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 회


제 3 장


30


새해(1962년)를 앞두고 군농기계작업소에서 진행된 년간총화에 참가하고 원화협동조합으로 내려온 최동익은 작업분조의 운전수들을 차고로 보내고 혼자서 관리위원회로 갔다. 마침 리규성이 있어서 그는 년간사업총화에서 자기네 작업분조를 대표하여 토론한 내용을 대강 알려주었다. 그는 수령님께서 자기들을 무시할수 없는 기술집단이라고 신임을 주신것만큼 이에 보답하기 위해 비록 운전수 열명밖에 안되는 작은 집단이지만 합심하고 협력하여 농촌기술혁명에 더욱 이바지할 결의를 다졌다고 말했다.

리규성은 조합에서 운전수들의 작업조건과 생활조건을 잘 보장해주지 못해 창원이같은 운전수가 생겼다고 하면서 앞으로 운전수들을 적극 도와주고 협력할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누군가 출입문을 세차게 두드리더니 응답도 듣지 않고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군복차림의 청년이 성큼성큼 다가와서 거수경례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관리위원장동지! 장이남이 제대되여왔습니다.》

목소리가 어찌 우렁찬지 창문이 흔들리였다.

순간 얼굴이 환해진 리규성이 일어서며 그에게로 다가가 어깨를 힘껏 껴안았다.

《이남이가 왔구나! 장복덕아바이의 둘째가 왔구나!》

너무 반가워 제대군인의 어깨를 마구 흔들었다.

《그간 별고없었습니까? 규성아저씨!

아주머니랑 다 잘있어요? 난 군대복무기간 고향사람들이 얼마나 보고싶었던지 모릅니다.》

《그래그래!》

규성은 그의 손을 이끌어 걸상에 앉히였다.

《수고했다. 부분대장이구나. 이런 메달두 달았군, 허!…

원화리사람이라면 어디 가서든 뒤지지 말아야지.

참, 인사해라. 우리조합 뜨락또르작업분조장 최동익동무다.》

이남이와 동익은 마주 다가서며 손들을 힘껏 잡았다. 리규성은 기뻐서 어쩔줄 몰랐다. 끌끌한 제대군인이 벙글거리며 들어선것이다.

호박이 디글디글 굴러들어온다! 조합이 번성할 징조다. …

《집에는 들렸댔니?》 따뜻하게 물었다.

《예, 아버지가 그새 늙으셨더군요. 조합에 변화가 많이 생겼더군요. 우선 김덕준아바이대신 리규성아저씨가 관리위원장이 됐구요. 그리구 한대밖에 없던 뜨락또르가 다섯대나 들어왔다더군요.》

《나날이 달라져가고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한동안 있었다.

《리당위원장을 만났니?》

《군당에 가고 없습니다.》

《입당했겠지?》

《물론이지요.》 장복덕의 둘째아들이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한 보름 푹 쉬여라.》 리규성이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한주일동안의 시간을 받고 왔습니다.》

장이남의 뜻밖의 대답에 리규성이는 눈섭이 우로 치솟았다.

《한주일동안의 시간? 어디서 시간을 받았다는거야?》

《아저씨, 저는 황해제철소에 배치받았습니다.》

《뭐?!… 그럼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건가?》

《제대군인들은 거의다 공장이나 건설장에 배치합니다.》

그러니 이남이는 고향에 온것이 아니구나! 순간적으로 그는 가슴이 무너져내리는것 같았다.

(흥, 조합이 번성할 징조?)

입이 쓰거웠다.

리규성의 얼굴에 서운함이 어찌도 짙게 어리였던지 제대군인은 어쩔수 없었다고 미안해하며 한동안 설명을 하고 또 반복했다.

입을 꾹 다물고 듣고만 있던 리규성이 침울한 얼굴로 제대군인과 동익에게 담배를 권하고 자기도 피워물었다.

《지금 농촌에 할일이 많은데 로력이 부족해. 내 그래서 네가 고향에 온줄 알고 무척 기뻐했더랬는데…

어찌겠니. 알았다, 동네어른들한테도 인사를 하고 동무들도 만나보아라. 가봐라.》

리규성은 이남이에게 좋게 말하여 보내였다.

관리위원장이 이렇듯 상심해하니 제대군인은 얼른 일어서지 못했다.

장복덕의 둘째아들 이남이의 소문이 온 마을에 쫙- 퍼지였다.

그가 고향에 온 휴가기간에 색시를 얻어가지고 황철로 같이 가야 하는데 그 대상자로 조합적으로 인물이 첫째이고 모내기도 《재봉침》이라고 소문날 정도로 첫째가는 5작업반의 향옥이를 택했다는것이다.

《아니, 날래기도 하지.

그 사이에 벌써 두집에서 의합이 되고 당자들도 좋다해서 벼락같이 잔치를 한대요.》

《이남이가 미리 부모들한테 편지를 했대요. 색시감을 골라놓으라구. 그래 이남의 형수가 나섰는데 서은옥이 나서서 안되는 일이 있소?》

《그런데 남자쪽이 좀 짝이 기운대요.》

《그럴테지. 향옥이 같은 인물이야 좀더 멋진 새서방을 얻어야지.》

《그렇지만 농촌에서 일하기 힘드니까 도시로 시집가려는 타산이 앞섰겠지.》

녀인들이 우물가에서 주고받는 말이였다.

《벼락잔치》를 하기 전날 밤에 장복덕령감이 관리위원장을 찾아왔다.

《에헴! 관리위원장, 래일 우리 아이가 잔치를 합니다.》

넙적하고 볼이 처진 얼굴에 만족스러운 헤식은 웃음을 담고 말했다.

글을 쓰고있던 리규성이 머리를 들지도 않고 대답했다.

《예,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저녁녘에 좀 와주셨으면 해서… 헤…》

리규성이 머리를 들었다.

《아바이, 제대군인 아들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저녁녘에 시간을 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 고맙습니다.》

《리당위원장동무한테 얘기했습니까?》

《물론이지요. 그럼 그렇게 알고 기다리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장복덕이 나가자 리규성이는 손에 쥐고있던 연필을 책상우에 내던졌다.

《황소같은 청년이 일잘하는 처녀까지 끌고 가버리겠군!》

그는 화가 나서 두덜댔다.

리당위원장이 들어와서 장복덕령감이 들렸댔는가, 그래 가겠다고 했는가 하고 물었다.

《제대군인인데 가보지 않을수 있소?

제기랄, 으뜸가는 로력자 둘을 한날한시에 놓치는군.》

《둘이야 무슨 한사람이지요. 향옥이.》

《무슨 소릴 하오? 제대됐으면 고향으로 왔어야 할 청년인데 그놈이 향옥이까지 달고 가게 됐으니 둘이요.》

《허허…》

《난 저녁에 안가겠소. 리당위원장 혼자 가오.

가고싶은 생각이 싹 없어졌소.》

리규성이 이마살을 잔뜩 찌프리였다.

《제대군인잔치니 안 갈수 없다 해놓고는… 그럼 되겠소?》

《…》

리규성이는 자기가 한 말이 있으니 어쩌지 못했다. 잠시 앉아 감정을 자제하고나서 그는 회계원을 불러 창고장을 데려오라고 했다.

갱핏한 얼굴에 표정이 거의 없는 창고장이 왔다.

《장복덕의 둘째아들이 제대되여온걸 알지요?》

《예, 온 마을이 다 알지요.》

《래일 잔치를 한다는데 찹쌀하고 팥, 기름, 술을 보내고 축산반에 말해서 돼지 한마리를 내게 하시오.》

리규성이 지시했다.

《얼마나 주어야 할지?》

물자출고에서 절대 자의적으로 하지 않고 철저히 관리부위원장이 수표하는 전표대로 하는 창고장이였다.

리규성은 창고장을 신임하고있지만 이럴 때는 짜증이 났다.

《내가 술 몇병을 주어야 한다는것까지 말해야 하겠소?》

창고장이 뜨직뜨직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부위원장하고 토론하겠습니다》

그는 무엇인가를 속으로 타산하며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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