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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8월 24일

평양시간


(제 7 회)


제 1 장 푸른 호수


7


송영숙은 직장장 방인화의 안내를 받으며 가공직장의 생산공정들을 차례로 돌아보았다.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현대화된 수천톤능력의 가공직장을 돌아보는 그의 마음은 류달리 흐뭇하였다. 극동과 절임, 훈제 등으로 가공된 제품들을 보니 마음이 즐거워졌고 기쁨과 자랑으로 가슴이 뿌듯해졌다.

처녀시절부터 수십년간 가공직장에서 일해온 방인화는 덕스럽게 생긴 얼굴에 노상 웃음을 담고 공정별로 기사장을 안내하였다.

송영숙은 방인화의 설명을 들으며 공정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생산직장들에서 판매에 넘긴 크고 살진 오리들은 체류장을 거쳐 털가공장이며 할복장치를 비롯한 흐름식공정을 따라 순간에 가공처리되였다.

알에서 까나와 45일이 되는 오리들은 판매를 거쳐 가공직장에 넘겨지는데 이때 오리의 몸무게는 2. 5~3키로그람이 된다. 혹시 3키로그람이상 나가는 오리들도 있었다.

송영숙은 걸개에 걸려 가공장으로 흘러드는 오리들을 지켜보았다.

원래 오리의 조상은 청뒹오리라고 하는 날짐승이였다고 한다.

오리는 지금으로부터 기원전 1세기경부터 압록강중류지역에서 수만마리 길렀다고 하는데 세계적으로 오리품종은 천여종으로서 고기생산용과 알생산용, 알과 고기겸용품종이 있다.

수십년전만 하여도 오리는 물이 있는 곳에서만 키우는것으로 되여있었는데 지금은 륙지사양관리를 도입하고 속성비육방법으로 수천수만마리를 공업적방법으로 기르고있다.

물을 좋아하면서도 습기를 싫어하고 무리지어 사는 습성이 있는 오리는 닭보다 겁이 많고 또 둔하였다. 그러나 병에 대한 저항성이 높으면서도 단백질요구량이 적은 우점을 가지고있었다.

닭은 60일간 자래웠을 때 체중이 1. 5키로그람이라면 오리는 45일이면 3키로그람이 되니 경제적효과성도 높았다.

가공직장의 흐름식공정을 바라보면서 송영숙은 자기는 아직 오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것을 느끼였다.

같은 가금이지만 오리와 닭은 고기의 맛과 영양가치는 물론이고 사양관리나 가공방법에 대해서도 많은것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1차가공만 보더라도 겁이 많은 오리가 도살전에 강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콘베아에 실려와 전기마비를 잘못하게 되면 고기의 질부터 떨어지는것이다.

생각에 잠긴 송영숙의 발걸음은 털가공장에서 다시 멈추어졌다.

한줌의 털이라도 허실할세라 말끔히 수집하는 기대공들의 깐진 일솜씨며 세척과 탈수 그리고 건조와 포장을 다그치는 가공공들의 모습을 그는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지금 공장에서는 오리털을 팔아서 그 자금으로 수입첨가제를 사온다고 한다. 그러나 높아지는 고기생산계획을 수행하자면 오리털을 몽땅 팔아도 필요한 수량을 사오기 힘들다고 한다.

송영숙의 마음은 첨가제에 대한 생각으로 무거워졌다.

그는 고기와 알의 절임이며 훈제 그리고 순대를 비롯한 2차가공공정까지 다 돌아보고서야 가공직장을 나섰다.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가공직장의 흐름식공정들을 한동안 눈앞에 그려보았다. 또다시 털가공장에서 보았던 탈모기기대공들과 가공공들의 모습이 확대되여 안겨왔다.

이윽고 그는 량수책상밑에 넣어두었던 첨가제실험일지묶음을 끄집어내였다. 그리고 실험일지를 한장한장 펼쳐보았다.

닭공장에서 지배인으로 사업하면서도 시간을 쪼개가며 연구하던 소금밭이끼에 의한 새로운 가금먹이첨가제연구일지였다.

수년간의 고심어린 땀방울이 슴배인 손때묻고 누렇게 탈색된 실험일지를 펼쳐드니 새삼스럽게 가슴이 울렁거리였다.

또다시 탐구의 낮과 밤을 바쳐 첨가제를 기어이 성공시켜야겠다는 결심으로 가슴이 뿌듯해지기도 하였다.

야심을 실천으로 증명하는 사람만이 승자가 될수 있는 법이다.

그의 생각은 또다시 정의성에게 미쳤다.

지금도 정의성은 긴장한 연구와 시험으로 시간과 시간을 보내고있을것이였다.

며칠전 시험호동에 찾아가 그를 만나고 돌아온 다음부터 송영숙은 어느 하루도 첨가제에 대한 생각을 잊은적이 없었다. 그날에는 자기가 앞섰다고 스스로 자부했었지만 엄밀히 따져보니 그 반대였다.

오리와 닭은 같은 가금이지만 생리적조건과 먹이조성 등 모든것이 다른것만큼 첨가제 역시 달라야 하는것이다.

그러니 오리에 대한 파악이 부족한 자기가 정의성보다 뒤떨어졌다는것은 불보듯 명백했다. 하면서도 목적의식적으로 과학기술경쟁을 해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기어이 정의성보다 앞서야겠다는 야심은 더더욱 강렬해지였다.

한동안 소금밭이끼의 필수아미노산함량분석자료에 눈길을 두고있던 그는 귀에 익은 손전화기의 신호음소리를 들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하고 부르는 소녀의 맑은 노래소리였다.

송영숙은 손짐작으로 손전화기를 꺼내들었다.

생산부서들에서 걸어오는 전화려니 했는데 뜻밖에도 김춘근당비서의 목소리가 귀전에서 울렸다.

《당비섭니다. 지금 어디 있습니까?》

《사무실에 있습니다. 문건과 자료들을 보고있습니다.》

그는 당비서가 앞에 서있기라도 한듯 펼쳐놓은 실험일지를 가리키였다.

《바쁘지 않다면 좀 내려와주시오. 내 마당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송영숙은 머리를 끄덕이였다.

《예, 곧 내려가겠습니다.》

손전화기를 주머니에 넣은 그는 서둘러 실험일지들을 정리하였다.

자기가 첨가제연구를 해왔다는것을 공개하기 전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작정이였다.

당비서가 자기와 함께 현장에 가보려고 찾는다고 생각한 송영숙은 인츰 사무실을 나섰다.

사무청사마당에 내려가니 김춘근은 승용차옆에 서서 기다리고있었다.

《나하구 빨리 집에 가기요.》

그는 구레나룻자리가 퍼릿한 너부죽한 얼굴에 웃음을 담으며 승용차를 가리켰다. 송영숙은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집이라니? 어느 집 말입니까?》

《기사장동무네 집이지 누구네 집이겠소? 오늘 새벽에 이사짐을 실으러 갔던 자동차가 방금전에 도착했단 말이요.》

《벌써 이사한단 말입니까?》

송영숙은 잘 믿어지지 않아 당비서를 쳐다보며 움직이지 못했다.

《벌써가 뭡니까? 전 기사장이 며칠전에 아들을 따라 이사갔는데 집을 그냥 비워둘순 없지 않습니까? 자! 어서 갑시다!

지배인동무와 이미 토론이 있었습니다.》

김춘근은 제 먼저 승용차에 올랐다.

그는 전 기사장이 이사간 다음 몇사람에게 말하여 집을 잘 꾸리게 했고 오늘은 이사짐까지 실어오도록 하였다는데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송영숙은 당비서의 재촉을 받고서야 차에 몸을 실었다.

《나두 젊어서 여기저기 이사다녀봤는데 사람은 우선 가정생활이 안착돼야 일을 잘할수 있더군요. 녀성들인 경우야 더하지요.》

승용차가 미끄러지듯 달리자 차창밖을 내다보며 김춘근이 말하였다.

송영숙은 아무 말도 못하였다.

어느덧 그들이 탄 승용차는 전 기사장이 살던 집앞도로에서 멎었다.

승용차에서 내려 집쪽을 바라보니 마당에는 벌써 이사짐을 싣고온 자동차가 서있었다. 어느 부서 사람들인지 청장년 서넛이 가구들을 맞들고 집안으로 날라들이느라 분주히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웃옷을 벗어제낀 생산부기사장 서정관이 청높은 목소리로 그들에게 뭐라고 말하는 모습도 보였다.

송영숙은 당비서의 뒤를 따라 마당에 들어섰다.

이때 키가 후리후리하고 얼굴이 길쑴한 사람이 그들에게로 달려왔다. 송영숙의 남편 백상익이였다. 그는 김춘근당비서의 앞에 떡 멈추어서며 큰소리로 말했다.

《정치위원동지! 안녕하십니까?》

그를 본 김춘근의 얼굴은 대번에 확 밝아졌다.

《아, 중앙공격수!》

김춘근은 백상익의 큰 손을 덥석 잡아쥐였다.

《이거 오래간만이구만. 헌데… 여긴 어떻게 왔소?》

기쁨과 반가움의 한순간이 지나자 당비서의 얼굴에 의혹이 담겨졌다.

《저…》

길쑴한 얼굴에 싱글벙글 웃음을 담고있던 백상익이 약간 쭈빗거렸다.

그들을 지켜보던 송영숙이 한마디 하였다.

《당비서동지! 저의 남편입니다.》

그의 대답을 들은 김춘근은 잘 믿어지지 않는지 두사람을 몇번이고 번갈아보았다. 이윽고 그는 하하 큰소리로 웃었다.

《그렇게 됐소? 응? 하하하… 좋구만. 좋아!》

그는 두사람이 못내 대견하고 장한듯 백상익의 등을 툭툭 치며 그냥 큰소리로 웃었다. 마치 친혈육이라도 만난듯 한 심정이였다.

《난 여기 당비서요. 이렇게 한마을에서 살게 되여 기쁘구만.》

그들은 마당 한켠 수도가앞에 마주앉았다.

《그래 제대된 다음 대학에 갔더랬겠지?》

김춘근이 물었다.

《예, 경제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백상익은 옛 정치위원에게 씩씩하게 대답하였다.

《경제대학? 참, 군인민위원회 계획부원으로 사업한다구 했지? 군살림살이를 돌보는 중요한 일이구만. 거기에다 이렇게 좋은 안해도 만났구… 좋아! 아주 좋아!》

김춘근은 다시금 백상익의 등을 툭툭 쳤다.

그는 곁에 서있는 송영숙을 웃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기사장동문 참 덕있는 녀성이구만. 이런 일등미남자에 사내답구 똑똑한 사람을 남편으로 섬기니 말이요, 응?》

당비서의 말에 송영숙은 쑥스러운듯 얼굴을 약간 붉히였다.

김춘근은 습관인듯 구레나룻을 쓸며 백상익과 그동안의 회포를 나누었다.

김춘근당비서는 몇년전까지 백상익이 군사복무를 하던 부대의 정치위원이였다.

엄격하고 요구성이 높은 지휘관이였던 그는 병사들과 허물없이 잘 어울리면서 그들의 훈련과 생활을 친부모의 심정으로 보살펴주었다.

사관장이였던 백상익에 대한 김춘근의 사랑은 남다른것이였다. 그것은 중대살림꾸리기에서 전 부대의 본보기라는 그 한가지때문만이 아니였다.

사내답게 잘생기고 성격 또한 호방하고 활달한 그는 명절때마다 진행되는 축구경기에서 부대의 명예를 떨치는 중앙공격수였던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곳에서 만나다니…

새로 온 기사장의 남편이라니 김춘근의 기쁨은 곱절로 커졌다.

그들은 서로가 부대의 소식들과 제대된 이후의 소식들을 주고받으며 한동안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비서의 모습을 지켜보는 송영숙의 마음도 즐거웠다.

남편이 생소한 곳에 이사해와서 당분간이라도 고적해할것 같은 생각에 은근히 마음이 씌여졌던 그였다. 그런데 친정아버지와도 같은 당비서와 친혈육처럼 정을 나누며 기뻐하는것을 보니 여간 즐겁지 않았다.

그는 안해의 눈길로 남편을 살펴보았다. 두달동안 떨어졌다가 만난 남편이여서 건강상태며 옷차림과 신발에 이르기까지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러나 인츰 마음을 놓았다. 남편은 여전히 건강했고 옷차림과 몸가짐도 흠잡을데가 없었다. 목소리도 우렁우렁하고 눈빛도 정기있고 따뜻하였다.

송영숙은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정찬 그 눈길이 미치는 곳에 자기가 있다는 생각으로 더더욱 즐겁고 마음이 따스해짐을 느끼였다.

이사짐을 거의 들여갈무렵에야 김춘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젠 좀 들어가볼가?》

김춘근은 토방우에 올라서서 이사짐들을 정돈하고있는 방안을 기웃이 들여다보았다.

이때 부엌에서 오락가락하던 송영숙의 친정어머니 문춘실이 외손녀의 손목을 잡고 그앞에 다가왔다.

서정관에게서 공장당비서라는것을 귀띔해들은 문춘실은 황송하여 머리를 숙이며 인사하였다. 그리고는 얼른 외손녀에게 타일렀다.

《경아야, 어서 인사올려라. 당비서동지시다. 자!》

할머니의 말에 네살잡이 어린것은 머루알같은 눈으로 사람들을 올려다보더니 나푼 인사를 하였다.

《딸애가 참 곱게 생겼구만.》

김춘근은 귀염성스러운 얼굴에 눈매고운 아이를 보고 용타고 칭찬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낯모를 사람에게서 칭찬을 받은 아이는 부끄러운지 할머니의 치마자락에 얼굴을 묻었다.

《경아야!》

사람들의 뒤켠에 서있던 송영숙이 조용히 딸애의 이름을 불렀다.

그제야 어린것은 엄마의 목소리를 가려듣고 빠끔히 얼굴을 내밀었다.

《엄마!》

아이가 춤추듯 달려왔다

송영숙은 나비처럼 팔랑 춤추며 날아온 딸애를 품에 꼭 껴안았다.

아이의 따스하고 고르로운 숨결이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순간 온몸은 전류가 흐르는듯 찌르르했다. 그는 행복에 겨워 딸애를 쓰다듬기만 하였다. 따스한 체온과 젖비린내가 온몸으로 느껴져 그는 무아경에 잠긴듯 눈을 꼭 감았다.

한덩어리가 된 모녀를 지켜보던 문춘실이 무슨 뜻인지 끌끌 혀를 찼다. 송영숙은 그제야 딸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이 마음에 듭니까? 어머니!》

김춘근은 사람좋은 웃음을 담고 문춘실에게 물었다.

몸매 작고 체소한 문춘실은 앞가슴에 수를 놓은 연회색쟈케트의 앞자락을 매만지며 허리를 굽석하였다.

《예, 이만하문야 뭐…》

더이상 바랄것이 없다는 뒤말을 대신하며 문춘실은 빙그레 웃었다.

김춘근은 그에게 약간 허리를 굽히며 조금 큰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우리 집은 저 길건너입니다. 자주 다니십시오. 년세가 많으신데 어디 편치않거나 손녀가 앓으면 새벽이나 밤중에라도 찾아오십시오. 우리 집사람은 공장진료소 의삽니다. 그러니 허물없이 다니십시오.》

당비서의 친절한 말에 문춘실은 더욱더 황송하여 몇번이고 고맙다고 하였다.

잠시후 서정관이 이사짐을 다 들여놓았다고 말했다.

김춘근은 머리를 끄덕이며 문가에 서서 집안을 들여다보았다.

서정관은 송영숙에게 다가서며 미흡한 점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속삭이듯 물었다. 송곳이가 반짝거리며 그의 존재를 강조하였다.

송영숙은 빙그레 웃으며 이만하면 됐다고 말했다.

서정관은 다시 문춘실의 곁에 다가가 무어라고 손세를 써가며 말하였다. 얼핏 들으니 부엌과 창고에 부식물감을 가져다놓았다는것이다.

문춘실은 혀를 차며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였다.

《자! 우린 이만 돌아가기요. 집주인들도 이젠 좀 휴식을 해야 할테니까. 어서 가기요.》

김춘근이 먼저 토방아래 내려서며 말했다.

송영숙과 문춘실이 점심식사를 함께 하자고 말했으나 그들은 굳이 사양하며 대문을 나섰다.

김춘근은 백상익의 손을 잡으며 다시 만나자고 말한 다음 문춘실에게도 허리굽혀 인사를 하였다. 그는 곧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집식구들은 마당가에 서서 떠나가는 승용차와 사람들을 바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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