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8 회


제 9 장


4


강철민은 오늘 일찍 집으로 향했다. 오늘 아버지가 출장에서 돌아오기때문이였다. 옥림을 업고 돌아온 그날 그는 말없이 집으로 들어섰다. 놀라고 의아해하며 지어 불안해하기까지 하는 아버지에게는 아무 말도 안했었다. 그저 묵묵히 집안을 거두고 옥림이 준 꿩을 손질했을뿐이였다. 아버지도 모든것을 리해한듯 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다음날 출장을 가야 했다. 긴급한 취재가 제기되였던것이였다. 성실한 기자인 아버지에게는 언제나 사업이 앞에 있었다. 강철민도 더 만류하지 않았다. 옥림이 준 꿩을 잘 손질하여 곰을 만들어 아버지의 가방에 넣어드렸다. 술도 한병 마련하여 넣어드렸다.

《아버지, 생일날 사람들과 함께 하십시오.》

아버지는 놀란듯 아들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목이 메인듯 중얼거렸다.

《원, 녀석이라구! 출장가는 사람이 그런건 해서 뭘하겠니. 두었다가 너나 먹어라.》

《이건 꼭 아버지가 들어야 해요.》

강철민은 고집을 썼다. 아버지는 무슨 말인가 하려 하다가 보충적인 의미처럼 깊은 한숨을 내쉬였다. 그것이 일종의 근심이고 부탁이며 질책이라는것을 강철민은 잘 알고있었다. 속대가 약한 아버지는 점점 커가는 아들에게 자주 그런 식으로 자기가 할말을 대신하는것이였다.

《아버지, 걱정마십시오! 내 꼭 잘하겠어요.》

《그래.》

그런 아버지가 오늘 돌아오는것이다. 강철민은 날개라도 돋친듯 한 기분으로 집으로 오토바이를 몰아왔다. 자기가 그동안 현장의 사방압착기를 살려낸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하리라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아버지에게 드릴 선물이 하나 더 있었다. 아버지의 생일날 저녁 옥림의 동창생처녀가 싱싱한 생화꽃다발을 안고 그를 찾아왔다.

《철민동지, 옥림동무가 이걸 전해달라고 했어요.》

녀동무는 알만하다는듯 한 웃음을 생긋 남기고는 돌아갔다. 강철민은 가슴이 확 달아오르는것을 느꼈다. 그것이 처녀가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하여 보내는 꽃다발이라는것을 알았다. 어쩌면 자기 어머니의 생일에 꽃다발을 보낸데 대한 갚음이라고도 할수 있을것이다. 그는 멍하니 그 꽃을 내려다보며 서있다가 보물이라도 되는것처럼 여겨져 오토바이에 싣고오지 못하고 한손으로 들고 집에 왔다. 꽃병에 꽂아놓고는 아버지의 서재로 달려들어갔다. 식물이나 꽃과 관련한 책들을 와락와락 뽑아들었다. 급하게 펼치고 덤비듯 읽었다. 자기가 책을 적게 읽은것을 후회하면서…

그는 옥림이가 보낸 꽃들을 아버지가 돌아올 때까지 그대로 보존하고싶었던것이다. 꽃을 오래 보존하는 방법을 찾아내가지고 그대로 해놓았다. 그는 아침에 출근하면서도 그 꽃을 보았고 밤늦게 집에 들어와서도 그 꽃부터 보았다.

마치 옥림에게 말하듯이 《돌아왔어! 아이구, 피곤해! 누가 보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쓸쓸했지?》하고 묻군 하였다. 그 꽃을 보면 그는 노상 기분이 즐거웠다. 이제 아버지가 돌아오면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하고 《내 동무가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해서 보낸것이예요.》라고 말할것이다. 그러면 아버지는 모든것을 눈치챌것이다. 그 모든것을 그려보는 강철민의 입귀는 저도 모르게 벌어졌다. 심장이 기분좋게 뛴다. 그는 오토바이를 살같이 몰아 집에 당도했다. 아버지를 소리쳐 부르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부엌에서 음식을 하고있던 아버지가 그를 반겨맞았다.

《오, 네가 일찍 오는구나.》

《아버지, 건강하셨어요?》

《그래, 네가 좀 못쓰게 되였구나.》

아버지는 아들을 여겨보고나서 급히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부엌과 잇달린 전실탁우에 놓았던 꽃병이 보이지 않았다. 가슴이 덜컥해왔다. 혹시 아버지가 좀 시들기 시작한 그 꽃들을 모두 내다버린것이 아닐가? 저도 모르게 눈이 둥그래져 급하게 물었다.

《아버지, 여기 있던 꽃병 어쨌어요?》

아버지는 한창 무엇인가를 볶아내느라고 인차 대답을 못했다. 강철민은 울상을 하고 불렀다.

《아버지!》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꽃병은 네 책상에다 가져다놓았다, 꽃에 기름냄새가 밸가봐. 꽃병은 거기가 제자리야.》

안도감과 기쁨이 확 피여올랐다. 자기 방으로 들어가 그 꽃병을 다시 들고나와 전실탁자우에 놓았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벙글써 웃으며 소리쳤다.

《꽃이 곱지요?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해서 내 동무가 보내온거예요.》

아닐세라 아버지가 하던것을 놓아두고 부엌문으로 아들을 내다본다. 세심하고 긴장한 눈초리가 아들의 얼굴을 살펴본다. 강철민은 의젓하고 태연한 얼굴을 지어보이려 애썼다. 아버지는 아들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은채 알릴듯말듯 고개를 끄덕였다.

《글쎄 어쩐지 네 취미가 고상해졌다 했지.》

《내 취미가 어째서요? 내가 꽃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요?》

《그래서 화분에는 물을 한번도 안 줬니?》

《아차!》

강철민은 이마를 쳤다. 아버지는 볶음숟가락을 흔들며 훈시를 했다.

《바쁘구 힘겨운 때일수록 생활을 사랑해야 해. 거기에 눈을 돌리구 시간을 바쳐야 한단 말이다. 그래야 사람들을 대하구 사업을 대하는데서 여유가 생기구 처신이 부드러워져.》

무엇인가 타는듯 한 짙은 냄새가 퍼져갔다. 아들은 급하게 소리쳤다.

《아버지, 타요!》

《아차!》

아들과 꼭같이 이마를 치며 아버지는 부엌칸으로 돌아섰다. 강철민은 웃으며 부엌칸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들어서자마자 그의 눈에 뛴것은 자기가 아버지의 가방에 넣어보냈던 꿩이였다. 손댄 흔적이 한군데도 없는 꿩이 아버지가 음식을 하는 한쪽옆 커다란 접시에 담겨져있었다. 강철민은 눈이 둥그래서 그 꿩을 내려다보았다. 며칠이 지났어도 생생한채로 그대로 있는 꿩이였다.

강철민은 아버지가 그 꿩을 그대로 보관해가지고 돌아왔다는것을 깨달았다. 보나마나 랭동기에 넣어두고 다시 찌고 하며 보관했을것이다. 자기 집도 아닌 출장지에서… 웬일인지 가슴이 찌르르해왔다. 그 별식을 아들에게 먹이자고 그토록 마음을 쓴 아버지의 정이 가슴에 그대로 흘러드는듯 했다. 아들의 시선을 알아본 아버지가 면구한듯 웃었다.

《난 원체 꿩고기를 좋아하지 않아. 저건 네가 먹어라.》

강철민은 가슴이 뜨거워올라 저도 모르게 격해진 어조로 소리쳤다.

《아버지가 들지 않으면 나도 안 먹겠어요.》

아들의 성미를 잘 알고있는 아버지는 난감한듯 잠시 아무 말도 못하고 서있었다. 그러다가 타협하듯 말했다.

《알겠다. 어쩔수 없구나. 우리 그럼 저 꿩고기로 소를 넣고 만두를 하자. 그럼 먹겠지?》

어쩔수 없다는것을 느낀 강철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한숨을 쉬더니 꿩고기를 두고 만두속을 만들 준비를 했다. 그러면서도 아까운듯 다리 하나는 떼여 따로 건사한다. 보나마나 철민에게 먹이려고 그럴것이다. 강철민은 어머니가 바로 저러군 했다는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자기에게 어머니의 사랑까지 합쳐서 주고있는 아버지인것이다. 별로 늙어보이는듯 한 아버지의 얼굴을 새삼스럽게 바라보았다. 저런 아버지의 속을 태워드렸다는 가슴저미는 자책이 갈마들었다. 사랑이면 가정에서도 훌륭한 선택을 할수 있다고 하던 옥림의 목소리가 귀전에 울려오는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아버지앞으로 다가섰다. 조용히 불렀다.

《아버지!》

아버지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별안간 가슴이 화끈 다는듯 한감을 느끼며 강철민은 말했다.

《아버지! 그 어머니도 데려와서 함께 식사하자요.》

아버지는 흠칫하며 굳어졌다. 놀란듯, 당황한듯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겁을 내는듯 한 눈길로 아들의 얼굴을 살폈다. 그리고는 어색해진듯 한 눈길을 볶음판에 떨구었다. 마치 그 말을 못 듣기라도 한것처럼 거기에 열중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숟가락을 쥔 손은 볶음판을 헛되게 휘젓고있었다. 강철민은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천천히 두손으로 감싸쥐였다. 진정을 담아 말했다.

《아버지! 새 가정을 이루십시오. 난 그게 좋아요.》

《철민아!》

《아버지!》

이윽고 철민은 자기 방에 들어가 자기가 그동안 마련해두었던 하나의 사진액틀을 들고나와 옥림이가 보낸 꽃을 꽂아놓은 꽃병옆에 놓았다. 옥림이가 그렇게 부탁하고있는듯 한 느낌으로 그는 아버지의 사진첩에서 찾아낸 그 녀인의 사진을 잘 형상해서 사진액틀속에 넣었던것이였다. 액틀속의 녀인은 웃고있었다. 철민은 그 사진액틀과 아버지를 번갈아보았다. 아버지는 놀란듯, 당황한듯 턱을 떨면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물이 핑 어릴것만 같은 심정으로 강철민은 웃었다.

《멋있지요, 아버지?!》

《철민아!》

부엌에서 기름에 볶아지는 꿩고기의 감미롭고 고소한 냄새가 짙게 풍겨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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