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 회


제 11 장


7


훌륭한 생활의 한페지는 훌륭한 시의 백페지, 천페지와 맞먹는다. 송옥림은 그렇게 생각했다. 요즈음 그에게는 자기의 생활이 그대로 시로, 노래로 변해버린듯 한 느낌이였다. 공장의 수지운동신생산체계는 완성되였고 다품종화생산은 드디여 정상궤도에 들어섰다. 수많은 품종의 훌륭한 신발들이 쏟아져나왔다. 축구화를 비롯한 각종 체육신들에 대한 체육인들의 호평도 대단하였다. 그의 공장에서 생산한 력기화를 신고 경기에 출전한 력기선수가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류성신발공장 사람들은 이즈음처럼 자기들의 힘과 긍지를 뿌듯하게 느껴보기는 처음이였다. 강철민도 팔을 고치고 돌아왔다.

그가 팔을 상했을 때 송옥림은 얼마나 울었던가?

강철민의 불행은 스스럼없이 송옥림을 그의 곁에 세웠었다. 송옥림은 그의 팔이 되여 언제나 함께 있는 자기를 그려보군 했다. 그런 강철민이 병원에서 꽃을 만들어 자기에게 보내왔을 때 송옥림은 그 꽃을 가지고온 아버지, 어머니앞에서 그만 울며 웃고말았다. 나란히 서서 자기의 눈물을 지켜준 부모들이 고맙기도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부끄럽기도 한 송옥림의 마음이였다. 그 일로 하여 송옥림은 마치 가장 아끼던 새옷을 다시는 입을수 없게 어지럽힌듯 한 느낌이였다. 여느때처럼 어머니에게 응석을 부릴라치면 어머니는 대뜸 눈을 흡뜨고는 《이젠 시집을 가게 된 애가…》하고 핀잔하군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이가 한결 부드러워진것으로 하여 어머니는 이전처럼 스스럼없이 옥림이와 어울리군 한다.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프리며 《누가 시집 간댔나?》하고 종알거리군 했지만 어쨌든 강철민으로 인한 마음속 속박감만은 벗어던지기 힘들었다. 송옥림은 왜서인지 발을 동동 구르고싶을만치 안달고 속상한 마음이였다. 하지만 강철민이 팔을 고치고 돌아와 이전과도 같이 다소 멋을 피우는듯한 걸음새로 공장을 오가는 그것이 옥림을 위안해주군 했다.

오늘 저녁 퇴근길에 오르던 송옥림은 강철민이 공장 온실에서 손아귀가 벌게 꽃을 들고 나오는것을 보았다. 그 꽃을 보는 순간 송옥림은 저도 모르게 입귀가 방싯해졌다. 강철민의 꽃이라면 의례히 자기와 련결되여있는것으로 생각되는 옥림이다. 꽃과 이어진 수많은 사연들이 가슴에 몰려드는듯 하다. 즐거운 일을 예감하는 옥림의 마음속에 간지럼이라도 타는듯 한 웃음이 남실거렸다.

오늘은 또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한두송이도 아닌 꽃을 들고 나오는것일가?

자기가 무슨 기념일이라든가 사연이 있는 날을 잊은것이 아닌가 하고 분주히 생각을 굴려보았다. 꽃을 들고 나오다가 웃음을 함북 머금고 선 송옥림을 본 강철민도 제사 우스운지 싱긋 웃었다. 그리고는 다소 당황한 얼굴로 그 꽃을 등뒤에 감추었다.

《이건 널 줄 꽃이 아니야!》

옥림의 눈은 동그래졌다. 처음에는 의아했고 그다음에는 난생 처음으로 가슴을 꼬집어뜯는듯 한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그는 강철민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약이 오르는듯 한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쏘아붙였다.

《알만해요. 이젠 꽃을 나눠주려는 모양이군요. 난 사과 반쪽은 먹을지 몰라두 꽃 반송이는 절대로 안 받아요.》

옥림은 야멸차게 코소리를 내고는 돌아서버렸다. 얼떠름해서 서있던 강철민이 등뒤에서 소리내여 웃었다. 그리고는 옥림의 등에 대고 소리쳤다.

《옥림이, 뭔가 잘못 생각하고있어. 아, 공장사람이 오늘 무슨 일이 있는지두 모른단 말이야?》

옥림은 멈칫했다. 어쩔수없이 돌아서서 강철민에게 물었다.

《오늘 무슨 일이 있나요?》

《쳇!》

강철민은 시틋해서 혀를 차며 서있었다. 그리고는 의젓한 얼굴을 지으려고 애쓰며 말했다.

《한번 알아봐. 난 눈뜬 소경, 귀뜬 벙어리 같은 처녀가 제일 싫더라!》

강철민은 꽃을 들고 시뚝해서 가버리고 송옥림은 당황하고 아연해서 눈을 흡뜬채 굳어져버렸다. 다계단으로 변이 나는 세월이니 혹시 우리의 위성이 또다시 하늘로 오른것을 자기가 모르고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도서관 신문열람대로 달려가 《로동신문》을 읽어보기까지 했다. 경사가 많기는 했지만 강철민이 꽃까지 들고 나설만큼 련결된 일은 없는듯 했다. 옥림은 안타깝고 조급해졌다. 문득 지배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배인만은 알고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철민의 모든 사색과 행동속에는 언제나 지배인 김윤화가 있었다. 사실 강철민의 팔을 고쳐내기 위해 지배인이 기울인 정성은 많은 사람들을 울렸다.

송옥림은 지배인에게 달려갔다. 그런데 지배인실에 가니 김윤화도 나들이옷을 입고 거울앞에 서서 어디론가 갈 차비를 하며 코노래를 부르고있는것이 아닌가? 분명 공장에 무슨 일이 생겼다. 옥림은 말을 못하고 지배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왔니, 옥림이?》

옥림은 망설이다가 얼굴을 붉히며 묻고말았다.

《지배인동지, 오늘이 무슨 날입니까?》

뜻밖의 물음에 김윤화도 얼떠름해졌다. 저도 모르게 달력을 보았다.

《글쎄… 누가 생일인가? 혹시 베네수엘라국경절쯤이라도 되지 않니? 그런데 너 왜 그러니?》

오히려 김윤화가 의아해서 되묻는 바람에 옥림은 당황해졌다. 그래서 강철민의 이야기를 하고말았다. 김윤화는 알만 한듯 소리내여 웃었다.

《그녀석이 공연히 분주스럽게 놀면서 널 놀렸구나. 무슨 일이 있긴 무슨 일이 있겠니? 그저 오늘 우리 공장에 와서 한동안 일했던 어떤 처녀가 돌아온다.》

《어떤 처녀요?》

송옥림의 얼굴은 금방 이발이 쏘는듯 한 인상이 되여버리고말았다. 강철민의 손에 들렸던 꽃들이 참을수 없이 느껴진다. 김윤화가 이상하게 변해버린 송옥림의 얼굴을 의아해서 바라보았다.

《어떤 처녑니까?》

송옥림은 겁이 나는 심정으로 물었다. 김윤화는 알만 한듯 웃었다.

《오늘 해옥이가… 그래, 김세천기사장동지의 딸이 돌아온단다.》

《아!》

송옥림은 탄성을 올렸다. 이제는 전 기사장동지의 딸과 한경철과의 사랑이야기가 온 공장에 비밀이 아니다. 자기의 오해와 억측이 우스워나 송옥림은 그만 허리를 들까불며 웃고말았다. 김윤화도 웃었다.

《지배인동지, 해옥언니가 돌아온다면 나도 한번 가서 보게 해주십시오.》

《아니, 네가 가서 봐선 뭘하겠니?》

《기뻐서요!》

《기뻐?》

《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왜서인지 김세천기사장이 떠오르고 한경철이 떠오르면서 그의 심정이 헤아려져 코마루가 쩡해지는듯 했다. 그는 자기가 울어버릴것만 같았다.

《지배인동지, 나도 꽃다발을 준비해가지고 가겠습니다.》

김윤화는 소리없이 웃었다. 결국 기차로 돌아온다는 김해옥을 마중하려 송옥림은 김윤화와 함께 역전으로 나가게 되였다. 한경철과 역전에 먼저 나와 서있던 강철민이 그럴줄 알았다는듯 눈이 가늘어지도록 웃으며 꽃다발을 흔들어보였다. 그러나 코웃음을 쳐보이고난 송옥림은 자기가 마련한 꽃다발을 보란듯이 쳐들어보였다. 한경철이 기쁘고 어색한듯 김윤화를 바라보았다.

《아니, 뭐 지배인동지까지 나오시면서…》

《너의 어머니가 몇번이나 북변에 있는 기계공장에 오고가면서 해옥이를 도와주어서 그 애가 당에 기쁨을 드리고 돌아오는데 내가 나와봐야지. 어머니도 이 기차로 해옥이와 함께 온다더라.》

한경철은 목이 메인듯 말을 못했다. 그런데 이때 거기로 조인섭직장장이 나왔다. 조인섭직장장은 흐뭇한 얼굴이였다. 그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거, 이 나세가 되여서두 젊은이들의 기쁜 일에 가슴이 다 울렁거려집디다. 내 오늘 저녁엔 아무래도 우리 로친한테 좀 지분거릴가봐.》

모두가 소리내여 웃었다. 그런데 여기로 또 기사장인 최현민이 왔다. 그의 손에도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그는 다소 어색해진듯 한 눈길로 한경철을 바라보았다.

《내가 이 자리에 나와야지! 그렇지?》

김윤화와 한경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윤화가 웃으며 말했다.

《결국은 올 사람들은 다 오는군요.》

모두가 웃었다. 즐겁고 화목한 기운이 주변을 흘러갔다. 옥림은 방금전의 토라졌던 마음을 잊고 강철민과 마주서서 웃고 떠들었다.

드디여 기차가 도착했다. 그들은 모두가 다같이 역구내로 달려나갔다. 목을 빼들고 살펴보았다. 저쪽 렬차칸에서 림봉숙과 함께 내려서는 김해옥을 보았다. 와 하고 들끓어일어나는 환성. 꽃다발들이 달려간다. 그렇다. 꽃다발이다. 다소 해빛에 타고 수척해진 김해옥의 얼굴이 한순간 꽃에 가리워지는듯싶었다. 그 꽃다발사이로 눈물이 반짝이는 김해옥의 눈이 언뜩인다. 그다음은 모두가 꽃과 함께 한덩어리가 되여버렸다.

옥림은 문득 울고싶어지는 감동과 기쁨을 느끼며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새삼스럽게 바라보았다.

아, 얼마나 아름답고 환희로운 우리의 생활이고 로동인가! 모든 사람들의 선택을 하나로 만드는 우리의 생활, 우리의 로동.

문득 옥림의 가슴속에 하나의 시구절이 랑랑하게 울려퍼지는듯싶었다.


남기고가는것도 사랑이던가

돌아보면 생의 자취

사랑에 점점한 자욱이로구나

사랑은 생의 심장

사랑의 밖에선 행복이 없고

조국의 밖에선 사랑이 없다네


facebook로 보내기
twitter로 보내기
cyworld
Google+로 보내기
evernote로 보내기
Reddit로 보내기
linkedin로 보내기
pinterest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naver로 보내기
mypeople로 보내기
band로 보내기
kakaostory 로 보내기
flipboard로 보내기

이전페지

도서련재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