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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8월 22일

평양시간


(제 25 회)


제 3 장 열매는 어떻게 무르익는가


2


청년동맹창립절을 맞으며 공장문화회관에서는 청년동맹초급위원회에서 준비한 충정의 노래모임무대가 펼쳐졌다.

청년동맹원들은 우리 인민들에게 더 많은 고기를 먹이시려고 불비쏟아지는 전화의 그날 최고사령부 작전대우에서 공장을 세워주시고 삼복의 무더위도, 마가을의 찬바람도 마다하지 않으시고 공장에 찾아오시여 나아갈 길을 하나하나 가르쳐주신 어버이수령님의 인민사랑의 력사를 노래와 시에 담아 격조높이 웨쳤다.

그리고 선군혁명천만리길을 끊임없이 이어가시는 그 바쁘신 속에서도 새 세기에 두차례나 공장에 찾아오시여 현대화의 휘황한 앞날도 마련해주신 위대한 장군님을 더 높은 증산으로 받들어갈 충정의 맹세로 들끓었다.

공장종업원들로 가득찬 문화회관은 격조높은 노래와 흥겨운 음악, 아름다운 률동으로 바다처럼 설레였다.

송영숙은 지배인, 당비서와 나란히 관람석에 앉아 충정의 노래모임을 관람했다.

소박하면서도 힘찬 노래로써 공장의 앞날을 위해 더 높이, 더 빨리 달릴것을 결의다지는 미더운 청년들이였다.

청년직장과 배합먹이직장을 비롯한 공장의 어렵고 힘든 부문의 앞장에 서서 생산투쟁은 물론 기술혁신의 맨 앞장에서 내달리고있는 그들이 아닌가.

송영숙은 종목이 끝날 때마다 남먼저 크게 박수를 치며 청년들을 고무해주었다.

지배인과 당비서도 대견하고 흐뭇한 눈길로 출연자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열띤 흥분에 호응했다.

지배인은 무대에 나선 청년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잘하누만, 잘해! 오늘 보니 우리 공장 청년들이 한사람같이 끌끌하구 대견하구만.…》

《예. 모두가 재간둥이들이구 하나같이 선녀선남이지요.》

《그러구보니 우리 공장 앞날도 창창하구만.》

그들이 나누는 말을 엿들으며 송영숙은 빙긋이 웃었다.

《참! 저 가운데 서있는 동문 종금직장 수의사네 딸이 아닙니까? 시험호동에서 일하는…》

김춘근당비서가 송영숙의쪽으로 몸을 기웃하며 조용히 물었다.

송영숙은 빙긋이 웃으며 《예, 봄순동뭅니다.》하고 속삭이듯 대답했다. 《요즈음 정의성동무가 소금밭이끼수송에 나갔지만 봄순동문 그 어느때보다 시험호동을 더 책임적으로 관리한답니다.》

그는 자랑스럽게 덧붙였다.

《수의사동무가 정말 금옥같은 딸을 두었구만.》

당비서는 봄순을 바라보며 기쁜듯 크게 머리를 끄덕이였다.

송영숙의 눈길은 봄순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봄순은 녀성3중창에 출연하여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었다. 송영숙에게는 봄순이가 남보다 노래를 잘 부르고 춤도 잘 추는것이 못내 사랑스럽게 생각되였다.

알뜰하고 일 잘하는데다가 용모는 또 얼마나 고운가.

흰 저고리에 까만색주름치마를 받쳐입은 봄순은 목이 상큼하고 몸매도 날씬한데다가 얌전스런 표정도 무척 아릿다왔다.

관람석에 앉은 사람들도 봄순을 가리키며 리병우수의사의 딸이 물찬제비같다고 소곤거렸다.

《수의사동무도 어디에 앉아 딸을 보고있겠는데…》

김춘근당비서는 약간 몸을 돌리고 리병우수의사를 찾아보았다.

송영숙도 수의사가 딸 봄순이를 보면 기뻐할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앞좌석에 앉은 사람들의 뒤모습을 두루 살펴보았다.

그러나 리병우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 경아도 저 봄순이처럼 곱게 자랄수 있을가? 일 잘하고 알뜰한 처녀가 될수 있을가?…)

송영숙의 마음은 저도 모르게 기사장이 아니라 딸가진 어머니의 심정이 되였다. 한동안 그는 봄순을 쳐다보며 즐거운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얼마후에는 친어머니의 사랑을 일찍 잃은 봄순이가 측은해보였다.

그 무엇으로써든 그를 위해주고 사랑을 기울이고싶어졌다.

느닷없이 리병우수의사와 차수정의 얼굴이 떠올랐다.

(수정인 정말 저 봄순에게 따뜻한 사랑을 부어줄수 없을가?… 수정이가 수의사와 가정을 이루어야 자기자신은 물론이구 봄순이도 행복할텐데… 그리구 털단백질연구도 첨가제연구와 같이 성공의 령마루를 향해 힘껏 내달릴수 있구…)

생각에 잠겼던 송영숙은 열광적인 박수소리에 눈길을 들었다.

청년동맹원들의 노래모임이 끝났던것이다.

사람들은 청년들의 명절을 축하하여 오래도록 박수를 쳐주었다.

송영숙도 크게 박수를 치며 청년들의 앞날을 축복해주었다. 그리고 청년들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합쳐 공장의 번영을 이룩하리라 마음다졌다.

그때로부터 며칠후 현장에서 들어오던 송영숙은 청년학교앞에서 봄순을 만났다.

그는 다소곳이 머리숙여 인사하는 처녀를 반기였다.

《봄순동무! 마침이군요, 찾아가려던 참이였는데…》

그의 말에 봄순의 눈은 올롱해졌다.

《?!》

송영숙은 빙긋이 웃으며 자기의 사무실에 올라가자고 처녀를 이끌었다. 《잠간이면 돼요. 어서 가자요.》

송영숙은 앞서서 사무실로 올라갔다.

얼핏 돌아보니 봄순의 얼굴에는 (무슨 일이나요? 예? 무슨 일로 나를…)하는 물음이 씌여져있었다.

송영숙은 의혹을 감추지 못해하며 뒤따라 계단을 오르는 봄순을 돌아보았다.

《봄순동문 노래를 참 잘 부르더군요. 얼굴도 곱구요. 난 노래모임때 봄순동무만 쳐다봤어요. 정말이예요.》

그의 칭찬에 봄순은 수집은 미소를 지었다.

어느덧 방에 들어선 송영숙은 급히 책상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책상밑에서 굽높은 새 구두를 꺼내였다.

봄순에게 주려고 며칠전에 마련했던 구두였다.

그는 빙긋이 웃으며 처녀에게로 다가왔다.

《봄순동무한테 주려고 구두 한컬레 사왔는데 맞겠는지 모르겠군요. 자! 어디 한번 신어봐요.》

그제야 자기가 이 방에 들어오게 된 사연을 깨달은 처녀는 깜짝 놀라며 비명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겁먹은 눈길로 두어발자국 뒤걸음질했다.

송영숙은 처녀의 손을 다정히 잡아 의자에 앉히고는 굽높은 새 구두를 그앞에 놓아주었다. 발잔등에 금빛장식띠까지 있는 까만색의 굽높은 구두는 보기만 해도 값비싼 신발이라는것이 알렸다.

자기의 발앞에 놓인 새 구두를 내려다본 처녀는 또다시 튕겨나듯 의자에서 일어났다.

송영숙은 그의 어깨를 다정히 다독여주며 눌러앉히였다. 그는 눈가에 정찬 웃음을 담고 곱게 흘겨보았다.

《한번 신어봐요. 일없다니까요. 어서요!》

그는 옹송그리고 앉은 처녀에게 몇번이나 재촉했다.

그제서야 봄순은 발가락을 옴지락거리며 새 구두에 조심스레 발을 밀어넣었다.

송영숙은 그의 발치에 다가앉아 구두앞코숭이를 꼭꼭 눌러보며 발이 편안한가고 물었다.

처녀는 그저 머리만 끄덕거렸다.

《그럼 어디 한번 걸어봐요. 어서요.》

송영숙은 걸음마를 떼여주는 어머니처럼 처녀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봄순은 수집게 웃으며 못박힌듯 서있기만 했다.

《이번 노래모임때 보니 처녀들이 모두 이런 구두를 신었더군요. 봄순이도 이제 날씨가 따뜻해지면 이 구두를 신고다니라요.》

송영숙은 자기의 손에 끌려 사뿐히 걸음을 옮기는 처녀에게 친근한 어조로 말하였다.

봄순은 고개를 다소곳한채 아무 말도 못하였다.

사실 그는 다른 처녀들이 신고다니는 뒤축이 뾰족하고 굽높은 이런 구두를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버지에게는 말을 할수 없어서 부러운대로 참고있었다. 그런데…

잠시후 기사장은 새 구두를 곽에 넣어서 봄순의 손에 들려주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아버지의 건강과 가정생활에 대해서 차근히 물었다.

《봄순동문 참 좋은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군요.

수의사동진 그 누구보다 공장을 위해 애쓰시는 훌륭한분이예요. 지금처럼 어려운것이 많은 속에서도 털단백질먹이를 연구하는것만 보아도 얼마나 돋보이나요? 난 수의사동지가 앓을가봐 항상 근심이예요. 건강하고 근심걱정이 없어야 연구사업에서 성공할수 있으니까요.

난 봄순동무가 아버지를 잘 모신다는 말을 들었어요. 자기 맡은 일도 잘하고 아버지도 잘 모시고… 얼마나 좋아요?》

송영숙의 부드러운 어조에는 진정이 넘치고있었다.

그는 인츰 얼굴에 밝은 웃음을 담았다.

《참! 봄순동문 종금직장 진철동무와 친한 사이라지요?… 부끄러워하긴… 일없어요.… 내 보기에는 그 동무도 무척 성근하고 진실해보여요.

앞으로 우리 공장의 기둥감이 될거라구 생각해요.

봄순동무도 그렇게 생각하겠지요?… 난 그런 좋은 청년과 가까이하는 봄순동무도 괜찮은 처녀라구 봐요.》

송영숙은 처녀의 진심을 들여다본듯 머리를 끄덕였다.

그의 말에 처녀의 얼굴은 아예 홍당무우가 되였다.

송영숙은 아버지와 수정에 대한 봄순의 생각을 물으려다가 그만두었다.

남달리 수집음을 잘 타는 처녀여서 에둘러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얼마후 그는 친동생에게 타이르듯 말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아무때나 찾아와요. 날 친언니처럼 생각하구 말이예요. 그리구 우리 함께 아버지일을 잘 도와드리자요.》

이윽고 그는 문밖에 나와 처녀를 바래주었다.

성미앵공한 처녀는 고맙다는 인사말 한마디 못하고 방에서 나왔다.

봄순에게는 기사장이 눈물이 나도록 고마왔다.

(세상에 우리 기사장동지처럼 살뜰하구 인정많은 일군도 있을가?… 그리구 내 마음이랑 진철동무에 대해서도 어쩌면 그렇게 잘 아실가?…)

처녀는 마음속으로 몇번이고 물었다.

봄순은 기사장이 가까이에 있으면 항상 마음이 따스해짐을 느꼈다.

그는 앞으로 일도 더 잘하고 아버지도 더 잘 모시리라 마음다졌다.

또한 모든 면에서 모범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기사장의 사랑에 꼭 보답하리라 마음다지며 집으로 걸음을 다그쳤다. 한시바삐 아버지에게 새 구두를 보여드리고싶었다.

(이 구두를 보시면 아버지도 기뻐하실거야.…)

새 구두를 안고 집으로 돌아오던 그는 가공직장앞에서 정문으로 나오는 차수정을 띄여보았다. 도서보급때문에 그곳에 왔댔는지 그는 두툼한 책 몇권을 안고있었다.

그런데 봄순이와 눈이 마주치자 쌀쌀한 표정을 지으며 지나쳤다.

그 순간부터 처녀의 걸음은 떠졌다. 새 구두도 점점 무거워졌다.

문득 새 구두를 안겨주면서 기사장이 하던 말 《우리 함께 아버지일을 잘 도와드리자요.》가 《우리 함께 아버지가 보급원과 다시 가정을 이루도록 잘 도와드리자요.》라는 말로 해석되였다.

(기사장동지도 우리 아버지와 보급원엄마가 함께 살기를 바라고있어. 그래서 나를 더 따뜻이 대해주는것이고… 그런데 보급원엄마는…)

봄순에게는 수정의 싸늘한 눈빛이 두려웠다. 그 눈빛은 자기의 탈가가 전적으로 봄순이때문이라고 웨치는듯 싶었다.

그러니 이제 와서 방인화큰어머니의 부탁대로 아버지에게 보급원엄마를 다시 데려오자고 말하기도 서슴어졌다. 지금껏 자기가 아버지를 마지막까지 모시고 살겠다고 하더니 진철이라는 남동무가 나서니 그제서야 새 엄마를 데려오라고 하는것이 너무도 자기중심적이고 리기적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제라도 보급원이 집에 들어온다면 그전과 달리 어머니라고 부르며 따뜻이 대해줄수는 있어도 자기가 나서서 새 엄마를 데려오라고 아버지를 추동할 용기는 없었다.

(그러니 난 어쩌면 좋을가?…)

봄순은 점점 무거워지는 구두를 안고 집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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