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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8월 24일

평양시간


(제 41 회)


제 4 장 불타는 지향


6


송영숙은 어머니의 생일 다음날 언니와 아저씨 그리고 남편과 함께 호수가로 나갔다.

언니와 아저씨에게 공장구경도 시키고 또 호수가에서 점심식사도 하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도록 하고싶었다. 먹성인자연구를 시작하기 바쁘게 귀중한 시간을 잃는것이 몹시 안타까왔지만 다음날부터 기어이 봉창하려고 속다짐을 한 그였다.

송영숙은 어머니에게 아이들도 모두 데리고 나가자고 하였다. 그러나 문춘실은 늙은이와 아이들은 짐이 된다면서 눈을 꾹 감고 어서 나가라고 등을 떠밀었다.

백상익과 조광문은 자전거를 타고 한발 앞서 호수가로 나갔다. 그들의 자전거바구니들에는 자기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가득가득 담겨져있었다. 아침시간에 백상익은 안해에게 점심식사에 오리훈제와 송화란을 빼놓지 말라고 당부했었다.

남편들이 자전거를 타고 호수가로 떠난 다음 송영숙은 언니와 나란히 집을 나섰다.

6월의 하늘은 더없이 맑고 청신하였다.

도시생활이 몸에 배인 은숙은 차림새에 무척 마음을 썼다. 그는 검누런 눈보호안경에 미색의 커다란 리봉이 달린 해가림모자를 쓰고 나섰다.

문춘실은 작은딸에게도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지만 송영숙은 그냥 푸른색샤쯔차림을 하였다.

송영숙은 언니와 나란히 걸으면서 공장의 규모와 생산능력에 대하여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은숙은 동생의 말을 들으며 닭공장에 비하여 오리공장이 비할바없이 크고 그 력사 또한 간단치 않은데 대하여 감탄하였다. 한편으로 이렇게 큰 공장의 생산과 기술을 책임진 동생이 한없이 미더웁고 돋보이였다.

그는 동생의 얼굴이며 몸차림에 대하여 유심히 살펴보았다.

몸차림에 별로 관심을 돌리지 않았지만 처녀시절보다 몸이 나고 성격도 활발한 동생은 어느모로 보나 큰 공장의 일군답게 품위있고 세련미가 풍기고있었다.

연하게 화장을 한 그의 얼굴은 언제봐야 정숙하면서도 우아해보이였다. 젊음과 건강의 표징인 숱이 많고 윤기흐르는 검은 머리는 그의 아름다움을 더욱 북돋아주었다.

은숙은 정찬 눈길로 그를 건너다보며 감심한 어조로 말했다.

《너 정말 대단하구나! 공장을 돌아보니 네가 더 돋보여. 아마 이런 큰 공장에서 기사장으로 일하는 녀성은 몇명 안될거야. 오늘과 같은 정보산업시대에 실력가형의 녀성기사장이 어디 쉽니? 그래서 난 네 일이 더 잘되기를 바라게 되누나.》

문득 어머니의 생일날에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났다.

그때 집식구들은 온다간다 소리없이 사라진 동생때문에 모두가 불만스러움을 감추지 못하였었다.

《도대체 어데 갔을가? 도무지 집생각은 안중에도 없다니까.》

어머니까지도 눈살을 찌프리고 오락가락했다.

그러나 백상익만은 안해의 바쁘고 힘든 사업에 대하여 그들에게 리해시키면서 집안분위기를 호전시키려고 애썼다.

《이제 들어오겠지요. 오죽 바쁘면 어머니생일이란것두 잊겠나요?》

은숙은 백상익을 류다른 눈길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남편과 비교해보았다.

그의 남편 조광문은 무척 섬세하고 살뜰한 반면에 가정생활에서 자기본위주의가 무척 강한 사람이였다. 그는 세대주의 사업에 안해가 철저히 복종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또 그렇게 요구하고 복종시키군 하였다. 그리하여 은숙은 지금도 남편의 표정 하나, 말투며 음조에까지 마음쓰면서 남편의 마음이 상할세라 보살피고있었다.

하지만 동생은 가정생활에서 무한정 자유분방하였다.

근심스러운것은 동생이 바쁜 사업을 구실대면서 모든것을 어머니에게 밀어버리고 순간이나마 남편의 마음을 섭섭하게 해주지 않을가 하는것이였다.

친정어머니의 말대로 아들 하나 낳아주지 못하면서도 남편의 보살핌과 리해만을 바라고 도리여 자기에게 관심해주기만을 원한다면 백상익은 얼마나 서운하고 허전할텐가.

그 서운한 마음이 쌓이고쌓여서 행복한 가정에 실금이라도 간다면…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남편에게 성의를 다해라. 가정생활과 부부생활에 충실한것도 훌륭한 녀성의 품성이란다.》

은숙은 어린 동생을 타이르듯 조용히 말해주었다.

《부부간이라고 해서 사랑의 감정이 절로 지속되는건 아니더구나. 사랑의 기초가 아무리 든든해두 서로가 사랑을 받기만 하고 그걸 소홀히 여기면 거기엔 꼭 금이 가게 되는 법이야.…》

송영숙은 언니의 진정이 담겨진 말을 가슴속깊이에 간수하였다.

《사랑철학》을 가르치는 언니의 그 마음을 너무도 잘 알기때문이였다. 그 마음 역시 사랑이 아니던가. 동생의 영원한 행복을 바라는 다심한 사랑…

어느덧 그들은 호수가에 이르렀다. 자전거를 타고 먼저 나와 기다리는 남편들을 만난 은숙과 송영숙은 함께 호수가방뚝에 올라섰다.

그들의 눈앞에는 황홀경이 펼쳐졌다. 드넓은 호수가 물면이 아침해빛을 받아 은구슬을 뿌린듯 눈부시게 반짝이는데 호수건너편 메고치의 푸른 솔숲에는 수백마리의 백로가 내려앉아 마치도 흰눈이 내린듯 새하얗게 보였다.

우리 나라에서 제일 큰 백로살이터가 있는 메고치의 솔숲에는 해마다 수백마리의 백로들이 날아와 호수의 물과 고기를 먹으며 봄과 여름을 보내다가 가을이 오면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가군 하였다.

정결함과 아름다움의 세계를 펼쳐놓은 호수가를 둘러보며 은숙과 조광문은 감탄을 터뜨렸다.

어느덧 그들은 발동선에 올랐다. 유람선마냥 화려하게 꾸밈한 발동선에 오른 그들은 다같이 감개무량한 눈길로 호수가를 둘러보았다.

푸른 물결우에 두둥실 떠실려 흰파도를 일으키는 발동선우에 백로 두마리가 날아와 손님들을 반기듯 끼륵끼륵거렸다.

《멋있어! 정말 기막힌 경치거던.…》

조광문은 몇번이고 같은 말을 반복하였다.

이윽고 배에서 내린 그들은 메고치의 솔숲길을 따라 한동안 내려가다가 아름드리 버드나무가 반쯤 누워있는 옆에 자리를 잡았다.

호기심이 남다른 조광문은 호수가물속에 뿌리를 박고 실실이 푸른 가지를 물결우에 드리운 그 버드나무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어떻게 물속에 뿌리를 내렸을가? 신기하기란 참…》

그의 말을 들으며 백상익은 빙긋이 웃었다. 그는 조광문에게 버드나무에 깃든 사연을 이야기해주었다.

전쟁이 끝난 그해 가을 물새들의 울음소리 처량하던 이른새벽, 여기 호수가에 찾아오셨던 어버이수령님의 인민사랑의 그 자욱자욱을…

그날 아침 오리에게 먹일 물고기를 잡기 위해 호수가로 나갔다가 쪽배를 타고 오리사로 돌아오는 한 젊은이가 있었다.

먹이시간을 맞추어 부지런히 노를 저어가던 그 젊은이는 오리사앞에 낯선 사람들이 서있는것을 띄여보고 머리를 기웃거렸다.

(이 아침에 무슨 사람들일가?…)

쪽배가 기슭에 거의 닿을무렵에야 목장일군들에게 말씀하시는분이 어버이수령님이시라는것을 알게 된 젊은이는 목메여 웨쳤다.

《경애하는최고사령관동지!》

우리 인민들에게 더 많은 고기와 알을 먹이시려고 여기 호수가에 오리공장을 세워주신 어버이수령님의 그 뜻을 받들어 제대되는 그길로 이곳으로 달려온 젊은 그 병사! 화약내 슴배인 군복앞자락에 오리를 품어안고 애지중지 키워가던 그 병사는 갈린 목소리로 다시금 웨쳤다.

《최고사령관동지!》

쪽배가 기슭에 닿기도 전에 젊은 병사는 노대를 물속에 쿡 박고 배에서 훌쩍 뛰여내렸다.

그는 찬물에 바지가랭이가 젖는것도 아랑곳않고 엎어질듯 달려갔다. 젊은 그 병사를 보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그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시였다. 그리고 이 새벽에 어디 갔다오는 길인가고 다정히 물으시였다.

《오리에게 먹일 물고기를 잡으려고 저기 호수에 나갔댔습니다.》

병사의 힘찬 대답을 들으신 그이께서는 수고가 많다고 치하해주시며 사양관리방법에 대하여 하나하나 가르쳐주시였다.

그러시면서 앞으로 더 많은 오리를 길러 이 호수가를 오리바다로 만들자고 고무해주시였다.…

《이 나무가 바로 그날 젊은 병사가 물속에 박아놓은 그 노대랍니다.》

백상익은 아름드리 버드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조광문은 크게 머리를 끄덕이며 사연깊은 버드나무의 두툴진 줄기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추연한 눈길로 잎새며 줄기도 바라보았다.

《그날 그 병사의 아들은 지금 여기 호수건너 종금직장 직장장이예요. 전쟁로병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직장장이 되였답니다.》

송영숙의 말에 조광문은 다시금 머리를 끄덕이였다. 력사가 오래고 유서깊은 고장이니 사연도 많고 생각도 깊어진다고 말하였다.

조금 가벼우면서도 쉽게 흥분하군 하는 조광문은 문득 종금직장에 들어가볼수 없는가고 물었다.

송영숙은 빙긋이 웃으며 머리를 저었다.

《아저씨! 여긴 방역규정이 엄격해서 그럴수 없어요. 다른 나라에서도 가금호동의 출입은 미싸일기지에 들어가는것보다 더 힘들다더군요.》

조광문은 처제의 그 말을 즐겁게 받았다.

《그러구보니 우리 기사장님은 미싸일기지 기사장격이구만, 엉?》

그의 말속에는 훌륭한 처제를 두었다는 긍지와 자랑이 담겨져있었다.

잠시후 그들은 버드나무옆에 자리를 잡고 둘러앉았다. 이 고장의 특산인 오리훈제와 송화란을 내놓자 조광문부부의 얼굴엔 기쁨이 넘쳐흘렀다.

백상익이 부어주는 술 한잔을 달게 마신 조광문은 멋스럽게 팔소매를 걷어올리고 훈제고기 한토막을 집어들었다. 갖은 양념에 재웠다가 참나무연기에 쏘이며 익힌 누런 밤색의 고기에서는 기름기가 흐르고 연한 불냄새가 입맛을 돋구며 풍겨왔다.

은숙은 고기보다 송화란이 별맛이라고 하면서 하얗고 가느다란 손으로 누런 껍질을 맵시있게 벗기였다. 샘물로 목을 추기며 송화란을 맛있게 먹는 언니를 건너다보며 송영숙은 방그스름히 웃었다.

《언니! 내가 송화란에 대한 옛말을 할가요?》

《옛말?》

은숙이 입언저리를 손수건으로 꼭꼭 누르며 되물었다.

《송화란에도 무슨 옛말이 있나?》

조광문도 벌깃해진 얼굴에 호기심을 담았다.

백상익은 안해에게 어서 이야기하라고 눈을 끔뻑였다.

송영숙은 웃음어린 얼굴로 송화란을 내려다보며 옛말이야기를 꺼내였다.

《이 송화란은 중국의 송화강지역 사람들이 먼저 만들어먹기 시작한 알이예요. 그래서 이름도 송화란이구요. 옛날부터 그곳에서 오리알가공을 잘했다는군요.》

그때 그들이 얼마나 알가공을 맛있게 잘했는지 국내에서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그들의 알가공에 대하여 호기심을 가지고 부러워했다.

그들은 알로 가루도 만들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가공제품을 만들었는데 우리 나라에서 김치를 담그어먹듯이 세대들마다 알을 가공하여 저장해놓고 먹었다는것이다. 그중에서도 송화란은 만들기가 헐하면서도 그 맛이 좋아서 이웃나라에까지 소문이 났다고 한다.

한번은 로씨야황제가 알가공품에 대하여 너무도 부러워하기때문에 중국황제가 그에게 송화란을 보낸적이 있었다. 그런데 송화란을 받은 로씨야황제는 맛도 보지 않고 썩은 알을 보냈다고 불그락푸르락 하면서 송화란을 몽땅 내다버리라고 호령했다는것이다. 거무스레하게 썩은 알을 보낸것은 자기를 모욕하는것이라면서 노발대발했던것이다.

《이렇게 송화란은 거무스름한 누런빛인데 로씨야황제는 글쎄 이걸 보고 썩은 알이라고 했다는거예요.》

흥미있는 눈길로 처제가 가리키는 송화란을 내려다보던 조광문은 하하 큰소리로 웃었다.

은숙은 쥐고있던 송화란의 껍질을 마저 벗기며 혀를 찼다.

《언니! 이 옛말은 우리 수령님께서 공장사람들에게 들려주신 이야기예요.》

송영숙의 얼굴엔 어느덧 추연한 빛이 흘렀다.

《우리 수령님께서?》

은숙의 손길은 다시 멎었다. 조광문도 입가에 가져가던 고기를 놓으며 처제를 바라보았다.

송영숙은 아름드리 버드나무를 거쳐 푸른 호수가로 눈길을 보내였다.

그는 바람세찬 봄날에도, 비내리는 가을에도 공장을 찾아오시여 오리기르는 방법과 함께 이런 옛말도 들려주시면서 훈제를 비롯한 여러가지 가공품을 많이 만들어 우리 인민들에게 보내주자고 하시던 수령님의 그 사랑을 갈린 목소리로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몸소 저택에서 담그신 절인 오리알을 단지채로 보내주시며 그 견본품대로 오리알을 가공하도록 하나하나 가르쳐주신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얼마후 송영숙은 밝아진 얼굴로 언니와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아저씨! 언니와 함께 자주 오세요. 그러면 이렇게 오리훈제랑 송화란이랑 많이 대접하겠어요.》

그는 지금 공장에서 더 높은 고기생산을 위해 투쟁하고있기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가공품들이 생산될거라고 신심있게 말해주었다.

조광문은 크게 머리를 끄덕이며 그 특유의 뻐기는듯 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 기사장님이 공장을 더 멋있게 발전시키는걸 보려구 내 자주 와야지.》

확신에 넘친 그 어조속에서 《ㅈ》자는 더 뚜렷한 《ㄷ》로 발음되였다.

점심식사를 마친 그들은 호수가에 들어서서 세면도 하고 해빛쪼이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였다. 호수가에 감빛노을이 곱게 비낄무렵에야 그들은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간의 휴가를 뜻깊고 인상깊게 보낸 조광문부부는 다음날 즐거운 마음으로 그곳을 떠났다.

그들을 바래우려고 송영숙은 남편과 함께 역으로 나갔다. 기차에 오르기 전에 은숙은 동생의 손을 꼭 잡았다.

《난 너의 일이 더 잘되리라고 믿어.》

송영숙은 언니의 사려깊은 눈가에서 그보다 더 많은 말을 읽었다.

그것은 동생의 사업과 가정생활에 영원한 행복이 꽃펴나기를 바라는 사랑과 축복의 노래였다. 시처럼, 노래처럼 아름다운 그 말을 마음속으로 들으며 송영숙은 밝게 웃었다.

《언니! 잘 가세요. 그리구 모두 건강하세요.》

자매는 렬차의 출발을 알리는 기적소리를 듣고서야 따뜻이 잡았던 손과 손을 놓았다.

어느덧 기차는 몸체를 미끌며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송영숙은 떠나는 기차를 따라걸으며 언니와 아저씨의 기쁨이 되고 자랑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하리라 다짐하면서 오래오래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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