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 회


제 2 장


18


전국농업열성자대회는 새해(1961)를 사흘 앞두고 열리였다.

대회에 참석하시기 위하여 회의장 휴계실에 들어서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주석단에 앉을 집행부성원들과 인사말을 나누시다가 피창린에게 말씀하시였다.

《동무가 제출한 보고서를 읽어보았소.》

피창린은 수령님께서 임의의 시각에 찾으시군 하시기때문에 숙천에 어떤 목적의 회의를 소집하려고 간다는것을 책임부관에게 통고했었다.

숙천회의이후 그는 회의진행정형에 대해서는 보고드릴 필요가 없었으나 군인민위원회들의 협동조합들에 대한 지도에서 나타나고있는 문제점들은 보고드려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했었다. 그 보고서를 수령님께서 읽으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중앙에 앉아있는 일군들보다 현실에 접근해서 사업하고있는 피창린같은 일군들의 의견을 더 중시하시였다.그렇기때문에 공장이나 농촌에 가시면 그 지방의 일군들과 로동자, 농민들을 반드시 만나시여 의견을 들으시군 하시였으며 전국각지에 다 맞는다고 보아지는 참신한 문제는 정책에 반영하기도 하시였다. 뜨락또르의 작업료를 정할 때 재령나무리벌의 김제원농민의 의견을 참작하시였다. 해방후 김제원은 빈농들이 부농들한테서 소한마리를 빌려 하루 밭갈이를 하는데 쌀 한말을 낸다고 했다. 그래서 뜨락또르작업료를 그보다 훨씬 눅게 정했다.

대회가 시작되였다. 보고에 이어 토론들이 있었는데 산간지대에서 온 처녀관리위원장의 토론이 생활적이고 생동하여 만장의 인기를 모았다.

《××군 상촌농업협동조합 관리위원장 최순녀동무가 토론하겠습니다.》

사회자가 다음 순서를 말하자 객석에서 자그마한 처녀가 일어서서 달랑달랑 걸어나왔다. 뺨이 흥분으로 달아올라 능금같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저렇듯 자그마한 처녀가 관리위원장을 하면서 농사를 잘 지어 대회에서 토론까지 하게 되였으니 대단하구나 하는 호기심이 부쩍 동하시여 처녀를 주시하시였다.

그런데 연탁에 나선 토론자는 키가 작아서 객석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 처녀는 앞을 가리운 마이크뒤에서 어찌할바를 몰라하였다.

《발판을 놓아주시오.》

김일성동지께서 그 모습을 보시고 지시하시였다. 그제야 생각난듯 누군가가 급히 발판을 들고와 처녀관리위원장의 발밑에 고여주었다. 토론자가 발판우에 올라서서 객석을 볼수 있게 되자 그이께서는 (이제야 됐군.)하시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처녀관리위원장이 토론을 시작했다. 해발 1400메터가 넘는 산발들이 병풍처럼 둘러선 상촌리에서의 한해 농사이야기는 감동적이였다. 때아닌 우박이 쏟아져 강냉이들이 피해입는것을 보며 어린 처녀관리위원장이 너무 안타까워 울던 이야기는 눈물을 자아냈고 도토리를 털려고 산속에 들어갔다가 메돼지를 만나 도망치던 이야기는 웃음을 폭발시켰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눈굽이 뜨거워나시기도 하고 재미도 나시여 웃음을 짓기도 하시였다.

(자그마한 처녀가 대단해! 용하단 말이야.)

련속 감탄을 금치 못하시던 그이께서는 처녀관리위원장이 달성한 성과를 보고드리자 먼저 박수를 쳐주시였다. 이어 회의장을 진감하는 박수가 터졌다.

《참 일을 잘했소. 과연 어린 동무가 이악하게 일을 많이 하였소.》

그이의 우렁우렁하신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회의장을 진감하며 울리였다. 그이께서는 곁에 앉은 김일1부수상에게 《녀성들이 도리여 이악하게 일을 잘합니다.》하고 말씀하시였다. 과분한 치하에 황송하여 처녀관리위원장이 굳어져 서있기만 하는데 누군가 등뒤에서 토론을 마저하라고 튕겨주었다. 그는 토론을 끝내면서 알곡을 더 많이 생산하고 도토리도 많이 따서 지방산업공장에 보내주겠다고 하였다.

청중들의 박수가 잦아졌는데도 처녀는 그냥 서있었다. 무엇때문일가?…

이때 뜻밖의 일이 생겼다. 처녀관리위원장이 흥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였던것이다.

《이번에 회의에 올라올 때 조합원들이 따라나와 바래워주며 절절하게 부탁한것이 있습니다.》

역시 이악하고 당돌한 처녀관리위원장이였다. 청중이 수군거리는데 확성기를 통해 김일성동지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음, 무엇인데?》

처녀관리위원장이 어떤 말을 할지 회의장은 기침소리 하나없이 조용해지고 긴장해졌다.

《조합원들의 부탁은 우리 상촌리에서도 전기를 보게 해달라는 청을 수상님께 꼭 말씀드려 달라는것이였습니다.》

회의장은 정숙을 깨고 술렁이는데 김일성동지께서 환하게 웃으시였다.

《이 동무가 우리에게 농촌전기화를 다그칠것을 요구하고있습니다. 그렇소, 이 동무의 제기가 옳습니다. 이제는 산간지대 농민들도 그런것을 요구할 때가 되였습니다.》

그이의 우렁우렁하신 음성이 회의장을 꽉 채웠다.

《관리위원장의 청을 들어줍시다. 전기를 해결해 줍시다.》

회의장에서 일시에 박수가 울리였다. 그들은 자기일처럼 기뻐했다.

대회휴식시간에 김일성동지께서 최순녀를 데려오라고 하시였다. 얼마후 몸매 작은 최순녀가 휴계실로 들어서는데 간부들이 주런히 앉아있는 자리여서 몹시 당황해 하였다.

《여기 오시오.》

수령님께서 처녀를 가까이로 불러주시였다.

옆자리에 그를 앉혀주신 수령님께서는 어린 처녀가 정말 일을 잘했다고 다시금 치하해주시였다. 그러시고는 자신의 가까이에 앉은 영웅녀성관리위원장을 가리키시면서 이 동무처럼 영웅이 된 다음에 시집가라고 말씀하시였다. 처녀관리위원장이 빨개진 얼굴을 숙이자 그이께서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관리위원장사업을 하는데서나 농사를 짓는데서 애로가 있으면 말하오.》

《없습니다. 제가 능력이 딸려서…》

《제기할것이 더 없소? 아까 만장이 듣는 앞에서 전기를 해결해달라고 했는데 또 다른것이 있으면 서슴없이 말하오.》

까만 눈을 깜빡이며 처녀는 이내 말씀을 드리지 못했다.

《아까처럼 용감하게 말하시오. 군인민위원회가 제대로 도와주오? 말하자면 군인민위원회의 지도사업에서 고쳐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김일성동지께서는 회의를 지도하시는 과정에 피창린이 제출한 보고서에 대해 상기하시였다. 토론자들이 더러 피창린이 제기한 내용과 비슷한 토론을 했었다. 피창린은 보고서에서 군인민위원회가 협동조합들에 대한 행정적지도에서 형식주의가 적지 않다는것, 숙천군만 하더라도 큰 규모의 협동조합이 20개가 넘는데 군인민위원회 농촌경리부가 이를 지도할 능력이 딸린다는것 등을 지적하고있었다. 그것은 김일성동지께서 처음 들으시는 내용이 아니였다. 어느 군인민위원회 사람들은 군내 협동조합들에서 논김매기가 채 끝나지 않았는데 풀베기전투를 하라고 내리먹이였다. 그래 김을 제대로 잡지 못해 벼수확고에 영향을 주었다.

《우리 상촌리는 》처녀관리위원장이 대답을 드리였다.

《읍에서 멀리 떨어진 막바지에 위치하고있기때문에 군과 사업상련계가 깊지 못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조합의 실정에 맞지 않는 지시가 종종 떨어지군 합니다. 올해의 도토리생산계획만 실례를 들어도 너무 높이 주었기때문에 도토리를 터느라 숱한 인원이 산속을 돌아다녔습니다. 농사일에 좀 지장을 받았습니다.》

《그 도토리계획수자는 동무네와 토론도 합의도 없이 떨구었소?》

《지방산업공장들에서 술을 생산하는데 도토리가 많이 요구된다면서 저희들과 토론도 없이…》

처녀관리위원장은 군에 대해 의견을 내는것이 못내 부끄러운지 붉어진 얼굴을 숙이였다.

도토리때문에 말썽이 좀 생긴것 같다. 그래서 아마 처녀는 토론을 끝내고 결의를 다질 때 알곡도 많이 내고 도토리도 많이 따서 지방산업공장에 보내주겠다고 한것이리라.

《그런 관료주의가 어디 있소? 농민들에게는 아무렇게나 지시해도 된다는거요?》

김일성동지께서 노하시여 말씀하시였다.

처녀관리위원장은 자기때문에 자기네 군인민위원회가 말을 듣게 되였다는 생각에서 미안하고 부끄러워 어쩔줄 몰랐다.

《수상님, 군 농촌경리부에 부장 한명에 지도원동지들도 많지 않은데 우리 조합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일일이 토론하기가 힘듭니다. 지도원동지들은 다 사람들이 좋습니다.》

처녀가 변명을 하는 바람에 휴계실에 웃음이 터졌다.

그이께서도 웃으시였다.

《평남도당위원장동무, 처녀관리위원장이 군을 망신시켰다고 군사람들이 압력을 가하면 안되겠소.》

피창린이 대답을 드리였다.

《압력을 가하는 일이 없도록 하며 결함을 고치도록 대책하겠습니다.》

휴식에 이어 회의가 계속 되였는데 김일성동지께서는 최순녀관리위원장을 주석단에 앉혀주시였다.

회의에서는 군인민위원회가 협동조합들의 계획작성과 매 영농공정에 대한 지도사업에서 형식주의, 관료주의를 없애고 실속있게 하며 일군들의 능력을 높일데 대하여 강조되였다.


×


농업대회 이후 피창린은 상촌리의 최순녀에게 《도토리처녀관리위원장》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도토리생산계획때문에 애를 태웠으나 어쨌든 그것을 많이 생산하여 지방산업공장의 술생산에 보탬을 주었고 또 키가 작고 야무진 처녀관리위원장에게 그런 별명이 어울리기도 하였다.

어느 기회에 피창린은 김일성동지의 겹쌓인 피로를 덜어드리려는 마음에서 그 《도토리처녀관리위원장》이야기를 꺼냈다.

《참 이악하고 실천력이 강한 처녀관리위원장입니다. 제가 얼마전에 그 상촌협동조합에 갔다왔는데 정말 감동되였습니다. 사방이 칼날같은 산들로 둘러막히였는데 이 불리한 조건을 역전시켜 갖가지 산열매, 산나물들을 벌어들이고있습니다. 특이한것은 삭도를 놓고 거름을 나르는것이였습니다.》

《삭도를 놨소? 그거 대단하구만.》

수령님께서는 농업대회에서 토론하던 몸매작은 처녀관리위원장을 그려보시며 미소를 금치 못하시였다.

《원래 삭도는 없었는데 농업대회에 참가하고 돌아가서 군당위원장에게 제기했다고 합니다. 도당위원회에서는 군당위원장에게 최순녀동무의 비판을 접수하고 협동조합들을 실속있게 지도할뿐 아니라 잘 도와주어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주었습니다. 그때문인지 아니면 처녀관리위원장이 수상동지의 치하를 받은것이 자랑스럽고 기특해서인지 군에서는 순녀동무의 제기를 받아들이고 삭도를 놓아주었습니다. 순녀동무는 올해에 강냉이를 정당 3톤을 내겠다고 장담하였습니다. 흙갈이작업을 삭도화해서 땅을 걸구는데 3톤 할것 같습니다.》

《그 경험을 산골군들에서 일반화해야 하겠소.》

수령님께서는 기뻐하시였다.

이렇게 모든 조합들에서 작업을 기계화하기 위한 투쟁을 벌리면 이런것이 바로 예비이고 알곡을 중수할수 있는 가능성이 아니겠는가.

《처녀관리위원장이 대회에서 토론했지만 이 조합은 협동경리를 다각화한것이 특징입니다. 가서 눈으로 직접 보니 감동이 더 컸습니다. 강냉이, 기장, 감자 하여튼 작물이 없는것 없고 배추, 무우, 호박, 오이, 등 남새들과 과일들, 산열매, 산나물, 골짜기를 흐르는 내물에서 잡아내는 산천어…》

피창린이 무엇을 더 꼽아야 할지 몰라 말이 막히자 그이께서 튕겨주시였다.

《축산도 잘하고있겠지.》

《예, 염소와 양이 유명합니다. 염소한테서는 젖을 짜고 양한테서는 털을 깎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살결이 뽀얗고 녀성들은 양털목도리를 두르고 다닙니다. 교통이 불편해서 들어오고 나가는것이 적으니까 문화수준이 낮은것은 있지만 먹고사는 걱정은 없습니다. 대처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없고 군일군들도 이따금 얼굴을 내밀고 수매원들이나 산삼캐는 사람들, 사냥군들이 간혹 들리는 고장이여서 제가 군당위원장과 같이 나타나니까 무슨 대단한 대감이나 온것처럼 대체 도당위원장이 어떤 사람인지 구경하려고 모여들어 둘러싸는데 저야 키가 작지 뭐 보잘것 있습니까? 하여튼 혼이 났습니다.》

그이께서는 즐겁게 웃으시였다.

수령님께서 흥겨워하시자 피창린은 성수가 났다.

《마을사람들의 인심이 참 고왔습니다. 저는 원래 어디 가서든 식사대접을 받지 않는데 그 사람들의 인정을 마다할수 없어 자그마한 조합식당에 들려 염소젖도 마시고 찰강냉이지짐도 맛보았습니다. 찾아오는 손님이 거의 없으니까 식당을 보는 아주머니는 닭치는 일을 겸하고있는데 이 식당에서는 손님들에게서 식비를 받는 법이 없습니다.》

《흰쌀밥대접을 받았소?》

뜻밖의 물으심에 피창린은 어리둥절했다.

《기장밥을 먹었습니다.》

그이께서 생각깊은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그 산골사람들이 먹고사는 걱정이 없다니 얼마나 좋소. 그러나 도당위원장동무도 말했지만… 가만, 뜨락또르는 없겠지? 우리는 아직 산골까지는 주지 못하고있으니까.》

《예, 뜨락또르는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산골에 알맞는 소형뜨락또르를 만들 계획이요.… 동무도 외진산골이니 문명에서 뒤떨어졌다고 했는데 기계도 삭도뿐이고 집들도 동기와집이 좀 있을뿐 대개가 초가일것이요. 더구나 입고다니는 옷들이 변변치 못할건 뻔하고… 아이들이 흰쌀밥구경을 못하고 있겠지.》

저으기 들떴던 피창린의 얼굴이 금시 붉어졌다. 궁벽한 산골에서 잡곡밥이나마 배불리 먹으며 부업을 많이 해서 수입이 높으면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더우기는 삭도를 놓기까지 한것에 감동을 금치 못하면서 그만하면 이제는 되였다고 보았다. 수령님처럼 그들의 살림집, 옷차림, 식사의 질에 대하여서는 별로 낯을 돌리지 않았다.

그를 보시며 김일성동지께서 위안하시듯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렇지만 그 처녀관리위원장이 일을 잘해서 궁벽한 산골인데도 배불리 먹고 산다니 기쁜 일이요. 동무의 이야기를 들으니 머리가 다 거쁜해지오. 물론 만족하기는 아직 이르지. 사실 우리 인민이 바라는것은 크지 않소. 옛날 못살던 때에는 〈초가삼간 집을 짓고〉 사는것이였소. 로동당시대에 와서는 흰쌀밥에 고기국을 먹고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사는것이 리상이요. 우리가 이 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사상혁명, 기술혁명, 문화혁명을 하는것이고 알곡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투쟁하는것이요. 우리는 아직 나라의 식량문제를 다 풀지 못했소.》

그이의 절절하신 말씀이 피창린의 가슴을 쳤다.

《오늘 피창린동무에게서 좋은 이야기를 들었소, 고맙소.》

김일성동지께서는 말씀을 마치시고 깊은 생각에 잠기신듯 창문너머 푸른 하늘을 정겹게 바라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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