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주체108(2019)년 8월 22일

평양시간


제 3 회


제 1 장


2


원화협동조합은 본촌과 림촌을 망라한 농호 80여세대의 크지 않은 조합이였는데 리단위로 통합되면서 여러개의 부락을 망라한 큰 규모의 협동조합으로 발전했다.

관리위원회가 자리잡고있는 마을을 본촌이라고 했다.

본촌은 경우재라고 부르는 야산을 등지고있는데 그 재너머에 림촌마을이 있다. 여기 척박한 사질토의 땅에서 강냉이, 밀보리, 기장, 조와 밭벼를 심어먹으며 농민들이 가난하게 살았다. 경우재에는 소나무, 참나무, 오리나무, 아카시아나무, 분지나무 등이 무성했다.

수령님께서 전쟁시기 이 마을을 처음 찾아오시였을 당시의 형편은 이러하였는데 너무 가난하게 살아서 밀보리현물세를 면제해주시고 대여곡을 무상으로 주기까지 하시였다.

이렇듯 못살던 조합이 수령님의 은덕을 받아안고 현재는 논을 대대적으로 풀어 논벼의 생산량과 수확고를 높였으며 초가집들을 헐고 문화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또한 경우재의 숲을 개간하여 과수원을 조성했다.

지나간 이 이야기는 동익이가 후날 이전 관리위원장에게서 들은것이고 지금 동익은 뜨락또르를 몰고 원화마을 본촌에 들어서는 그 순간에 벌써 아름답고 아담한 풍경을 볼수 있었다.

과수원이 덮인 야산을 등지고 덩실하게 서있는 구락부(후에 문화회관으로 개칭하였다.)와 2층 8세대의 산뜻한 문화주택이며 단층기와집들, 아이들의 노래소리 흘러나오는 탁아유치원, 곧추 뻗은 길가에 즐비하게 심은 살구나무. 보통강의 상류인 암적강에서 마을앞까지 이르는 넓은 논벌, 그 논벌을 스치며 불어오는 부드러우면서도 아직 쌀쌀한 봄바람은 뜨락또르를 세우고 뛰여내리는 동익의 기계기름이 밴 얼굴을 시원하게 어루만지였다.

관리위원회마당에 체격이 그쯘한 젊은 사람이 작업모를 쓰고 누빈솜옷의 앞섶을 헤친채 어떤 로인과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로인은 허리가 꼿꼿하고 얼굴이 편안하게 생겼다. 아버지벌이 될듯한 늙은이의 말을 들어주면서 간단간단히 머리를 끄덕이는것으로 보아 마주한 사람이 보통조합원같지 않았다. 혹시 관리위원장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은연증 갈마들었다.

동익은 장갑을 벗으며 그들의 앞으로 다가갔다. 젊은 사람은 머리를 돌려 한번 쳐다보았을뿐 하던 이야기에 열중하였다.

동익이 겸손하게 물었다.

《여기 관리위원장동지를 어디 가면 만날수 있습니까?》

《내가 관리위원장이요.》

바쁜 사람에게 《길을 좀 물읍시다.》하는 청탁을 했을 때의 인상이였다.

동익은 나무라지 않았다. 창원이에 대한 나쁜 감정이 깊이 박혔으리라. 이러한 랭대를 이미 각오한 동익이다.

《내가 이 조합에 고정배치되여온 뜨락또르운전수입니다. 재식동무네 차고가 어디 있습니까?》

관리위원장이 딱딱하게 말했다.

《전화를 받았소. 그런데 이 뜨락또르가 낯이 있구만. 전번에 우리 조합에 왔던 그 뜨락또르가 아니요?》

《예, 그렇습니다.》

《그때 왔던 운전수도 함께 오오?》

창원이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것을 안 동익은 짤막하게 대답했다.

《예, 함께 배치받았습니다.》

관리위원장은 인상을 찌프리더니 마뜩지 않게 말했다.

《암적으로 가시오.》

《암적으로요?》

《동무가 온 길을 되돌아가서 다리를 지나 강기슭으로 좀더 가면 되오.》

관리위원장은 이야기가 끝났다는듯 로인에게 얼굴을 돌리였다.

《아바이의 의견을 좀 연구해봅시다.》

그는 동익에게 다시 얼굴을 돌려보는 일도 없이 관리위원회쪽으로 돌아섰다.

동익이는 관리위원장이 작업소의 운전수를 랭대하리라는것을 예견했지만 정작 당하고보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피가 싸늘하게 식는것 같았다.

뜨락또르를 향해 걸어가는데 관리위워장과 마주했던 로인이 따라왔다.

《이보, 운전수! 우리한테로 아주 왔나?》

마음이 후더분해보이는 아바이가 이처럼 따뜻하게 물었으나 동익은 이내 기분이 돌아서지 않았다. 그래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3년간입니다.》

《3년간이면 길지. 그간 우리와 한집안처럼 지내자구.》

(한집안? 글쎄 언제까지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지내야 하겠는지?…)

동익이 이런 생각을 하는데 그 아바이가 관리위원장이 들어간 보통농가같은 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사람을 리해하라구. 전쟁때 군대에 나가 싸우면서 거칠어졌다네. 도처에서 미국놈들과 〈치안대〉놈들에게 학살당한 사람들과 어린이들을 보면서 심장이 얼어붙었던 사람이야.

미국놈새끼들을 수태 죽였지.

그래 이기고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아버지가 놈들에게 피살되고 어머니도 미국놈비행기들의 폭격으로 석암저수지가 터져 물난리가 났을 때 집과 함께 떠내려갔다는 슬픈 소식이 기다리고있었네.

며칠동안 밥도 먹지 않고 얼굴이 거멓게 죽어다니는데 그때 조합관리위원장이였던 내 가슴도 아팠네.

하지만 전쟁에서 시련을 겪어온 병사라 마침내 피를 녹이고 그 복수의 피를 조합일에 열성껏 쏟아부었네.

지금은 과격하고 칼날같은 성격이 많이 죽었지만 그래도 좀 남아있어! 허허…》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동익은 생각이 깊어졌다.

《암적에 재식동무네 차고가 있습니까?》

《지금 차고는 본촌에 있네.》

《그러면 우리를 그와 갈라놓는건가요? 창원이가 암적에서 일하다가 쫓겨갔다던데 거기 가서 내가 그의 잘못을 씻으라는건가요?》

《아니야, 관리위원장이 그렇게까지 옹졸한 사람이 아닐세. 인차 본촌에 있는 차고를 암적으로 옮길 계획이야. 암적이 조합의 중간에 있으니까. 사실 뜨락또르가 또 온다고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은 바로 관리위원장일세. 표현을 하지 않아서 그러지.》

동익은 공연히 분격했던 자기를 부끄럽게 생각했다.

《아바이, 잘 알았습니다. 제가 그런 내속은 모르고…》

동익이 한결 누구러지며 이전 관리위원장에 대한 존경심을 금치 못했다.

《저는 그럼 암적으로 가겠습니다.》

《자리를 든든히 잡게. 나하구 같이 갈가? 내가 안내하지.》

관리위원장에게서 랭대받은 운전수의 가슴을 덥혀주려는 그 마음이 고마웠다.

《괜찮습니다. 방금 지나왔으니 그 마을위치를 제 알수 있습니다.》

최동익은 비로소 속에 피멍을 간직하고있는 관리위원장이 후더웁게 느껴졌다.

암적에서도 그를 반갑게 맞아주지 않았다. 개들도 사납게 짖어댔다. 개들은 각양각색인데 누르끼리한 털에 주둥이만 새까만 뻔뻔스러운 상통을 한 놈, 거밋한 털이 턱주가리로 돌아가서 마치 구레나릇처럼 보이는 놈, 하여튼 온 동네개들이 다 뜨락또르의 뒤를 쫒아오며 짖어대는데 짖어대는것도 컹컹 우렁차게 짖는가 하면 우는소리같은것을 내기도 했고 소리도 내지 않고 그냥 이발만 드러내고 죽일듯 윽벼르기도 했다.

동익은 뜨락또르를 언덕아래에 있는 작업반선전실 앞마당에 세웠다. 토방에 앉아있다가 뜨락또르가 들어서는 바람에 놀라 일어선 로인이 한동안 입을 하 벌리고 바라보았다. 그 로인이 발동을 죽인 뜨락또르에서 내려오는 동익이를 먼저 맞아주었다.

《우리 암적에 오는 뜨락또르웨까?》

《예. 그렇습니다.》

장갑을 벗으며 동익이 피곤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리고 이 고장에 처음 오는데 미안한대로 작업반장을 좀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로인이 어디론가 갔다가 키가 크고 갱핏한 50대의 농민과 같이 왔다. 창원이가 말한 반고수머리인데 척 보기에도 고집스레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동익이가 먼저 자기 소개를 했다. 그리고 관리위원장이 암적에 가라고 해서 왔다고 설명했다.

반장은 뜨락또르를 바라보더니 씨뿌둥해서 한마디 했다.

《그 뜨락또르군.》

동익은 못들은척하고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숙소를 어디다 정할가요.》 하고 물었다.

《좌우간 날이 어두워오니까 여기 들어가있소.》

작업반장은 작업반선전실을 턱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어디론가 급히 갔다.

뜨락또르를 구경하려고 모여든 동네사람들과 아이들이 주변을 에워쌌다. 호기심이 가득찬 그들의 물음에 대답하느라고 동익은 한동안 땀을 뺐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작업반장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동네어른들과 아이들이 흩어져가고 작업반선전실에서 소여물가마에 불을 때는 로인도 동익에게 안에 들어가 쉬라는 말을 하고는 집으로 가버렸다.

날은 이미 어두웠고 추워났으며 무엇보다도 배가 고팠다. 농가의 굴뚝들에서 연기가 사라져가고 아이들을 부르는 소리, 밥상을 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익은 너무도 쓸쓸하고 허전하여 고향집 생각이 났다.

이때 어떤 고운 처녀가 동익을 할깃할깃 쳐다보며 지나갔다.

《처녀동무!》

토방에 걸터앉아있던 동익이가 일어서며 찾았다. 그러자 처녀는 《어마나!》하고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왜 놀라오? 내가 사람같아보이지 않소?》

서글픈 어조로 물었다.

《아이참, 캄캄한데 웅크리고있다가 갑자기 소리치니까… 이 뜨락또르를 몰고왔어요?》

예상외로 처녀는 활달했다.

《그렇소. 그런데 여기 작업반장동무가 어디 갔는지 모르겠소? 그를 좀 데려다주오.》

처녀는 머밋머밋하더니 《글쎄 어디 갔을가?…》하고 혼자소리처럼 말하며 어둠속으로 녹아버리듯 사라졌다. 반장을 찾아오겠다는건지 어찌겠다는건지 알수 없었다.

하여튼 좀더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었다. 추위를 느낀 그는 작업반선전실로 들어갔다. 소여물을 끓이고있어 방안이 더웠다.

그는 전등불을 켠 후 방구석에 딩구는 목침을 주어다 베고 따뜻한 아래목에 누웠다. 누워서 생각하니 기가 막혔다.

유명한 협동조합에 고정배치되여간다고 그 고장에 정을 주고 마음을 주고 힘껏 일하리라 굳은 결의를 부푸는 가슴에 품고 왔건만 그리고 창원이의 일로 랭대받을수 있다고 각오도 하였지만 현실은 너무 랭혹했다.

어쩌면 사람들이 그렇게도 박정할수 있을가, 창원이가 아무리 인상을 잡쳐놓았다고 하지만 내야 그가 아니지 않는가, 창원이가 받아야 할 박대를 왜 내가 받아야 하는가, 좀더 기다려보고 작업반장이 그래도 오지 않으면 뜨락또르에 발동을 걸고 작업소로 올라가버리자.…

이렇게 마음을 모질게 먹으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있던 동익은 문득 아버지생각이 치밀었다.

최동익은 학교를 마치고 한뉘 땅을 뚜지며 살아온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사를 짓고있었다. 어느날 그가 사는 마을에 뜨락또르가 나타났다. 그것이 퉁탕거리며 논을 갈아업는것을 구경하는 농민들이 들에 하얗게 모여들어 야, 야 하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동익의 아버지는 《쇠소》가 논갈이를 하는것을 희한해서 바라보았다. 그 《쇠소》가 점심시간이 되자 일에 지친듯 관리위원회마당에 들어서서 발동을 죽였다.

그러자 집으로 달려간 동익이 아버지는 소꼴을 한단 가져다 《쇠소》앞에 먹으라고 놔주었다. 사람들이 그 《쇠소》는 꼴을 먹지 않는다고 하며 하하 웃어댔다.

그 모양을 본 관리위원장이 성을 냈다.

《왜들 웃는거요? 최령감네가 해방전에 소가 없어 령감자신이 바줄을 어깨에 걸고 가대기를 끌며 밭을 갈던 일을 모두 잊었소?

장딴지가 뒤집히고 어깨에 썩살이 박히도록 소처럼 가대기를 끌었단 말이요. 해방이 되자 최령감은 소부터 사다맸소.

이런 사람이니까 마을에 생전 처음 보는 뜨락또르가 나타났으니 너무 희한하고 반가와서 이 〈쇠소〉도 꼴을 먹는가 한거요. 그런데 웃는단 말이요. 나는 눈물이 나는데…》

아버지는 어색해하고 마을사람들은 깊은 생각에 잠기였다. 집으로 돌아온 동익의 아버지는 담배를 련달아 피우다가 말했다.

《그것 참, 놀랍구나. 희한하단 말이야.》 하더니 동익이를 데리고 관리위원장을 찾아갔다.

《관리위원장, 소원이니 내 둘째아들이 〈쇠소〉를 몰고 밭을 갈게 해달라구.》

관리위원장은 선선히 응하고 운전수양성소에서 새 학기가 시작되자 동익을 추천해보냈다.

동익이를 떠나보내면서 아버지는 짤막한 훈시를 했다.

《소도 없어 고생하던 일을 잊지 말아라.》

그 일을 동익이 어찌 잊으랴. 바줄을 어깨에 걸고 상체가 땅에 닿을듯 고개를 숙인채 헐떡이며 이랑을 째나가던 아버지, 목에는 퍼런 피줄이 살아나고 비오듯 하는 땀은 턱에서 뚝뚝 떨어졌지만 맨발로 한걸음한걸음 척박한 땅을 힘겹게 짚으며 나갔다.

보잡이는 열네살난 동익의 형이 하였다. 그저 적당한 깊이를 보장하며 가대기날을 땅에 대주면 되였으나 그것도 어린 소년에게는 힘에 겨워 비틀거렸다.

그러면서도 아버지가 힘들어할가봐 때로 얕게 날을 대기도 했다. 그러면 대뜸 성난 아버지의 얼굴이 뒤를 돌아본다.

그럴 때마다 형은 고개를 푹 떨구고 가대기날을 다시 깊이댄다. 아직 어린 동익이는 쇠스랑으로 아버지와 형이 갈아번진 흙을 부스러뜨리는 일을 했다.

《좀 쉬고 하자.》

아버지는 자신이 힘들어서보다 보탑을 잡고 비틀거리며 따라오는 목이 가느다란 맏아들을 생각해서 한숨 돌리려는것이였다.

샘물터에 가서 아버지, 형, 동익의 순서로 엎드려 물을 마셨다. 그리고 앉아서 가슴들을 헤치고 봄바람을 맞았다.

해가 기울면 집으로 내려온다. 녹초가 되여 걸을 맥조차 없다.

불시에 아버지가 주저앉으며 장딴지를 두손으로 붙잡았다. 경련이 일었던것이다.

《장딴지가 뒤집힌다!-》 아버지의 음울한 비명이 골안을 울리였다. 두 아들이 달려들어 장딴지를 주물렀다.

해방이 되고 토지를 분여받아 그해 농사를 잘 지었다. 현물세를 내고도 쌀이 남자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말했다.

《무어니무어니해도 소부터 사야하겠다.》

방울이 쩔렁거리는 황소를 장마당에서 사가지고 입이 함박만하게 벌어져서 집에 들어선 아버지는 《동철아! 동익아! 소다. 황소를 샀다!》 하고 웨치였다.

그날 온 가족이 소를 빙 둘러싸고 설음설음 엉켰던 가슴들을 쾅쾅 터치며 기쁨에 겨워 마음껏 울고 웃어보았다.

아버지가 가대기줄을 어깨에 걸고 끌던 일은 영원히 지나갔다.

황소가 보습을 끌었고 짐을 날랐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이냐! 《쇠소》가 마을에 나타났다.

《동익아, 너 〈쇠소〉를 봤니? 그게 하늘이 무너질것처럼 영각을 해대며 눈알을 부릅뜨고 논을 가는데 무섭게 해대더라.》

아버지는 그 《쇠소》가 너무도 희한하고 기특해서 소꼴을 가져다 놔주었던것이다.…

(아니다!) 하고 동익은 벌떡 일어나며 자신을 향해 속으로 웨쳤다.

(조합과 조합원들을 탓할수 없다. 관리위원회마당에서 만났던 관리위원장도 여기 반고수머리작업반장도 뜨락또르를 외면할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다 아버지처럼 뜨락또르를 사랑하고있다. 잘못은 우리 운전수들에게 있다.)

동익은 더 나아가서 페물같다고 낡은 《아떼즈》를 탓했던 자신을 부끄럽게 돌이켜보았다.

래일 새벽부터 논갈이를 시작하자! 이렇게 마음먹으니 정신적안정이 찾아들어 동익은 다시 목침을 베고 누웠다. 따뜻한 온돌에 몸이 녹으면서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잤는지 잠결에도 코를 자극하는 구수한 된장국냄새에 놀라 눈을 떴다. 귀엽게 생긴 처녀의 맑은 눈이 그를 지켜보고있었다.

처녀는 동익이가 눈을 뜨자 깜짝 놀라며 머리를 숙였다. 아까 보았던 그 처녀였다. 동익은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김이 오르는 국과 밥이 챙겨져있는 키낮은 책상우를 군침을 삼키며 바라보았다. 잠이 채 깨지 않은 동익은 꿈을 꾸는것만 같았다.

처녀는 숙인 이마너머로 동익을 흘끔흘끔 훔쳐보며 속살거리였다.

《저녁을 잡수세요. 그리구… 농기계작업소로 되돌아가세요.》

동익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건 무슨 소리요? 되돌아가라구? 왜?》

《왜냐구요?》 처녀는 원망스럽게 그를 쏘아보았다.

《우리는 지금 작년가을에 저 뜨락또르가 와서 망탕 갈아놓은 논을 다시 갈고있어요. 황소로 말이예요.

뜨락또르가 그렇게 망탕 갈아놓으면 그걸 바로잡는 품이 어떤지 동무가 알수 있어요?

동무도 운전수재세를 하며 그렇게 논을 갈아줄바에는 지금 돌아가는게 나아요.

필요없어요. 차라리 좀 힘들더라도 옛날처럼 소로 논을 가는것이 훨씬 편해요.

작업반장이 나더러 저녁밥을 해다주고는 보내라고 지시했어요.》

처녀의 비난이 얼마나 타당한가. 노여움에 쏘아보는 처녀의 까만눈은 매혹적이였다.

처녀야, 우리를 잘 때렸다. 그리고 작업소로 보내되 저녁밥을 해먹여 보내라고 한 작업반장도, 이렇게 구수한 된장국을 끓여가지고 온 처녀도 그 인간미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처녀동무, 그런데 작업반장은 왜 직접 오지 않고 동무를 통해 지시하오?》

《그걸 모르겠어요? 그래야 동무가 성이 나서 돌아갈것이라고 보기때문이예요.》

동익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게 정 소원이라면 돌아가겠소. 못 갈것도 없지, 가겠소.》

동익이가 이러며 움씰거리자 뜻밖에도 처녀의 얼굴에 실망의 그늘이 비끼는것이였다. 그러니 이 처녀가 실은?…

그렇다. 동익은 느꼈다.

새로 온 뜨락또르운전수는 작업반장과 조합원들을 실망시키지 말고 일해주기를 바라는것이다.

동익은 처녀를 떠보듯 다시 반복했다.

《가겠소. 그러되 저녁밥을 먹고 이 뜨뜻한데서 잠도 실컷 잔 다음 래일 아침에 가겠소.》

처녀는 배신당한듯 서글프게 말했다.

《그렇게 하세요. 가세요.》

처녀는 일어서더니 치마바람을 일구며 문께로 향했다.

그는 문을 열고 나가서 쾅 소리나게 닫았다. 동익은 그 꼴이 우스웠으나 웃지 않았다.

(처녀가 여돌찬게 정말 귀여운걸.)

하지만 그 처녀는 돌아가지 않고 한동안 뜨락또르주변을 맴돌았다.

얼마후 드렁드렁 뜨락또르의 동음소리와 같은 동익의 코고는 소리가 밖에까지 울려왔다.

facebook로 보내기
twitter로 보내기
cyworld
Reddit로 보내기
linkedin로 보내기
pinterest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naver로 보내기
kakaostory 로 보내기
flipboard로 보내기
band로 보내기

이전페지   다음페지

도서련재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57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56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55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54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53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52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51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50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49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48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47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46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45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44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43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42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41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40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39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38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37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36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35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34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33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32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31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30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29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28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27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26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25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24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23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22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21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20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19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18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17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16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15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14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13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12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11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10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9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8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7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6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5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4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3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2회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한식솔》 제1회
 감상글쓰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