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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8월 18일

평양시간


(제 32 회)


제 3 장 열매는 어떻게 무르익는가


9


송영숙은 다급히 울리는 문기척소리에 눈길을 들었다.

응답소리와 동시에 문이 벌컥 열리며 서정관이 들어섰다.

《이거 야단났습니다!》

《?!》

《종금1직장 자동차가 호수에 빠졌답니다. 방금전에 배합먹이를 싣고가다가 …》

어지간히 당황한듯 서정관은 말의 순서까지 뒤바꾸었다.

콤퓨터를 마주하고 앉았던 송영숙은 튕겨나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빨리 총동원해야지요. 사무실성원들부터 비상소집하세요.》

그는 눈앞에서 배합먹이마대들이 얼음구멍으로 막 빠져드는것만 같아 다급히 말하였다.

서정관은 방에서 뛰쳐나가다싶이 하였다.

송영숙이도 뒤따라 방에서 나왔다.

이때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다시 방에 들어가 송수화기를 드니 종금1직장장 임광일이 걸어온 전화였다. 임광일은 덤벼치듯 말까지 더듬으며 사람들을 빨리 호수가로 내보내달라고 하였다.

《알겠어요. 지금 막 나가는중이니 조금만 기다려요.》

송수화기를 놓고 마당에 나오니 사무실성원들이 정문앞에서 서성거리고있었다.

《여기 이러구있으면 어떡해요. 빨리 호수가에 나가지 않구…》

송영숙은 신경질적으로 말하며 제먼저 자전거를 끌어낸 다음 호수가로 내달렸다.

발디디개에 힘을 주며 내달렸더니 솜옷입은 잔등에 땀발이 서는것 같았다. 2월 중순치고는 무척 따스한 날씨였다.

호수가에 이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주위에 모여있었다. 자동차는 다행히도 메고치쪽으로 빠져있었다. 그리고 운전칸 앞코숭이를 물속에 잠그고있어서 배합먹이마대는 두세개밖에 물에 빠뜨리지 않았었다.

송영숙은 자전거를 기슭에 세워두고 얼음판우를 걸어 자동차쪽으로 다가갔다.

《주의하십시오. 얼음판에 미끄러질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어느새 서정관이 곁으로 다가서서 주의를 주었다.

마음속은 어떻든 겉으로 표현되는 그의 친절성은 감탄스러운것이였다.

송영숙은 아무 대꾸없이 자동차가 빠진 곳으로 걸음을 다그쳤다.

임광일이 내의바람으로 적재함우에 올라서서 배합먹이마대를 한개씩 안아서 내리우고있었다.

아래에서는 종금직장 종업원들과 호수가에 감탕파기나왔던 사람들이 임광일이 안아서 내려보내는 배합먹이마대를 하나씩 메거나 썰매에 실어서 기슭에 세워둔 소달구지쪽으로 날라들이고있었다.

송영숙은 팔을 걷고 그들을 도와나섰다.

기사장의 뒤를 따라 달려나온 사무실성원들까지 합세하니 자동차에 실었던 사료마대들은 삽시에 기슭으로 옮겨졌다.

호수건너편에 위치한 이곳 종금1직장에서는 지금처럼 얼음이 풀리는 시기와 장마철에 배합먹이를 운반하는것이 제일 난문제였다.

여느때는 배로 실어나르기도 하고 두텁게 얼음이 졌을 때에는 자동차나 소달구지로도 나를수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때에는 멀리 에돌아야 했던것이다.

그런데 성미급한 운전사들이 모험을 하다가 이런 사고를 내는 일이 드문했다.

어느덧 배합먹이마대들이 모두 기슭으로 옮겨진것을 본 송영숙은 그제야 약간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문제는 얼음물속에 코박은 자동차였다.

자동차를 끌어내자면 얼음을 까고 물속에서 자동차를 밀어야 한다. 사람들이 주저하는 눈치가 보이자 임광일은 사람들에게 곡괭이든 지레대를 가지고나와서 얼음을 까자고 소리쳤다.

《얼음이 풀릴 때까지 그냥 서있자우? 젠장! 눈치도 없이…》

그는 어디서 났는지 통나무등걸로 얼음을 까기 시작했다. 검실하고 네모난 그의 얼굴은 울기가 뻗쳐올라 수수떡이 되였다.

젊은 운전사도 도끼를 휘두르며 얼음을 깠다. 지난해에 제대된 그는 자기의 모험심이 이처럼 대소동을 일으킬줄 몰랐을것이다. 그는 눈길 한번 들지 않고 한치한치 얼음을 까나갔다.

잠시후 골방고치쪽에서도 함마며 곡괭이를 둘러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온 호수가가 얼음까는 소리로 들썩하였다. 이제는 물속에서 자동차를 밀고나와야 한다.

직장장 임광일은 두말없이 허리치는 물속에 첨버덩 뛰여들었다. 그는 먼저 자동차앞코숭이에 바줄을 건 다음 량끝을 기슭으로 내던졌다.

젊은 청년들 열댓명이 첨벙첨벙 경쟁하듯 물속에 들어서서 바퀴에 어깨를 들이밀거나 적재함뒤에 서서 자동차를 밀었다. 누군가 요란스레 재채기를 하였다. 가벼운 웃음이 터지다가 장소가 장소인것만큼 자기할바에 열중했다.

물속에 들어가지 못하는 녀인들과 나이많은 축들은 기슭에서 바줄을 잡고 두줄로 늘어섰다.

송영숙도 녀인들속에 끼여서서 바줄을 잡았다.

사람들은 임광일의 구령에 따라 호흡을 맞추며 바줄을 당기였다.

《하나, 둘-》

《영- 차!》

《하나, 둘-》

《영-차!》

사람들의 기세는 자동차가 아니라 산이라도 떠옮길것 같았다. 자동차앞바퀴에 실팍한 어깨를 들여민 임광일은 두눈이 튀여나올듯 뚝 부릅뜨고 힘껏 구령을 치였다.

《하나, 둘-》

《영-차!》

자동차가 움씰하며 몸체를 들썩하였다. 하더니 사람들의 기세에 항복한듯 순순히 끌려나오기 시작했다.

드디여 자동차가 기슭에 올라서자 썰매를 타면서 놀고있던 조무래기들이 어른들의 마음까지 합쳐서 《야!-》하고 환성을 질렀다.

기슭에 섰던 사람들도 아이들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했다. 물속에서 나온 젊은이들도 추위에 얼어든 퍼릿한 얼굴에 웃음을 담고 싱글벙글하였다.

사람들은 기슭에 지펴놓은 모닥불곁으로 모여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힝힝 코웃음을 쳤다.

《언제 불쪼이구있을새 있소? 빨리 집에 가야지.》

《저 령감 일하러 나올 땐 벌벌 기더니 집에 가라니까 막 뜁네다.》

《말 못하는 황소두 집에 가라문 뛰여가는데 내가 왜 안 뛰갔소? 그저 녀편네옆이 제일이라니까.》

우등불곁에서 와하- 웃음소리가 터졌다.

누군가 감자구이를 하자고 말했다. 점심전에 맥을 쑥- 뽑았더니 집에 갈 힘도 없다는것이다.

자동차상태를 보고있던 임광일이 직장쪽으로 반달음쳐가는 관리공처녀를 소리쳐불렀다. 처녀가 오뚝 서서 왜 그러느냐고 묻자 임광일은 자기 집에 얼른 뛰여가서 감자 한삼태기 내오라고 소리쳤다.

우등불가에 모여앉은 사람들은 벌쭉거리며 직장장이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내들었다.

예로부터 메고치와 골방고치사람들의 인심이 남다르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낯모를 길손에게도 아래목을 내여주고 조개나 골뱅이라도 따뜻이 권하는것이 메고치와 골방고치사람들의 인심이라는것이다.

사람들이 즐겁게 웃고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자전거를 세워둔 기슭으로 가던 송영숙은 갑자기 아래배가 비틀리운듯 아파나서 걸음을 멈추었다.

(왜 그럴가?… 혹시?…)

아픔은 인츰 가시여졌다. 아침부터 자전거를 타고 드달려다니고 힘껏 바줄까지 당겼더니 배속의 아이가 놀라서 발길질을 해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또다시 아픔이 밀려들었다.

(해산징조가 아닐가?… 예정일까지는 아직 보름이 남았는데.…)

잠시 아픔이 잦아들자 그는 더 지체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다우쳤다.

그는 감탕을 파내는 사람들속에 서있는 서정관을 손짓으로 불렀다.

아픔을 나타내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며 그는 자기의 자전거를 사무실에 가져다놓으라고 부탁했다.

《왜 그럽니까? 예?》

서정관은 눈을 재게 깜박이였다.

《아무것두 아니예요, 아무것두. 그저 좀…》

송영숙은 머리를 저었다.

그러나 전신에 퍼지는 아픔때문에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였다. 그는 바삐 기슭에 서있는 자동차곁으로 다가갔다. 감탕운반용자동차였다.

그는 다짜고짜 운전칸에 오르며 운전사에게 말했다.

《날 좀… 집에까지… 태워다주세요.… 빨리요!》

지난해 여름 기계공장에서 새 설비를 싣고온 나이많은 운전사는 배를 그러안고 신음하는 기사장을 보고 눈이 커졌다.

《그렇게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요. 예?》

송영숙은 머리를 저었다.

《아니, 아니, 우리 집에 가야 해요, 우리 집에. 아이고…》

찡그린 그의 얼굴을 본 운전사는 당장 변이 날것 같은 위구심이 들었는지 급히 발동을 걸었다.

드디여 자동차는 속력을 내여 냅다 달렸다.

자동차가 집마당에 들어서니 마침 돼지물바께쯔를 든 문춘실이 부엌에서 나오고있었다. 운전칸에서 굴러내리다싶이 하는 딸을 본 그는 허둥지둥 달려와 부축해주었다.

《이거, 이거, 기사장동지가…》

운전사가 떠듬거리며 문춘실을 도와 송영숙을 부축하였다.

집안으로 끌려들어온 송영숙은 아래목에 쓰러졌다. 입술을 옥물고 신음소리를 씹어삼키는 그의 얼굴로 땀이 비오듯 흘렀다.

운전사를 진료소에 보낸 문춘실은 방안과 부엌으로 바삐 들락날락 하였다.

송영숙은 집에 도착해서 30분만에 아이를 낳았다.

운전사의 련락을 받은 리윤옥이 집에 들어섰을 때에는 송영숙이 방금 해산한 뒤였다.

《아유나! 옥동녀군요! 축하해요, 기사장동지!》

리윤옥의 반달눈이 초생달로 되였다. 그는 산모의 몸상태를 살뜰히 돌봐준 다음 팔을 걷고 아기를 목욕시켰다. 산모의 나이가 좀 많은 축이지만 건강하고 영양이 좋은 어머니의 몸에서 태여난 아기는 울음소리도 높았고 토실토실하였다.

《애가 신통히 아버지를 닮았군요. 요 눈이랑 입이랑…》

리윤옥은 무슨 큰 발견이라도 한듯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즐겁게 말했다.

그의 말에 송영숙은 빙긋이 웃었다.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서운하였다.

(제 아버지를 닮은 아들을 낳았으면 했는데…)

그러나 송영숙이 제아무리 서운하다 해도 문춘실의 마음에는 비교할수 없었다.

리윤옥이 시키는대로 아기의 목욕물도 떠다주고 산모의 첫 국밥을 지으면서도 그는 너무도 서운해서 막 울고싶었다. 해산하는 날까지 힘들게 뛰여다니는 딸을 보면서도 그저그저 사위를 닮은 아들을 낳으라고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던 그였다.

(아들만 낳으면 이 집안에 부러울게 무엇이랴.…)

그런데 또 딸을 낳았으니 이제 사위의 얼굴을 어떻게 쳐다보랴. 분명 가시어머니를 닮아서 딸만 낳는다고 할것이였다.

며칠전에 아이의 몸통같이 크고 실한 무우를 실어들이는 꿈을 꾸고나서 분명 손자를 안아볼 꿈이라고 말했더니 《그래요?》하면서 싱글벙글 웃던 사위였다.

문춘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집에서 더는 살것 같지 못했다. 그는 리윤옥의 인사말에 건성 대답하고는 부뚜막앞에 쭈그리고 앉아버렸다.

그날 저녁 백상익은 여느때없이 일찍 퇴근해 들어왔다.

집에 들어선 그는 아래목에 누운 안해와 꽃포단에 싸인 애기를 보고 해산했다는것을 알았다.

《하! 우리 집에 식구가 또 불었는가?》

그는 웃방에 올라가 솜옷을 벗고 내려왔다. 자기의 눈길을 힘들게 외면하는 가시어머니의 어두운 얼굴을 보고 그는 또 딸을 낳았다고 생각하였다. 서운한 마음이 앞섰다. 그러나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가 왔다고 좋아라 깡충거리는 맏딸 경아를 안고 꽃포단옆에 다가앉았다.

《경아야! 네 동생이다. 우리 애기이름을 뭐라고 지을가?…》

지친듯 솔곳이 잠에 들었던 안해가 남편의 목소리에 눈을 뜨고 올려다보았다. 백상익은 안해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수고했다고 말했다.

《우린 지금 애기이름을 짓는중이요. 은아! 넌 경아구 동생이름은 은아! 좋지? 여보! 당신생각엔 어떻소?》

송영숙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백상익은 경아에게 애기를 사랑해야 한다고 타일렀다. 경아는 고개를 까딱까딱했다.

부엌에 앉아 방안에서 들려오는 사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문춘실은 코허리가 시큰하여 마른 기침을 몇번 짖었다.

그는 딸이 눈앞에 있기라도 한듯 혼자서 중얼중얼하였다.

《아에미야! 다음해에 또 아일 낳아라. 키우는 근심은 아예 말구 제 아범을 닮은 아들애를 낳아서 저 사람에게 꼭 안겨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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