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 회


제 10 장


6


김윤화는 김세천의 방에 앉아있었다. 이 며칠사이에 김윤화의 얼굴은 몰라보리만큼 수척해졌다.

《기사장동지, 미안합니다.!》

그는 쉬여버린듯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김세천은 한순간 아무 말도 못한채 앉아있었다. 눈을 꼭 감아버린 딸애의 얼굴을 보던 순간에 힘껏 얻어맞은듯이 느껴지던 그 아픔은 아직도 김세천의 가슴속에 얼벌벌하게 남아있었다. 이윽고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지배인, 너무 마음쓰지 말라구.》

《기사장동지!》

김윤화는 눈물이 서려도는 얼굴을 한옆으로 돌려버렸다. 끝없이 울고싶어지는 마음이였다. 어제 경철이는 당비서에게 끌려가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해옥이는 어떻게 하고있는지 알수가 없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이란 다 같은것이다. 자기도 이렇게 가슴이 아플진데 괴로와하는 딸을 두고 공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 늙은 기사장의 마음은 어떠할것인가?

아, 차라리 소리높은 욕설로 꾸짖어라도 주었으면!

소리없는 눈물이 그의 얼굴로 흘러내렸다.

《지배인, 진정하라구!》

《기사장동지!》

김윤화는 목메여 흐느꼈다. 문득 문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김세천이 일어서더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울고있는 김윤화를 지켜주려는것이였다. 김윤화는 자기를 다잡아야 한다는것을 깨달았다. 입술을 깨물고 감정을 눅잦히려고 모지름을 썼다. 손수건으로 얼굴을 문댔다. 조금 있더니 김세천이 기술과장과 함께 들어섰다. 기술과장의 얼굴을 보니 축구화에서 또 무슨 일이 제기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축구화개발을 책임진 기술과장은 너무도 생소한 축구화개발이고 부족하고 어려운것이 많다나니 쩍하면 기사장이나 김윤화를 찾아오군 했다. 그의 사무실은 1층에 있고 지배인이나 기사장방은 웃층에 있으니 사람들은 그가 그렇게 웃층으로 달려올라가는것을 두고 룡청해라는 그의 이름과 련결해서 《룡이 오른다.》고 말하군 한다. 거기에는 그렇게 찾아가고나면 한가지 문제씩은 풀리고 축구화도 한걸음씩 발전한다는 나름대로의 즐거움과 안도감이 깃들어있기도 했다.

그동안 축구화는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 이번에 최남식아바이의 아들 최명을 찾아냈다. 그들은 해당기관과의 련계밑에 그를 공장축구화개발실로 소환하였다. 그의 도움으로 축구화뒤심을 우리 나라에 흔한 염화비닐로 만들수 있게 되였다. 문제는 축구화바닥과 그 무게였다. 뜻밖에도 병원에 입원해있는 고철삼에게서 이름난 회사의 축구화 한컬레가 왔다. 값이 엄청난 축구화였다. 공장의 축구화생산을 위해 해외에 나가있는 친구에게 부탁했던 축구화라고 했다. 고철삼은 축구화바닥의 국산화를 위한 자기의 생각도 적어 보내왔는데 그가 축구화에 그토록 조예가 깊은줄은 몰랐던 김윤화는 깜짝 놀라기까지 했다. 이제는 그의 병세도 퍼그나 호전되여 머지않아 공장에서 일할수 있게 될것이라고 의사들이 말했다고 한다. 축구화는 아름답고 훌륭한 래일을 약속하고있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고도 묘연하다. 기술과장이 지배인의 얼굴색을 살피며 주저주저했다. 김윤화는 눈물을 흘린것이 력력한 자기 얼굴을 감추느라고 애쓰며 물었다.

《무슨 일이 생겼어요?》

기술과장은 주저주저하다가 말했다.

《저… 이번에 우리가 만들어 보낸 3번축구화가 바닥이 꺾어져나갔답니다.》

김윤화는 놀랍고도 당황한 얼굴로 기술과장을 바라보았다. 3번축구화는 그들이 이번에 서로 다른 조성과 재료로 시험적으로 만든 다섯개의 축구화들중의 하나였다. 그들은 그것을 가까이에 있는 한 축구선수단에 보냈었다. 그런데 그중의 한 축구화가 열흘도 못되여 꺾어져나간것이다. 예견치 않았던 정황이였다. 김세천이 말했다.

《꺾어진 원인을 알면 오히려 도움이 되겠는데 그 축구화를 찾지 못했다는구만.》

김윤화는 흠칫했다.

《왜 말입니까?》

기술과장이 대답했다.

《그 축구화를 신었던 선수가 경기를 하던 도중에 축구화바닥이 부러져나가니 기분이 나빠서 다른 축구화를 갈아신고는 그걸 운동장바깔에 던져버렸답니다. 그다음은 경기를 하느라구 감감 잊어버렸답니다. 그런데 그 주변을 암만 찾아봐야 없습니다. 3번축구화는 잃어버리고말았습니다.》

김윤화는 암담한 생각으로 멍하니 앉아있었다. 자기를 다잡으려고 애쓰며 조용히 물었다.

《어디가 부러졌대요?》

기술과장은 김세천의 책상우에 놓여있는 축구화를 들어 부러진 위치를 표시해보였다.

《여기바루가…》

《여기바루가 아니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떤 형태로 부러졌는지 알아야지.》

김세천이 언짢은듯 소리쳤다. 기술과장은 고개를 숙이고 말을 못했다. 김윤화는 부러진 축구화를 꼭 찾아야 한다는것을 깨달았다. 축구화바닥의 부러진 형태와 닳음도, 갑피의 변화정도를 알아야 하고 바닥과 중창의 재질도 다시 분석해봐야 할것이다. 하나하나의 축구화가 서로 다른 재질과 배합비률로 시험적으로 만든것이기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사업은 한시도 그를 자기 감정속에 파묻혀있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분주한 꿀벌에게는 슬퍼할 짬도 없다고 했던가?

말없이 앉아있던 김윤화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세천과 기술과장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기사장동지, 가서 찾아보자요.》

《?!》

《그 경기장주변 십리어간을 모두 찾아보자요. 어디엔가 꼭 있을거예요.》

기술과장과 김세천은 놀랍고 당황한듯 김윤화를 바라보았다. 기술과장은 무엇인가를 꿀꺽 삼켰다. 조용히 말했다.

《알았습니다. 그럼 제가 가서 찾겠습니다.》

《함께 가자요!》

《지배인동지!》

《나두 함께 가자구!》

그들은 함께 방을 나섰다. 그러나 그들이 선수단을 찾아가 선수를 만나 축구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그것을 찾으러 나서려고 할 때 기사장 김세천이 심장을 싸쥐고 비칠거렸다. 심장이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것이였다. 그런데 덤비다나니 김세천은 약을 넣고오지 못했다.

김윤화는 급히 기술과장에게 김세천을 병원으로 데려가게 했다. 결국 김윤화 혼자서 3번축구화를 찾기 시작했다.

《원, 우리 수매소엔 축구화같은건 당초에 와본적이 없습니다.》

《그래두 한번 찾아보게 해주십시오.》

《어마나, 그동안 수매 들어온 파비닐들을 모두 마대포장을 했는데 어떻게 다시 헤치고 본다는겁니까?》

《제가 다시 포장을 하겠으니 한번 보게 해주십시오.》

《어마나! 험한건데… 그리구 저렇게 많은걸…》

《일없습니다.》

《위생검열을 나오셨나요? 내 구역 휴지통들은 깨끗하지요?》

《아주머니, 이 주변 휴지통들에서 축구화를 보지 못했습니까?》

《예, 축구화요?! 글쎄요… 나와 교대한 명심아주머니가 알겠는지?…》

《그 아주머니의 집이 어딥니까?》

축구화는 좀처럼 나지지 않았다. 김세천기사장을 병원에 눕혀놓고난 기술과장은 자꾸만 손전화를 걸어 지배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물었다. 분명 지배인이 부러진 축구화를 혼자서 찾고있으리라고 생각한것이였다. 그들은 서로 전화를 해가며 축구화가 없어져버린 경기장주변 십리어간을 제나름으로 찾고 헤맸다.

기술과장이 지배인을 찾아냈을 때 지배인은 오물장에 서있었다. 땀과 먼지로 온몸을 매닥질한 지배인의 모습은 알아보지 못하리만큼 험하고 람루해보였다. 기술과장은 억이 막히고 난처하여 지배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이때 오물바께쯔를 든 녀인이 오물장으로 올라왔다.

《수고합니다! 오물장관리원이 바뀐 모양이군요. 안 보이던 아주머니가 보이는걸 보니… 오물장관리를 잘하는군요.》

《오물장관리원?! 이 동무가?!… 말 삼가하오!》

《그만해요!》

기술과장은 억이 막혀 말을 못하고 숨만 톺았다. 이때 오물장밑에서 꼬마가 비닐구럭을 들고 나는듯이 오물장으로 달려왔다. 옆아빠트에서 어떤 꼬마가 소리를 쳤다.

《명진아, 너 뭘하니? 이제 〈소년장수〉 해.》

《오, 알아!》

꼬마는 나는듯이 오물장계단을 뛰여오르다말고 오물이 든 비닐구럭을 오물장안으로 롱구공마냥 휙 집어던졌다.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온 오물구럭지는 거기에 서있는 김윤화의 몸에 맞고 떨어졌다. 오물들이 김윤화의 발치에 흩어졌다. 기술과장은 아연해져 눈을 흡뜨고 지배인을 바라보았다. 김윤화는 쓸쓸하게 웃으며 혹시 오물봉지안에 축구화가 있지 않나 하여 열어보았다. 그것을 지켜보는 기술과장의 몸이 오한이라도 난것처럼 떨렸다. 그는 숨이 찬것처럼 가슴을 들먹거렸다.

《지배인동지, 꼭…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김윤화는 웃어보였다.

《지배인이 오물장까지 뒤지는건 너무하다는건가요? 적어도 체면만은 지켜야 한다는거겠지요?》

기술과장은 말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문명하구 긍지스러운 생활이 어떤 세련된 처신이나 자금과 기술에 의해서만 오는게 아니라구 봐요. 중요한건 정신이예요. 정신이 강하면 뒤떨어졌다가두 앞설수 있지만 정신이 허약하면 앞섰다가두 뒤떨어져요. 세계적인 축구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했으면 누구나 하는 일은 물론이구 이 세상 누가 못하는 일도 해내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하지 않을가요? 과장동무, 어서 더 찾아보자요.》

《지배인동지!》

어느덧 날이 어두웠다. 그들은 전지까지 켜들고 축구화를 찾아 헤맸다. 드디여 그들은 유휴자재를 전문으로 모아들였다가 수매하기로 이름난 한 아바이의 집에서 그 축구화를 찾아낼수 있었다.

《찾았다아!-》

기술과장이 목메여 환성을 질렀다. 저도 모르게 그 축구화를 와락 가슴에 부여안고 털썩 주저앉아 몸을 떨었다. 저쪽창고에서 유휴자재들을 뒤지던 김윤화가 허둥지둥 그에게로 달려왔다.

《기술과장동무!》

바닥에 떨어져버린 전지가 주저앉은 기술과장을 이상스럽게 비치고있었다. 김윤화는 자기 전지로 기술과장을 비쳐보았다. 기술과장이 들고있는 낯익은 축구화를 보았다. 그 순간 김윤화도 저도 모르게 전지를 떨구어버렸다. 크지 않은 축구화에 두사람의 손이 합쳐졌다. 그러나 기술과장은 후들후들 손을 떨며 그 축구화를 꽉 부여잡고 내주지 않았다. 흐느끼듯 부르짖었다.

《찾았습니다! 이겁니다!》

그의 눈가에 진득한것이 번들거렸다.

《기술과장동무!》

《지배인동지!》

그들은 그 축구화를 가운데 놓고 서로의 손과 손을 꽉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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