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주체108(2019)년 8월 19일

평양시간


제 35 회


제 9 장


1


김해옥은 어머니와 함께 부엌에서 바삐 돌아갔다. 김치를 만들고있는것이였다. 그 배추를 구하려고 김해옥은 멀리 온실농장에까지 갔다왔다. 어머니의 훈시와 도움을 받아가며 김치를 담그는 해옥의 마음은 몹시도 기쁘고 즐거웠다. 김윤화지배인마저 찾아와 부탁을 하여 김해옥은 한경철과 함께 재단프레스수자조종화에 참가하고있었다.

공장이 수지운동신생산공정을 완전히 갖추기 위한 총돌격에 떨쳐나선 지금 가장 큰 정신육체적부담을 안고있는것은 한경철이였다. 프로그람을 작성한다는것은 두뇌의 온갖 지식과 추상적인 사유능력 그리고 육체의 능력을 깡그리 짜내야 하는 힘에 부친 일이다. 어떤 때는 프로그람작성의 수학적연산과정이 단 한순간도 멈춤이 없이 계속 진행돼야 하는 때도 있다. 만약 그러한 순간 힘겨움이나 그 어떤 조건으로 하여 연산과정을 멈춰세운다면 그때까지 해놓은 모든것이 허사로 되여버리고마는 그런 때도 있는것이다. 그리하여 고도의 정신력과 육체적능력을 동원하여 하루고 이틀이고 그 과정을 멈춤없이 이어가야 하는것이다.

지나친 피로로 하여 한경철은 식사를 잘하지 못했다. 식당에서 아무리 잘해주어도 도무지 식사를 축내지 못했다. 지어 그는 식사가 지내 기름지다고 안타까와하군 했다.

《이럴 땐 강철민이가 생각나는구만. 그 친구가 있었으면 어디 가서 김치라두 한바께쯔 가져올지 모르겠는데…》

강철민은 촌에 있는 삼촌네 집으로 가서 공장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의 말을 들으며 김해옥은 김치생각을 했다. 그리하여 수십리길을 가서 배추를 구해온것이였다. 맛이 잘 든 김치를 들고 공장으로 가는 처녀의 발걸음에는 날개가 돋친듯 했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그 김치를 보게 된 경철의 눈에서는 불꽃이 이는듯 했다.

《아니, 이게 김치가 아니요?》

눈이 찌프러질만큼 자극적인 빛갈과 입안에 침이 돌게 하는 맛스러운 향기에 경철은 머리마저 핑 도는지 눈을 감기까지 했다.

《이건 정말 진짜 김치로구만!》

김해옥은 소리없이 웃었다. 경철은 해옥을 올려다보았다.

《동무가 한거요?》

《아니, 어머니가 한거예요. 아버지랑 맛보라구.》

경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에게 인살 전해주오! 정말 고맙다구! 하지만 맛은 내가 먼저 보아두 되겠지? 이거 군침이 돌아서 못 견디겠구만.》

《손을 씻구 오십시오.》

《깨끗한데 뭐.》

《그래두 안됩니다.》

경철은 웃으며 손을 씻으러 달려갔다. 그날 점심 한경철은 밥을 한그릇 다 먹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함께 식사하는 여러 사람들에게도 김치를 맛보게 했다. 모두들 기뻐했지만 해옥은 아쉬워서 가슴이 알알했다. 해옥은 김치를 다시 해가지고 왔다. 하지만 그 김치가 경철의 피로를 다 가셔줄수는 없었다. 어느날 방에 들어섰던 해옥은 경철의 눈에 빨갛게 피가 진것을 알아보았다. 별로 해쓱해진 얼굴도 보았다.

《경철동지, 혹시 밤을 새운게 아닙니까?》

경철은 어줍게 웃었다.

《자리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소. 정신만 더 맑아지는게… 끝내 자지 못하고 나와 일하고말았소.》

그런데 그러한 현상이 며칠째 계속되였다. 경철이마저 괴로와하기 시작했다. 해옥은 경철에게 불면증이 달려들었다는것을 깨달았다. 과도한 정신적피로가 육체적피로를 이겨버릴 때 인간에게는 불면증이 달려든다. 처녀는 수면제를 가지고 달려왔다. 그러나 수면제도 먹을 때뿐이였다. 수면제를 바라보는 경철의 눈에 주저감이 비끼기 시작했다.

《계속 수면제를 먹어서 잠을 청할수야 없지 않소? 수면제는 머리에도 좋지 않소. 좀더 견뎌보겠소.》

머리에 좋지 않다는 그 말은 거부할수 없는 힘을 가지고 처녀를 굴복시켰다. 어느날 저녁 해옥은 경철이가 콤퓨터를 끄고는 자기의 장안에서 무슨 병을 꺼내드는것을 보았다. 그 병을 처녀가 볼세라 가방에 넣다가 묻는듯 바라보는 처녀의 시선을 느끼고 경철은 웃어보였다.

《해옥동무, 이건 술이요. 난 어제 저녁에 술을 마셔보았소.》

《예?!》

처녀는 놀라 한경철을 바라보았다. 경철은 술을 한잔도 입에 대지 못한다. 경철은 쑥스러운듯 웃어보였다.

《적당한 량의 알콜이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하기에…》

해옥은 모든것을 깨달았다. 경철마저도 자기의 불면증에 조급해하고 불안해하고있는것이였다.

《어떻습니까? 도움이 됐습니까?》

경철은 애매하게 웃어보였다.

《글쎄…》

처녀는 끝없는 불안과 련민을 안고 경철을 지켜보았다. 조용히 한숨을 내쉬였다.

《지나친 음주는 오히려 몸에 해를 줍니다. 주의하십시오.》

《걱정마오! 어서 퇴근하오. 나도 합숙에 들어가 한번 잠을 청해보겠소.》

경철은 합숙으로 들어갔다. 지배인이 밤을 패워 일하는 수지운동신설비조에 합숙방들을 배정했던것이였다. 처녀는 방에서 일을 하며 경철이 다시 나오지 않는가를 지켜보기로 했다. 마지막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합숙주변에 가서 그의 방에 불이 꺼졌는가를 살피기까지 했다.

경철의 방에는 불이 켜져있었다. 하지만 아무 기척도 없이 조용했다. 오랜 시간이 흐르도록 아무런 기척이 없자 처녀는 집으로 가려고 발걸음을 돌렸다. 바로 그때였다. 경철이가 합숙출입문을 열고 뛰여나왔다. 날아가는듯 한 자세로 밖으로 달려나온 그는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맹렬하게 토하기 시작했다.

처녀는 당황함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며 굳어진듯 서버렸다. 경철은 주저앉은채로 머리를 싸쥐고 끙끙 앓았다. 처녀의 귀전에 구원이라도 청하는듯 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해옥은 경철에게로 달려갔다.

《경철동지, 왜 그럽니까?》

《이건… 이건 고문이요!》

경철은 괴롭게 중얼거렸다. 해옥은 알콜이 오히려 경철을 더욱더 극심한 고통속에 몰아넣었다는것을 알았다. 어쩔바를 몰라 쩔쩔매며 서있었다. 경철이 비칠거리며 일어섰다.

《됐소, 어서 가보오.》

경철은 또다시 휘청거렸다. 다시금 주저앉으며 신음소리를 내였다.

《어서… 어서 방에 들어갑시다.》

해옥은 경철을 부축하여 방으로 들어갔다. 그를 침대에 눕히고 물을 따라주었으며 수건에 물을 적셔 그의 이마에 올려놓아주었다. 경철은 차츰 인사붙성에 빠진듯 자기옆에 누가 있는지도 가려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다행스럽게도 잠에 드는듯 했다. 안도감을 느끼며 처녀는 마치 어머니들이 그러하듯 머리맡에 앉아 그를 지켜보았다. 주변이 지나치게 조용하다는것을 느끼는 순간에야 밤이 깊었다는것을 깨달았다. 다시한번 경철을 살펴보고나서 처녀는 방을 나섰다. 그때 그는 복도의 어느 한 방문이 열리며 거기서 최현민이 나오는것을 보았다. 처녀를 본 최현민은 깜짝 놀란듯 서버렸다. 그들의 눈길이 서로 부딪쳤다. 처녀는 아무 생각없이 그저 인사를 하고 그를 지나쳐갔다. 그 순간 최현민은 얼굴을 찌프리며 처녀와 한경철의 방을 번갈아보았다. 다음날 아침 최현민은 끝내 참지 못하고 경철에게 말했다.

《경철동무, 기사장동지의 딸과의 관계를 심중히 하라구. 동무두 기사장동지의 성격을 알겠는데 공연히 다른 말썽이 생기지 않게 관계를 명백하게 해야 해. 실수하지 말구.》

최현민은 자기가 한경철과 김해옥의 관계를 이미 알고있었다는것으로 하여 후날에 생길 복잡성과 비난이 두려워서 미리 말을 해주기로 마음먹었던것이였다. 좋지 못한 소식을 전해주는 존재라면 까치에게도 돌을 던지고싶어지는것이 인간의 심리이다. 후날에 좋지 못한 문제가 생긴다면 비난과 공격은 분명 자기가 받을것이다. 그가 보건대 한경철의 행동은 아름다운것이 못되였고 위태로운것이였다.

최현민의 힐책에 한경철은 아무 말도 못하고 굳어지고말았다. 어제저녁의 희미한 의식가운데 해옥의 모습이 남아있다는것을 깨달았다. 불안하고 당황해지는 심정이였다. 그는 아무 말도 못한채 최현민을 피하고말았다. 자기의 처신이 한심해보이고 처녀를 대하기 두렵고 거북해났다. 그리하여 경철은 처녀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속에서 걷잡을수없이 더해가는것은 경철의 불면증이였고 혹심하게 파괴되는 건강이였다.

어느날 콤퓨터앞에서 일을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서던 경철은 갑자기 눈앞이 휙 도는감을 느끼며 비칠거렸다. 자기는 손을 뻗쳐 무엇인가에 의지한다고 생각했으나 그대로 허공을 짚으며 어쩔사이없이 쓰러졌다. 그는 콤퓨터탁에 머리를 쪼으며 넘어졌다. 옆에서 콤퓨터를 다루던 해옥이 비명을 지르며 일어섰다. 경철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경철동지!》

해옥은 어쩔바를 모르고 발을 동동 굴렀다. 몸부림치듯 하다가 구원을 청하러 밖으로 뛰쳐나갔다.

《누가 없어요? 도와줘요!》

숨막힐듯 한 안타까움을 안고 굳어진 그의 눈가에 김윤화지배인의 모습이 안겨왔다. 아버지와 무슨 말인가 하며 복도로 걸어오고있다. 저도 모르게 거기로 달려갔다. 달려가 그앞에 섰다. 왜서인지 눈물이 왈칵 솟구쳐올랐다. 김윤화가 놀란 눈길로 처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도 눈이 둥그래진다. 처녀는 설음에 목이 메였다. 고통처럼 느껴지는 격한 감정을 터놓을길이 없어 온몸을 떨었다.

《해옥아, 왜 그러니?》

지배인이 묻는다. 처녀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너무해요! 지배인동진 너무해요! 사람이 저 지경이 됐는데…》

《무슨 일이냐?》

《경철동지가… 경철동지가…》

소동이 일어났다. 경철은 공장진료소로 옮겨졌다. 한바탕 복새가 일어났던 방에 처녀는 홀로 서있었다. 빈방에 홀로 켜져있는 경철의 콤퓨터가 처녀를 올려다본다. 경철이가 작성하다가 중단한 프로그람수식들이 펼쳐진 화면이 독촉하듯 껌벅거린다. 처녀는 주저앉아 다시금 소리없이 흐느꼈다. 경철을 두고 이토록 가슴아파지는 자기가 놀라왔으며 그러면서도 마음껏 그를 위해줄수 없는 자기가 한스러웠다. 처녀는 소리없이 흐느끼며 한경철의 콤퓨터를 껐다. 그리고는 콤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뽑아들고 일어섰다. 이제 더이상 이런 상태를 방임해둔다면 한경철을 최악의 상태에 몰아넣는다는것을 처녀는 깨달았던것이다. 처녀는 하드디스크를 손에 든채 방을 나섰다.

한경철은 진료소에서 인차 정신을 차렸다. 다시 자기 방으로 왔다.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콤퓨터의 하드디스크가 없었다. 콤퓨터를 움직일수가 없었다. 경철은 해옥이가 하드디스크를 가져갔다는것을 알았다. 별수없이 그날은 쉬여야 했다. 그가 진료소에서 도망치듯 했다는 소리를 들은 김윤화가 성을 내며 그를 찾아왔던것이였다. 그에게 끌려 합숙으로 가야 했고 약을 먹고 점적까지 달아야 했다. 그런데 다음날에도 해옥은 나타나지 않았다. 조급해난 경철은 해옥이 있는 공장으로 달려갔다. 해옥은 자기 책상앞에 굳어진듯 앉아있었다.

《해옥동무, 어쩌자고 이러는거야? 지금 내가 맡은 일이 시간을 다툰다는걸 동무도 알지 않아. 어서 하드디스크를 줘.》

해옥은 듣지 못한듯 창문만 점도록 내다보고있었다.

《해옥이!》

경철은 재촉하듯 불렀다. 해옥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됩니다! 그동안 제가 경철동지가 하던걸 마저 해보겠으니 경철동진 다문 며칠만이라도 좀 쉬여야 합니다.》

《내가 하던것이 돼서 중도에서 동무가 할수 없어. 괜히 시간랑비에 혼란이 올수도 있어. 그러지 말고 어서 줘.》

《안됩니다! 동진 그렇게 몸을 혹사해선 안됩니다.》

한경철은 조급해지고 성이 났다.

《정말 이러겠어?》

해옥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움직이지도 대답하지도 않았다. 경철은 자기를 다잡자고 모지름 썼으나 참을수가 없었다.

《너무 내 일에 간섭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동문 이럴 권리가 없어! 알겠어? 제발 날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두오!》

처녀는 원망스러운듯 경철을 바라보았다.

《아니, 난 그럴수 없어요. 그대로 놓아둘수가 없어요.》

《제발 날 내버려두라는데!》

처녀는 괴로운듯 고개를 마구 휘저었다.

《어쨌든 못줘요!》

《정말 이러겠어?》

《아무렇게나 말해도 좋아요. 하지만 못 주겠어요!》

경철은 격분으로 하여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동문 도대체 어쩌자는거요? 정 이러겠으면… 가오! 내 일에 상관말고 가오! 다신 우리 공장에 나타나지 말란 말이요.》

처녀는 흠칫 놀라며 물기가 어린 눈으로 경철을 바라보았다. 참을길 없는 고통과 원망이 비낀 눈동자였다. 경철은 언제한번도 그런 눈동자앞에 서본적이 없었다. 한경철은 흠칫해서 서버렸다.

《동진 너무해요! 너무해요!》

나른하게 느껴지는 목소리. 처녀의 두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한경철은 당황해졌다.

《그럼 주면 되지 않소. 그런데 왜 이러는거요?》

《모르겠어요? 내가 왜 이러는지 정말 그렇게도 모르겠어요?》

처녀는 몸부림치듯 고개를 쳐들었다. 그러나 다음순간 처녀는 저도모르게 어린시절부터 그러하듯 눈을 꼭 감아버렸다. 그렇게 눈을 감은채 처녀는 온몸을 떨었다. 가는 한숨과도 같은것이, 흐느낌과도 같은것이 처녀에게서 새여나왔다.

《동진 너무해요! 사람의 마음을 너무도 몰라요. 정말 그렇게도 모르겠어요? 그래요, 난… 난 다른 사람이 아닌 동지가 너무 귀중해서 그러는거예요. 귀중해서! 난 동지를 아끼고싶어요. 난… 난 그러면 안되나요?》

한순간 모든것이 정지되여버린듯 했다. 모든것이 바로 그 말이 울린 한순간에 굳어져버린듯 했다. 해옥은 숨이 막힌듯 몸을 떨었다. 그의 눈가에서 뜨거운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처녀는 가늘게 부르짖었다.

《난 다 말했어요. 이젠 속이 시원해요? 가주세요! 어쨌든 난 못 주겠어요!》

처녀는 끝내 소리내여 울음을 터뜨리며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귀에서 우뢰가 운듯 한 심정으로 한경철은 멍하니 서있었다. 이상한 감동과 죄스러움이 가슴속으로 흘러갔다.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난생 처음 당해보는 당황함과 두려움마저 안은채 그는 어쩔바를 몰라하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 방을 나섰다. 공장으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못하고 공연히 서성거렸다. 김윤화가 그를 찾아왔다.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경철이 올려다보았다.

《지배인동지!》

하지만 그 순간에조차 그의 눈길은 꿈이라도 꾸는것처럼 몽롱해보였고 앓고있는 사람마냥 무기력해보였다. 김윤화는 의아해지고 겁이 났다.

《경철아, 불면증이 더하니?》

경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겠습니다!》

김윤화는 아픔과 불안을 느끼며 경철의 수척해진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일을 해야겠는데 해옥동무가 하드디스크를 주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안 주자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시름겨운듯 울리는 말이였다. 마치도 집가까이에서 길을 잃은 어린아이와도 같은 공포와 그리움이 그에게서 풍겨오는듯 했다. 김윤화는 경철이와 해옥이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경철은 그 이상은 더 말하려 하지 않았다. 김윤화는 해옥을 찾아갔다. 무심하게 내버려둘수 없는 일이였기때문이였다.

해옥은 그때까지도 책상에 엎드려 울고있었다. 자기곁으로 다가서는 김윤화를 느끼며 그는 고개를 쳐들었다. 눈물에 젖은 해옥의 두눈을 보는 순간 김윤화는 가슴이 선뜩해왔다. 아무 말도 못하고 굳어졌다. 겁을 내듯, 달래듯 불렀다.

《해옥아!》

해옥은 설음이 북받쳐와 몸을 떨며 흑흑 흐느꼈다. 고개를 돌려버렸다. 한순간 침묵이 흘렀다. 흐느끼는 처녀의 모습이 김윤화에게 많은것을 설명해주었다. 알길없는 예감이 온몸을 쩌릿하게 감싸안는것을 느꼈다. 김윤화는 말없이 해옥에게 다가갔다. 흐느끼고있는 처녀의 머리를 품에 안았다. 화끈 달아오른듯 한 기운이 김윤화의 온몸에 전해져왔다. 예감은 차츰 확신으로 변해갔다. 김윤화는 조용히 물었다.

《해옥아, 너 경철이를 사랑하구있지?》

해옥은 온몸을 애처롭게 떨었다. 무슨 말인가 하고싶은듯 했으나 아무 말도 못하고 몸을 떨었다. 그러다가 소리내여 울음을 터치며 김윤화의 품에 더 깊이 얼굴을 묻었다.

《지배인어머니!-》

몸부림을 치는듯 한 처녀의 온몸을 그러안은 김윤화의 가슴속으로 찌르르한 정이 흘러갔다. 동정을, 도움을 호소하는듯 한 그 여리고 착한 존재가 가슴을 미여지게 하는듯 했다.

그래, 처녀야. 넌 훌륭한 처녀다. 난 기쁘다. 내 너희들의 사랑을 지켜주마.

김윤화는 이 순간 처녀에게 그 말을 하고싶었다. 크낙한 기쁨과 감동속에 큰소리로 떳떳하게 말하고싶었다. 하지만 그 순간 김윤화의 눈앞에는 림봉숙의 엄해보이는 모습이 커다랗게 떠올랐다. 방의 어느 구석에선가 림봉숙이 그러한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고있는듯 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 녀자문제에서는 자기 견해를 존중해달라는 약속을 받아내던 림봉숙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 림봉숙은 사업상용무로 외국출장중이였다. 오열하는 처녀를 꼭 그러안고 김윤화는 굳어진듯 서있었다.

facebook로 보내기
twitter로 보내기
cyworld
Reddit로 보내기
linkedin로 보내기
pinterest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naver로 보내기
kakaostory 로 보내기
flipboard로 보내기
band로 보내기

이전페지   다음페지

도서련재
너를 선택한다 제52회 너를 선택한다 제51회 너를 선택한다 제50회 너를 선택한다 제49회 너를 선택한다 제48회 너를 선택한다 제47회 너를 선택한다 제46회 너를 선택한다 제45회 너를 선택한다 제44회 너를 선택한다 제43회 너를 선택한다 제42회 너를 선택한다 제41회 너를 선택한다 제40회 너를 선택한다 제39회 너를 선택한다 제38회 너를 선택한다 제37회 너를 선택한다 제36회 너를 선택한다 제35회 너를 선택한다 제34회 너를 선택한다 제33회 너를 선택한다 제32회 너를 선택한다 제31회 너를 선택한다 제30회 너를 선택한다 제29회 너를 선택한다 제28회 너를 선택한다 제27회 너를 선택한다 제26회 너를 선택한다 제25회 너를 선택한다 제24회 너를 선택한다 제23회 너를 선택한다 제22회 너를 선택한다 제21회 너를 선택한다 제20회 너를 선택한다 제19회 너를 선택한다 제18회 너를 선택한다 제17회 너를 선택한다 제16회 너를 선택한다 제15회 너를 선택한다 제14회 너를 선택한다 제13회 너를 선택한다 제12회 너를 선택한다 제11회 너를 선택한다 제10회 너를 선택한다 제9회 너를 선택한다 제8회 너를 선택한다 제7회 너를 선택한다 제6회 너를 선택한다 제5회 너를 선택한다 제4회 너를 선택한다 제3회 너를 선택한다 제2회 너를 선택한다 제1회
 감상글쓰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