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 회)


제 3 장 열매는 어떻게 무르익는가


1


새해공동사설을 받아안고 온 나라가 새해벽두부터 부글부글 들끓었다.

우리의 사회주의를 고립압살하기 위해 비렬한 경제봉쇄책동에 매달리고있는 제국주의자들의 면상을 보기 좋게 후려치며 주체철생산체계를 완성한 성강로동계급의 자랑찬 위훈이 온 나라에 전해지고 그들의 불같은 호소에 화답하여 어디서나 기적과 혁신이 창조되였다.

인민생활향상에서 중요한 몫을 맡고있는 오리공장도 례외가 아니였다.

일군들도 로동자들도 보람찬 대고조진군길에서 영예로운 승리자가 될 불같은 결의를 다지며 새해 진군길에 들어섰다.

송영숙은 당위원회의 집체적인 토의와 지지속에 올해의 높아진 고기생산계획과 전망적인 과학기술발전전략을 통이 크게 세우고 그 수행을 위해 신들메를 든든히 조여맸다.

《과학기술이자 생산이고 생산이 곧 과학기술로 되고있는 오늘 우리는 자기 일터, 자기 초소에서 최첨단돌파전을 힘있게 벌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첨가제연구에 공장의 과학기술력량을 총집중해야 합니다.

하여 올해 하반년부터 수입첨가제와 공장첨가제를 5:5비률로 대담하게 생산에 도입해야 합니다.…》

새해공동사설 과업관철을 위한 종업원총회에서 송영숙은 이렇게 힘주어 말하였다.

그는 정의성이 연구하고있는 첨가제를 공장첨가제라고 불렀다.

녀성기사장의 토론을 듣고있던 종업원들은 저저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지금껏 생산성이 높은 우량품종을 얻어내기 위한 유상훈박사의 육종사업 이외에 이렇다할 성과가 없이 배양균이나 만들어 발효먹이를 보장하던 기술준비소의 지위가 대뜸 높아졌기때문이다.

공장의 생산에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하던 고요한 뒤동네가 이제는 종업원모두의 관심과 시선이 집중되는 곳이 되였다. 새로 일떠선 첨가제생산실에서 기대들의 동음이 우릉우릉, 윙-윙- 들리고 끌끌한 젊은이들의 발걸음소리와 웃음소리가 활기를 북돋아주며 들려오게 된것이다.

《수입첨가제와 공장첨가제를 절반씩 섞어서 먹인대.》

《그럼 수입첨가제를 절반만 사들여와두 되겠구만?》

《앞으론 전부 공장첨가제만 쓴대요.》

《히야! 대단한데!》

《새로 지은 첨가제생산실에서 지금 공장첨가제를 많이 생산한대요.》

뒤에서 소곤소곤 들려오는 사람들의 말에 서정옥은 옆에 앉은 봄순의 손을 꼭 잡았다. 긍지와 기쁨으로 달아오른 처녀의 말큰한 손은 무척 따뜻했다. 그들은 서로 마주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종업원총회에 참가한 정의성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 부풀어올랐다.

(우리가 만드는 첨가제가 오래지 않아 생산에 이바지하겠구나!…)

가슴이 터질듯 뿌듯하였다.

종업원총회가 있은 다음날 정의성은 광명성제염소에 나가 소금밭이끼에 대한 연구도 하면서 그 수송에 참가하겠다고 정식 제기했다.

며칠전 공장에서는 1년분의 소금밭이끼를 한달동안에 수송하기 위한 수송전투를 조직하였던것이다.

그의 제기는 기사장 송영숙의 지지를 받았다.

로력이 긴장한 때 로력도 바치면서 계절별로 채취방법에 따르는 소금밭이끼의 조성에 대하여 더 깊이 연구해보겠다는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정의성은 처음 자기의 결심을 유상훈박사에게 터놓았었다.

박사는 쾌히 지지를 표시했다.

《정기사결심이 그렇다면 내 기사장에게 제기하겠소. 기사장도 자연상태의 소금밭이끼를 더 연구하면서 수송작업에도 참가하겠다면 절대 반대하지 않을거요.》

박사의 말대로 기사장은 기꺼이 승낙하였다.

기술준비소에 나왔던 송영숙은 박사의 말을 듣고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리고는 일주일에 한번씩 수송차를 타고 들어와서 시험호동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와 생산도입을 다같이 밀고나가야 한다는걸 명심하세요.》

송영숙은 정기어린 눈으로 정의성을 곧추 쳐다보며 말했다.

《하반년부터는 공장첨가제를 절반씩 섞어 생산에 도입해야 하니까요.

더 좋구 원천이 풍부한 천연제를 계속 연구보충하면서 대담하게 생산에 도입해야겠어요.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시험오리에게만 적용시키는건 시간도 자재도 모두 랑비예요.》

그는 자못 위엄있게 말했다.

정의성의 마음은 또다시 부풀었다.

배심은 더 커졌고 새로운 결심도 생겨났다.

사실 송영숙이 기사장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첨가제연구는 큰걸음을 내짚으며 전진하고있었다.

우선 첨가제의 주요성분인 항생물질과 일부 미량원소들이 송영숙에 의하여 천연제로 보충되였다.

그리고 지난해에 멋쟁이건물로 완성된 첨가제생산실에 새 설비들을 들여놓고 기대들을 만가동시키니 연구의 과학성과 위생성도 담보되였고 관리공들은 많은 시간을 호동관리에 돌릴수 있었다.

그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혁신이고 전진이였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더 많았다.

먹성인자도 찾아야 하고 미량원소들과 비타민들도 천연제나 화합물로 바꾸고 보충하자면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중요미량원소의 하나인 망간(Mn)도 지금은 수입제인 류산망간이나 과망간산칼리움으로 대용하지 않는가.

공장첨가제의 성분들중에도 일부 비타민과 미량원소들은 수입제나 화학물질로 대용하고있는데 그것을 모두 천연물과 원료원천이 풍부하고 국산화된 화합물로 바꾸기 위한 연구를 중단없이 내밀어야 하는것이다.

(내 기어이… 기어이…)

정의성은 은근히 주먹을 틀어쥐였다.

다음날 저녁 정의성은 안해와 나란히 시험호동을 나섰다.

제염소에 나갈 준비도 할겸 처남의 병문안을 하려는것이였다.

서정관이 감기로 앓는다는 말을 들었던것이다. 며칠째 출근도 못하는걸 보니 심하게 앓는 모양이였다.

래일 수송조를 책임지고 떠나게 된 그는 제염소로 가기 전에 처남에게 인사도 하고 병문안도 하는것이 도리라고 생각하였다.

서정관의 집에는 마침 량주가 있었다.

아래목에 자리를 펴고 누웠던 서정관은 동생내외를 반기며 일어나앉았다.

정옥은 오빠에게 병세가 어떤가고 근심스레 물었다.

서정관은 이런저런 약을 썼더니 많이 나아졌다고 시들하게 대답하였다.

《이게 다 정신적타격이지 뭐갔소?》

방송화가 얼른 한마디 께끼였다.

정신적타격이라는 어마어마한 표현에 정옥의 눈은 커졌다.

정의성의 눈빛도 긴장해졌다.

《?!》

《무슨 일이 있었나요?》

정옥은 근심과 불안이 엇갈린 목소리로 물었다.

혀끝으로 청중을 낚아낸 방송화는 바로 이때라싶게 말주머니끈을 풀었다.

《생각 좀 해보라요. 사람은 우선 마음이 안착돼야 무슨 일이든 잘할게 아니요? 헌데 새 기사장이 온 담부터 저 령감은 쐐기가 됐시요. 공장에 구멍난 곳마다 찾아다니면서 메꾸는 쐐기 말이요.》

그제야 정의성은 빠른 손빗질로 앞머리칼을 쓸어올렸다.

(또 험담이 시작됐구나.…)

긴장하게 솟구었던 정옥의 어깨도 툭 떨어졌다.

그러나 방송화는 승이 나서 험담주머니를 털었다.

《글쎄 작년엔 첨가제생산실건설을 통채로 떠맡기구 몇달 때려몰더니 며칠전엔 소금밭이끼 수송조직을 하라구 했다잖아요. 이번엔 염전으로 내몰자는거지요. 내 그래 령감을 집안에 끌어앉혔시요.》

그는 장한 일을 한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순간 정의성의 가슴속에서는 주먹같은것이 불끈 솟구쳤다.

(결국 소금밭이끼수송에서 빠지려구 환자역을 놀구있구나.…)

그는 당장이라도 자리를 차고 일어나고싶은것을 겨우 참았다.

그의 감정을 재빨리 읽어본 서정관은 벌컥 성을 내였다.

《그만하오! 아무렴 내가 당신풍에 놀아날 사람이요?》

서정관은 세대주의 권한으로 안해의 입에 빗장을 질러놓았다.

하지만 부부일심동체라고 안해의 말은 자기의 마음을 대변한것이였다. 사실 방금전에도 서정관은 안해앞에서 기사장에 대한 불만을 하늘만큼 터놓았었다.

《그러지 않아도 내 매부를 만나 얘길 좀 하려던 참이였소.》

서정관은 올방자를 틀며 어엿한 자세로 말을 건늬였다.

《그래 매부생각엔 공장첨가제가 수입첨가제보다 꽤 나을것 같소?》

그의 태도와 눈빛이 여느때없이 진지하고 심중한것을 보고 몸가짐을 바로하였던 정의성은 긴숨을 내그었다.

(또 첨가제연구에 찬물을 끼얹자는 심사로군.…)

열물이라도 삼킨듯 입안이 쓰거워졌다.

그러나 열백번이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배심이 생겼다.

《공장첨가제를 어떻게 수입첨가제에 비교하겠습니까? 아직 채 완성되지 않았지만 수입첨가제보다 훨씬 훌륭할겁니다. 우리의것이 아닙니까? 두구보십시오.》

그는 언제나와 같이 자기의것에 대한 긍지와 확신을 가지고 대답했다.

서정관은 웃몸을 제끼고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속이 빈 웃음이였다.

《하하…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제 잘난 멋에 산다구 하는거지. 누가 뭐라든… 참! 매부도 날 수입병환자 취급하려들건 아니요?》

(도적 제발 저리다더니 어지간히 수입병환자취급을 당한 모양이군. …)

정의성은 속으로 코웃음쳤다.

이윽고 서정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하지만 매부는 공장경영활동에 대해선 잘 모르고있소. 사실 우리 공장에 흔한 부산물로 첨가제를 사다쓰는건 가장 실리에 맞는 일이요. 자기 단위 특성과 실정에 맞게 원료와 자재를 효과적으로 리용하는것두 기업관리나 경영활동에서 중요한 일이 아니겠소?

그런데 매부는 제 잘난 멋에 시간과 품을 랑비하는것 같구만.

거기에 기사장은 또 기사장대루 건설이니 수송이니 하구 공장사람들을 들볶아대지.… 요즘엔 자기와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수입병에 걸렸다구 비난하더구만. 음, 음…》

서정관은 기사장에 대한 불만을 쓴웃음으로 함축시켰다.

기사장을 비난하는 소리에 서정옥은 자기자신이 모욕을 받은것처럼 귀뿌리가 달아올랐다.

(오빠도 형님도 기사장을 헐뜯지 못해 그냥 몸살이를 하는구나. 어쩌면…)

인츰 정의성이 되물었다.

《그러니 형님은 결국 첨가제연구를 그만두라는겁니까?》

그의 사색적인 눈빛과 크지 않은 목소리에서는 도전심리가 확 풍겨나왔다.

약삭바른 서정관은 곧 안면근육을 풀었다.

《그거야 기사장이나 매부결심에 달린거고… 난 그저 내 생각을 말했을뿐이요. 허지만 안전하고 편안한 길을 택하는것두 현자가 아니겠소? 더우기 당신은 당신이라치구 저 앨 좀 보오.》

서정관은 아래목에 앉은 녀동생을 가리켰다.

《물론 남편을 도와서 함께 일하는건 기특한 일이지. 하지만 이제는 처녀시절두 아닌데 1년 열두달 시험호동에 매여있으니 집안꼴이 뭐가 되오?》

오빠의 말에 정옥은 얼굴을 활딱 붉혔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남편의 편에 서고싶었다. 그는 세타앞자락을 만지작거리며 집안의 막냉이로 자라던 어릴적처럼 어리광스럽게 말했다.

《난 일없어요. 일철이 아버지 일만 잘된다면야…》

그는 뒤말을 잇지 못하고 대신 방그스름히 웃었다.

서정관은 그제야 송곳이를 다 드러내며 껄껄 웃었다.

《그렇다면야 나두 할말이 없지. 좋아! 좋아!…》

이때 문기척소리가 들려왔다.

부엌에 있던 방송화가 잰걸음으로 전실로 나가더니 이어 문가에서 누군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후 기사장과 설비부기사장이 방안으로 쑥 들어왔다.

서정관은 급기야 환자다운 그럴듯한 표정을 지으며 엉거주춤 일어나 그들을 반기였다.

《누우십시오. 그러다 바람을 맞으면 어쩔려구요.》

송영숙이 부드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는 정의성과 정옥이 차례로 눈인사를 한 다음 서정관에게 좀 어떤가고 물었다.

그가 조금 머뭇거리자 방송화가 대신 나서며 며칠째 고열에 시달리다가 지난밤부터 조금 나아졌다고 대답하였다.

송영숙은 동정어린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자네도 이젠 늙었구만, 감기로 며칠씩 이불헤염치는걸 보니… 어쨌든 안됐네, 인차 와보지 못해서…》

최금천이 들고온 과일꾸레미를 한켠에 놓으며 푸접좋게 말했다. 소꿉친구의 그 말에 서정관은 히죽이 웃었다.

그가 인사치레로 공장소식을 몇마디 묻는 사이에 방송화는 무슨 환송연이라도 차리려는듯 맥주니 탄산단물이니 그리고 빵이며 과일을 잔뜩 차려들고 방안에 들어왔다. 그는 사람들에게 맥주며 탄산단물을 부어준 다음 송영숙에게도 친절히 권하였다.

송영숙은 례의를 지켜 탄산수를 조금 마시였다. 그가 고뿌를 내려놓자 방송화는 빵이며 과일을 더 권했다.

《공장일도 바쁠텐데 이렇게 찾아와주시니 고마운 마음을 뭐라구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녀자의 몸으로 큰 일, 작은 일 다 걷어안구 뛰여다니자니 오죽 바쁘시겠나요? 하두 능력있구 실무가 높으니까 감당해나가지요.》

꿀같이 달디단 그의 말을 곁에서 귀동냥해 들은 정의성의 온몸은 삽시에 오싹해졌다.

그에게는 앞뒤가 다른 처남댁의 뻔뻔스러운 말과 신속한 감정변화가 신기하기도 하고 욱 치미는 구토감까지 자아냈다.

하지만 송영숙은 빙그레 웃으며 겸손하게 말했다.

《제가 뭐 특별히 잘하는건 아니예요. 누구에게든 그런 사업을 맡기면 다 해낼수 있답니다.》

잠시후 송영숙과 최금천은 바쁜 일이 있어서 그만 가보겠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친절한 안주인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다음 서정관에게 치료를 잘 받으라고 이른 다음 집에서 나왔다.

정의성도 그들의 뒤를 따라 집을 나섰다.

《이젠 저 집에 다니지 마오. 절대루!》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정의성은 안해에게 한마디 내던졌다.

정옥은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걸었다.

그는 남편의 불쾌한 마음을 충분히 리해하였다.

이미전부터 오빠네를 전염병환자처럼 께름하게 생각하며 간격을 두고 경계하였던 남편이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방송화와 말장단치는것을 늘 못마땅해하였다.

처음에는 그것을 서운하게 생각하였던 정옥이지만 점차 남편의 눈으로 오빠네를 살펴보니 결코 틀린 견해가 아니였다.

정옥은 방송화의 폭포같은 인정과 꿀같은 말에 끌려서 오빠의 집에 자주 다녔지만 험담을 잘하고 앞뒤가 다른것을 보고는 매번 환멸을 느끼였다. 사람을 앞에 놓고 손바닥 뒤집듯 올려추고 내리깎을 때 보면 당장 뛰쳐나가고싶었다. 그러나 오빠를 생각해서 웃으며 지내였다.

형님때문에 남편과 오빠의 사이가 멀어지는것은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그런데 오늘 보니 량주가 꼭같았다.

지금도 정옥은 오빠에 대한 야속한 마음을 안고 말없이 걸음을 옮겼다.

안해의 마음을 헤아려본 정의성은 더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다음날 정의성은 소금밭이끼수송조와 함께 제염소로 떠났다.

그들이 타고갈 차는 대형화물자동차였다.

《정기사두 가오? 그것 참 좋게 됐구만.》

운전사는 처켠친척인 정의성을 보고 벌쭉거리였다. 정의성과 소금밭이끼를 수송하는 한달동안 함께 생활하게 된것이 기쁜 모양이였다.

남편을 바래우려고 운수직장에까지 나온 서정옥은 길동무가 괜찮다고 상글상글 웃었다.

정의성은 안해에게 일주일에 한번씩 들어오겠으니 그동안 호동관리를 책임적으로 해야 한다고 당부하였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기사장동지나 소장동지를 찾아가서 의논하오.》

그는 벌써 두번째로 같은 말을 하였다.

《근심마세요. 당신이 하라는대로 하겠으니까요.》

정옥은 정옥이대로 추운 겨울날 제염소로 떠나는 남편이 감기라도 걸릴가봐 근심이였다.

어느덧 정의성은 제대군인청년 두명과 함께 운전칸에 올랐다. 뒤켠에 침대가 있는 자동차여서 모두 운전칸에 오를수 있었다.

《몸조심하세요.》

서정옥은 자동차가 움씰하자 운전칸을 올려다보며 당부하였다. 정의성은 약간 머리를 끄덕여보였다.

운수직장 정문을 벗어나 얼마쯤 달리던 자동차는 배합먹이직장앞에서 다시 멎었다.

큰길옆에 방옥화가 나와있었다.

《왜 그래?》

운전사가 창유리를 내리고 멋없이 큰소리로 물었다.

그러거나말거나 방옥화는 보리빵같이 둥실한 얼굴에 웃음을 담고 어서 내려오라고 손을 까딱까딱하였다. 겉으로는 시답지 않은척 해도 운전사는 발동을 끄고 고분고분 차에서 내렸다.

그는 안해의 뒤를 따라 배합먹이직장 접수실로 스적스적 따라들어갔다. 한동안이 지나서야 그는 자동차에 올랐다. 별로 불쾌한 기색은 아니였다.

《아주머니가 왜 그럽니까?》

자동차가 다시 달리기 시작하자 곱슬머리카락이 털모자밑으로 삐여져나와 귀염성스러워보이는 한 청년이 호기심을 담고 물어보았다.

《내의 하나 더 입으라구 성화여서… 감기 걸리문 야단이라나?》

운전사는 왼손으로 솜옷앞자락을 슬슬 문대며 씨물 웃었다.

곱슬머리는 그제야 의문이 풀리는지 싱긋 웃었다.

《운전사동진 아주머니한테 꼼짝 못하는것 같애요?》

목이 성큼한 옆의 청년이 또 물었다.

총각들에게는 남편과 안해들의 세계가 모두 신기하고 호기심이 동하는 모양이다.

먼 운행길을 심심치 않게 보내려는 생각인지도 몰랐다.

두쌍의 크고작은 눈동자는 운전사를 지켜보며 대답을 재촉했다. 운전사는 픽 코웃음을 쳤다.

《우리 처가집 방가네 피줄엔 맘씨 무던한 녀자는 반쪽두 없다니까. 하나같이 왕드살이요. 살집이 많은것만큼 말두 많구 욕심두 많지. 안그렇소? 정기사?》

운전사는 방가네와 연줄이 있는 정의성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는 몸집이 크고 살집좋은 안해를 상스러운 말로 묘사했다.

절제가 강하고 매정스러울만치 단정한 정의성에게는 그런 거칠고 비문화적인 말이 몹시 불쾌하였다.

그는 눈이 쌓인 도로를 바라보며 못 들은척 외면하였다.

자동차는 대한무렵의 차디찬 공기를 헤가르며 제염소를 향하여 기분좋게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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