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 회


제 2 장


27


창원이가 자기 집으로 가버린 후에 동익이네 뜨락또르작업분조 운전수들은 이 크지 않는 집단의 생활에서 그가 차지하는 몫이 컸다는것을 새삼스럽게 느끼였다.

창원이는 공상에 잘 잠기군 하는 리상주의자이지만 락천가였다. 그는 이따금 저녁이면 마을청년들과 오락회를 벌리군 하여 조합의 처녀들뿐만아니라 총각들속에서도 인기가 컸다.

운전수들속에서도 그의 유모아와 웃음이 기계에 치는 윤활유처럼 생활을 유쾌하게 하고 윤택이 나게 하는데 기여했었다.

재식이가 《창원이 녀석이 없으니 심심하고 따분하군.》하고 투덜댄것이 우연하지 않았다.

최동익은 바쁜 농사철이 지나가고 겨울이 닥쳐오는 때에 시간이 좀 나게 되자 창원이네 집을 찾아가기로 결심하였다.

주소는 농기계작업소의 로동과를 통해 알아냈다.

《가지 말라구.》

작업소지배인이 만류했다.

《무엇때문에 뜨락또르를 버리고간 녀석을 찾아간단 말인가. 설복시켜서 데려오려구? 아니, 가버린 놈이 돌아올리 만무하지.

지금쯤 아마 아버지의 주선으로 좋은 일자리를 얻어가지고 흥얼흥얼 휘파람이나 불고있겠는데 이전 책임운전수가 찾아간다 해서 마음이 돌아설것 같소? 헛걸음할건 뻔해. 그간 동익동무가 너무 자기를 혹사했소.

창원이한테 갔다오는 품이면 잠이나 실컷 자오.》

《창원이를 꼭 데려오자는건 아닙니다.》 동익이가 대답했다.

《창원이가 그러는데 아버지가 1년간 로동단련을 하고 상급학교에 가라고 했답니다. 그러고보면 창원이는 우리한테서 1년간 일했습니다.

그렇다면 떳떳하게 제기해서 갈것이고 우리와도 작별인사를 했어야지요. 왜 도망치듯 했는가 하는겁니다.

나는 창원이를 내 동생처럼 생각했고 내 힘껏 도와주려 했습니다.

창원이도 나를 형처럼 따랐구요. 우린 정이 통했습니다. 요새는 꿈에 그 애가 자주 보입니다.

지배인동지, 나는 어쩐지 창원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것만 같습니다. 그렇지 않구야 편지 한장 없겠습니까? 꼭 무슨 일이 생긴것 같습니다.》

지배인은 동익이의 인간미에 감동되여 더 말리지 못했다.

《정 그렇다면 가봐야지. 뭐 필요한게 없겠소? 빈손으로야 갈수 없지 않겠소.》

지배인은 그러면서 빙그레 웃기까지 했다.

이렇게 되여 동익은 지배인이 꾸려주는것들을 가지고 창원이네 집으로 떠났던것이다.

오후 늦게 남포에 도착했다.

남포는 평양에 대면 어방없이 작은 도시였으나 농촌에 비하면 눈이 휘둥그레해지는 큰 도회지였다.

항구안에 큰 짐배들이 둥실 떠있고 항구로 들어오는 려객선이 내는 붕- 하는 고동소리가 이채로웠다. 바다와 그우를 날고있는 갈매기들은 아름다운 그림같았다.

남포에는 우리 나라 굴지의 제련소와 유리공장이 있다. 제련소의 굴뚝은 동양에서 제일 높다고 했다.

창원이네 집은 단층독립가옥이였다. 공장지배인의 집이니 아담하고 깨끗했으며 울타리를 따라 꽃나무를 많이 심은것이 유표했다.

(여기서 창원이가 사는구나. 농촌마을과 대비도 되지 않는 큰 거리가 뻗어있고 유리창이 번쩍이는 아빠트들이 줄지어있으며 공장들이 연기를 뿜고있는 이 큰 도시에서 창원이가 살고있구나.)

남포에 처음 오는 동익은 보는 곳마다에서 감동을 금치 못했다.

거리에는 자동차들이 분주히 오가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데 다 좋은 옷들을 입었다.

농촌마을에서는 농민들이 늘 작업복을 입고다니고 선거날이나 설날같은 명절에만 어쩌다 외출복을 입고 나선다.

(농촌도 언제면 이처럼 사람들이 기계를 돌리며 문명한 생활을 누리게 될가?)

농촌에서 현재 기계를 다루고있는 로동계급의 한 사람으로서 동익은 농민들에 대한 동정으로 가슴이 뻐근해왔고 농촌기술혁명의 담당자로서의 사명감을 깊이 느끼는것이였다.

창원이의 어머니가 동익을 맞이했다.

동익이가 자기 소개를 하자 녀인은 몹시 반기면서도 미안해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동익은 《창원이가 보구싶어서 잠간 들렸습니다.》 이렇게 말하는것으로 녀인의 그 마음을 안심시키려 했다.

창원이는 캄캄해져서야 작업소지배인이 말한 그대로 휘파람을 불며 나타났다.

《창원아, 누가 왔나 봐라. 너의 이전 책임운전수가 왔다.》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던 어머니가 창원이를 붙잡고 소곤거리였다.

창원이는 점심곽을 넣어 어깨에 걸치고있던 가방을 벗어 팽개치다싶이 하고 방안으로 달려들어왔다. 그는 동익의 두팔을 붙잡고 빙빙 돌았다.

《아, 동익형님!》

역시 감상적이고 랑만적인 청년이였다.

《안녕했어요? 보고싶었습니다!》

그의 맑고 깨끗한 눈에 금시 눈물이 핑- 돌았다.

《재식아바이랑 동무들이 다 잘 있습니까?

야! 정말 같이 고생하던 동무들을 잊을수 없어요. 추억은 아름다운것이지요.

그때는 힘들고 졸음에 시달리며 이 고생스러운 뜨락또르운전수를 걷어치워야 하겠다고 몇번이나 생각했고 끝내는 도망했지만, 형님! 그때가 좋았어요.

종일 들에서 일하느라 지치고 배고픔에 시달리다가 식모아주머니가 퍼주는 된장을 두고 끓인 배추국을 훌훌 불어 마실 때의 그 행복한 순간이야말로…》

《됐어, 그만 말하고 좀 앉자.》

동익은 창원이와 같이 방바닥에 앉았다.

《이 랑만가! 그렇게 흘쩍 떠나는 법이 어디 있는가. 응?》

동익이가 성을 내자 창원이는 쩔쩔 매다가 대답하였다.

《그건 저… 일은 이렇게 된겁니다. 나는 정말 철이 없고 의리도 없고 례의도덕도 지킬줄 모르는 놈입니다.

충수염수술후 퇴원해도 한달동안은 차를 타지 말아야 한다기에 마침 병문안온 누이와 같이 아버지가 보낸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이런 사정을 동무들에게 찾아가 알리고 떠나야 했으나 병원에다가 김덕준아바이나 최동익동지가 오면 그렇게 말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그냥 떠났습니다.

한달후에 원화마을의 우리 작업조에 다시 가려했으니까요. 그러나 집에 와보니 어머니는 앓지 그리고 아버지는 밤낮 나가사는데 외아들인 나까지 없으니 집안 꼴이 말이 아니였습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미루던차에 유리공장에서 누군가가 손풍금타는 솜씨가 있다는데 우리 공장에 취직해서 일도 하고 선전대에서 솜씨를 보이는것이 어떤가, 천리마작업반이 되자면 일도 잘해야 하지만 예술소조활동도 잘해야 하는데 동무같은 청년이 필요하다고 권고했고 아버지도 그렇게 하라고 해서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여기 눌러앉고말았습니다.

그렇다고 형님을 한번도 잊은적은 없어요.

사실 농촌은 나에게 맞지 않아요. 나처럼 도시에서 자란 사람은 일을 해도 도시에서 일해야지 농촌에 가져다 놓으면 바다고기가 시내물에 들어간것처럼 살아가기가 힘든 법이예요.》

동익은 창원이의 말이 충분히 리해되였다. 도시에서 자란 그가 농촌에서 살자니까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동익은 언젠가는 창원이가 도시로 다시 갈것이라고 생각하고있었기에 더 다른 말은 하고싶지 않았다. 허나 정작 만나니 전에 생각과는 달리 창원이를 다시 데리고가고싶었다.

《창원아, 조합에서도 사람들이 널 기다린다.

물론 넌 그곳에서 자기 의무를 할수 있는껏 했다. 하지만 네가 없으니 다들 생활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허전해하누나.》

《동익형님.》

창원이는 흥분을 억제하며 진심을 솔직히 말했다.

《차츰 저는 동익형님이랑 동무들이 모두 바삐 뛰는데 내 혼자 집에서 노는것이 어쩐지 떳떳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깊은 생각없이 훌쩍 떠나온 걸음이라 내처 한달을 고향도시의 정든 이 따뜻한 집에서 즐겁게 보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한달이 지났고 뜨락또르를 탈수 있게 되였으니 응당 작업조동무들에게로 가야 할것이였지만 가고싶지 않았습니다. 편안해지니까 이전에 뜨락또르를 타고 논밭갈이하고 물동을 운반하고 새땅찾기를 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보낸 나날들이 막 끔찍하고 고생스럽게만 돌이켜졌습니다.

물론 아까도 말했지만 어머니가 앓는 가정사정도 있었지만 그보다 다시 농촌으로 가고싶지 않은 감정이 더 큰 원인이였습니다.

매일 퉁탕거리는 소리와 흔들림에 부대끼고 기름에 절고 연기에 끄슬리는 그 뜨락또르운전수생활의 지긋지긋한 추억이 다른 모든 감정, 동무들에 대한 그리움, 미안한 생각, 나를 동생처럼 사랑해주던 동익형님에 대한 배신감 등을 압도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아버지가 정해준 1년간의 로동체험을 했다는 위안과 내 앞길에 대학이라는 희망이 불타고있는것이 나를 고무했습니다.

그래서 남포유리공장에서 오라고 하자 거기에 취직해서 선전대활동도 하며 대학입학준비를 하고있었습니다.》

창원이는 순진하고 단순했으며 솔직했다. 동익은 이 장점때문에 창원이를 리해하게 되였고 더 욕하고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동익은 입술을 소리없이 깨물었다.

《그러니 그 지긋지긋한 운전수생활을 다시는 안하겠다는 말이지.》

창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그러나 어쨌든 나는 동익동지를 존경하며 평생 잊지 못할것입니다. 동생처럼 나를 대해주었지요.》

《창원이는 어쩔수 없는 사람이군.》

창원이는 불시에 심각해졌다

《나를 데리려 오지는 않았겠지요? 아버지한테 얘기하렵니까?》

《창원이, 나는 너를 훌륭한 운전수로 이끌지 못한 자신을 탓할뿐이다.》

한동안 더 이야기를 했다.

동익은 여기에 더 머무를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창원이에게 무슨 별다른 일이 생긴것이 아니고 오히려 대학갈 준비를 하고있지 않는가. 이런 그를 돌려세운다는것은 하늘의 별을 따오는것 만큼이나 힘들것이다.

《나는 가겠다.》

동익이가 일어섰다.

창원이는 깜짝 놀라며 그를 급히 붙잡았다.

《가다니요? 힘들게 왔는데 저녁식사를 하고 하루밤 푹 쉬세요.

사실 언제 한번 실컷 잔적이 있습니까?》

창원이의 목소리가 떨리였다.

《저녁밥을 먹고 잠도 자면 창원이의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할수 있겠니?

창원이가 잘못 행동했으니 원화협동조합으로 다시 가야한다고 하겠니, 아니면 본인의 요구대로 대학에 보냅시다 하겠니? 두 경우가 다 나에게는 어려운 선택이다.》

최동익은 자기가 가지고온것을 그에게 준 다음 창원이와 그의 어머니가 붙잡는것을 뿌리치고 그 집을 나왔다. 창원이가 그냥 뒤따라오며 돌아가자고 간청했다.

동익은 비로소 준절하게 말했다.

《나는 같이 일하는 동무들과 특히는 농촌기술혁명을 외면하고 도주한 너의 집에서 자고싶지 않다.

저 불빛환한 도시의 야경을 보아라. 저 제련소의 굴뚝에서 검푸른 하늘로 솟구치는 연기를 보아라. 로동의 장엄한 동음을 듣고 아름다운 거리를 보며 너는 저 바람 불고 해볕 따가운 들판에서 허리굽히고 일하는 농민들을 생각해본적이 있니? 있겠지. 하지만 농촌에 자기의 노력을 바치고 농민들과 한가마밥을 먹을 용기는 없겠지.

창원이 헤여지자. 나는 네가 고생스럽던 뜨락또르운전수생활을 아름답게 추억하고있다니 너에게서 그 이상은 바라지 않겠다.》

동익은 머리를 푹 숙이고있는 창원에게서 돌아섰다. 가슴속이 쓰리고 괴로웠다. 이렇게 창원이와 헤여져야만 하는 자신이 무맥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대학입학시험준비를 하고있는 창원이의 발목을 붙잡을수 없지 않는가.

그는 늦은 밤차를 타려고 정거장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기차에 오른 동익은 불현듯 한가지 행동을 결심했다. 뜨락또르운전수양성소에 들려 혜영이를 만나보려는것이였다.

그러한 결심을 하자 그는 이상하게 기분이 흥겨로워졌다.

(이건 물론 자유주의적인 행동이구. 그 어떤 사업상 필요에 의한 걸음이 아니다. 하지만 동익이! 그렇게만 볼것이 아니지.

혜영이는 우리한테서 뜨락또르운전기술을 배우다가 양성소에 갔어.

그러니까 그후 그가 어떻게 배우고있는지 관심을 돌리는것은 응당하고 또 사실 《사업상용무》라고도 할수 있지.)하고 그는 자신을 변명하였다.

사실 양성소에 가본다고 해서 달라질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어 공연한 걸음이라는것이 명백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혜영이에게 그를 이끌어가는 격렬한 감정의 분출을 도저히 억제할수 없었다.

혜영이와 있은 가지가지 일들이 머리속에 영화의 화면처럼 떠올랐다. 자기를 쳐다볼 때의 그 어글어글한 《왕눈》에서 내풍기는 정열의 불길은 늘 동익이의 얼을 빼앗군 했다.

그래서 될수록 그 눈길을 피하려하지만 정신이 얼떨떨해지는것은 어쩌지 못한다. 눈길을 피하면 혜영은 말했다.

《나를 좀 돌아보면 안되겠어요?》

동익은 숨이 막힐듯한 그 매혹을 물리치려고 명령하군 했다.

《당장 내리오. 녀자를 태우고는 일을 못해!》

그럴 때마다 혜영은 코등을 주름잡으며 입을 삐죽거렸다.

《음 뚝쟁이.》

동익은 혜영이가 뜨락또르를 도랑창에 구겨박았을 때 이마며 어깨며 옆구리가 상하여 아픈것은 둘째치고 모내기철의 제일 바쁜 대목에서 사고를 냈으니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하는 아뜩한 생각으로 기가 막히였으나 혜영이를 탓하고 나무람할 마음은 전혀 없었다.

이상하게도 혜영이가 마을에서 사라졌을 때 그는 처녀에 대한 동정과 함께 애정의 불길이 세차게 가슴을 태우는것을 어쩌지 못했다.

이때로부터 동익은 혜영을 더 깊이 리해하고 그리워했으며 그러한 감정이 지금 혜영을 찾아 운전수양성소로 달리게 했을것이다.

차창밖은 캄캄한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있다. 렬차는 어둠속을 뚫고 줄기차게 달린다.

차바퀴가 철길이음짬을 지나는 가락맞는 소리, 이따금 들리는 기적소리…

려객들은 잠을 자기도 하고 사이다를 마시면서 요기를 하기도 한다.

팔에 완장을 두른 차장이 손님들을 살펴보며 지나간다. 어느 구석에선가 청년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동익은 창턱에 팔굽을 올려놓고 손으로 턱을 고이고서 휙- 휙- 지나는 어둠속을 응시하며 그냥 생각에 잠겨있었다.

(기특한 처녀야. 그저 호기심에서든지 아니면 새것을 지향하는 정열을 이기지 못해서 뜨락또르를 배우려는 처녀가 아니야.

지금 당에서 무엇을 요구하고있는지 알고있지. 아버지의 영향일가. 아니면 민청에서 하는 학습을 통해 농촌에서 기술혁명이 가장 절박한 과업으로 나서고있다는것을 알게 되였는지 어쨌든 머리가 트이고 눈이 바로 박힌 처녀야.)

그는 또 이렇게 생각했다.

(혜영은 갈데 없는 우리의 농촌처녀야. 그것도 선진적인!

그런데 평양에 공부가있는 미순이에게서는 향수내가 풍기고 얼굴은 희맑아지고 손은 나긋나긋해졌어.

도시에 가서 공부하니까 그렇겠지. 아니 그래서가 아니야. 어딘가 달라졌어. 우리와 잘 섭쓸리지 못해.

미순이가 공부를 마치면 고향에 다시 올가?

공부를 하고 다시 돌아온 림촌의 피살자가족인 명호처럼 말이야. 아마 돌아오겠지. 영준반장의 딸이 아닌가.)

…성천에서 기차를 내린 동익은 려관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잠을 자고 아침밥을 먹은 다음 뜨락또르운전수양성소를 찾아 떠났다. 몇년전에 아버지의 청원을 수락한 관리위원회 추천으로 이곳에 와서 뜨락또르운전수가 된 동익이였다.

감회가 새롭다. 더구나 여기서 혜영이가 뜨락또르운전기술을 배우고있지 않는가. 무쇠철마를 다루는 청년의 심장도 어쩔수 없이 설레이였다.

그는 공연히 기침을 해가며 양성소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때 뒤에서 뜨락또르가 다가오는 소리가 났다. 동익은 한옆으로 비켜서며 무심결에 그차를 돌아보았다.

(아니, 혜영이가?)

운전칸에는 파란 모자를 쓰고 아래우가 맞달린 운전복을 입은 혜영이가 앉아있었다.

동익이가 놀랍게 바라보는 사이에 혜영이는 차를 세우고 날렵하게 뛰여내리였다. 그리고 달려왔다.

《동익동무-》 멀리서부터 소리를 지른다.

동익은 마주 달려갔다. 침착하려고 애를 썼지만 마치도 술에 취한 때처럼 발이 제대로 나가지 않았다.

《혜영이-》

그들은 손들을 마주 잡았다. 혜영이 반가워 어쩔줄 모르는데 크고 검은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내리였다.

《혜영이 왜 우오?》

《너무 반가워서!》

동익이도 눈굽이 뜨거워났다.

《나한테 오지요? 그렇지요?》

혜영이가 여전히 웃고 울며 물었다.

《응, 혜영이한테 오오.》

《내 그런줄 알았어요.》

혜영이가 소란스럽게 떠들었다.

《어제밤 꿈에 동무를 보았는데 성이 나서 나를 피해가더군요. 꿈과 생시는 반대라더니 아이참, 이렇게 만났군요. 나를 욕했지요. 뜨락또르를 굴러먹었다고?》

《자, 이 손을 이제는 좀 놓자구. 사람들이 보지 않나?》

《보라지요. 난 부끄럽지 않아요. 나의 〈선생〉을 만났으니까요.》

《어쨌든 더펄이는 더펄이군!》

《호호호…》

혜영은 손으로 입을 가리우고 웃어댔다.

《너무 요란하게 웃는구만.》

《나를 좀 똑바로 보면 안되겠어요. 왜 자꾸 눈길을 피해요?》

동익은 얼굴이 벌개지면서 웃으며 말했다.

《그 〈왕눈〉때문에!…》

그들의 웃음소리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놀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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