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주체108(2019)년 8월 22일

평양시간


(제 39 회)


제 4 장 불타는 지향


4


송영숙은 아침시간에 자재과장을 만났다.

화학공장방면에 위치한 기와공장에서 스레트를 실어오기 위해 자재과장이 자동차로 떠난다는것을 알고 사무실로 불렀던것이다.

《아무렴 고까짓거야 실어다드리지 못하겠습니까?》

화학공장페설물을 두 도람통 실어오라는 기사장의 부탁에 자재과장은 벌씬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녀성기사장이 처음 하는 부탁이여서 페설물이 아니라 고양이뿔이라도 구해다주고싶은 심정이였다.

그러나 오래동안 자재과에서 일해온 그는 공장에 어떤 자재들이 필요한가를 잘 알고있는터여서 머리를 기웃거렸다.

《헌데… 그건 뭘하는겁니까? 페설물이라니 보약은 아닐거구요.》

《바로 보약을 만들자는거예요. 그러나 그자체는 역한 냄새가 나는 걸죽한 액체지요.》

송영숙은 자기가 표현한 그 역한 냄새가 금시 풍겨오기라도 하는듯 이마살을 약간 찌프렸다.

자재과장은 그를 보며 벙글 웃었다. 남달리 인중이 길고 웃입술이 기와집지붕같은 그는 그 생김새뿐아니라 성격 또한 유모아적이여서 공장사람들은 누구나 그를 좋아했다.

《앞으로 보약을 만들면 나한테두 조금 줘야 합니다, 페설물은 떨구지 않구 보장해드릴테니까요.》

송영숙은 빙그레 웃는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자재과장이 돌아간 후 송영숙은 곧장 지배인방으로 갔다.

지배인방에는 김춘근당비서도 있었다. 지배인을 만난 다음 당비서를 찾아가려고 했었는데 마침이였다.

송영숙이 가볍게 인사를 하며 방에 들어서자 지배인도 당비서도 웃는 얼굴로 그를 반겨주었다.

《기사장동무구만. 어서 들어오시오.》

그들은 친절하게 옆자리를 권했다.

녀성기사장이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기업소의 어려운 모퉁이마다에서 일자리를 푹푹 내고있는데 대하여 여간만 미더워하지 않는 지배인과 당비서였다.

더우기 하반년부터 공장첨가제와 수입첨가제를 절반씩 섞어서 생산을 보장하게 된 지금에 와서 녀성기사장에 대한 그들의 기대와 믿음은 더욱 커졌다.

사실 비교측정결과에 대한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은 지배인이였다. 그날 지배인은 땅을 구르며 만세삼창이라도 부르고싶은 심정이였다. 기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라면 기사장을 업고 공장을 한바퀴 돌았을것이다.

수입첨가제를 보장하기 위해 누구보다 머리도 많이 쓰고 밤길도 많이 걸으며 마음고생 또한 많이 해온 지배인이다 .

그런데 이제는 그 수고를 절반 줄이게 되였다. 실지로 첨가제의 덕을 보게 되였으니 경사라면 이런 경사가 또 어디 있으랴.

장병식지배인은 연구소에서 공장으로 내려온 정의성이 처음 국산화된 우리 식의 새로운 첨가제를 만들겠다고 하였을 때 눈빛이 사색적이면서도 야심만만한 배짱이 엿보이는 그를 믿어의심치 않았다. 그의 연구조건을 보장해주면서 적극 고무도 해주었다.

기사장의 의향대로 첨가제생산실도 번듯하게 새로 지어주었다.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언제 그 덕을 보랴 했었다. 그의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 첨가제연구는 제자리걸음으로 한해 또 한해를 보내였었다. 송영숙이 수입에 의존하지 말고 우리의 원료, 자재로 생산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뛰여다닐 때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면서 그가 생산문제보다 기술적인 문제를 우선시한다고 은근히 언짢은 마음까지 품었었다.

그런데 오늘은 실지로 첨가제의 덕을 보게 된것이다.

(기사장이 생각하는 품이며 일하는 잡도리가 사내 열, 스물보다 훨씬 낫거던.…)

장병식은 젊은 녀성기사장을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지배인동지!》

송영숙은 지배인을 부르면서도 당비서의 얼굴도 번갈아 바라보면서 두사람과 의논하는 심정으로 말하였다.

《저두 짬시간을 내서 첨가제연구에 필요한 시험을 좀 해보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작은 실험실 한칸을 꾸렸으면 하는데 어떻습니까?》

《실험실을?》

장병식은 의아한 눈길로 송영숙의 말을 되물었다. 그리고는 의논하듯이 당비서를 쳐다보았다.

당비서도 전혀 뜻밖인듯 눈가에 의문을 담고 쳐다보았다.

지배인은 인츰 자기의 생각을 터놓았다.

《기사장이 실험실을 꾸리겠다는거야 좋은 일이지요, 실험실에서 공장을 위한 좋은 일을 할테니까.》

《예, 나두 같은 생각입니다. 그러니 실험실을 잘 꾸려주어야지요.》

당비서도 지배인을 지지했다.

《그런데 어디다가…》

장병식지배인은 얼마전까지 기사장에 대해 품었던 언짢은 마음이 죄스럽게 생각되여 사죄하는 심정으로 그에게 좋은 방을 내주고싶었다.

하지만 실험실로 꾸릴만 한 곳이 선듯 짚이지 않았다. 실험실이라면 적어도 조용하고 깨끗하며 채광조건도 좋고 또 사람들의 왕래가 드문 곳이여야하는데…

《사무청사안엔 자리가 없구… 알깨우기직장옆에 있는 건물은 조용하긴 해두 너무 외딴곳인데다가 낡았거던.… 참! 문화회관 2층에 넓구 환한 방이 하나 있는데.》

지배인의 말에 당비서는 머리를 저었다.

《거긴 너무 소란스러울겁니다.》

《정말 그렇겠구만, 노상 풍짝거릴테니까. 그렇다면…》

지배인은 공장건물들을 하나하나 세여넘기듯 눈앞에 그려보았다.

김춘근당비서도 손바닥으로 구레나룻자리를 슬슬 올리쓸며 실험실이 될수 있는 장소를 찾아보았다.

그들을 지켜보던 송영숙은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을 틔워주었다.

《실험실로 쓸 방을 제가 이미 찾았습니다.》

《그렇소? 어느 방이요?》

《운수직장안쪽에 창고로 쓰던 방입니다. 가보았는데 괜찮을것 같더군요.》

《운수직장안에?… 오! 수도칸쪽에 있는 맨 끝 창고 말이요?》

공장의 구석구석을 손금보듯 알고있는 지배인은 눈을 흡뜨며 석쉼한 소리로 물었다. 하더니 대바람 이마살을 찌프리고는 《에 에…》하며 팔을 홱홱 내저었다. 하필이면 습기차고 구석진 곳에 자리잡은 그런 방을 택했느냐 하는 기색이였다.

(아무렴 이 큰 공장에 그보다 나은 방이 없을라구? 정 없다면 새로 짓기라도 할텐데…)

《거기 말구 다른 방이 없을가?》

당비서도 그 변변치 못한 창고가 마음에 안 드는지 혼자말로 물었다.

지배인과 당비서의 마음을 헤아려본 송영숙은 명랑하고 활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 보기엔 거기가 제일 좋다고 생각됩니다. 우선 사무실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데다가 현장을 오가면서 짬짬이 들릴수도 있구 또 다른데보다 조용하구… 수도간도 앞에 있으니 여러모로 편리할것 같습니다.》

그의 표정과 어조는 적극적이였다.

그는 운수직장안의 창고보다 더 좋은 곳은 없는듯이 말하였다.

사실 남들이 잘 모르는 그 구석지고 채광조건도 시원치 않은 그 창고는 송영숙의 의도에 꼭 맞는 곳이였다.

《글쎄 기사장동무가 좋다면야 나도 반대없지요. 난 그저 더 좋은데가 없을가 해서 그러는데 비서동무 생각은 어떠시오?》

지배인은 여전히 딱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당비서를 쳐다보았다.

《나도 지배인동무와 같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기사장동무 말을 들으니 무슨 궁리가 있어서 거길 정한것 같은데요.》

김춘근당비서는 구레나룻자리를 올리쓸며 침착하게 말했다.

역시 당비서에게는 상대방의 속내를 들여다볼줄 아는 남다른 눈이 있는것 같았다.

장병식지배인은 그제야 큰 머리를 끄덕끄덕하였다. 하면서도 그 방이 한심하다는 생각을 털어버릴수 없는지 얼굴색은 여전히 어두웠다.

송영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전 결정된 일로 생각하고 오늘부터 실험실을 꾸리겠습니다. 실험실이라야 그저 시간이 있을 때 장난삼아 분석이랑 해보자는겁니다.》

그는 좋은 실험실을 꾸려주지 못해 마음쓰는 지배인과 당비서를 쳐다보며 즐거운 어조로 말했다.

그가 표현한 《장난삼아…》라는 말이 무척 재미나고도 친근하게 들려 지배인도 당비서도 다같이 빙그레 웃었다.

송영숙은 지배인의 방에서 나온 다음 자기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운수직장으로 나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던 그는 괜히 마음이 뒤설레여 의자에 앉았다. 실험실을 꾸리는데 대해서는 지배인과 당비서와도 의논이 되였으니 이제는 실험설비들을 갖추는 일만 남았다.

맘속으로 필요한 설비들을 하나하나 꼽아보았다.

우선 합성반응기와 교반기, 진탕배양기 그리고 농축기가 있어야 한다.

문득 기술준비소에서 고장난 합성배양기를 본 생각이 났다. 거기에서는 별로 쓰지 않으니 설비부기사장에게 말하여 고친 다음 가져오면 될것이다. 농축장치와 곤로는 지금이라도 만들수 있는것이고 유리관이며 플라스크, 비커를 비롯한 기구들은 이미 가지고있는것이면 충분했다.

(중요한건 교반기인데…)

생각에 잠겼던 그는 교반기도 설비부기사장에게 부탁하면 당장이라도 해결해줄것이라고 믿었다.

(페설물과 염산 그리고 가성소다용액 같은것은 자재과장에게 부탁했으니 해결된셈이고… 그러니 교반기만 있으면…)

송영숙은 설비부기사장 최금천의 얼굴을 그려보았다. 성실하고 책임성이 높으면서도 먹성이 좋고 언제봐야 식욕이 왕성한 그는 무척 재미있는 사람이였다. 먹는 일에 열성이였고 그에 못지 않게 성실하였다.

선풍기의 바람결에 흩날리는 귀밑머리를 쓸어넘기던 송영숙은 저도모르게 《아!》하며 외마디소리를 내였다.

제일 중요한 배풍장치에 대하여 잊었다는 생각이 머리를 쳤던것이다.

독성이 강한 페설물의 피해를 어느 정도 막기 위해서는 배풍장치가 잘 돼야 하는데 그러자면 또다시 설비부기사장의 손을 빌려야 한다.

그러나 최금천에게 그것까지 부탁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시작하기 전부터 무슨 큰일이나 하는것처럼 소문을 내고싶지 않았다.

(먹성인자를 찾기 위한 연구는 철저히 비밀로 되여야 한다. 그러자면…)

문득 생산부기사장 서정관의 방에 놓여있는 키높은 선풍기가 떠올랐다.

거기에다가 자기앞에 놓인 탁상선풍기 두대면 배풍장치를 거의 대신할수 있다고 생각하던 송영숙은 곧 머리를 저었다.

지나치게 사교적이여서 진실성이 희박해보이는데다가 입이 가볍고 실속이 없는 서정관에게 그런 부탁을 하고싶지 않았다.

더우기 서정관과 정의성은 처남매부간이 아닌가.

송영숙이 먹성인자를 위한 연구를 하면서 제일 비밀에 붙여야 할 대상은 다름아닌 정의성이였다.

송영숙은 자기가 하는 실험과 연구에 대하여 소문을 내지 않자면 모든것을 자체로 준비하고 혼자서 해내야 한다고 다시금 마음다졌다.

(지금은 우선 이 선풍기 한대로 실험을 시작하자, 부족되는건 앞으로 보충하기로 하고…)

그는 계획대로 모든 준비를 하나하나 소문없이 갖추어나갔다.

facebook로 보내기
twitter로 보내기
cyworld
Reddit로 보내기
linkedin로 보내기
pinterest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naver로 보내기
kakaostory 로 보내기
flipboard로 보내기
band로 보내기

이전페지   다음페지

도서련재
사랑을 다 바쳐 (제62회) 사랑을 다 바쳐 (제61회) 사랑을 다 바쳐 (제60회) 사랑을 다 바쳐 (제59회) 사랑을 다 바쳐 (제58회) 사랑을 다 바쳐 (제57회) 사랑을 다 바쳐 (제56회) 사랑을 다 바쳐 (제55회) 사랑을 다 바쳐 (제54회) 사랑을 다 바쳐 (제53회) 사랑을 다 바쳐 (제52회) 사랑을 다 바쳐 (제51회) 사랑을 다 바쳐 (제50회) 사랑을 다 바쳐 (제49회) 사랑을 다 바쳐 (제48회) 사랑을 다 바쳐 (제47회) 사랑을 다 바쳐 (제46회) 사랑을 다 바쳐 (제45회) 사랑을 다 바쳐 (제44회) 사랑을 다 바쳐 (제43회) 사랑을 다 바쳐 (제42회) 사랑을 다 바쳐 (제41회) 사랑을 다 바쳐 (제40회) 사랑을 다 바쳐 (제39회) 사랑을 다 바쳐 (제38회) 사랑을 다 바쳐 (제37회) 사랑을 다 바쳐 (제36회) 사랑을 다 바쳐 (제35회) 사랑을 다 바쳐 (제34회) 사랑을 다 바쳐 (제33회) 사랑을 다 바쳐 (제32회) 사랑을 다 바쳐 (제31회) 사랑을 다 바쳐 (제30회) 사랑을 다 바쳐 (제29회) 사랑을 다 바쳐 (제28회) 사랑을 다 바쳐 (제27회) 사랑을 다 바쳐 (제26회) 사랑을 다 바쳐 (제25회) 사랑을 다 바쳐 (제24회) 사랑을 다 바쳐 (제23회) 사랑을 다 바쳐 (제22회) 사랑을 다 바쳐 (제21회) 사랑을 다 바쳐 (제20회) 사랑을 다 바쳐 (제19회) 사랑을 다 바쳐 (제18회) 사랑을 다 바쳐 (제17회) 사랑을 다 바쳐 (제16회) 사랑을 다 바쳐 (제15회) 사랑을 다 바쳐 (제14회) 사랑을 다 바쳐 (제13회) 사랑을 다 바쳐 (제12회) 사랑을 다 바쳐 (제11회) 사랑을 다 바쳐 (제10회) 사랑을 다 바쳐 (제9회) 사랑을 다 바쳐 (제8회) 사랑을 다 바쳐 (제7회) 사랑을 다 바쳐 (제6회) 사랑을 다 바쳐 (제5회) 사랑을 다 바쳐 (제4회) 사랑을 다 바쳐 (제3회) 사랑을 다 바쳐 (제2회) 사랑을 다 바쳐 (제1회)
 감상글쓰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