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 회)


제 3 장 열매는 어떻게 무르익는가


3


호수가에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방뚝아래켠에 드문히 서있는 앙상한 버드나무들이 찬바람에 휘감기여 몸부림쳤다.

립춘이 지났지만 날씨는 아직도 대소한무렵처럼 차고 맵짰다. 며칠전에 내린 눈도 다 녹지 않은채 길옆이며 방뚝아래의 음달진 곳에 을씨년스럽게 웅크리고있었다.

그러나 호수가의 얼음을 까내고 감탕을 파내는 사람들은 그 추위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것 같았다.

호수가 여기저기에서 웃옷을 벗어던진 청년들이 삽과 곡괭이를 휘두르며 감탕을 파올리고있었다. 맞들이를 쥔 젊은이들은 입김을 펄펄 날리며 파올린 감탕을 직장표말이 서있는 자동차길까지 나르느라 달음박질하듯 뛰여다녔다.

공장에서는 겨울철이면 로력들을 총동원하여 감탕파기전투를 조직하였다.

수십개의 크고작은 하천들이 흘러들고 주위가 진펄로 되여있는 이곳 호수가에는 질좋은 감탕이 두텁게 깔려있었다. 이 감탕에는 오리의 영양에 좋은 광물질과 조지방, 조단백질이 많아서 오리의 비육도를 높이고 알낳이률을 높이는데 없어서는 안될 좋은 보충먹이로 리용되고있었다.

직장별로 1년분의 감탕을 채취하기 위한 경쟁이 조직되여 호수가는 여느때없이 들썩하였다. 여기저기에서 붉은 기발이 펄럭이면서 경쟁바람을 돋구었고 붉고 푸른 색갈의 직장표말들이 경쟁의욕을 북돋아주었다.

어느 직장에서는 록음기까지 가지고나와 흥겨운 노래소리까지 울리면서 사기를 불러일으켰다.

송영숙도 지배인과 함께 호수가에 나왔다.

그들은 직장별 감탕무지들을 돌아보면서 실적을 종합하였다.

그들의 걸음은 《생산2직장》표말이 있는 곳에서 멈추어졌다. 다른 직장들에 비해 두배나 큰 감탕무지였다.

《생산2직장에서는 윤흥식직장장이 직접 사람들과 함께 아침일찍부터 호수가에 나왔는데 하루이틀이면 과제를 넘쳐할겁니다.》

송영숙은 호수가 아래켠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장병식지배인은 머리를 끄떡끄떡하였다.

《한가지가 열가지요.》

그는 석쉼한 목소리로 한마디 하였다. 그의 말에는 호수가와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있어서 여름철에 배합먹이의 덕도 크게 보지 못하는 불리한 조건이지만 무슨 일에서나 앞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생산2직장에 대한 믿음이 담겨져있었다.

송영숙은 지배인과 삽을 들고 흩어진 감탕덩이들을 모았다.

그들은 높아지는 무지들을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돼오자 사람들은 작업도구를 거두었다.

그들은 로동의 희열과 기쁨을 웃음에 담아 축포처럼 터치며 얼음진 호수우를 건너가고있었다.

《왜 다들 메고치쪽으로 가는거요?》

지배인은 의아한 눈길로 호수 건너편으로 가는 사람들을 턱짓하였다.

송영숙은 흘러내린 목수건을 등뒤로 가볍게 던지며 빙긋이 웃었다.

《종금1직장장동무가 오늘 점심식사는 저희네 직장에서 한상 내겠다고 했답니다.》

《그렇소? 참 좋구만.》

장병식은 머리를 끄떡끄떡했다. 그는 웃음이 담겨진 눈길로 얼음진호수를 건너 솔숲이 우거진 메고치며 골방고치쪽으로 가고있는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문득 지배인이 송영숙을 돌아보았다.

《참! 기사장동문 왜서 호수건너편 저기를 메고치와 골방고치라구 부르는지 아오?》

지배인의 물음에 송영숙은 《예, 압니다.》하고 대답했다.

사실 그는 처음 공장에 왔을 때 메고치며 골방고치라는 향토적인 지명의 유래에 대하여 호기심을 가지고 몇사람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모두 머리를 저었다. 호수가에 태를 묻고 자란 서정관도 잘 모르겠다면서 어색한 웃음을 짓는것이였다.

《다들 그렇게 부르니 나도…》

그는 이렇게 얼버무렸다.

송영숙은 그저 그렇게 스쳐버리고싶지 않았다. 자기가 살게 될 고장의 지형지물은 물론 기후조건이며 유적유물 그리고 지명의 유래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알고싶었다.

송영숙에게 지명의 유래에 대하여 정확한 대답을 준 사람은 유상훈박사였다.

《왜서 메고치라고 부르는가 하면…》

그날 박사는 가금학의 오묘한 리치라도 가르치는듯 눈을 가느스름히 쪼프리고 느린 말투로 이야기했다.

《옛적부터 호수를 건너와 배를 대던 곳이라구 해서 처음엔 배고치라고 부르다가 점차 메고치로 되였다고 합니다.

그리구 이 호수는 예로부터 수질이 좋아서 물고기두 많았지만 크구 맛좋은 조개와 골뱅이가 많았다구 합니다. 허지만 특별히 바가지로 퍼담을만큼 많았던 저 후미진 곳은 어느때부터인지 골방고치로 불렀다구 합니다.》

그날 박사는 메고치의 푸르른 솔숲은 우리 나라에서 제일 큰 백로살이터라고 말해주었다.

해마다 봄날이면 수백마리의 백로들이 날아오는 이 고장은 참으로 아름답고도 신령스러운 곳이라고 자랑하였다.

박사의 말을 들으며 송영숙은 토색적이고 정서적인 두 지명에는 자원이 풍부하고 아름다운 호수에 대한 이 고장 사람들의 애착이 응축되여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럴수록 이 호수가가 나서자란 고향처럼 친근하게 안겨왔다.

《자! 우리도 이젠 들어가기요.》

지배인의 말에 송영숙은 생각에서 깨여났다.

그는 뒤쪽으로 돌아섰다.

누런색깃털을 댄 두툼한 솜옷에 털모자를 눌러쓴 지배인이 묵직한 걸음으로 승용차쪽으로 걸어갔다.

송영숙은 감탕이 묻었던 솜옷 앞자락을 털며 지배인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승용차를 타고 공장마을로 돌아와 각기 자기 집으로 헤여져 갔다.

아침부터 호수가에 나가 감탕파기현장을 돌아보면서 사람들의 일손을 도와준 송영숙은 여느때없이 시장기를 느끼며 집마당에 들어섰다.

집에 들어선 그는 어머니를 찾았다. 그런데 빈집이였다.

집짐승우리에 나갔는가 하여 마당가를 둘러보는데 그제야 대문을 열고 어머니가 들어왔다. 뒤따라 남편도 집에 들어섰다.

《어디 갔댔어요?》

송영숙은 부엌에 들어서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문춘실은 여느때없이 활기띤 얼굴이였다.

《점심시간전에 한바퀴 돌았다.》

그는 들고있던 그릇들을 내려놓으며 지배인과 당비서네 집에도 갔다오고 수정이한테도 들려온다고 하였다.

《?!》

남편의 솜옷을 받아서 옷걸개에 걸던 송영숙은 의아한 눈빛으로 돌아보았다.

딸과 사위의 얼굴을 보며 문춘실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오늘이 작은보름날 아니요? 그래서 농마국수를 노나주구 오네.》

어머니의 대답을 듣고서야 송영숙은 남편과 눈길을 맞추고 웃음지었다.

그러구보니 래일은 정월대보름날이였다.

한해중에서 제일 크고 밝은 달이 떠오른다는 민속명절날이다.

사실 문춘실은 정월대보름날뿐아니라 설명절과 청명, 한가위와 동지날을 비롯한 민속명절을 언제한번 스쳐보낸적이 없었다.

그는 두 딸에게 어릴 때부터 우리 민족이 창조하여온 민속명절과 민속놀이 그리고 지방의 풍습에 대해서 옛말처럼 들려주군 했었다. 그리고 풍습대로 여러가지 민족음식을 해놓고 동네사람들과 함께 나누는것을 하나의 큰 기쁨으로 여기고있었다.

《지배인네구 당비서네구 안사람들이 직장일루 바쁘게 뛰여다니느라 언제 농마국수 생각 했겠니? 수정이두 그렇지. 내 그래서…》

문춘실은 자기가 하는 일이 지극히 당연한듯 말했다.

송영숙은 닭공장마을에서도 언제나 이웃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며 화목하게 사는 어머니를 존경의 마음으로 대하였다.

《에구, 시장들 할텐데…》

문춘실은 서둘러 부엌으로 내려갔다.

잠시후 그는 밥상을 펴고 마주앉은 딸과 사위에게 감자농마국수를 올려보냈다. 닭고기와 도라지무침, 버섯볶음을 얹고 실고추며 닭알로 고명하여 놋쟁반에 담은 국수는 첫눈에도 부쩍 구미를 돋구었다.

《하! 이거 눈맛이 입맛이라구 보기만 해두 군침이 도는군요.》

백상익은 싱글벙글 웃으며 놋쟁반을 받아들었다.

매운것을 좋아하는 그는 빨간 고추가루양념과 겨자장을 듬뿍 덧놓았다. 그런 다음 양념이 고루 섞이게 두손에 저가락을 갈라쥐고 국수사리를 뒤척이였다. 그리고는 발이 긴 국수를 떠올려 후룩후룩 맛있게 먹기 시작하였다. 국수라면 농마국수든 강냉이국수든 하루 세끼라도 싫어하지 않는 그였다.

남편의 모습을 건너다보는 송영숙의 입안에서도 스르르 군침이 흘렀다.

그는 부엌에서 올라온 어머니와 함께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발이 가늘고 질기면서도 매끌매끌한 농마국수는 참으로 별맛이였다.

국수라면 아예 두손을 내젓군 하던 송영숙이지만 어머니가 말아주는 이 농마국수만은 사양하지 않았다.

딸, 사위 모두가 맛있게 국수를 먹는것을 지켜보는 문춘실의 주름많은 얼굴엔 흐뭇한 웃음이 넘실거렸다. 그는 사위가 그릇을 내자 얼른 덧국수를 가져다가 그앞에 밀어놓아주었다.

《더 하라구. 이 농마국수를 많이 먹어야 국수발처럼 오래오래 산다누만.》

가시어머니의 권고를 백상익은 사양않고 받았다. 덧국수까지 맛있게 먹고난 그는 밥상에서 물러앉으며 물었다.

《래일은 또 오곡밥을 하겠지요?》

문춘실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약간 뻐기는듯 한 어조로 말했다.

《여부있나? 오곡밥두 하구 약밥두 하구 복쌈도 해먹어야지.》

백상익의 얼굴은 더욱더 밝아졌다.

구기자를 넣어서 가시어머니가 손수 담근 약술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구미가 당겼다. 그는 즐거운김에 《우리 집엔 그저 어머니가 보배라니까요.》하며 가시어머니를 춰올렸다.

사위의 칭찬은 문춘실의 불같은 성미에 부채질을 하였다.

국수그릇을 다 거둔 다음 그는 조금도 쉬지 않고 바삐 돌아갔다. 대보름날음식감을 미리 준비하려는것이였다.

부엌창고에 들어간 그는 찹쌀자루며 말린 밤과 대추 그리고 잣을 담아놓은 바구니를 아름벌게 안고나왔다.

찰밥에 꿀과 참기름, 밤과 대추, 잣을 골고루 섞어서 시루에 쪄낸 약밥은 딸과 사위가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다.

음식감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던 그는 다시 창고에 들어갔다.

이윽고 고사리며 버섯, 가지와 고추잎을 비롯한 말린 나물들을 꾸레미채로 안고 나왔다.

정월대보름날에는 오곡밥이나 약밥과 함께 아홉가지 마른 나물로 반찬을 해먹는 풍습이 있다.

벽찬장우에 차곡차곡 가려놓았던 크고작은 그릇들을 내리워 거기에 말린 나물들을 따로따로 담아놓은 문춘실은 몇번이고 가지수를 꼽아보았다. 틀림없이 아홉가지였다.

말린 나물을 끓는 물에 데쳐내야겠다고 생각하며 가마앞에 다가앉던 그는 철썩 무릎을 쳤다. 부름깨기라고 달맞이구경을 하면서 먹는다는 엿이나 강정 생각을 감감 잊고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다시 창고에 들어가던 문춘실은 문턱에서 주춤했다.

(작년엔 콩강정을 했더랬는데 금년엔…)

잠시 이것저것 궁리하던 그는 닦은 참깨로 강정을 만들면 외손녀가 좋아할거라고 생각하였다. 창고에 들어가 여기저기 뒤적거리던 그는 콩마대옆에 놓인 크지 않은 참깨자루를 끄집어내였다.

그는 닭공장마을을 떠나 이곳으로 이사해와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올해 정월대보름날을 여느때보다 더 뜻깊고 즐겁게 맞이하리라 며칠전부터 별러왔었다.

특히 달맞이를 잘해야겠다는것이 그의 남모르는 생각이였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정월대보름날 떠오르는 둥근달을 바라보면서 마음속 소원을 말하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해에 보름달을 먼저 본 총각에게는 그 달처럼 얼굴곱고 마음씨 고운 처녀를 만나 백년가약을 맺는 기쁜 일이 생기고 처녀에게는 용감하고 억센 총각이 나선다고 하였다.

지금 문춘실의 마음속에 간직되여있는 남모르는 소원이란 딸이 떡돌같은 아들을 낳는것이였다.

사실 그는 송영숙이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사위앞에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아들이 아니라 딸을 낳았기때문이였다. 맏딸은 금딸이라고 곁에서들 말했지만 문춘실의 생각은 달랐다. 말은 하지 않아도 사위가 마음속으로나마 딸만 둘씩 낳은 가시어머니를 닮아 안해도 딸을 낳았다고 섭섭하게 생각할것 같아서였다. 그러니 이번에라도 아들을 낳으면 얼마나 좋으랴.…

문춘실은 래일 저녁엔 만사를 젖혀놓고 선참으로 떠오르는 보름달을 쳐다보면서 자기의 소원을 말하리라 마음다지였다. 그는 부지런히 음식감준비를 서둘렀다.

문득 그의 눈앞에는 어릴적에 어머니와 함께 달구경을 하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예닐곱살이던 문춘실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마을앞 시내가에 나가 돌다리며 웃켠 나무다리를 건너가고 건너오면서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바라보았다.

돌배나무집 장난꾸러기 갑돌이와 물방아집 개똥쇠는 온종일 연띄우기를 하면서 동네아이들과 함께 뛰여다녔다.

그러나 얌전한 계집애에게는 닦은 콩을 깨물며 돌다리를 건느는것이 더 재미났다. 그는 엄마보다 앞서서 깡충깡충 토끼처럼 돌다리를 건넜다.

자기를 보고 금쟁반같은 달속에서 두귀를 쫑긋 세운 별나라 옥토끼는 더욱더 신바람이 나서 절구질을 하였다. 그러나 몇번 다리를 건넜더니 힘이 들고 처음처럼 재미나지도 않았다.

《엄마! 힘들어. 이젠 집에 들어갈래.》

계집애는 돌우에 탈싹 주저앉았다.

낮에는 밭김매고 밤에는 전선원호로 드바삐 뛰여다니던 어머니는 웃는 얼굴로 딸애의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었다.

《얘야! 대보름날 열두다리밟기를 해야 1년 열두달 복이 온단다. 그래야 전선에 나간 너의 아버지도 미국놈을 몽땅 쳐부시고 승리하고 돌아오신단다.…》

아버지가 돌아온다는 말에 계집애는 다시금 일어났다. 그리고 힘을 내여 깡충깡충 돌다리를 건넜다.

《아홉… 열… 열하나…》

정말 그해 여름날 앞가슴에 훈장을 가득 단 아버지가 그 돌다리를 건너 집으로 돌아왔다.

문춘실이 열두다리밟기에 대한 고향의 풍습을 잘 알게 된것은 퍽 후였다.

예로부터 함경남도지방에서는 정월대보름날 달구경을 하면서 열두다리를 건느는 풍습이 있었다. 여기에는 1년 열두달 행복을 바라는 고향사람들의 념원이 담겨져있었다. 그래서 고향마을사람들은 돌다리나 나무다리를 열두번 건너가고 건너오면서 마음속 소원을 빌었다.

열두다리밟기에서도 함흥의 성천강 만세다리밟기가 더 유명했다고 한다.

이날 사람들은 성천강물결우에 비낀 보름달을 보면서 다리를 열두번건너가고 건너오면서 즐겁게 달맞이를 하였는데 어른들 짬으로 뛰여다니는 아이들로 하여 다리는 더욱더 흥성거렸다고 한다. 어른들의 발을 밟거나 옷자락을 당기기도 하면서 넘어뜨릴번 하였지만 이날만은 아이들에게 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춘실의 귀전에는 어릴적에 동네 좌상할아버지가 즐겨읊던 다리의 옛 시구절이 떠올랐다.


만세다리는 함양의 무지개다리요

성천강을 건느는 한갈래 길이라

아이들은 바람 일구며 씽씽 달려가고

어른들은 구름 몰키듯 유유히 건너가네


누군가 동흥산 구천각에 올라 정월대보름날 성천강의 이채로운 풍경을 노래하며 지었다는 옛 시구절이다.

세월이 흘러간 지금도 함흥에서는 정월대보름날이면 성천강을 건느는 어른들과 아이들로 다리가 미여진다고 한다. 간혹 비가 내리는 날도 있지만 다리를 건느는 사람들로 하여 이채로운 우산물결이 흐르군 한다.

고향마을의 잊을수 없는 풍경을 그려보는 문춘실의 얼굴에는 빙긋이 웃음이 피여났다.

그는 물에 씻은 참깨를 조리로 건져내면서 깨강정을 맛있게 만들어서 외손녀의 손에 들려주고 래일 저녁 그 애와 함께 봉대천다리에서 달맞이를 하리라 마음다졌다.

이윽고 부엌에서는 참깨를 닦는 고소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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