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 회)


제 5 장 사랑의 힘


1


승용차는 미끄러지듯 내달렸다.

승용차의 뒤좌석에 앉은 송영숙은 차창밖을 이윽토록 내다보았다.

도목장관리국 국장을 만나기 위해 아침일찌기 공장을 떠난 그였다. 관리국적인 중요한 문제를 의논하기 위하여 떠난 걸음이지만 지금 그의 마음은 차창밖에 펼쳐진 화창한 봄경치에 쏠려있었다. 어디를 둘러보나 산천도 사람들도 봄단장에 드바빴고 어디서나 향긋향긋 봄냄새가 풍겨온다. 자연의 힘은 얼마나 신비로운가.

눈보라와 광풍으로 강산을 얼구었다가도 언제였던가싶게 따스한 입김을 내불어 살뜰히 어루만져주고 만물에 생기를 주며 아름다운 꽃을 피워준다.

화창한 봄날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약속하던가. 무성한 아지마다 주렁질 행복의 열매가 아니던가.

송영숙은 봄날의 푸르른 언덕으로 들놀이나온 녀학생처럼 꿈꾸는듯 한 눈길로 차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는 지난밤에도 늦도록 먹성인자를 찾기 위한 연구를 하였다. 연구를 시작한지 1년이 되도록 푸르끼레하고 걸쭉한 액체는 자기의 비밀을 터놓지 않으려고 온갖 요술을 다 부리고있다.

늦어도 반년이면 먹성인자를 찾게 되리라 믿었던 그였다. 앞으로 헤쳐가야 할 미지의 세계를 그려보느라니 마음이 우울해지기까지 했다.

(내가 과연 성공할수 있을가?… 내가 아니라도 정의성동무가 어련히 연구할텐데 내가 괜히 이러는게 아닐가?…)

그러나 지금 눈앞에 펼쳐진 화창한 봄풍경은 간밤의 울적하던 기분까지 말끔히 가셔주고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었다.

봄! 아름다움과 함께 새로운 희망과 꿈을 안겨주는 봄!

어느덧 송영숙이 탄 승용차는 고층건물들이 즐비한 도소재지에 들어섰다.

도목장관리국은 도소재지중심에서 얼마간 벗어나 동흥산기슭에 자리잡고있었다. 승용차에서 내린 송영숙은 차림새를 살펴보며 접수실로 다가갔다.

그는 낯익은 젊은 사람에게 국장이 찾아서 왔다고 말하였다.

《알구있습니다. 방금전에 국장동지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리공장 기사장이 도착하지 않았는가구요. 어서 올라가십시오.》

《알겠어요. 제 그럼…》

접수실에서 물러난 송영숙은 관리국청사 2층으로 걸음을 내짚었다.

(무슨 일때문에 접수실에까지 전화로 알아보았을가?…)

그는 계단을 오르며 생각하였다. 어제 저녁에 받은 전화에서는 관리국적인 중요한 문제가 제기되였으니 곧 올라오라는 지시뿐이였다.

송영숙은 자기를 부른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더 생각할수 없었다. 국장의 방앞에 이른것이였다. 그는 가볍게 손기척소리를 내였다.

안에서 들려오는 응답소리에 송영숙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아! 오리공장 기사장동무구만. 어서 오시오.》

누군가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관리국장은 틀진 몸을 일으키며 송영숙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는 곧 앞에 앉은 젊은 사람을 가리켰다.

《인사하시오. 농업성 축산담당 부국장동지요.》

국장의 소개를 받은 송영숙은 처음 만나는 농업성 부국장에게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이윽고 그는 관리국장이 가리키는 폭신한 의자에 앉았다.

《오늘 기사장동무를 부른건 다름이 아니라…》

국장은 만날 때마다 집식구들의 안부를 묻군 하던 그전과는 달리 직방 사업권내로 송영숙을 이끌었다.

《…지난해 오리공장에서 높아진 고기생산계획을 넘쳐수행한 좋은 경험을 다른 단위들에 보여주기 위한 사업을 조직하자는겁니다. 말하자면 전국적인 보여주기지요.》

《우리 공장에서 보여주기를 한다는겁니까?》

송영숙이 조용히 되물었다.

관리국장은 서글서글한 눈매에 웃음을 담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기사장동무가 오리공장에서 사업을 시작한지도 이젠 삼년이 되지 않았소?》

《예, 꼭 삼년째입니다.》

《결국 세번째 봄을 맞이한셈이구만. 그동안 많은 일을 해놓았지. 그곳 지배인동무랑 당비서동문 만날 때마다 그저 기사장칭찬이요.》

국장의 말에 송영숙은 약간 수집음을 타며 얼굴을 붉혔다.

그의 말이 농업성 부국장앞에 자기를 내세우려는 의도임을 느꼈던것이다. 아닐세라 젊은 부국장이 송영숙이쪽으로 돌아앉았다.

《우리가 알기에는…》

농업성일군이라기보다 대학의 박사원생이나 연구사라고 하면 더 잘 어울릴것 같은 젊은 부국장은 송영숙을 바라보며 말을 꺼내였다.

《그곳 오리공장에서 국산화된 오리먹이첨가제를 자체로 만들어 고기생산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데… 그에 대해 좀 말씀해주십시오.》

부국장의 말을 듣는 송영숙은 며칠전 도일보사의 녀기자가 공장사업을 취재하면서 자기에게 하던 질문이 떠올랐다.

(그때 그녀성기자동무도 나에게 이와 꼭같이 물었었지.…)

송영숙은 마이크앞에서 느끼였던 거북하던 감정을 다시금 체험하였다.

그는 공장에서 생산하고있는 첨가제와 그것을 생산에 적용하고있는 실태며 생산장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말해주었다.

《광명성제염소 소금밭이끼를 주원료로 공장자체로 첨가제를 만들었단 말입니까?》

농업성 부국장은 자못 흥미있는 눈빛으로 물었다.

이윽고 그는 온 나라 그 어디서나 위대한 장군님의 유훈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이 불길처럼 타오르고있으며 더우기 장군님의 거룩한 현지지도자욱이 아로새겨져있는 단위들에서 그 열도가 더욱 높다고 말하였다.

그는 축산부문의 일군들과 로동계급도 더 높은 고기생산으로 장군님의 유훈을 관철하기 위해 부글부글 끓고있는 때 오리공장의 경험은 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수 있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우린 이곳 관리국산하 오리공장에서 전국적인 보여주기를 하자고 하는데 기사장동무생각은 어떻습니까?

기사장동무가 사업년한은 길지 않아도 해놓은 일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이번 보여주기를 통해 자기의 사업경험에 대해서도 토론하십시오.》

이미 관리국장에게서 송영숙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들은 농업성 부국장은 신심있게 말하였다.

그럴수록 송영숙의 생각은 깊어졌다. 공장에서 자체로 만든 첨가제로 고기생산을 높인것은 사실 자랑할만 한 일이다. 그리고 공장첨가제가 수입첨가제 못지 않은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도의 범위를 벗어나 전국 축산부문일군들에게 자기들의 경험과 생산성과에 대하여 큰소리칠만도 하였다. 더우기 가금업의 오랜 력사를 가지고있는 큰 공장의 녀성기사장을 축산부문일군들앞에 내세우려는 관리국장과 부국장의 마음은 또 얼마나 고마운가.

하지만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첨가제를,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은 첨가제를 자랑한다는것이 어쩐지 떳떳치 못하게 생각되였다.

(먹성인자도 찾지 못한 첨가제를 완성된것처럼 자랑하는건 부끄럽고도 떳떳치 못한 일이다. 그러니…)

문득 정의성의 사색적인 눈빛이 떠올랐다. 그의 마음도 모르고 자기가 주제넘게 나서서 좋은 일을 훼방하는게 아닐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곧 머리를 저었다.

(아니야! 그 동무도 나와 같은 생각일거야. 자기의 명예와 존엄을 생명처럼 여기는 그 동문 결코 미완성품을 내놓고 자랑하진 않을거야. …)

송영숙은 어쩐지 정의성을 자기처럼 믿고싶었다.

이윽고 그는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 공장에서 해놓은 크지 않은 성과를 관심해주구 또 내세워주는데 대해 뭐라고 감사드릴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제가 공장에 돌아가 관리국에서 토의된 문제를 놓고 일군들과 의논해야겠지만 제 생각에는… 채 완성되지 않은 첨가제를 전국에 내놓구 자랑한다는게 좀 부끄럽게 생각됩니다. 그래서 보여주기를 미루었으면 하는데…》

송영숙은 량해를 바라는 눈길로 두사람을 쳐다보았다.

두사람은 다같이 말이 없었다. 원주필뒤등으로 책상을 다독이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있던 관리국장이 눈길을 들었다.

《하지만 오리공장은 과학기술측면만이 아니라 생산에서도 자랑할만한 일을 많이 해놓지 않았소? 알깨우기직장을 새롭게 현대화한것만도 얼마나 큰 성과요?》

그는 좋은 기회를 놓쳐버리는것이 제켠에서도 아쉬운듯 송영숙의 생각을 튕겨주었다. 알깨우기직장의 현대화를 새롭게 완성하여 알깨우기률을 높이고 생산장성에 크게 기여한데 대하여 그는 관리국산하 일군들의 모임에서도 여러번 소개했었다.

송영숙은 빙그레 웃음지었다.

《국장동지! 전 그저 제 생각을 이야기했을뿐입니다. 공장에 돌아가 지배인동지와 다시 의논해보겠습니다.》

국장도 농업성 부국장도 다같이 머리를 끄덕이였다.

《참! 공장첨가제를 연구한다는 그 기사동무 이름이 뭐라구 했던가요? 정…》

젊은 부국장이 송영숙을 건너다보며 물었다. 국산화된 우리 식의 새로운 첨가제를 연구하고있는 기사에게 마음이 끌린듯 한 얼굴이였다.

《정의성동무입니다.》

송영숙은 또박또박 발음하면서 말을 이었다.

《몇년전까지 연구소에서 연구사로 있다가 새로운 첨가제를 연구완성하고 생산에 도입하기 위해 우리 공장에 아주 내려온 동무입니다. 그 동문 오래지 않아 첨가제를 꼭 완성할겁니다.》

공장의 기술자에 대하여 열렬히 보증하고 연구성과를 확신하는 송영숙을 보며 부국장은 크게 감동하였다.

《결국 훌륭한 연구사가 좋은 일군을 만난셈이군요.》

그는 관리국장을 건너다보며 한마디 하였다.

국장도 이때라싶게 머리를 끄덕끄덕하며 말했다.

《훌륭한 일군의 뒤에 그보다 더 훌륭한 일군이 있는 법이지요.》

두 일군의 치하에 송영숙의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다.

이윽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장은 그에게 점심식사를 함께 하자고 말하였다. 송영숙은 고마움을 표시하면서도 그의 권고를 친절히 거절하였다. 자기를 기다리는 일감들을 생각하면 잠시도 지체할수 없는 그였다.

그는 공장에 돌아가 첨가제문제에 대하여 일군들과 다시 토론한 다음 전화로 알려주겠다고 말한 다음 가볍게 머리숙여 인사를 하고 국장사무실을 나섰다.

송영숙은 승용차를 타고 공장으로 돌아오면서 국장과 나는 이야기를 곰곰히 되새겨보았다. 전국보여주기라는 쉽지 않은 문제를 두고 지배인이나 당비서가 자기와 다른 의향을 표시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장에 도착한 그는 곧장 지배인의 방으로 갔다. 그런데 빈방이였다.

문앞을 지나던 그는 마주오는 생산과 부원을 만났다.

《지배인동진 좀전에 생산부기사장과 함께 가공직장에 나갔습니다.》

인상이 칼칼한 그는 례의를 지켜 깍듯이 인사를 하며 말하였다.

송영숙은 말없이 머리만 끄덕였다.

그는 사무청사를 나서 가공직장으로 걸어갔다. 자전거를 타고다니던 길을 걸어서 가자니 몹시도 힘들었다. 길옆에라도 앉아 다리쉼을 하고싶었다.

(봄날씨여서 그런지 더 맥작하구 피곤하구나.…)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내처 걸음을 옮겼다.

가공직장마당에 들어선 그는 서정관과 함께 털가공장을 돌아보고나오는 장병식지배인을 만났다. 송영숙은 가볍게 목례를 하며 다가갔다.

《관리국에 갔다가 언제 돌아왔소?》

장병식지배인은 어째서인지 심기가 불편해보이는 얼굴로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

지금 막 도착하는 길이라는 대답을 들은 그는 《관리국에서 무슨 일때문에 찾는다오?》하고 석쉼한 목소리로 심드렁하게 물었다.

《우리 공장에서 전국적인 보여주기를 조직하겠다면서 저의 의향을 묻지 않겠습니까?》

《전국보여주기를? 무슨 일로?》

그만에야 지배인은 다우쳐물었다.

《공장자체로 첨가제를 연구하고 생산에 도입해서 고기생산을 높였기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전국 축산부문일군들에게 우리가 연구생산한 첨가제도 보여주고 생산장성의 비결도 자랑하라더군요.》

송영숙은 관리국장과 농업성 부국장을 만났던 이야기를 지배인에게 구체적으로 말해주었다.

《그래 기사장동문 뭐라구 했소?》

장병식지배인은 무척 호기심이 동하는 눈치였다.

《지배인동지랑 일군들과 토론해서 대답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저의 생각은 첨가제를 더 완성한 다음 보여주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첨가제를 더 완성한 다음에?》

지배인은 다시금 퉁명스럽게 물었다.

지배인에게서 아쉬워하는듯 한 인상을 받은 송영숙은 제꺽 말을 이었다.

《그 문젠 아직 결정된 일이 아니니 지배인동지의 생각이 그렇다면 관리국에 다시…》

그는 말꼬리를 흐리였다.

다음순간 송영숙은 지배인과 자기의 얼굴을 재빨리 번갈아보는 서정관의 얄미운 눈길을 느끼였다. 몹시 불쾌하였다.

언제나 사람들의 감정변화를 예민하게 살펴보면서 마음들을 저울질하고 신속히 자기의 위치를 정하군 하는 서정관이였다.

송영숙은 그를 외면하면서 지배인을 쳐다보았다.

지배인은 인츰 소탈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 아니! 좋은 기회를 놓치는건 아쉽지만 기사장동무 생각이 옳은것 같소. 사실 채 완성되지 않은 첨가제를 놓구 자화자찬하는건 잘된 일이 아니지. 그렇지 않소? 부기사장동무?》

장병식은 곁에 선 서정관에게 물었다.

서정관은 송곳이를 드러내며 《예, 그야 그렇지요.》하고 제꺽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이쪽저쪽 다 좋도록 싱긋 웃었다.

송영숙은 말없이 빙그레 웃었다. 자기의 생각을 헌헌히 지지해주는 지배인이 고마왔다.

송영숙은 이번 계기를 통하여 첨가제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 생산에 더 적극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얼마후 그는 지배인과 함께 극동실을 돌아보았다. 오리고기보관실태를 장악하며 칸칸이 돌아보던 그는 곁으로 다가온 방인화에게 눈길을 돌렸다.

《래일부터 공급단위들에 내보내겠지요?》

그의 물음에 방인화는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하더니 문득 《요새 어디 아픈 모양이지요? 얼굴이랑 영 축간걸 보니… 지배인동지도 혈압이 올라서 겨우 출근하신다던데…》하며 서정관과 나란히 앞서 걷는 지배인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방인화의 말을 듣고야 송영숙은 오늘 지배인의 얼굴이 다름아닌 그의 신병때문에 어두웠음을 깨달았다.

《기사장동지도 공장에 처음 왔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건강에 마음 써야 할것 같습니다.》

방인화는 여전히 근심어린 얼굴이였다.

진정어린 그 말에 송영숙은 무랍없이 밝게 웃어보였다.

《생각해주어서 고마워요. 하지만 요즘은 봄날씨여서 그런지 여느때보다 몹시 피곤하군요. 아마 날씨탓일거예요.》

별치않은듯 말하는 그의 대답에 방인화는 머리를 끄덕거렸다.

하면서도 이따금 기사장의 얼굴에 근심어린 눈길을 보내군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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