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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8월 19일

평양시간


제 30 회


제 7 장


3


그날 저녁이였다. 김윤화는 힘겹게 발을 끌며 합숙에 자리잡은 집으로 향했다. 복도에서 그는 문을 열고 나오는 기사장 김세천과 마주쳤다. 기사장은 말없이 김윤화를 바라보았다.

《기사장동지!》

《지배인!》

김세천은 쭈그리고 앉더니 김윤화의 발을 조심스럽게 만져보았다.

《아프지 않나?》

《일없습니다!》

눈물이 솟구칠것만 같은 심정으로 김윤화는 가늘게 부르짖었다.

《너무 마음쓰지 말라구. 진리란 거수가결로 결정되는게 아니야. 우리의 일이 진리라면 모든게 다 잘될걸세.》

김세천은 김윤화의 잔등을 다독여주었다.

《오늘 여기 와보니 지배인이 정말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드는구만. 우리같은 남정들은 맡은 일만 하면서두 힘들다고 하는데 지배인은 가정과 자식을 돌봐야 하는 가정주부거던. 집두 이런데 자리를 잡구…》

김세천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였다.

《힘을 내라구! 내 시어머니한테두 지배인이 지금 얼마나 힘들구 마음이 복잡한 땐지 다 이야기했네.》

김세천은 김윤화의 발을 내려다보며 다시한번 힘을 내라고 당부하고는 돌아갔다. 김윤화는 집으로 들어섰다. 시어머니가 심란해진 얼굴로 앉아있다가 며느리를 보고 일어섰다.

《네가 오는구나.》

《어머니!》

시어머니는 별로 더 늙고 기진해진듯 한 모습으로 며느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발은 어떻냐?》

《일없어요, 어머니!》

시어머니는 무릎을 굽히고앉아 김윤화의 발을 살펴보았다. 죄스럽게 중언부언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혜 에미야, 미안하구나! 사실 오늘 승용차를 타고 가라고 한건 내다.》

김윤화는 흠칫 놀랐다.

《내가 련락을 받고 그만 놀라서 정혜를 찾구 운전사를 찾아 그렇게 했구나. 내가 잘못했다! 날 욕해다오!》

《어머니!》

《내가 큰 실수를 했구나. 이젠 몸두 마음두 다 늙었나부다. 기사장이 네가 지금 얼마나 힘든가를 말해줄 때 난 정말… 쥐구멍이라두 있었으면 들어가고싶었다.》

《어머니! 너무 그러지 말아요.》

김윤화는 아프고도 당황한 심정으로 말없이 서있었다. 공장일도 가정일도 얼마나 힘겨운것인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막막해왔다.

《어머니, 어서 들어가서 좀 쉬세요. 내가 저녁밥을 하겠어요.》

시어머니는 울듯 한 얼굴로 며느리를 바라보았다.

《이런 날두 넌 나한테 부탁을 하지 않는구나. 이런 때 저녁동자 하나 도와주지 못할바에야 내가 무엇하러 왔나 말이다. 아서라! 오늘 저녁은 내가 하겠다.》

시어머니는 한숨을 쉬고나서 무거운 걸음으로 부엌칸으로 들어갔다. 잠시 서있던 김윤화는 딸이 있는 방으로 갔다. 정혜가 울고난듯 한 얼굴로 책상에 앉아있다가 어머니를 보더니 뾰로통해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온몸으로 어머니에 대한 반발과 불만을 드러내고있는 딸을 김윤화는 다소 난처하고 아연해서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볼이 부운듯 한 딸의 목소리가 울렸다.

《어머니, 딸이 어머니가 걱정돼서 달려간게 잘못이나요? 만약 공장의 어느 로동자가 상해서 그 자식이 공장승용차를 얻어타고 달려왔다면 어머니는 그렇게 성을 냈겠나요?》

김윤화는 가슴이 찔려오는듯 한감을 느끼며 잠시 말을 못하고 서있었다. 이윽고 조용히 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을수도 있다. 그런 경우엔 어머니는 성을 안냈을거다.》

《그러니 내가 지배인 딸이기때문에 승용차를 타고 오면 안된다는거나요?》

딸애의 눈에서 눈물이 끓었다.

《어머닌 너무해요! 너무도 불공평해요! 어머니가 지배인이여서 우린 집도 없이 이렇게 합숙에서 살아야 해요. 어머니가 지배인이여서 난 등산을 가도 내가 만든 음식을 싸가지고 가야 하구 어머니가 상했다는 소릴 듣구두 가만 있어야 해요. 엄마가 지배인이 되면… 지배인이 되면 그 자식들은 다… 이붓자식이 되나요, 예?! 난 어머니가 지배인인게 제일 싫어요!》

김윤화는 무딘것에 찔린듯 한 둔한 아픔에 숨이 막혔다. 더듬거렸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이 어머니가 지배인이 아니였다면 넌 자전거를 타거나 아니면 두발로라도 달려서 어머니한테 왔을거다.》

딸애는 대답을 못했다.

《다른 집 애들은 두발로라도 달려서 올 길을 어째서 너만은 승용차를 타고 올 생각을 했느냐 말이다. 그건 네가 어머니와 자기를 특수한 존재처럼 사람들우에 올려놓고 생각했기때문이야. 이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위험하고 유해로운 독소다. 이건 물과 기름처럼 사람들사이를 떼여놓고 화목과 단합을 깨치게 할수 있어. 네 몸에서 그 독을 빼던져버리지 않는다면 너만이 아니라 이 어머니까지도 망칠수 있다는걸 모르겠니? 두엄무지만 한 높이에 올라서서 대중을 깔보는 속물이 될수 있다는걸 모르겠느냐 말이다.》

가슴을 아프게 그러쥐는듯 한 침묵이 흘렀다. 딸애의 더듬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하지만 어머니… 내가 잘못했다구… 승용차를 세워두는것만은… 다시한번 생각해줘요. 나때메 어머니는 차두 없이 힘들구 창피하게…》

순간 김윤화는 가슴을 쿡 찌르는듯 한 아픔과 놀라움을 느끼며 딸애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경황없이 나직하게 부르짖었다.

《창피하다구?! 그러니 넌 이 엄마는 지배인이기때문에 차가 있어야 하구 넌 차를 타는 엄마의 딸이 되여야 한다는거냐?》

딸애는 대답이 없었다. 김윤화는 억이 막힌듯 한 심정이였다. 그 순간 눈앞으로 왜서인지 경철이의 얼굴이 아프게 흘러갔다. 그 모습우에 설음과 어리광을 빼물고 어머니를 바라보고있는 딸애의 얼굴이 겹쳐진다. 실패한 어머니이며 실패한 지배인인 자기자신을 힘껏 벌하고싶어졌다. 그는 뻐근해오는 가슴으로 천천히 말했다.

《일어나거라! 넌 오늘 어머니가 상했던 그곳까지 네 두발로 걸어봐야 한다.》

딸애는 흠칫하며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도 다른 애들과 다를바없는 평범한 어머니의 딸이구 어디서나 성실하고 겸손한 노력으로 사람들을 대해야 한다는걸 알아야 한다. 나두 자식교양을 잘못한 어머니의 잘못을 뼈에 새기련다. 같이 가자!》

딸애는 겁이 난듯 어머니의 얼굴과 상한 발을 바라보았다. 울듯 한 얼굴로 부르짖었다.

《어머니, 내가 잘못했어요!》

《아니다, 가야 한다!》

《어머니!》

《어서!》

김윤화는 엄하게 부르짖었다. 딸애는 고개를 푹 떨구었다. 그들이 문을 나서려는 순간 부엌에서 시어머니가 놀라서 달려나왔다.

《정혜 에미야! 어딜?…》

김윤화는 대답이 없고 정혜가 흑흑 흐느꼈다. 시어머니는 모든것을 깨달은듯싶었다.

《얘야, 네 그 발루 어딜… 날도 어두웠는데… 제발 내 얼굴을 봐서라두 그러지 말아, 응?!》

《어머니! 날 리해해주세요.》

김윤화는 조용히 말했다.

《제 딸 하나 똑똑히 교양하지 못하는 제가 어떻게 수백명 종업원들을 옳은 길로 이끌수 있겠나요? 난 가야 해요. 어머니, 먼저 식사를 하고 쉬세요!》

그들은 집을 나섰다. 얼마나 걸었을가? 발목에서부터 퍼져오는 아픔에 김윤화의 온몸은 땀에 젖었다. 문득 딸애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니, 우리뒤에서 할머니가 따라와요.》

김윤화는 흠칫하며 서버렸다. 두렵고도 괴로운 심정으로 돌아보지 못한채 굳어져버렸다. 다리에 쥐가 오르는듯 한 느낌. 김윤화는 신음소리를 씹어삼키며 자기의 다리를 힘껏 그러쥐였다.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돌아가줘요. 내가 혼자서 갔다오겠어요. 꼭 걸어갔다 오겠어요, 엄마!》

딸애는 애처롭게 부르짖었다. 모진 괴로움과 방황을 느끼며 김윤화는 천천히 뒤쪽을 향해 돌아섰다. 어둠속에 서있는 시어머니의 자태를 알아보았다. 보았다기보다는 느꼈다. 안타까움과 설음으로 목구멍이 콱 막히는감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부르짖었다.

(어머니, 제발… 제발 날 리해하고 돌아가줘요!)

어두운 공간속으로 서로의 아프고 괴로운 마음이 전파마냥 날아가고 날아오는듯싶었다. 바로 이때 거기로 김승진이 자전거를 타고 달려왔다. 김승진은 박아세운듯 서있는 어머니를 알아보았다. 그옆에 자전거를 세우고 내렸다.

《어머니,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

어머니는 아들을 알아보지 못한듯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윽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네가 왔구나!》

《정문에서 보구 이야기하길래 달려왔습니다. 어머니, 어서 돌아가십시다.》

어머니는 대답처럼 저발치에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있는 김윤화와 정혜를 가리켜보였다. 화물자동차가 전조등빛을 앞세우고 그들곁을 윙 스쳐지나갔다. 불빛속에 곡진한 기운을 안고 굳어진 그들의 모습이 사진마냥 똑똑히 망막에 박혀지는듯싶었다.

《내가 그만… 지금 생각해보니 뻔한 일을 무슨 망녕이 들어서 그렇게 했겠니? 저 애가 얼마나 속이 상했으면 저 발루 아이를 데리구 밤길을 걸어가겠냐?》

어머니의 눈가에 진득한것이 번쩍거렸다. 김승진은 아무 말도 못하고 서있었다. 어머니는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그쪽을 바라보고 서있었다. 그러더니 천천히 돌아섰다. 김승진은 어쩔바를 모르다가 어머니쪽으로 돌아섰다. 어머니를 따라섰다. 몇발자국 걷던 어머니는 자기를 따라서는 아들을 느끼고는 돌아섰다. 아들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어보였다. 나른하고 구슬퍼보이는 미소가 그 얼굴에 흘러갔다.

《애야, 이럴 땐 애에미를 따라가야 한단다!》

그 순간 문득 어린시절 자기를 타이르며 그래야 키가 큰다고 하던 어머니의 목소리를 다시금 듣는듯싶어졌다. 그때의 그 따스하고 사려깊은 정이 가슴속에 찌르르하니 와닿는듯 했다. 눈굽이 뜨끔해오는듯싶었다.

《어머니!》

《어서, 어서!》

어머니는 어둠속을 손짓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돌아섰다. 지친듯 한 모습으로 어둠속으로 멀어져갔다. 길가운데 망설이듯 서있던 김승진은 어머니의 말없는 당부가 풍겨오는듯 한 어둠속을 다시한번 바라보고서 안해와 딸애가 간쪽으로 천천히 돌아섰다. 자전거를 끌고 그쪽으로 발걸음을 내짚었다. 그날 저녁 그들은 끝내 공장부업지까지 걸어서 갔다왔다. 그것으로 하여 김윤화는 고열을 내며 몹시도 앓았다. 하지만 다음날은 다시 일어나 공장으로 나갔다. 그런데 그날 저녁 김윤화가 집에 돌어와보니 시어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방안 보온병밑에 편지가 한장 깔려있었다. 큼직큼직한 글자로 쓴 시어머니의 편지는 짧았다.

《정혜 에미야, 설화 에미가(그것은 딸을 가리키는 말이였다.) 꼭 왔다가라고 해서 이렇게 급히 떠난다. 갑자기 차편이 있구나. 공장진료소의사가 주는 네 약을 달여서 보온병에 넣어두었다. 네 속만 썩인 이 에미를 리해해다오. 공장일과 집안일이 다 잘되길 빌겠다. 건강해라.》

김윤화는 현기증을 일으키며 편지지를 떨구고 비칠거렸다. 바람벽을 짚고서야 가까스로 몸을 바로세울수 있었다. 하지만 끝내 바람벽을 잔등으로 쓸어지치며 무너지듯 주저앉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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