쏜 자리에 《신기한 병기》들인 팔우노 한문과 뢰등석포들, 수질노들이 주런이 자리를 잡고있었다. 병마도감사로 부임해온 그 첫해에 새롭게 만들어냈던 병기들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신기한 병기》들을 만들어 북계(오늘의 평안남북도, 자강도)와 동계(오늘의 함경남도와 강원도 일부)를 지키는 군사들에게 보내주었던가. 경군(중앙군)도 저런 병기들로 그쯘하게 장비했다.

이 병기들은 서경군에 주려고 요새 또 만든것들인데 수질구궁노와 더불어 그것들의 일제사격의 위력을 다시한번 시위하려고 내오게 한것이였다.

팔우노는 《신기한 병기》들중에서 으뜸가는 거물이다. 이 병기의 시위줄을 당기는데 황소 8마리가 끄는 힘이 든대서 팔우노라고 부른다. 팔우노에는 수십개의 불화살이나 쇠화살을 재울수 있는 발사통이 있다.

한아름이 잘되는 참나무로 네 기둥을 세우고 그 틀우에 수십근짜리 큰 활이 세개나 묶어져있는데 거기에 발사통이 붙어있는 굵은 시위줄이 매여있다. 힘쎈 장정 백명이 달라붙어야 시위줄을 만궁으로 당겨놓을수 있다.

팔우노에 보통 화살들을 재워 쏘면 이삼백보에 이를수 있고 불화살인 경우에는 천보를 능히 날릴수 있다.

더우기 아군이 적의 성을 칠 때 팔우노에 철전을 재워 쏘면 엄청나게 센 힘으로 날아난 철전들은 굳은 성벽에 박힌다. 아군이 바로 성벽에 박힌 철전을 디디고 손쉽게 성을 넘어들어갈수 있으니 얼마나 유익한 병기인가.

수질노는 지팽이만한 참대토막으로 되여있는데 불화살을 한개 재울수 있다. 한번에 한개의 불화살밖에 쏠수 없는 부족점을 메꾸려고 새로 만든것이 수질구궁노이다.

팔우노와 수질노가 화살을 날린다면 놋쇠(청동)로 만든 뢰등석포는 아름드리 돌탄을 쏘아 적진을 짓뭉개버릴수 있다.

번개와 우뢰를 일으킨다고 하여 뢰등석포라고 하는 화포를 쏠 때면 붉은색, 풀색, 푸른색, 남색, 감색, 누른색의 여섯가지 불꽃을 멋있게 날린다. 그래서 륙화석포라고도 부른다.

뢰등석포는 긴 단지모양의 약통과 그우에 올려놓을수 있게 된 절구모양의 완구로 나누어져있다. 각각 백근이나 되는 완구와 약통은 든든한 나무포가우에 설치되여있다.

박원작은 천천히 거포를 쳐들었다.

그러기를 기다리던 장공인들이 벌떼처럼 팔우노에 달라붙었다. 바줄을 당기듯 엿―싸, 엿―싸 힘을 모아 소리를 지르면서 장공인들은 팔우노의 시위줄을 당겼다. 팽팽하게 만궁으로 당겨진 시위줄이 팔우노의 걸개턱에 걸렸다.

뢰등석포들에 달라붙은 장공인들의 모습도 볼만하다. 불심지가 든 약통에 화약을 다져넣고 그우에 참나무격목을 맞춘 장공인들이 완구아가리로 80근짜리 돌탄을 집어넣느라고 떠들어댔다.

박원작은 수질노들에도 불화살이 재워졌음을 확인하고서야 힘있게 거포를 휘둘렀다.

《쐇!―》

여러 장공인들이 화로에서 시뻘겋게 단 화심을 집어들었다.

수질노들, 뢰등석포들, 팔우노에서 거의 동시에 불심지들이 타들며 연기를 토했다. 이어 현란한 화광이 번쩍― 충천하더니 꽝!― 하는 요란한 포성이 울렸다. 뢰등석포가 먼저 불을 토한것이였다.

단숨에 하늘을 짓뭉갤듯 아름드리 돌탄들이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그에 질세라 무수한 불화살들이 꼬리를 물었다.

또다시 대동강에 띄워놓은 거루배들로 뢰등석포에서 쏜 돌탄이 날아들었다.

와당탕!― 마사지는 소리에 이어 거루배들은 산산쪼각이 났다.

박원작은 대동강건너기슭에 과녁으로 무져쌓은 짚단에로 불화살들이 내려꽂히고 이어 거기에 불길이 치솟는것을 보았다. 와― 와― 흥분으로 설레이는 사람들 못지 않게 박원작도 격정에 휩싸여 가슴을 그러안았다.

아버지가 살아계시여 오늘을 보았더라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가.

아버지가 없었다면 아마도 저 《신기한 병기》들은 쉽게 만들어지지 못했을것이다.

근달이 백발수염을 부여잡고 소리쳤다.

《화전을 날려라!―》

그 소리에 수십명의 활든 장공인들이 대동문앞에 벌려섰다.

화약통이 붙어있는 불화살을 화전이라고 부른다.

궁수들이 일제히 화전을 시위에 먹이자 불망치를 쥔 사람들이 바삐 돌아가며 화전의 불심지에 불을 달아주었다.

궁수들은 너도나도 만궁으로 당긴 시위줄을 놓았다.

핑! 핑!―

화전들은 자욱히 연기를 뿜으며 하늘높이 날아올랐다.

활에다 화전을 재워 쏘는 화전놀이는 박원작이 서경에 와서 생겨난 놀이이다.

그가 병마도감사로서 제일먼저 만들어낸것이 화전이다.

화전을 만들어낸 날 그는 너무 기뻐 대동강반의 밤하늘에 무수히 화전을 날리게 하여 불야경을 이루게 했었다.

그때부터 병마도감에서는 새로운 병기를 만들어낼적마다 화전을 날려 경사를 뜻하게 하였다.

연방 하늘로 날아오르는 화전들을 하염없이 지켜보는 박원작은 이루다 말할수 없는 기쁨으로 하여 가슴이 터져나갈것 같았다.

아, 내 한생에 이런 날이 있을줄 일찌기 상상이나 했던가.

박원작은 멀리 개경쪽 하늘을 바라보며 세운 뜻을 성취하고 돌아올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를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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