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 회)


제 3 장 열매는 어떻게 무르익는가


4


송영숙은 전화종소리를 잠결에 들었다.

꿈을 꾼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꿈길을 이어가려는데 곁에 누운 남편이 조심스럽게 움직이였다. 이어 목소리를 낮추어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린다.

(이것도 꿈일가? 그런것 같지는 않은데…)

그러나 피곤에 몰려 눈이 떠지지 않는다. 얼마후 반쯤 눈을 떠보니 남편이 자기를 내려다보고있었다.

《무슨 전화예요?》

그는 잠내나는 목소리로 물었다.

《다 들었소?》

단잠 든 안해를 깨운것이 못내 민망스러운지 남편이 조용히 되물었다.

지난밤에도 알깨우기직장 랭온풍기설치때문에 한밤중에 들어온 안해였다.

남들 같으면 산전휴가를 받고 휴식해야 할 때지만 첫 아이를 낳을 때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휴가같은건 안중에도 없는것 같다. 한창 몸이 무거울 때 잠이라도 실컷 자게 할수 있다면 좋으련만 걸려온 전화내용이 심상치 않은것이여서 어쩔수 없었다.

《지금 몇시예요?》

안해는 어느새 전등을 켜고 시계를 올려다본다. 시계는 새벽 4시 15분을 가리킨다. 날이 밝자면 아직 두어시간은 있어야 하는데…

《시험호동에서 사고가 났다누만.》

백상익은 안해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송영숙의 큰 눈은 대번에 휘둥그래졌다. 그는 어지간히 큰 목소리로 다우치듯 물었다.

《시험호동에서요? 무슨… 사고래요?》

《새벽먹이를 주려고 보니 시험오리가 몇백마리나 죽었다누만.》

《그렇게 많이?!》

송영숙은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백상익은 머리를 끄덕이였다.

《무슨 일인지 어서 나가보오.》

그는 이불을 한옆으로 밀어놓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송영숙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편이 먼저 일어나 옷장안에서 옷가지들을 꺼내여 앞에 놓아주었다. 송영숙은 남편이 내주는 옷들을 주섬주섬 받아서 입기 시작하였다.

그가 배띠를 옥조이자 남편은 미간을 찌프렸다.

《너무 조이지 마오. 그속에서 애가 어디 숨이나 쉬겠소?》

그러나 송영숙은 아무 대꾸없이 솜옷을 껴입고 수건을 목에 둘렀다.

아래방으로 내려가자 방금전에 아침밥을 지으려고 일어났던 어머니가 못마땅한 눈길로 혀를 찼다. 품들여 준비한 정월대보름날 아침식사를 함께 먹지 못하게 된것이 민망스러워서였다.

그는 더운물에 빵이라도 한개 먹고 나가라고 말했다.

송영숙은 《괜찮아요.》하고 외마디대답을 하며 출입문을 열었다.

순간 그는 문가에서 주춤하였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새벽하늘 중천에 떠서 환히 웃으며 내려다보고있었다. 마당이며 저켠 큰길쪽모두가 조명등을 켜놓은것 같았다. 송영숙은 저도 모르게 호- 한숨을 내그으며 달빛이 흐르는 마당가에 내려섰다. 그는 자전거를 끌고 마당을 지나 큰길에 나섰다.

(무엇때문일가? 조류독감이 발생했을가? 아니면 첨가제때문일가?…)

그의 생각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시험호동을 책임진 정의성은 제염소에서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번씩 들어오군 하는 그는 닷새후에야 완전철수하게 된다.

년간 첨가제생산에 필요한 소금밭이끼 전량을 수송하고야 제염소를 떠나게 되여있었다.

《애아버진 그동안에 무슨 일이 생기면 기사장동지나 소장동지에게 먼저 알리라고 당부했어요.…》

며칠전 서정옥이 한 말이다. 결국 정의성은 자기와 유상훈박사에게 그동안의 일을 부탁하고 떠난셈이다.

(닷새후면 정기사도 들어올텐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자전거에 오른 송영숙은 발디디개를 힘껏 밟았다.

불빛이 환한 시험호동에는 어느새 련락을 받았는지 유상훈소장과 청년직장장, 생산부기사장과 방역부원이 나와있었다.

서정옥과 리봄순은 죽은 오리들을 한켠으로 모으고있었는데 방금전까지 울었는지 눈등이 부어있었다.

호동에 들어서는 기사장을 본 그들의 눈가에는 또다시 맑은것이 고여올랐다. 하소연할길 없는 안타까움과 구원을 바라는 애절한 마음이 얼굴마다에 씌여있었다.

《어떻게 된거예요?》

송영숙은 정옥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여느때와 달랐다. 무뚝뚝하기도 하고 다소 신경질적이기도 하였다.

정옥은 무어라고 대답했으면 좋을지 몰라 갑자르기만 하였다.

송영숙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물었다.

《어제밤에 마지막먹이를 줄 때는 다른 일이 없었어요?》

《예, 없었습니다.》

《먹이조성을 자체로 바꾸지는 않았겠지요?》

송영숙은 오리들에게 눈길을 준채 또 물었다. 그러나 곧 후회하였다.

책임성높은 서정옥과 리봄순은 도저히 그럴 사람들이 아니기때문이다.

《죽은 오리를 발견한건 언제예요?》

《4시에 일어나 새벽먹이를 주려구 보니 여기저기 죽은 오리가…》

그때의 놀랍고 당황하고 무섭기만 하였던 심정이 되살아나 정옥은 말까지 더듬다가 끝내는 여물구지 못하였다. 지금도 정옥의 온몸은 자꾸만 후들후들 떨리였다.

송영숙은 놀이장안을 둘러보다가 저켠 먹이그릇앞에 앉아있는 유상훈소장에게 다가갔다.

《무슨 원인인것 같습니까?》

《아직… 먹이엔 이상이 없는것 같은데…》

박사는 머리를 기웃거렸다.

《조류독감은 아닙니까?》

송영숙은 긴장한 마음으로 다시 물었다.

그는 박사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한켠에 몰켜서 박박거리는 오리들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그중 한놈을 잡아들었다. 그리고는 다리를 쥐고 거꾸로 쳐들었다. 두세놈을 같은 방법으로 쳐들며 찬찬히 살펴보았다. 입에서 점액이 흐르는 놈은 없었다.

송영숙은 놀이장을 오가면서 오리들의 호흡증상과 함께 변두상태며 배설물들도 꼼꼼히 살펴보았다.

가금류와 철새류, 야생조류들의 호흡기증상을 비롯한 여러가지 전신증상을 나타내는 페사률이 높고 전파력이 빠른 급성전염병인 조류독감은 비루스를 보유한 철새들의 이동시기인 겨울과 봄철에 많이 나타난다.

앓거나 죽은 가금, 야생조류를 통하여 전파되는 이 조류독감은 페사률이 보통 50~80프로, 지어는 100프로에 이른다.

조류독감에 걸린 가금들은 우선 먹성이 떠지고 우울하며 푸른색설사를 하고 변두가 검푸른색을 띠면서 숨쉬기 가빠하고 이상한 호흡음을 내게 된다. 그리고 한곳에 웅크리고 앉아서 조는데 거꾸로 들면 입에서 점액이 흐르는것이 특징이였다.

송영숙이 살펴보니 시험호동안의 오리들중에서 조류독감으로 의심할 징조는 거의나 없었다.

사실 공장에서는 겨울철에 들어서면서 조류독감의 피해를 막기 위한 수의방역사업에 큰 힘을 넣어왔다. 우선 책임적인 사람들로 24시간 감시근무를 조직하고 오리들과 날새들, 집짐승에 대한 감시와 통보체계를 구체적으로 조직하였다.

그리고 종업원들에게 조류독감의 발생원인과 전파경로, 방지대책에 대하여 잘 알려주고 모두가 이 사업에 적극 떨쳐나서도록 하였다. 그뿐아니라 초소원들의 역할을 높여 외부인원들의 출입을 철저히 막고 출입성원들이 소독을 하여야 통과하는 규률도 그 어느때보다 강화하였다. 또한 수입첨가제와 배합먹이에 대한 검색사업도 놓치지 않았다.

(조류독감도 아니라면 과연 무엇이 원인일가?…)

날이 밝을무렵 장병식지배인이 당비서와 함께 시험호동에 나왔다.

지배인은 바삐 나왔는지 늘 쓰고 다니던 털모자도 없이 맨머리바람이였다.

그는 곧장 송영숙에게로 다가갔다.

《무슨 원인인지 모르겠소?》

그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조류독감을 의심했더랬는데 그런것 같진 않습니다.》

송영숙은 착잡한 생각이 씌여진 얼굴로 대답했다. 그에겐 어쩐지 이번 사고가 자기의 부주의로 일어난것같이 생각되였다.

지배인과 마주서고보니 그러한 죄의식이 더 강해졌다.

장병식지배인은 과묵한 성격대로 두툼한 입을 꾹 다물고 호동안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죽은 오리들을 내려다보는 그의 구리빛얼굴은 더욱더 컴컴해졌다.

너무도 엄청난 사고여서 뭐라고 할말이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였다.

이윽고 그는 방역부원에게 빨리 도수의방역소에 알리라고 한마디 하였다.

호동밖을 나온 김춘근당비서는 침울한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도대체 무엇이 원인인가?…)

오전먹이시간이후에는 더이상 죽은 오리들이 눈에 띄우지 않았다.

시험호동에서 일어난 사고를 두고 일군들모두가 속이 까매서 뛰여다닐 때 종업원들속에서는 아직 모르고있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날 오전 리병우는 딸 봄순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있었다.

매일 오전 10시경이면 어김없이 점심밥을 가지고 찾아오는 딸이였다.

리병우는 큰 쇠가마에 세척한 오리털과 가성소다용액을 넣고 열을 가하면서 천천히 휘저었다. 하면서도 그의 온몸은 귀가 되여 딸의 발자국소리만 기다렸다.

리병우의 외로운 인생에서 딸은 따스한 봄빛이였다.

어릴 때 울면서도 유별나게 아버지를 찾으며 울군 하여 탁아소보육원들은 그를 보고 《홀아비네 딸》이라고 불렀었다.

그런데 그 부름이 운명이였는지 소학교때에 어머니를 잃은 봄순이다.

얼굴생김새도 그렇고 조용하고 말이 없는 성격도 거의 모두 아버지를 닮은 봄순은 남달리 효성이 지극하였다.

색다른 음식이 생겨도 아버지를 먼저 생각했고 무슨 일에서나 아버지의 감정을 중시하였고 또 아버지의 립장에서 모든것을 리해하였다.

하지만 리병우는 차수정을 맞아들이고는 딸을 거의나 잊고있었다. 집에서 나가버린 딸이 앓아누웠다는 소식을 듣고 시험호동을 찾아갔을 때에야 비로소 자기의 실수를 깨달았다.

(저 애가 이 못난 아비를 얼마나 원망했을가? 내가 그동안 눈이 멀었댔구나.…)

그는 자기의 피와 같고 살과 같은 딸의 마음을 두번다시 아프게 해주지 않으리라 결심하였다.

수정에게도 봄순에게 복종할것을 요구하였고 사소한 일에도 딸의 기분부터 살펴보군 하였다.

결국 이번에는 차수정이 집에서 나가버렸다. 그가 짐을 꾸려가지고 나가자 리병우의 마음은 허전하고 구슬퍼졌다. 그러나 봄순이만 있으면 자기는 행복하다고 애써 위안하였다.

그의 기쁨은 딸에게 진철이라는 수리공청년이 나타났을 때 더 커졌다.

총각은 일 잘하고 얌전한데다가 효성이 지극한 봄순이가 첫눈에 마음들었다고 리병우에게 숨김없이 터놓았다.

리병우는 기뻤다. 딸자식의 행복이자 그의 행복이였다. 일찌기 어머니를 잃은 봄순에게 똑똑하고 끌끌한 총각이 나선것이 여간 기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전부터 진철은 씩씩하고 날파람있던 그답지 않게 푹푹 한숨만 내쉬였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봄순이가 더는 만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것이였다.

《뭣때메 그런다나? 응?》

리병우는 잘 믿어지지 않아 두눈을 꺼벅거리며 물었다.

《그건 저… 자기는 꼭 아버지를 모시고 살아야 한다는겁니다. 혼자사는 아버지를 두고는 그 어디든 안 간다나요?》

《?!》

리병우는 불시에 귀뺨 한개 얻어맞은 사람처럼 눈을 뚝 부릅떴다.

련속타격을 약속한듯 그날 오후에는 방인화가 또 달려왔다.

리병우앞에 다가앉은 방인화는 대바람 봄순이를 심청이처럼 만들겠는가고 들이대였다. 그도 분명 봄순이가 혼자 사는 아버지를 두고 시집을 안 가겠다는 독한 마음을 먹고있다는걸 아는 모양이였다.

리병우가 무어라고 할 말을 찾지 못하면서 우물거리자 방인화는 더욱더 입심을 부렸다.

《남자라는게 쟁기 달구 녀자 하나 후리지 못하우? 예? 그럴바엔 아래걸 뚝 떼서 저 호수에 던져버리오.》

방인화는 크지 않은 눈까지 흘기였다.

《사람이 어쩌문 그리두 답답하오? 봄순이네 집안일때문에 지금 기사장까지도 얼마나 안타까와하는지 알우?…》

방인화가 다불러댈수록 리병우는 입안의 침까지 말라들어 한마디도 못하였다.

기사장까지 꺼들며 으르딱딱하니 더 할말이 없었다.

자주 찾아와 그의 연구사업을 진심으로 도와주는데다가 딸 봄순이를 친동생처럼 사랑해주는 기사장이 아니던가. 봄순이에게 고운 구두까지 안겨준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목이 메였다.

누르퉁한 그의 얼굴은 점점 설삶은 감자빛이 되여갔다.

방인화가 돌아간 다음 리병우는 오래동안 생각에 잠겨들었다.

봄순이가 아버지와 떨어져서 시집가지 않겠다고 했다는 말이 방인화와 진철의 목소리로 바뀌여 귀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눈물이 나도록 고마운 딸이였다.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띄워주기 위해 임당수 푸른 물에 꽃다운 몸을 내던진 효녀 심청이와 무엇이 다르랴.

하지만 심청이가 물에 몸을 던지려 한다는걸 안 다음에야 왜서 막아서지 못하랴.…

(이 못난 아비때문에 봄순이를 정말 심청이처럼 만들순 없어. 더우기 기사장을 봐서라도…)

그는 설레설레 머리를 저었다. 그러나 등을 떠민다고 해서 진철이를 따라갈 봄순이가 아니였다. 문제는 아버지인 자기에게 있었다.

방인화나 기사장의 말대로 차수정을 데려오면 봄순은 아버지때문에 더이상 마음쓰지 않고 시집을 갈것이다.

또다시 방인화의 목소리가 귀전을 때렸다.

《보급원을 놓치구 어딜 가서 그만한 녀잘 데려오갔소? 똑똑하구 일잘하지.…》

리병우의 생각은 수정에게로 가지쳐갔다.

사실 차수정은 리병우앞에서 멀짝하고 맹물같은 사람과는 못살겠다고 말하면서 쓴웃음을 짓고 나가버렸다.

그들은 이따금 공장구내에서 만나군 하였지만 서로가 쓴외보듯 하면서 지나쳐버리군 하였다.

차수정은 기술도서예약과 주문도서가 나와도 본인을 직접 만나지 않고 직장장이나 다른 사람들을 통하여 책을 넘겨주군 하였다.

리병우에게는 차수정이 두렵기도 하였지만 그다지 싫은 녀자는 아니였다.

변덕스럽고 꺼리낌없이 톡톡 내쏘군 하였지만 그지없이 솔직하고 직선배기인데다가 더우기는 자기의 사업을 누구보다 깊이 리해하고 성심성의껏 도와주었다.

《당신이야 고운데가 꼬물만큼이나 있나요? 그저 하는 일이 고우니까 같이 살아주지요.…》

리병우에게는 그 말도 싫지 않게 들렸었다.

수정은 또 손기가 빨랐고 일도 걸싸게 잘했다. 방인화의 표현대로 그만한 녀자를 골라잡기도 쉽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수정이가 짐을 꾸리는것을 보면서도 막아서지 않은 자기가 어떻게 다시 살림을 합치자고 말한단 말인가. 말해봐야 들어줄것 같지도 않거니와 딸과 수정을 다같이 만족시킬 자신도 없었다.

리병우에게는 차수정의 랭랭하고 쏘는듯 한 눈빛이 생각만 해도 두려웠다.

(다시 모여살자는 말을 암만해도 못하겠어. 그러면 봄순이는…)

온밤 뒤척거리던 그는 새벽녘에야 할 말을 찾았다.

그는 이제라도 딸이 오면 이렇게 말하리라 결심하였다.

《아버지가 혼자 사는건 결코 불행이 아니다.

아버지는 공장에 나가서 일두 하구 연구를 하는게 제일 큰 락이다. 그러니 너무 마음쓰지 말구 진철에게 시집가거라. 멀리 가는것두 아니니 지금처럼 매일 만날수 있지 않겠니? 지금처럼 함께 사는거나 다름없다.…》

리병우는 마음속으로 곱씹어 말련습을 해보았다. 그런데 봄순은 점심시간이 다되여도 올줄 몰랐다.

(오늘은 왜 이리 늦어질가?…)

시험호동을 책임진 정의성기사가 제염소로 떠난 다음 몹시 바빠하던 딸이지만 마음은 어쩐지 불안하기만 하였다.

(이제 오겠지.…)

그는 또다시 마음을 늦구었다.

잠시후 문기척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리며 수리공 진철이 뛰여들었다.

《수의사동지! 시… 시험호동에서… 사… 사고가 났답니다!》

얼굴이 꺼매진 진철은 말까지 더듬었다.

《?!》

리병우는 다리가 떨려 겨우 서있었다.

《밤새 오리가 죽었답니다. 그래서 지금 보안원들두 와있구 관리국에서 간부들도 내려왔대요.》

진철은 마지막말을 맺지 못했다.

리병우가 물먹은 흙담처럼 풀썩 주저앉았기때문이였다.

(나때문에… 나때문에… 그 애가 사고를 저질렀구나.…)

리병우는 눈을 감으며 고개를 푹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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