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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8월 22일

평양시간


제 10 회


제 1 장


9


미순이는 온 몸이 둥둥 뜨는것만 같은 심정이였다. 사실 읍에 있는 고급중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미순이는 그길로 상급학교에 가고싶었지만 완고한 아버지가 《공부는 그만해라. 계집애가 고급중학교까지 다녔으면 무던하지. 공부를 더 해서는 뭘하겠니? 계집애가 벼슬하겠니. 아서라, 농사를 짓다가 나이차면 시집을 가는게다. 시집을 잘 가면 그게 벼슬하는거보다 낫다.》하고 반대하는 바람에 조합에 진출하여 농사일을 하게 되였다.

그는 아버지의 고집을 꺾을수 없었다.

학교 선생들도 《미순이는 상급학교에 가면 발전할수있는데.》 하고 아수해하였지만 어쩌는수 없었다.

미순이는 아버지의 요구대로 원화협동조합에서 지금까지 일했다. 원래 머리좋고 똑똑한 미순이는 이 기간에 일을 잘하고 민청생활에서도 모범이여서 지난해부터 작업반선동원을 하고있었다.

관리위원장은 미순이를 작업반장으로 키울 작정을 하고있었다.

아버지 영준반장은 동네에서도 딸을 칭찬할뿐아니라 조합관리위원회에서도 장차 작업반장으로 점찍어놓고있는것을 알고 대단히 만족해하였다.

더구나 자식이라고는 미순이 하나뿐이여서 그가 비록 딸이긴 해도 농사군가정의 대를 이어갈것이고 늙어가는 부모를 잘 봉양할것이라고 굳게 믿고있었다.

그러나 농업상이 왔다간 후로 형편이 급격히 달라졌다. 미순이가 전문학교에 가는 문제는 농업상이 직접 지시한것이고 조합에서도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래일이면 초급당위원장이 그를 데리고 군에 간다고 하니 이미 결정된것이나 같다.

벌써 소문이 쫙 퍼져서 원화마을사람들이 부러워하기도 하고 반가워하기도 하면서 여기저기서 떠들썩했다.

미순이도 얼굴이 진달래꽃처럼 붉게 물들고 환해져서 발이 땅에 닿는지 땅우로 뜨는지 모르고 동무들을 찾아다녔다.

그런 딸이 집에 와서는 아버지의 눈치를 살피며 어쩔줄 몰라한다. 그 모양을 보며 박영준은 금시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것만 같았다.

(공부하고싶어하는 애를 조합에 눌러앉혔지만 사향은 아무리 싸고싸도 냄새가 난다고 몇년사이에 벌써 조합에서 칭찬하는 애로 두드러지더니 마침내는 전문학교에 가게 되는구나.

어쩔수없는 팔자야. 그리고 그건 옳은거야.)

영준반장은 마라초를 피워물고 연기를 풀썩풀썩 뿜어대면서 이렇게 마음속 독백을 하고있었다.

사실 그는 미순이가 고중을 졸업했을 때 《계집애가 고급중학교까지 다녔으면 됐다.》고 하며 딸을 조합에서 일하도록 했던 그 처사가 옳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차츰 날이 흘러가면서 《저애가 아마 인물인 모양이다.》하는 느낌과 함께 성장하는 딸의 장래에 대해 두루 생각을 해오고있던 참이였다.

(공부를 더 시키자. 공부를 더 시킨다고 평양에 가서 벼슬을 하지는 못할게고 제 고향땅에 와서 농사를 더 잘 지을테지.

지금 농사를 과학기술적으로 짓자고 하는 때인데 공부를 하는게 옳지. 림촌에 사는 명호녀석도 그래서 조합의 추천을 받아 상급학교에 갔지. 그래 우리 미순이가 명호한테 짝질게 뭐냐?)

영준반장은 담배꽁초를 재털이에 대고 비벼 끄고 웃방에 있는 딸을 불렀다.

《미순아, 너 좀 내려오렴.》

미순이가 사이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아래방으로 내려와 앉으며 치마로 무릎을 감쌌다. 눈길을 떨구고있는 딸의 얼굴은 긴장해서 창백하게 보였다.

《래일 조합당위원장하구 같이 군에 가니?》

《예.》

가느다란 목소리로 대답한다.

《전문학교에 가서 공부해라. 그런다고 네가 달라지겠니? 하긴 달라지기야 하지. 공부를 하니까 머리가 더 트이겠지.

하지만 머리가 더 트인다고 이 박영준이 딸이 달라질가!》

《예, 아버지!》

감격에 넘친 미순이는 아버지의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전문학교 입학은 순조롭게 신속히 진행되였다.

농업전문학교에 농업상이 직접 지시했기때문이였다. 수속을 마친 후 미순이는 관리위원장의 지시로 작업에서 아주 떨어졌다.

검정치마저고리를 새로 지었고 가죽구두와 운동화도 갖추었다. 순안에서 사는 친척한테서 트렁크를 빌려왔다.

트렁크안에 옷들과 양말, 손수건, 세면도구, 화장품, 학습장, 만년필 등을 챙겨넣었다. 3작업반 암적의 인심후한 이웃들과 동무들이 많이 도와주었다.

그토록 고집이 세던 영준반장은 미순이가 학교갈 준비를 하는 기간에 대단히 너그러워지고 술에 취한 사람처럼 흥분해가지고 다녔다. 그는 외동딸 미순이를 몹시 귀해하였다.

성미가 모진 박영준은 미순이가 어렸을 때 강에 나가서 놀다가 물에 빠져 죽을번 한적이 있었는데 그래도 미순이가 그냥 미역감으려 다니자 붙들어놓고 종아리를 아프게 친적이 있었다.

어린 딸은 참새새끼처럼 파들파들 떨며 소리내 울었다. 미순이가 잠이 들자 아버지는 매맞은 자리에 고약을 발라주며 눈물을 줄줄 흘리였다고 한다.

고급중학교를 같이 다닌 동창생처녀들과 들에서 함께 일했던 조합의 처녀들이 미순이를 찾아와 기념품들을 안겨주었다.

미순이는 마을을 떠나기 전날 저녁에 초급당위원장과 관리위원장을 찾아가서 작별인사를 했다. 초급당위원장은 두툼한 수첩을 주었다.

관리위원장 리규성이는 《이름난 원화협동조합의 처녀라는것을 명심해라.》하며 몇마디 훈시를 하고 나서 돈이 들어있는 봉투를 주었다.

《이건… 뭡니까?》

《려비와 생활비다.》

《이런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받아 건사해라. 내가 주는 돈이 아니야.

우리 조합이 공부가는 딸에게 주는거야. 앓지 말고 건강한 몸으로 공부 잘해라.》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미순이는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였다.

그는 아침 일찌기 나서자란 고향집 마당을 나섰다.

먼저 아버지에게 깊이 허리숙여 인사를 했다.

《아버지, 안녕히 계십시오. 아버지는 일밖에 모르시는데 건강에 주의해요.》

영준반장은 머리를 끄덕끄덕했다.

《집걱정은 말고 공부에 힘써라. 딸자식 하나를 키워 평양에 공부보내니 이 어찌 감격스러운 일이 아니겠느냐!》

영준반장의 말이 본의아니게 길어졌다.

《농업상어른을 꼭 찾아보고 인사를 해라. 그리구 말이다.…》

어머니가 옆에서 령감을 탓했다.

《그만하구려, 어제밤에 다 이야기하지 않았소.

떠나려하는 자리에서 무슨 말이 그렇게 많소?》

영준반장의 이마에 피줄이 두드려졌다.

《그래 그만하자.》

미순이가 아버지와 동네 늙은이들을 향해 쟁쟁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떠나겠습니다. 다들 안녕히 계십시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손을 잡고 쓰다듬었다.

《저를 키우느라 고생많으신 어머니, 몇년만 기다려요.

내 꼭 어머니를 잘 모시겠어요.》

어머니는 목메여 흐느끼며 말을 못했다. 다만 어서 떠나라고 손짓만을 했다.

말처럼 큰 털부숭이 검정개 《곰》도 서운한지 미순이의 치마자락을 감돌며 낑낑거리였다.

미순이는 달구지에 올라앉았다.

《이랴!-》

달구지군령감이 소리치자 황소가 목에 단 방울을 절렁대면서 서서히 움직였다. 그러자 《곰》이 따라가겠다고 길길이 뛰는것을 아버지가 붙잡았다.

암적다리에 이르러 고향마을을 돌아보는 미순이의 심정은 벅차오르면서도 서글펐다.

고향마을과 강기슭의 버들숲, 강물과 함께 흘러간 어린시절의 추억때문이였다. 마을도 강도 다리도 다 암적이라 부른다.

강은 보통강의 상류인데 여기서는 암적강이라고 불렀다. 이 강에서 발가벗고 총각애들과 같이 미역을 감고 헤염을 쳤으며 겨울에는 스케트를 탔다.

총각애들이 잡은 게를 버들숲속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같이 구워먹었다. 별치 않은 일을 가지고도 배를 그러안고 깔깔대며 웃었고 아이들과 싸움도 자주 했다.

미순이가 새파래가지고 쏘아보며 《야, 어디 때려봐라!》하고 대들 땐 사내아이들이 감히 손을 못 대고 씩씩거리며 물러가군 했다.

암적다리우로 달구지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그의 추억을 깨뜨렸다. 아, 이 암적다리를 매일 동무들과 함께 건너가고 건너오며 학교로 다니지 않았던가. 그 시절 웃고 떠들고 노래도 불렀지.

그 동무들은 다 군대가고 시집가고 학교가고 이사가고 미순이와 같이 조합에서 일하는 동창들은 얼마 없다. 미순이도 지금 학교에 공부간다.

그가 애수에 잠겨 고향땅과 작별하는데 웬 처녀가 머리수건을 흔들며 달려왔다. 숨을 할딱거리며 달려온 처녀는 덕준아바이의 딸 혜영이였다.

눈이 부리부리하고 활동적인 혜영은 미순이보다 나이가 한살 우이고 키도 좀 컸지만 두 처녀는 원화리에서 제일 가까운 동무였다.

(인사는 이미 다 했는데 무슨 일일가?)

혜영은 자기가 가지고 나온 보꾸레미를 미순이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평양에 가서 풀어봐.》

《응 알았어.》

그들은 서로의 손을 꼭 쥐고 말없이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미순은 고향을 이렇게 떠났다.

순안역앞에서 달구지가 섰다. 미순이가 내릴 차비를 하는데 누군가의 억센 손이 그를 부축해주었다.

놀랍게도 그는 뜨락또르운전수 최동익이였다.

미순은 집을 나서기에 앞서 새벽 일찌기 뜨락또르운전수들의 숙소에 작별인사를 하려고 찾아갔었다. 그간에 운전수들의 합숙은 물론 나이많은 운전수인 채재식이 가족과 함께 살 집을 지었으며 차고를 건설했다.

작업소에서 《아떼즈》 대신 배정해준 《천리마》호를 타고 동익이와 창원이는 성수가 나서 차를 몰았다.

창원이는 일에서도 차관리에서도 모범인 운전수가 되겠다고 장담하기까지 했다.

미순이는 《농촌에 파견된 로동계급》과 아주 친숙해졌었다. 그래 특별히 따로 인사를 하려고 찾아갔는데 작업조장 최동익은 보이지 않았다.

그를 만나지 못하고 가는것이 몹시 서운했다.

암적에 온 운전수 동익을 맨 먼저 만났고 그의 사람됨됨을 알면서 친숙해졌으며 친오빠처럼 무랍없는 사이가 된 미순이였다. 지내볼수록 정이 깊어지는 동익을 만나지 않고 어떻게 떠날수 있으랴.

하지만 운전수들이 동익동무는 볼 일이 있다면서 읍에 갔다고 말하였다.

그 동익이가 역전에 나타났다.

《아이, 깜짝이야!》

미순이는 손벽을 치며 좋아했다.

《어떻게 역에 나와있어요?》

동익은 빙그레 웃으며 트렁크를 들었다.

《군상업관리소에 일이 있어 왔다가 마침 미순동무가 오늘 떠난다는 생각이 들어 역에 나와 기다리고있었소.》

《고마워요!》

미순이는 생긋이 웃었다.

《인사를 하려고 운전수들한테 들렸댔는데 동익동무가 없어서 몹시 서운했댔어요.》

미순이는 치수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마을로 돌려보낸 다음 동익과 함께 역사로 향했다.

역홈에 나서기가 바쁘게 렬차가 들어왔다. 증기기관차는 먼길에 지친듯 흰김을 쉭-쉭- 내뿜으며 멈추어섰다.

《작별인사를 할 사이도 없군.》

동익은 렬차가 서서히 역구내를 떠날 때까지 서있다가 손을 흔들었다.

《성공을 바라오.》

…평양역에 도착한 미순이는 렬차에서 내리는 수많은 려객들과 웅장하게 일떠선 역사를 보며 수도에 왔다는 감을 어쩌지 못해 저절로 탄성이 나갔다.

(아! 평양!)

원화마을이 여기서 백리안팎이니 평양걸음이 처음은 아니였다.

고급중학교시절에 견학을 왔었다. 당시는 복구건설이 한창이여서 어디가나 기중기들이 물동을 물고 빙- 돌아갔고 아빠트들이 숲처럼 일떠섰으며 벽돌과 세멘트, 모래를 실은 화물차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고있었다.

그때는 건설의 세찬 동음으로 평양이 들끓었다. 지금도 물론 건설은 계속되고있다.

몇년되지 않은 사이에 줄지어선 아빠트의 창문들이 번쩍이고있었으며 뻗어나간 아스팔트도로들에 뻐스와 승용차들이 끊임없이 흘러간다.

버드나무들이 실가지를 드리우고있는 인도로에 시민들이 차고넘친다.

농촌마을에서 온 처녀 미순이는 그 고장에서는 그래도 그중 눈이 트이고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는데 대도시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얼떨떨해져서 정신을 수습할수가 없었다. 이 대도시에서는 미순이가 모래알 같은 작고 보잘것 없는 존재로 느껴졌다.

고향마을에서는 집을 나서기만 하면 만나는 사람들이 다 잘 아는 사람들이고 이웃이였다. 그래서 다정하게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여기서는 숱한 사람들이 오고가지만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다 처음보는 사람들이며 누구도 촌에서 온 처녀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그렇지만 여기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수도, 재더미속에서 다시 솟아난 아름다운 평양이다. 이러한 격정이 다른 모든 감정을 누르고 미순이의 가슴을 부풀게 했다.

《평양에 가면 이모네집부터 찾아가거라.》 하며 어머니는 이모네집 주소를 대주었었다.

이모네가 7층 아빠트에 이사를 했기때문에 어머니도 그렇고 미순이도 이모네집이 어디 있는지 편지에 쓴 주소로만 알고있었다.

미순이는 지나가는 점잖고 나이듬직하게 보이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주소가 적힌 종이를 펼쳐보이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고 물었다.

농촌사람들은 아무리 잘 차려입고 도시에 나타나도 볕에 탄 얼굴과 흙물이 배인 손 그리고 어색해서 몸둘바를 몰라하는 몸가짐에서 촌에서 왔다는것이 대뜸 알린다.

길가던 점잖은 사람은 종이 쪽지를 받아들고 미순이를 향해 너그럽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촌에서 왔소?》

미순이는 얼굴이 빨개지며 입속으로 《예.》하고 대답했다. 처녀는 부끄러웠던것이다.

미순이는 그 사람이 대준대로 계속 길을 물으며 이모네 집을 가까스로 찾아갔다.

백화점에서 상품인수원을 하는 이모와 기계공업성에서 사무를 보는 이모부는 다 직장에 나가 일하고 중학생인 사촌녀동생이 마침 있었다.

이모네 집은 살림방이 둘이고 부엌, 세면장, 위생실이 있었으며 베란다로 나가면 거리가 내다보였다. 가구들이 그쯘하고 장판이 알른거리는 방안에는 해빛이 쏟아져들어왔다. 창턱의 화분들에는 빨간 꽃들이 활짝 피여있었다.

미순이가 사는 농촌집과 얼마나 대조가 되는가. 하긴 여기는 수도의 중심부이다. 제일 낮은 곳에서 제일 높은 곳으로 뛰여들었다.

여기서 처녀는 공부를 해야 하고 도시생활에 젖어들어야 한다.

문득 역전에서 도움을 받았던 점잖아보이는 사람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그때는 그저 부끄럽기만 했는데 그 너그럽게 웃던 모습과 《촌에서 왔소?》 하고 물어보던 일이 다시 상기되면서 미순이는 모욕감을 느꼈다.

처녀는 우선 겉모습에서부터 촌티를 벗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이모사촌녀동생과 같이 목욕을 하고나니 농촌길에 풍기는 먼지를 털어버린듯 상쾌하고 거뿐했다.

목욕을 하고 이모네집에 돌아온 미순이는 혜영이가 준 보따리를 풀었다. 놀랍게도 흰 광목천에 함박꽃을 수놓은 네모방정한 방석이 나타났다.

《아니 이 애가!》

미순이는 혜영이에 대한 고마움으로 가슴이 뭉클했다.

뒤를 생각하지 않고 즉시적으로 행동하는 혜영이, 속에 꿍져드는 일이 없고 개방적이며 활동적인 그를 사람들은 《더펄이》라고 불렀다. 또한 눈이 검고 크다고 하여 《왕눈》이라고도 놀려댔는데 그 《더펄이》가 이처럼 속이 깊은줄 몰랐다.

함박꽃까지 수놓는 세심하고 녀성다운 성품을 지니고있다는것이 미순으로서는 놀랍기도 했다.

《혜영아, 고맙다.》

미순이는 꽃방석을 들어 볼에 가져다댔다. 고향동무의 따뜻한 정이 가슴에 흘러들었다.

저녁에 이모가 들어왔다. 이모는 언니인 미순이의 어머니하고는 달리 매우 다감하고 곱게 생겼다.

가족, 친척들은 미순이가 이모를 닮았다고 했다.

이모는 미순이가 들고온 트렁크를 열어보고는 혀를 찼다.

《기차라, 굉장히 챙겨넣었구나. 너의 어머니가 이것들을 준비하느라고 혼이 났겠다.》

《작업반과 동무들이 도와주었어요.》

《원 고맙기도 하구나.》

이모와 조카가 오래간만에 마주 앉아서 이야기가 끝없는데 이모부가 퇴근해 와서야 숨을 돌리였다.

기계공업성에서 과장을 한다는 이모부는 미순이가 가져온 도수높은 곡주를 마시며 위엄있게 한마디 하였다.

《학교기숙사에 들어가지 말고 여기서 다니려무나.》

미순이는 그저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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