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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8월 18일

평양시간


(제 11 회)


제 1 장 푸른 호수


11


종금2직장 수의사 리병우는 30여년간 한직장, 한직종에서 묵묵히 일해온 기술자였다.

종자오리의 암수비례에 대한 연구로 학위를 받은 그는 요즈음엔 오리털을 분해하여 털단백질을 얻기 위한 연구를 하고있었다.

그는 언제봐야 말이 없었고 사람들과의 교체도 별로 없었으며 또한 그것을 달가와하지 않았다.

성격이 까다롭거나 괴벽스러운데가 전혀 없을뿐아니라 표정변화가 거의 없는 얼굴처럼 내적인 표현이 극히 적은 그를 보고 사람들은 입이 무거운 사람 또는 점잖은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차수정은 그를 맹물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달지도 쓰지도 않고 짜지도 맵지도 시지도 않은 맹물… 맹물이라도 펄펄 끓거나 반대로 얼음같이 차다면 좋으련만 그저 미적지근한 물이였다.

그러나 가공직장장 방인화의 눈으로 본 그는 《답답한 사람》이였다.

지금도 방인화는 후보종자오리호동앞에 자기와 마주앉은 리병우의 얼굴을 민망스런 눈길로 쳐다보았다. 했으나 이 《답답한 사람》은 표정변화없는 누룽퉁한 얼굴을 짓수굿하고 그저 눈만 꺼벅꺼벅하였다. 체통이 큰 방인화는 후끈 달아올랐다.

《이젠 나이도 적지 않은데 자존심은 무슨 자존심이요? 그래 봄순이를 시집보내구서 계속 혼자 살갔소? 예?》

리병우와 동갑나이인 그는 벌써 같은 말을 몇번이나 반복했다. 그는 대답을 재촉하듯 쭈그리고앉은 몸을 자꾸만 궁싯거렸다.

방인화의 몸은 점점 더 달아올랐다. 성격이 불같은 그는 할수만 있다면 리병우를 콱 쥐여박고싶었다.

(사람이 어쩌문 저다지두 답답할가.… 코구멍이 두개이니 다행스러운 일이지.…)

그는 미간을 찌프리고 코바람을 내불며 리병우를 건너다보았다.

공장에 유독 한명뿐인 녀성직장장으로서 어지간히 코대가 높고 거대스러운 그는 방가집 녀인답게 성격이 드세고 입심 또한 보통이 아니였다. 그러나 정의감이 강하고 인정이 남달랐다.

리병우네 옆집에서 오래동안 함께 살았고 병으로 사망한 그의 처와 가공직장에서 함께 일하면서 친형제처럼 가까왔던 방인화는 지금도 그때의 정을 잊지 않고있었다. 그래서 리병우네 집살림을 각근히 돌봐주면서도 친동생의 안해였던 차수정을 그에게 소개하였던것이다.

그런데 두 살림을 합친지 1년만에 차수정이 집에서 나가버리는통에 방인화는 그만 아연해지고말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두사람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살림을 합치도록 애쓰면서 뛰여다니였다.

《그래 어찌겠소?… 야, 한번 속시원히 말 좀 하라구요, 예?》

그는 어지간히 목소리를 높이며 다그어댔다.

《글쎄…》

리병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 말만 반복하였다.

방인화는 제켠에서 답답하여 몸을 궁싯거리며 거친 숨을 내쉬였다.

문득 그의 본처가 직장녀인들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때는 딸애가 태여난지도 몇년이 되던 해였다.

어느날 아침밥을 먹던 그 녀자는 깜짝 놀랐다. 무슨 정신에 그렇게 했는지 자기가 끓인 두부국이 소금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맹물이였던것이다. 다음순간 늦게 자다가 일어나 아침밥을 짓느라 몹시 덤벼쳤다는것을 깨달았다. 더우기 밥상에 응당 올랐어야 할 양념장그릇마저 없는것을 보고는 자기의 실수에 얼굴을 붉히였다.

그 녀자는 몰래 남편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그런데 남편은 그 싱겁고 맛없는 국을 아무런 타발도 없이 후룩후룩 들더라는것이다. 그 녀자는 얼른 부엌에 내려가 양념장을 가지고 올라와 남편앞에 놓아주며 싱겁지 않은가고 물어보았다.

《글쎄… 싱겁지만 뭐…》

그때 그 녀자의 마음은 섭섭했다.

원래 말하기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필요한 말이야 왜 못할가.…

불쑥 장난기가 살아오른 그 녀자는 어디 정말 말하지 않는 사람인가 시험해보리라 생각하였다.

다음날 아침 그 녀자는 부러 소금을 많이 넣은 국을 해놓고 가만히 남편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이크! 국이 짜졌군.》하고 얼결에라도 한마디 할줄 알았던 남편은 이번에도 국을 한술 떠보고는 말없이 국그릇을 밀어놓고 랭수에 밥을 말아먹는것이였다. 그리고는 군소리없이 아침출근을 했다.…

그 녀자의 말을 들으며 녀인들은 가공장이 들썩하게 폭소를 터뜨렸다.

《결국 말할줄 아는 벙어리구만?》

《그러면 잠자리에서두 팔다리로 말을 대신하겠지?》

《그때에야 뭬라구 하겠지. 안 그래?》

가공장은 또다시 웃음소리로 들썩해졌다.

《자꾸 글쎄, 글쎄 하지만 말구 래일이라두 보급원을 찾아가라구요. 정 혼자 가기 뭣하면 나하구 같이 가던지… 그렇게 하지요, 예?》

리병우의 대답을 받아내느라 안달이 난 방인화는 자기들에게로 기사장이 종금2직장장과 함께 오는것을 모르고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기사장의 상냥스러운 인사말을 듣고서야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송영숙은 친근한 어조로 물었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미나게 합니까?》

그의 물음에 두사람의 얼굴은 다같이 붉어졌다.

《이웃이 사촌이라구 곁에서 부럽게 자주 만나군 합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끙끙 갑자르는것을 보고 종금2직장장이 그들을 대신해서 말했다. 하더니 제켠에서 하하 소리내여 웃었다.

방인화도 어처구니없는지 씁쓸히 웃었다.

송영숙도 분위기에 어울리게 웃으며 방인화와 리병우를 쳐다보았다.

리병우를 처음 보는 순간 그의 귀전에는 수정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두번째에도 기딱 막히게 멋있는 사람을 만났더랬으니까.…》

생활에 위축되였는지 활기가 없는데다가 등이 약간 구부정하여 작업복뒤자락이 들리운 리병우는 나이보다 무척 겉늙어보였다.

수정이 리병우를 두고 《기딱 막히게 멋있는 사람》이라고 부를만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래도 처음엔 마음이 동해서 살림을 합쳤을텐데…)

입귀를 실그러뜨리던 수정의 여위고 주근깨가 많은 얼굴을 상기해보던 송영숙은 그만 가보겠다는 방인화의 말을 듣고 자기 생각에서 깨여났다.

《저때문에 할 얘기를 다하지 못했겠군요.》

송영숙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방인화는 실한 팔을 내저었다.

《술 석잔은 고사하구 귀뺨이나 석대 맞을 걸음이니 끝이 없습니다.》

그는 게면쩍은 얼굴로 엉거주춤 서있는 리병우를 힐끔 치떠보고는 사내처럼 씨엉씨엉 걸어갔다.

송영숙은 생각깊은 눈길을 방인화에게서 옮기지 못하였다. 바로 그가 차수정을 리병우에게 소개했다는것을 알게 되였기때문이다. 방인화가 무척 돋보이였다.

방인화는 차수정과 리병우의 인간적인 우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그들이 한가정을 이루면 충분히 행복하리라는것을 믿었을것이다. 아울러 그들 두사람의 전망이 그다지 암담한것으로 생각되지는 않았다.

송영숙에게는 그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몰랐다.

이윽고 그는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리병우를 쳐다보았다.

《난 수의사동지가 털단백질먹이를 연구한다기에 어떤건지 알구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새 기사장을 처음 대하는 리병우는 그 무표정한 얼굴에 송구한 빛을 담았다. 기사장의 눈길이 자기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느낀 그는 눈건사도 제대로 못하였다.

《글쎄… 뭐 별루…》

우물쭈물하는 그를 보고 직장장이 툭한 소리로 충고했다.

《그저 지금 하구있는 일에 대해 설명해드리오.》

그의 충고를 받고서도 리병우는 선듯 말꼭지를 떼지 못하고 끙끙 갑자르기만 하였다.

이럴 때에는 상대방이 자기의 의도대로 물음을 제기하는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 송영숙은 알고싶었던것에 대하여 묻기 시작하였다.

《수의사동진 어떻게 오리털로 털단백질먹이를 만들려는 생각을 했습니까? 정말 기발한 착상이던데요.》

그는 자못 흥미를 느끼는 얼굴로 수의사의 누르끼레한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건 언젠가 문헌자료에서…》

새로 온 기사장의 상냥스러운 태도와 호기심이 담겨진 목소리에서 가까스로 용기를 얻은 리병우는 드디여 말꼭지를 떼였다.

그는 언젠가 문헌자료에서 가금의 털에서 높은 실수률로 완전단백질을 얻어내여 식료품과 의약품, 화장품생산에 리용할수 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고 말하였다.

송영숙은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듯 크게 머리를 끄덕이였다.

사실은 그도 이미전에 가금의 털에 단백질과 완전단백질이 들어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문제는 단백질먹이를 만드는 방법이였다.

처음 말꼭지를 떼기가 힘들었어도 일단 떼고보니 리병우는 뜨직뜨직하게나마 끊지 않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는 종전의 화학적방법이 아니라 미생물발효법으로 털단백질을 얻어내려 한다고 말하였다.

《이미전에 우리 수의사동무는 가성소다용액을 넣구 류산으로 중화시키는 화학적인 방법으로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미생물발효법으로 다시 연구를 하고있는겁니다.》

곁에 서있던 직장장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수의사를 칭찬하였다.

송영숙은 머리를 끄덕이였다.

《듣자니 수의사동진 종금의 암수비례에 대한 연구로 학위를 받았다지요?》

그는 존경심이 담겨진 눈길로 다시금 물었다.

그의 말을 또다시 직장장이 받았다.

《예, 수의사동무가 그걸 연구했기때문에 알낳이률을 높이면서도 건달오리수를 줄여서 배합먹이두 많이 절약됐습니다.》

직장장은 자기 집 자랑에 성수가 난 아낙네처럼 《우리 수의사》라는 말을 그냥 곱씹으며 말하였다. 사실 말이 없고 성실하면서도 실력가인 수의사덕에 직장사업이 잘된다는것을 잘 아는 직장장이였다.

그들은 종금호동을 돌아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송영숙은 수의사에게 털단백질먹이의 소화흡수률과 기호성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의 물음에 리병우는 뜨직뜨직 대답하더니 《털단백질이야 좋은거지요. 헌데…》하고 말꼬리를 흐리는것이였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송영숙이 얼른 그 말꼬리에 매달렸다. 리병우의 어조에서 그 어떤 불만같은것을 느꼈기때문이였다. 그의 눈빛은 진지해졌다.

《어서 말씀하십시오. 무슨 일인지…》

그는 리병우를 고무하면서 은근히 대답을 재촉하였다.

《다른게 아니구…》

수의사는 힘들게 뗀 말을 잇기가 몹시도 괴로운듯 다시 말꼬리를 여물구지 못하고 두눈만 꺼벅꺼벅하였다. 자기가 한 말의 후과에 대하여 타산한다고 짐작한 송영숙은 아예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곧추 쳐다보았다.

(어떤 말이라도 좋으니 말씀하세요. 연구사업에서 제기되는 문제든 가정사정이든 뭐나 다 좋아요. 그러니 어서!…)

정기도는 큰 눈은 이렇게 말하고있었다.

직장장도 안타까운지 킁킁 코소리를 내였다.

리병우는 그제야 입에 가로질렀던 빗장을 뽑았다.

《글쎄… 공장에서 누군가 첨가제를 연구한다던데… 그게 어떻게 됐는지… 지금 수입첨가제를 사오느라 오리털을 몽땅 수출하는데 그래가지고는 털단백질이 아무런…》

말하던 사람도 듣고있던 사람도 다같이 눈길을 떨구었다.

송영숙은 리병우가 다 하지 못한 뒤말이 무엇인가를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지금처럼 오리털을 몽땅 수출하면 털단백질먹이가 제아무리 좋다고 해도 하등 필요없다는것이였다.

원료자재가 없는데 연구를 해서는 무엇하겠는가고 리병우가 물을것만 같아서 송영숙은 은근히 가슴을 조이였다.

심중해진 그의 얼굴을 보고 리병우와 직장장은 새로 온 녀성기사장이 아래사람들의 의견을 심중히 듣고있는것이라고 생각할것이다.

그러나 송영숙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털단백질연구와 첨가제연구가 이렇게 밀접한 련관속에 있다는것을 전혀 모르고있었던것이다.

직장장의 말에 의하면 그전에는 오리겨드랑이의 보드라운 털만 골라서 수출하였는데 지금은 꼬리나 날개쪽털이며 오염된 털까지도 다 세척하여 수출한다는것이다. 생산이 높아지면서 첨가제량이 부족하기때문이라는것이다.

(고기생산을 높이기 위한 결정적고리는 역시 첨가제로구나.…)

송영숙은 첨가제연구의 절박성에 대하여 다시금 새롭게 깨달았다. 하루빨리 첨가제연구에 진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쳤다.

실험실문제때문에 하루이틀 시간을 보낸 자기자신이 민망스러웠다.

(하루빨리, 한시바삐 연구에 진입하자. 그러면 실험실도 생기고 방도도 떠오를것이다. 그렇다! 빨리! 한시바삐!…)

송영숙의 머리속엔 오로지 이 하나의 생각뿐이였다.

결심을 굳히며 구내길을 따라걷던 그는 감나무호동옆에 서있는 리봄순을 띄여보았다. 갸름한 얼굴에 수집음을 담고 얌전히 인사하는 그를 본 송영숙은 시험호동관리공이 여기엔 왜 왔을가 하면서 쳐다보았다.

《딸이 또 점심식사를 가져왔구만.》

직장장이 리병우에게 하는 말이였다.

그제야 머리를 수굿하고 걷던 리병우가 눈길을 들었다. 그의 얼굴은 처음으로 밝아졌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딸에게 다가갔다.

《봄순이가 수의사동지네 딸인가요?》

송영숙은 직장장을 쳐다보며 물었다.

《예, 금이야 옥이야 하는 외동딸입니다. 딸 하나야 잘 낳았지요.》

직장장은 여전히 리병우의 좋은 점에 대해서만 확대시킬뿐 어두운 가정생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내비치지 않았다.

송영숙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리병우와 봄순이를 쳐다보면서 그들의 곁에 수정을 세워보았다. 잘 어울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마음을 맞춘다면 얼마든지 행복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공직장장도 두사람 문제를 해결해보려구 애쓰는구나.…)

그는 방금전에 만났던 방인화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그와 힘을 합쳐서 수정의 가정문제를 해결하리라 마음다졌다.

얼마후 그는 자전거를 끌고 종금직장정문을 나섰다.

지금껏 느낀것이 많고 또 그것이 심중하고 절박한 문제들이여서 송영숙은 그 모든것을 하나하나 되새겨보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큰길에 나서서 자전거에 몸을 실으려던 그는 누군가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농립모를 깊숙이 눌러쓰고 성큼성큼 걸어오는 사람은 당비서 김춘근이였다.

송영숙은 가볍게 머리숙여 인사하였다.

《종금직장에 갔댔습니까?》

김춘근이 그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헌데 무슨 생각을 하댔기에 몇번이나 불러도 듣지 못합니까?》

《저…》

송영숙은 갑자기 말문이 굳어졌다. 머리속에서 고패치던 여러가지 생각을 정립하여 한마디로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던것이다.

기사장의 얼굴에 씌여진 복잡한 심리를 읽은 김춘근당비서는 손바닥으로 구레나룻을 쓸어만지며 빙그레 웃었다.

《요즘 친정어머닌 앓지 않습니까? 늙은이들이 생소한 곳에 오면 앓는다는데… 그리구 적적할텐데 우리 집에 자주 다니라구 하십시오. 멀지두 않은데요. 나두 시간을 내서 찾아가보겠다구 생각만 하면서 가보지 못해서 미안하군요.》

그는 휴식날엔 친정어머니와 세대주랑 함께 집에 놀러오라고 당부하듯 말했다. 옛 정치위원시절처럼 송영숙을 만날 때마다 백상익의 안부를 물으며 그의 생활에 남다른 관심을 돌리군 하는 당비서였다.

그는 송영숙과 나란히 걸음을 옮기며 수의사 리병우를 만나보았는가고 물었다.

《예, 지금 만나보고 나오는 길입니다.》

《그래 만나보니 어떻습니까?》

당비서는 호기심이 짙은 눈길로 다시 물었다.

《사람은 진국이더군요. 문제는 가정생활이 안착되여야 할텐데…》

송영숙은 여전히 머리속이 복잡하여 말꼬리를 흐리였다.

기사장의 생각이 자기와 한곬으로 흐른다는것을 알게 된 김춘근은 제꺽 긍정을 표시하였다.

《옳습니다. 그 동무의 가정생활에 연구성과가 달려있지요. 그런데 그 동무의 안해는 영 절벽인데다가 본인은 그저 어정쩡해있으니…》

그는 속이 타고 안타까운지 쩝 소리를 내며 입을 다셨다.

군인출신의 당일군인 그는 모든 문제를 명령식으로 할수 없는것을 누구보다 안타까와했다.

당비서의 마음을 헤아려본 송영숙은 수의사의 안해였던 차수정이 대학동창생으로서 닭공장에서 3대혁명소조생활도 함께 한 잊을수 없는 동무라고 말하였다.

김춘근당비서는 뜻밖의 소식인듯 걸음까지 멈추었다.

《그렇습니까? 그러니 보급원동문 요즘 대학동창생을 만나서 기뻐하겠군요. 기사장동문 물론이구.》

당비서의 얼굴은 확 밝아졌다.

그의 얼굴에 씌여진 그 어떤 기대감을 읽은 송영숙은 자기가 그들의 가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써 노력하겠다는 결심을 터놓았다.

《수정동문 원래 좋은 동무입니다. 난 그 동무도 우리 공장을 위해 뭔가 특색있는 기여를 하리라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마음을 놓을수 있겠군요.》

김춘근당비서의 얼굴에는 만족한 웃음이 담겨졌다. 이윽고 그는 심중한 기색으로 말하였다.

《난 기사장동무가 이제는 공장의 현행생산실태며 전망적인 사업들과 함께 기술자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파악했으리라구 보면서 며칠전부터 공장의 전망과 관련해서 얘기를 해보려구 했소.》

당비서는 자기의 생각을 정립하느라 그러는지 몇번 마른 기침을 하였다.

《기사장동무두 잘 아는것처럼 축산부문에서 고기생산은 배합먹이보장과 먹이원천탐구를 떠나 생각할수 없는게 아니겠소?

그래서 지금 공장에서는 자체로 털단백질먹이연구도 하구 여러가지 사업들도 하구있지. 하지만 무엇보다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는 첨가제지. 자체로 첨가제문제를 해결하지 않구서는 털단백질먹이가 제아무리 좋다구 해두 그 덕을 볼수 없지 않소.》

(당비서동지도 다 알구계시누나.…)

송영숙은 저도 모르게 호- 한숨을 내쉬였다.

그 한숨소리에 김춘근의 얼굴은 다시 밝아졌다.

《아름찬 과제때문에 한숨이 나오는 모양이지요?》

그는 껄껄 소리내여 웃었다. 이윽고 그는 다시 정색을 지었다.

《너무 어렵게만 생각지 마십시오. 난 우리 동무들이 꼭 첨가제연구에서 성공하리라 믿습니다. 문제는 시간이지요.

내 그래서 기사장동무한테 격식없이 당적분공을 주려구 하는데…》

당적분공이라는 말에 송영숙은 약간 걸음을 멈추었다. 그 어떤 경건한 감정이 그의 온몸에 굽이쳤다. 그리고 긴장해졌다.

송영숙과 걸음을 맞추며 김춘근은 자기의 표현대로 격식없이 말했다.

《당적분공이란 다름아니라 정기사동무의 첨가제연구와 함께 털단백질먹이연구를 힘자라는껏 도와달라는겁니다. 물론 본신사업이지요. 하지만 그들과 인간적으로 마음을 합치구 지혜를 합쳐서 하루빨리 성공의 날을 앞당겨달라는겁니다.》

송영숙은 머리를 수굿한채 천천히 걸음을 옮기였다.

선듯 대답이 나가지 않았다. 그의 침묵을 무언의 대답으로 리해한 김춘근은 자기도 힘껏 도와주겠다고 덧붙여 말했다.

송영숙은 이번에도 침묵을 지키였다.

당비서가 주는 과업은 지극히 당연한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무자비하고 가혹한 형벌을 언도받은 심정이였다.

(정의성의 첨가제연구를 도와주다니…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사람을…)

야속하고 억울하기도 하였다.

문득 자기자신이 지금 첨가제연구를 하고있는중이라고 말을 할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서슴어졌다. 당적분공을 회피하기 위한 출로를 모색하느라 그런다고 생각할것 같아서였다.

갑자기 그는 비칠하였다. 너무 자기 생각에 옴하여 발을 곱디딘것이다.

《왜… 왜 그럽니까? 예?》

당비서는 놀라며 말까지 더듬었다.

《아니, 저… 자전거발디디개에 걸려서…》

거짓말을 하느라 송영숙은 말까지 더듬었다. 그의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다. 그는 거짓말이 아니라고 증명해보이느라 괜히 자전거발디디개를 툭 차기까지 했다.

그럴수록 얼굴은 홍당무우가 돼버렸다.

이윽고 그는 심호흡을 하며 당비서와 보조를 맞추며 천천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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