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회


제 1 장


7


한룡택은 자기를 정치위원회에서 농업상으로 비준했다는것을 알게 되자 저으기 놀랐다.

이 임명을 어떻게 보아야 하겠는가. 내각의 상이면 국가적인물로서 자본주의나라들에서는 당당한 정객이다. 한룡택이 그것을 모를리 없다.

김일성동지께서 직접 그를 집무실로 부르시여 농업상으로 임명해주실 때 그는 그것을 강하게 느끼였다.

수령님을 단독으로 뵙는 일이 쉽지 않는데 그러고보면 그이께서 자기를 농업상으로 사업하도록 취해주신 조치가 가지는 의의가 자못 크다고 인정하게 되는것이였다.

한룡택은 사업상 다른 일군들과 같이 수령님을 모신 회의들에 여러번 참가했고 가르치심도 수차에 걸쳐 받았으나 아직 단독으로 만나뵈운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몹시 긴장하여 집무실에 들어섰다.

수령님께서는 무척 반기시며 자리에서 일어나 마주오시기까지 하시였다. 그리고 따뜻한 미소를 지으시며 물으시였다.

《요새 날씨가 낮에는 무덥고 아침저녁은 찬데 건강이 어떻습니까?》

그이께서는 건강이 일없다는 대답을 들으시고 뜻밖에도 《부인이 자식들을 잃은 후부터 심장병을 심하게 앓는다는데 지금 어떻소? 치료를 정상적으로 받고있습니까?》하고 물으시였다.

한룡택은 너무도 황송하여 어쩔줄 몰랐다.

《예, 중앙병원에서 정상적으로 치료받고있습니다.》

한룡택은 십여년전에 자기가정의 아픔을 말씀드리였는데 수령님께서 그것을 아직 잊지 않고계시는데 대해 놀라움과 함께 감동을 금치 못하였다.

《이제는 나이가 있는데 부인도 그렇고 동무도 건강에 관심을 더 돌리시오.》

《고맙습니다. 수상동지!》

《자, 앉으시오.》

김일성동지께서 곧 본론으로 들어가시였다.

《한룡택동무는 당사업을 해왔는데 이제부터 행정사업을 해야 하겠습니다.

중앙당에서 나와 내각에서 나라의 농업을 책임지고 일합시다.》

한룡택이 일어섰다.

《당과 수상동지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예, 앉으시오.

새로 맡게 되는 농업전선은 동무도 알고있겠지만 헐치 않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아직 공업로동과 농업로동의 차이가 큽니다.

농업에서는 기계화가 잘되지 않았으며 손로동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있습니다. 그러므로 로력조직도 힘들고 로력평가도 쉽지 않습니다.

규정대로 거름을 주고 심었는지, 김을 매였는지 포기마다 검열할수 없고 일을 제대로 했는지, 밭에서 어물어물 시간만 보냈는지 알기도 어렵습니다. 또한 농업에서는 공업에서와 같이 로동의 결과가 인차 나타나는것이 아니라 봄에 심은것을 많은 공정을 거쳐서 가을에 가서야 거두게 되며 그것도 기후조건과 같은 많은 자연적요인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로동의 결과에 따라 로력을 평가하기도 힘듭니다.

이와 같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하여 일반적으로 농민들은 의식발전에서 로동자들보다 뒤떨어지고있으며 개인리기주의사상을 많이 가지고있습니다.

다시말하여 농촌은 사상, 기술, 문화면에서 도시보다 뒤떨어져있으며 그 차이와 락후성은 의연히 심각한 문제로 나서고있습니다.》

한룡택은 사업수첩에 간단간단히 적으며 그이의 말씀을 자자구구 심장에 새겼다.

《새 농업상의 어깨가 무거울것입니다.》

《수상동지.》

한룡택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사실 저는 어깨가 무거운 정도가 아닙니다. 제가 농업을 압니까?》

《그래도 동무야 당과 국가의 책임일군들이 농촌사업에 대한 지도사업을 할 때 거기에 참가하여 한개 도를 맡아 료해한 일도 있으니 농촌을 어느정도 파악했을것이요.

실지 그때 동무가 농촌사업에 대한 우결함을 옳게 분석평가했다고 나는 인정하고있소.》

《이렇게 말씀드리는것을 용서하십시오.

그때는 객관적인 눈으로 잠간 농촌을 들여다보았지만 이제부터는 주인의 눈으로 파악하고 농사를 지어야 하니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옳게 말했소.》

그이께서는 웃음을 지으시며 말씀하시였다.

《주인이라고 하는 그 표현과 립장이 마음에 드오.

손님은 말로 끝나지만 주인은 실천해야 하니까 쉽지 않소. 쉽지 않지!》

계속하여 농업부문의 과업을 언급하시였다.

《농촌이 공업에 비해 뒤떨어져있지만 농업자체에서는 큰 전변이 일어났습니다.

세기적락후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우리 나라 농촌은 해방후 토지개혁을 통해 일대 앙양기를 맞이했고 전쟁시기에 미국놈들의 파괴로 커다란 난관에 부닥쳤지만 농업협동화를 승리적으로 진행함으로써 농업생산이 장성하고 농민들의 생활이 급속히 향상되였습니다.

이것은 농촌에서 우리 당이 현재까지 거둔 가장 큰 성과입니다.

이 성과를 공고히 하고 계속 발전시켜야 할 력사적과업이 우리앞에 나서고있습니다.

그런데 협동화이후 그 다음해에 농업에서 전진이 없었는데 그것은 조합들이 통합되여 규모가 커진 새로운 환경에 맞게 지도사업을 따라세우지 못했기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올해초에 청산리에 대한 지도를 통해 청산리정신과 청산리방법을 내왔고 그에 따라 당과 국가의 사업에서 전환이 일어났으며 올해 농사에서 아직 볼수 없었던 좋은 작황이 마련되였습니다.

이러한 때에 동무가 농업을 맡게 되였습니다.

우리 당은 농촌에서 이룩한 성과들을 공고히 하면서 더 높은 단계에로 계속 전진하기 위하여 현대적기술을 가진 부유하고 문화적인 사회주의농촌건설을 전략적과제로 제기하고있습니다.

이것은 농촌문제를 종국적으로 해결하는데서 나서는 필수적인 과제요. 이 무겁고 책임적인 과업이 농업부문 일군들의 어깨에 지워져있습니다. 물론 국가의 강력한 지도와 방조가 있지만 주체는 농민들입니다.》

한룡택은 가슴이 묵직해졌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전국에 널려있는 협동조합들과 분산적으로 일하는 농민들을 대상하고있기때문인지 현재 농업부문 사업의 주되는 결함은 규률이 없고 일처리를 모가 나게 못하며 지도력이 약한것이라고 하시면서 농업성은 국가기관인것만큼 패기가 있어야 한다, 농민들도 장차 로동계급처럼 규률있고 문명한 근로자로 되여야 한다고 지적하시였다.

《나는 동무가 잘해내리라고 믿소.》

그이께서는 자신의 이야기가 끝났음을 알리며 믿음어린 눈길로 한룡택을 바라보시였다.

《제기할것이라든가 할 말이 있으면 하시오.》

한룡택은 사업수첩을 천천히 덮으며 생각을 더듬다가 말씀드리였다.

《농업성을 인계받은 후 우리 협동조합들을 돌아보면서 현실을 파악하는 한편 쏘련과 기타 사회주의나라들에도 가볼 생각입니다.》

그는 특히 쏘련에서 집단화가 실현된지 오래됨으로 집단화이후의 경험과 실태를 직접 보고 듣는것이 우리가 전망목표를 향해 전진해나가는데서 참고로 될수 있을것이라고 설명을 달아 말씀드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반대하지 않으시였다.

…한룡택은 부서에 돌아가 하던 사업을 매듭짓고 인계준비를 하느라 퍽 늦어서야 집으로 들어갔다.

남편이 아무리 늦게 들어가도 기다리다가 맞이하군 하는 안해가 승용차소리를 듣고 현관으로 나왔다.

《늦으셨군요.》

《좀 늦었소.》 전실에 들어서며 모자를 벗어 안해에게 맡기던 한룡택은 그의 두눈이 눈물에 축축하게 젖어있는것을 보고 저으기 놀라며 물었다.

《웬일이요?》

안해 명순은 손으로 눈굽을 훔치며 그를 안심시키려는듯 미소를 짓는데 그 모양이 오히려 애처로왔다.

한룡택은 가슴이 찌르르했다.

안해가 어째서 눈물을 흘렸는지 짐작했던것이다. 늙어가는 부부가 고적하게 사는 이 집안은 적적할 때가 많았다.

이웃에서도 이따금씩 놀려오군 했지만 집안에 정적이 깃들 때면 명순은 불쌍하게 먼저 간 아들과 딸을 생각하며 한숨짓고 눈물을 흘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별일이 아니예요.》

안해가 대답했다.

하지만 한룡택은 액틀에 넣어서 탁자우에 올려놓은 가족사진에 눈길이 갔다.

해방전 자식들과 함께 서울에서 찍은 사진이였다. 이제는 희미해졌지만 그래도 자식들의 얼굴을 알아볼수 있었다.

어린 딸애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 방긋이 웃고있었다.

한룡택은 묵묵히 외출복을 벗고 실내복을 갈아입은 다음 세면장으로 갔다.

옛날의 가족사진을 볼수록 가슴아프겠는데 왜 자꾸 들여다보는가 하고 안해를 탓할수가 없었다.

식탁에 마주 앉았을 때 부인이 말했다.

《여보, 양딸이라도 둘가요?》

눈을 내리깔고 잠시 말이 없던 한룡택이 《생각해보기오.》 하고 애매하게 대답했다. 양딸을 두어 집안의 적적함을 덜수 있겠지만 다른 편향도 생길수 있다고 보았던것이다.

그는 머리를 들고 밝은 표정을 지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집에 좋은 술이 있지? 가져오우.》

부인은 자기의 눈물때문에 쓸쓸해진 분위기를 가시려고 술을 청하는것이라고 생각하며 얼른 일어나 부엌에 가서 술병과 술잔을 들고왔다.

《아, 인삼술이군. 당신앞에도 술잔을 가져다놓소.》

부인이 머리를 가로저었다.

《물론 내 기분을 전환시키려고 술을 같이 하자는거겠지만 나는 싫어요. 눈물을 보인 저를 용서해요.》

한룡택은 손을 홱홱 내저었다.

《아아 그래서가 아니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축배잔을 들자는거요.》

《무슨 일루?…》

《여보, 나는 오늘 김일성동지를 만나뵈웠소. 수상님께서 나를 집무실로 부르시여 내각 농업상으로 임명해주시였소.》

부인은 흥분으로 달아오른 남편의 얼굴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물론 나는 여러 기회에 협의회나 중요회의장에서 수상님을 만나뵙군 하였지만 오늘처럼 그이의 집무실에서 단독으로 만나뵙기는 처음이요.

수상님께서는 오래전 해방직후 어느날 우리 가정이 겪은 참상을 들으시고 몹시 가슴아파하시였는데 그 일을 아직도 잊지 않고계시였으며 나와 당신의 건강을 념려해주시였소.》

그의 이야기를 듣고있던 부인의 눈에 금시 눈물이 고여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것은 좀전의 눈물과는 다른 감사와 감격의 눈물이였다.

한룡택은 자기에게 나라의 농업을 맡겨주신 김일성동지의 은정과 믿음은 뜨겁고 큰데 그에 제대로 보답하겠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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