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회
제 1 장
6
가을철에 들어선다는 립추가 지났으나 낮에는 몹시 더웠다. 이해 여름의 마지막더위인듯싶다. 땅이 확확 달아오르고 숨이 콱콱 막히였다. 그래도 절기는 절기라 밤이 오면 대기가 서늘해지는데 그러면 사람들은 가을이 오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변덕스러운 날씨는 낮기온이 섭씨 35도까지 오르더니 갑자기 바람이 불고 검은구름이 하늘을 뒤덮으면서 대줄기같은 비가 쫙- 쫙- 쏟아져내렸다.
새벽에 가서야 비가 멎었는데 아침이 되자 언제 먹장구름이 덮이였더냐싶게 하늘이 파랗게 열리였다.
해볕이 눈부시고 기분이 상쾌했다. 그렇지만 폭우에 농촌에서 피해를 입지 않았는지
아닐세라 걱정하던 일은 터졌다.
송수화기를 놓으시면서
지금 당중앙위원회 부장인 김만금이 농업상을 겸하고있었다.
그 정신과 방법을 구현하여 농촌문제를 종국적으로 풀어나가는 사회주의농촌건설의 진로를 어떻게 개척해나가겠는가 하는 력사적과제에 대하여
오늘의 시점에서 농촌의 사상, 기술, 문화부문에서의 락후성을 퇴치함으로써 현대적기술로 장비되고 농민들이 문명한 생활을 누리도록 하는것이 전략적과제로 더욱 절실하게 제기되고있다.
아직은 그 실행에서 나서는 과제에 대하여 리론적으로 정립되지 못했고 실천상 적지 않은 문제들이 해결을 기다리고있다.
그중의 하나가 사회주의농촌건설을 직접 담당하고 수행하여야 할 책임성과 사업열의, 창발성과 능력이 있는 일군들을 갖추는 문제였다. 그러한 일군들이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을 농업상으로 임명하겠는가.
농업성에는 현재 능력있고 똑똑한 부상이나 국장들이 있었다. 그러나 한개 성을 이끌만 한 재목은 못되였다.
공업에 비해 뒤떨어진 농업을 빨리 추켜세우고 문명한 농촌을 건설하기 위한 시대적과업을 수행하자면 농업성을 힘있게 이끌 능력있고 내밀성있는 그러한 일군이 필요하였다. 그런데 그런 만점짜리 일군이 어디 있는가.
김만금을 그대로 눌러두자고도 생각해보시였지만 국가행정경제사업에 대한 당적인 지도를 더욱 강화해야 할 지금의 실정에서 해당부서의 책임적인 역할이 더 커졌다.
그러므로 김만금을 당중앙위원회 부장으로 다시 들여보내고 농업상에 적합한 일군을 선택해야 하였다.
여러 일군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며칠을 두고 그 일군들의 경력과 이전 농업상이였던 김일 제1부수상의 의견 등을 참고하며 고심하시던
이름은 한룡택이였다.
그때 한룡택은 그에 대한 총화모임에 참가하여 농업협동화운동전반에 나타난 우결함과 농업실태를 매우 정확하고 예리하게 분석하였었다.
한룡택의 경력은 간단치 않았다.
그는 중국의 관내에서
말수더구가 적은 김일1부수상은 한룡택이에 대하여 《저는 그 사람을 깊이 모르는데 평판이 나쁘지 않은것 같습니다. 일욕심도 있고 사업능력도 어느정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간단히 말했다.
한룡택의 우점은 어떤 문제든지 제기되면 우물쭈물하며 우유부단하게 행동하는것이 아니라 즉시적으로 결심을 채택하고 과감하게 처리하는것이다.
그는 부서사람들에 대한 통솔력이 강했기때문에 부서안에 규률이 서있었다.
두엄냄새가 풍긴다고 말을 듣는 농업성에 강철같은 규률을 세우기 위해서도 이런 일군이 필요하다.
결함은 때때로 쏘련은 어떻게 했다, 중국은 어떻다 하는 식으로 선진공업국가들과 대국들에 대한 환상과 숭배심을 나타내는것이였다. 또한 작풍상 관료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틀을 차리기 좋아하는것이였다.
한룡택은 도중에 중퇴하였지만 일본에 가서 대학공부도 하였다. 그래서인지 그는 학자연할 때도 있으며 실지로 학자풍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젊은 시절 국내와 중국, 연해주 등지를 돌아다니며 공산주의운동과 반일활동에 참가했다. 현재 나이는 적지 않다.
그들의 경력과 가정생활하는데서 애로는 무엇인가를 일일이 알아보시던
넙적한 얼굴에 면도자리가 푸르스름한 한룡택이 급히 일어섰다. 그 방에서 같이 사무를 보던 다른 두사람도 따라일어섰다.
《한룡택동무는 지금 어디서 삽니까? 살림집을 배정 받았겠지요?》
《예, 외성리에 있는 주택을 받았습니다.》
《집이 어떻습니까?》
《저는 처와 둘이 사는데 그렇게 넓은 집을 받고보니 정말이지 황송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이국땅에서 왜놈들과 싸우느라 고생하며 잠인들 제대로 잤겠습니까?
산속에서 가랑잎을 깔고 자기도 했을것이고 집이래야 초막 아니면 토굴이였겠지요.》
혜택이 너무 과분합니다.》
《부엌에 불이 잘 듭니까?》
《예, 구들이 뜨끈뜨끈합니다.》
《식량은 제대로 공급받았습니까?》
《예, 저의 부부가 먹고 살기에는 쌀이 남아돌아갑니다.》
《아이들은 어디 있습니까?》
순간 한룡택이 눈길을 떨구는데 얼굴에 서글픔이 짙게 어리였고 입술이 떨리였다.
어찌된 일인가, 그의 가정에 비극적운명이 들씌워졌는가?!
《내가 공연한것을 물은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한룡택의 물기어린 눈에서 푸른 섬광이 번뜩이였다.
그는 썩썩 갈리는 목소리로 슬픔을 누르며 말씀드리였다.
《저에게는 아들 하나와 딸 하나가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공산주의운동을 한다고 뛰여다니다가 왜놈경찰의 눈을 피해 중국으로 들어갔는데 그때 맏이인 아들은 서울의 친척집에 떨구고 어린 딸만 데리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후 친척집은 살길을 찾아 만주로 가고 저의 아들은 거리에서 신문을 팔며 연명하다가 병들고 굶어죽었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세속적인 이야기겠소. 해방전 우리 민족이 당한 참상이 아니겠소. 어서 계속하시오.》
《예, 저는 비장한 결심을 품고 처와 토론한 끝에 딸애를 중국인로인부부에게 부탁하고 팔로군에 들어가 왜놈들과 싸웠습니다.
왜놈들이 망한 후 중국인로인부부를 찾아갔습니다.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딸애도 데려오려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 마을에 가니 집들이 모두 불타버리고 개들만 돌아다니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왜놈들이 마을에 달려들어 모조리 불태우고 늙은이건 어린애건 모조리 학살하였습니다. 겨우 참살을 면한 한 로인에게서 들으니 왜놈들이 저의 딸을 맡아 키우던 로인부부를 칼로 쳐서 죽이고 저의 딸도 목을 잘라 불속에 던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여 저의 부부는 아이들을 다 잃고 가슴에 재가 앉은채로 평양으로 왔습니다.》
한룡택의 눈에 피발이 빨갛게 서고 턱이 덜덜 떨리였다.
고뿌를 입에 가져갔으나 한룡택은 물을 마실수 없었다. 고뿌가 덜덜 떠는 이발에 부딪쳐 물이 튀여났다. 그는 두손으로 고뿌를 움켜쥐였다.
한룡택일가의 비극은 해방전 일제강점하에서 우리 인민이 겪은 참상의 한 실례였다.
《룡택동무, 가슴에 앉은 재를 털어버리고 용기를 가다듬어 광명한 조국의 앞날을 내다보며 우리 함께 일해나갑시다.》
한룡택은
공화국이 창건되자
그다음은 조국해방전쟁, 전후복구건설, 사회주의건설…
《즉시적으로 결심하고 과감하게 일처리를 한다.》, 《사람들에 대한 통솔력이 강하다.》
그의 우점이 이렇게 평가되고있었다.
김만금이 들어서자
《만금동무가 한룡택동무와 가깝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를 잘 아오?》
《예, 사람이 시원시원해서 사귀기 좋습니다.》
《그렇다?…》
우물쭈물하지 않는 행동적인 성격의 김만금이니 남자다운 한룡택을 좋아할수 있었다. 그러나 성격이 시원시원하다고 하여 사업을 당정책적요구에 맞게 다 원만하게 전개해나간다고 볼수는 없는것이다.
김만금의 평가는
《계속하오.》
《한룡택동무는 물론 결함이 있다고 봅니다. 누군들 결함이 없겠습니까? 본질적인것을 보아야 한다고 저는 주장합니다.》
김만금이 확고한 립장에서 말씀드리였다.
《본질적인것은 어떻게 말할수 있소?》
《한룡택동무는 우리의 혁명과 건설위업은 오직
그는 선진대국의 경제력과 과학기술의 위력 등에 환상적으로 대하고 우상화했지만 그 나라 당의 지시에 무조건 맹종맹동하지는 않았다. 말하자면 자존심이 셌다.
《우리 사람들속에서 선진국에 대한 환상이 잘 빠지지 않고있소. 우리 나라가 뒤떨어졌기때문이요.
물론 우리는 선진국들의 발전된 과학기술을 우리의 경제건설에 적극 받아들여야 하며 실지 그렇게 하고있소. 이렇게 하는것이 주체를 살리는데서 저애로 되여서는 안되오.
우리는 우리가 뒤떨어졌기때문에 분발하고 또 분발해야 하며 천리마의 속도로 내달려야 하오.
나는 한룡택동무가 선진국에 대한 환상이나 숭배심이 있다 해도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작풍상 결함을 꽤 고칠수 있을가?》
김만금이 용기를 내였다.
《그가 당적수양을 쌓도록 부단히 교양하면 고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금동무, 한해동안 농업상을 겸해 일하느라고 고생이 많았소.
이제는 새로 부임하는 농업상과 같이 마음을 맞추어 오늘의 현실이 요구하는 높이에서 사회주의농촌건설위업에 힘써야 하겠소.》
《알았습니다.
《새 농업상으로 누가 옵니까?》
그는 참지 못하고 문의했다.
《동무하고 이때까지 그 사람 이야기를 하지 않았소.
나는 그의 긍정면 특히 일을 제끼는 완강한 노력과 내밀성을 중시하오. 물론 결함이 있소.
그렇지만 만점짜리 일군이 어디 있소?
일을 맡기고 일하는 과정에 결함을 고쳐나가도록 이끌어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