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 회)
제 2 장 량심의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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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원정문으로 미끄러져들어온 승용차는 왼쪽화단을 꺾어들어 사무실이 있는 부속건물앞에서 멈추어섰다. 보건성 윤일국장이 타고온 차였다.
이윽고 차에서 내린 윤일국장은 머리를 약간 뒤로 젖히며 2층 창문을 올려다보고나서 걸음을 빨리하였다. 그 방에서는 지금 당비서 림숙정이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림숙정은 전쟁때 그를 구원해준 생명의
애젊은 부상병 윤일은 그때 생명을 다시 찾고 전승을 맞이했으며 전후에는 금별훈장을 번쩍이며 외국류학을 떠났었다. 그리하여 지금은 60을 훨씬 넘긴 나이지만 의학계의 권위있는 박사로, 보건성 국장으로 자기의 책임을 다하고있는것이다.
윤일국장이 방에 들어서자 림숙정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서 오시오. 국장동지, 참 안됐습니다. 내가 일을 쓰게 하지 못해 이런 걸음을 시켜서…》
윤일은 자리에 앉으며 소리내여 웃었다.
《아니, 내가 잘못한게 많소. 그저 재간둥이들을 아낀다면서 어루쓸기만 했지.》
림숙정은 자책에 잠겨 한숨을 내그었다. 당일군이라면 응당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는것이 본분이다. 그러나 사랑한다고 하여 사람들을 감싸고 끼고도는것은 금물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결코 어루쓸고 감싸주는것이 아니기때문이다.
왜 어머니가 자기 자식을 매질하는가? 그것은 사랑하기때문이다! 자식이 귀하기때문이다. 그런데 이 림숙정은 그에게 남다른 기술이 있다고 해서 늘 잔등만 두드려주지 않았던가?… 그리도 재간있는 강학선, 허나 그에겐 지나치게
림숙정은 가늘게 쪼프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어두운 빛을 거두지 못했다.
문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이어 원장이 방에 들어섰다.
《아, 국장동지. 여기 계셨군요.》
원장 임선해는 윤일국장이 자기의 생명을 구원해준 림숙정을 잊지 않고 늘 명절때마다 찾아오군 하며 산원에 내려올 때는 그의 방에 먼저 들리고서야 일을 보군 한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임선해원장이 윤일국장에게 말했다.
《저… 모두 국장동지를 기다리고있습니다.》
《알겠소.》
자리에서 일어난 윤일국장이 림숙정을 돌아보았다.
림숙정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머리를 끄덕이며 무거운 눈길로 그를 바라볼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