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회


제 2 장


1


《에잇!》

새벽도 기울무렵 공장합숙에서 한경철에게 콤퓨터를 배우던 강철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몹시도 졸리고 배가 고팠던것이였다.

사람들은 멋부리기 좋아하고 덤비기 잘하는 이 단순해보이는 청년이 실은 자기 지식을 늘이기 위해 하루에 두세시간밖에 자지 않는 무서운 정열가라는것은 모르고있다. 자기가 재미를 느끼는 분야이거나 꼭 알아야 할 분야에 대해서는 외국어든 콤퓨터든 소설책이든 기계든 눈에 피발이 지도록 파고드는것이 바로 그였다. 지금도 그는 지배인에게 장담한 진동진단체계를 개발하기 위해 한경철에게서 밤을 패며 콤퓨터를 배우고있었다.

고장난 대형로루기를 한번 돌려서 그 진동상태를 수감부에 인식시켜야 한다고 늙수그레한 준비직장장에게 어거지떼를 쓰고있는데 공장을 돌아보던 한경철이 그를 지켜보다가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걸었다.

《이봐, 친구! 바다물을 다 먹어봐야 짠줄 알겠나?》

강철민은 낯선 청년의 아래우를 훑어보았다. 한경철은 강철민이 펴놓고있는 휴대용콤퓨터며 수감부들이며 어설픈 장치들을 살펴보고나서 다시한번 빙그레 웃었다. 깊은 지식과 리해력을 가진 청년들이 흔히 그러하듯 태연함과 자신만만함을 흘리며 조용히 말했다.

《진동진단체계란 사람이 손바닥으로 이마의 열을 알아내는것이나 같은 원리야. 이상한 열에 습관되여서가 아니라 정상체온에 습관되여서 이상열을 알아내는것과 같은 리치지.》

그 한마디 말에 강철민은 대뜸 이 청년이 콤퓨터와 기계에 박식한 청년이라는것을 알아차렸다. 범은 세살 먹은 아이가 봐도 범인줄 안다. 그리하여 강철민은 한경철의 도움을 받아 자기의 콤퓨터실력을 더 높이기로 하였다. 하지만 한경철을 자기 집으로 청할수가 없었다.

이즈음 아버지와 그의 사이는 서먹하고 야릇해졌다. 아버지는 오래전에 어머니를 잃었다. 옆사람들이 새 가정을 꾸리라고 권고했으나 아버지는 못 들은척 했다. 하지만 늘 혼자살림을 할수가 없는것인지 아버지는 날이 갈수록 자주 멍해지며 한숨을 쉬군 했다. 그러더니 얼마전부터 한 녀인이 문득문득 강철민의 집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철민은 야릇한 불안과 호기심을 안은채 아버지와 그 녀인을 주시했다.

며칠전 일요일이였다. 베란다에 서있던 철민은 별로 훤하게 차려입고 집을 나섰던 아버지가 낯익은 그 녀인과 함께 오는것을 보았다. 처음 보는 모습은 아니건만 철민은 숨을 삼키고 굳어져버렸다. 아버지와 녀인의 온몸에서 풍겨오는 례사롭지 않은 기운을 분명히 느꼈던것이였다. 철민은 자기가 근심하고 불안해했던 그리고 어쩌면 각오하기까지 했던 그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는것을 깨달았다.

이윽고 집에 들어선 아버지와 녀인은 자기 방앞에서 망설이는듯 하더니 아버지의 방으로 들어가는것 같았다. 그 순간부터 온 집안에는 무엇인가에 바재이고 서두르며 기다리는듯 한 이상한 기운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 알지 못할 압박감앞에 철민은 어쩔바를 몰라 쩔쩔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왜서인지 자기 책상우에 놓여있던 어머니의 사진을 슬그머니 서랍속에 넣게 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이런 때에는 어머니의 사진이 어울리지 않으며 지어는 방해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쓸쓸해지는 마음을 금할길 없었다.

이제 나는 아버지와 함께 온 저 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가?

내가 저 녀인을 어머니라고 부를수 있을가?

어떤 사람이 어머니와 안해가 함께 강물에 빠져 떠내려오면 누구부터 구원하겠는가 하는 질문에 잠시 침묵하다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럼 달아나지요!》

강철민이 바로 그런 형이라고 해야 할가? 어쩔바를 몰라 전전긍긍하던 그는 손을 홱 내리그었다.

《에잇!》

그는 도망치듯 집을 나와버렸다. 아빠트마당에 세워두었던 오토바이에 발동을 걸려했으나 왜서인지 발동이 잘 걸리지 않았다. 힘껏 발걸개를 잡아채며 모지름을 썼으나 오토바이는 맥빠진 소리만을 토해낼뿐이였다. 소심해지고 주눅이 든 그가 발동걸기를 포기하려던 순간 발동이 부르릉 걸렸다. 그 순간 그는 왜서인지 울고싶은 심정이였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인채 오토바이에 올라 달려갔다.

그날 저녁 그가 다시 집으로 들어갔을 때 아버지는 아들의 방 책상앞에 그린듯이 앉아있었다. 녀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철민은 자기가 책상서랍안에 넣어두었던 어머니의 사진이 다시 제 자리에 놓여있는것을 보았다. 아버지가 꺼내놓은것 같았다.

아버지는 굳어진듯 앉아 그 사진을 점도록 들여다보고있었다. 온몸에서 말 못할 고뇌와 수심 그리고 모든것을 체념한듯 한 허탈감마저 느껴졌다. 순간 철민은 뻐근한 련민과 후회를 느꼈다. 무엇인가 용서를 빌고싶었고 따뜻하고 다정한 말을 건네고싶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못한채 그저 목이 메인듯 한 어조로 《아버지!》하고 불렀을뿐이였다. 아버지는 고개를 돌렸다.

《너 왔니? 어서 밥을 먹자.》

자기들사이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것을 암시하려 애쓰는듯 한 어조였다. 철민은 굳어진듯 서있었다. 그다음부터 그들은 다같이 어색한 심정으로 서로에 대한 뻐근한 압박감에 시달렸다. 강철민은 될수록이면 아버지와 함께 있는것을 피했다. 그래서 한경철도 집으로 데려갈수가 없는것이였다.

강철민은 확실히 생활이란 자기가 다 알수 없는 요지경같은 세계라고 저 혼자 생각했다. 사실 송옥림 문제만 해도 한방망이 얻어맞은것처럼 어리뻥뻥한 강철민이였다.

이번에 국제부녀절을 맞으며 저저마다 어머니에게 드릴 꽃다발이며 기념품을 마련하는 처녀애들과 동무들을 보고 부러움과 서글픔에 사로잡혀 손에 닿는대로 고무꽃을 만들었던 강철민이였다. 그러나 그 꽃을 만들고보니 기어코 누구에게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고 불쑥 송옥림의 얼굴이 떠올랐었다.

대학입학시험장에 들어간 자기를 기다려 밖에 서있다가 달려오던 그 순진하고 어른스럽던 얼굴, 가슴이 선뜩하게 소리치던 그 얼굴…

사실 그때 대학입학시험장에 들어갔던 강철민은 첫 문제부터 모를 문제에 부딪치고말았었다. 곰곰히 생각하면 떠오를 문제고 그뒤의 문제들은 다 알만 한 문제건만 고집스럽고 조급스러운 충동에 빠져 그 문제를 외면하고 넘어가게 되지 않았다.

내가 요까짓 문제 하나 못 푼단 말인가?

조급해져서인지 손바닥에 땀만 솟았다. 중학시절부터 함께 공부한 동무가 앞에 앉았는데 온몸으로 시험지를 가리운채 잘만 쓴다.

한번 슬쩍 귀띔이라도 받았으면 아니, 그저 한귀퉁이를 슬쩍 보기만 해도 눈앞이 열릴텐데… 조급해난 강철민은 그 동무의 잔등을 쿡쿡 찔렀다. 그런데 그 동무는 아예 기척을 안한다. 오히려 등을 털어 거부감을 표시한다. 알지 못할 분노마저 욱 솟구쳤다.

대학입학시험장에 들어오니 어제날 알던 정, 보던 정이 모두 경쟁심리로 변한단 말이지? 거기다가 교탁앞에 선 젊은 녀선생이 《동무, 왜 앞동무것을 넘겨다봐요? 시험규률을 지키세요!》라고 경고를 준다. 그 녀선생의 얼굴에 어린 비웃는것 같기도 하고 동정하는것 같기도 한 기운을 보니 부끄럽고 반발심도 솟구쳤다. 다시 시험지에 눈을 박았으나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알지 못할 자격지심이 욱 솟구쳤다.

《에잇!》

그는 시험지를 그대로 놓아둔채 시험장을 나오고말았다. 그러나 시험장문을 나서는 순간 무서운 후회가 갈마들었다. 하지만 다시 들어갈수도 없는노릇이였다. 그는 어깨가 축 처진채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밖에는 옥림이가 기다리고 서있는것이 아닌가? 참혹한 부끄러움을 느끼며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날 무슨 남의 시험지나 보고 베끼는 사람처럼 생각하길래…》

그때 옥림의 얼굴에 어리던 경멸의 표정과 날카롭게 쏘아붙이던 혹독한 말을 잊을것 같지 못했다.

《오빤 그 에잇 하는 버릇을 고치기 전에는 일생 아무것도 해낼수 없을거예요. 명심해줘요! 인생만은 절대로 에잇 해버릴수 없는거예요. 그런데 대학시험도 바로 못 치는 오빠가… 난 그런 〈수재〉 하나두 부럽지 않아요!》

집에 오니 아버지도 펄펄 뛰였다.

《네 어머니가 살아있었으면 아마 네 뺨을 쳤을게다.》

아버지, 난 벌써 뺨을 맞았어요.

그런데 대학에 갈것 같던 옥림이가 공장으로 들어왔다. 말을 들으니 현실체험을 하며 시를 쓰기 위해서라고 했다. 철부지의 들뜬 랑만이겠거니 하고 웃고말았다. 그렇게 날과 달이 흘러갔다. 그런데 얼마전 아버지가 《청년문학》잡지책을 가져다가 말없이 그에게 주었다. 어느 한 페지를 접어놓기까지 했기에 펼쳐보니 《시련의 날에 더 사랑하리》라는 시였다. 제목옆에 씌여진 송옥림이라는 이름을 보았으나 설마 그 송옥림이랴 하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시는 강철민의 심금을 울려주었다.


조국이 아프면 나도 아프고

조국이 배고프면 나도 배고프고

조국이 험한 길을 걸으면 나도 그 길을 걸어야 하는

이것이 조국과 나

내가 없어도 조국은 있으나

조국이 없으면 나도 없는

이것이 조국과 나


강철민은 훌륭한 시라고 생각했다. 온몸이 눈이 된 심정으로 더 읽어내려갔다.


그대의 평범한것조차 수수한것조차

내 정어린 눈으로 다시 보게 되였나니

거기에 얼마나 강의하고 억센것이 있었더냐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 힘과 정신이 있었더냐

남들은 잃고서야 알게 된 그것을

우리는 시련을 이겨내며 알게 되지 않았더냐

좋은 날에 알던 그 귀중함에

어려운 날에 알게 된 귀중함을 더하여

내 갑절 그대를 사랑하게 되였거니

소중한 진리를 깨우쳐주기 위해선

우리에게 이 시련이 있어야 했던듯…


시를 다 읽고나서 강철민은 아버지에게로 갔다. 이게 누구의 시인가고 물었다.

《보구두 모르겠니? 옥림이 시지 누구 시겠니?》

강철민은 한방망이 얻어맞은듯 한 심정으로 자기 방에 돌아와 멍하니 앉아있었다. 남의 시를 종알종알 외우던 그 아리잠직한 소녀로부터 피를 내뱉는듯 한 진정의 시인으로 자라난 옥림을 보는듯 한 느낌이였다. 왜서인지 자기가 부끄러워나고 그와 어제날과 같은 친밀한 사이로 되돌아가고싶었다. 바로 그런 감정때문인지 자기가 만든 고무꽃을 옥림의 어머니에게 보내려고 했던 철민이였다. 하지만 그 꽃은 국제부녀절 다음날에 고스란히 되돌아오고말았다. 아직도 그때의 감정을 풀지 못한 옥림인가싶다. 그런데 그 꽃이 돌아오니 왜서인지 밤에 잠이 잘 오지 않고 기분이 울적해졌다.

에잇, 번거로운 잡념을 다 없애고 배우는데나 열중하자.

하지만 이렇게 밤을 패우며 배우자니 못견디게 졸리고 속이 달아오른다. 내가 이렇게 힘들진대 배워주노라고 밤을 새는 한경철은 오죽하겠는가? 그는 간식조차도 준비하지 못한 자기가 민망해났다. 철민은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에잇, 가서 합숙김치라도 퍼와야지!》

그는 자고있는 호실의 동무를 흔들어 깨웠다. 한경철이 그를 바라보았다.

《이 새벽에 식모어머니를 깨운단 말이야?》

《깨우긴요. 그냥 퍼오고 말지요 뭐, 말하는건 아침에 말하구.》

《그러면 안돼!》

한경철은 얼굴을 찌프리며 잘라 말했다. 그러나 강철민은 싱긋 웃었다.

《그저 가만히 있다가 김치맛을 보기나 하라요. 우리 공장합숙에 김치박사가 있단 말이예요.》

철민은 자고있는 합숙청년을 두들겨 깨워가지고 바께쯔를 들고 나갔다. 그런데 김치움에서 김치 한바께쯔를 퍼들고 나오다가 맞바로 합숙식모녀인에게 들키고말았다. 한눈은 밝고 한눈은 어둡다는 그 《김치박사》녀인은 대뜸 강철민을 알아보았다.

《아니, 너 철민이로구나! 네가 합숙 김치도적질을 해?》

《아니 원, 도적질이라니요? 장모님, 무슨 말씀을!》

하도 급한김에 강철민은 얼토당토않게 주어섬겼다. 그 녀인에게 딸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 말에 녀인의 얼굴에는 웃음이 흘러갔다.

《잘은 섬긴다. 누가 네 장모냐?》

《아, 사위가 고와서 매끼 찰떡만 쳐준다는 찰떡장모는 못돼두 김치 한바께쯔 거저 주는 김치장모야 못되겠어요? 난 그저 김치 잘 담그는 집에 사위로 들고싶더라.》

자꾸만 해넣은 이발에 혀를 가져다대는 속에서도 말이 슬슬 흘러나왔다.

《원, 능청스럽구 수다스럽구! 하지만 넌 우리 딸하구는 아무래두 짝이 기울어. 어제두 피복공장에서 일을 잘해서 옷을 타왔더라. 아이구, 그 옷을 입구 나온다는걸.》

정말 녀인은 자기 침실안으로 들어갔다 나올 차비인듯 돌아서기까지 했다. 강철민은 다급해서 손을 내저었다.

《밝은 담에 보자요, 밝은 담에! 지금은 공부하다가 속이 보이라처럼 달아서 김치물이라도 끼얹지 않으면 터지겠어요. 아이구! 이러다간 병나구 말겠어요. 어머니, 미안해요! 고마워요!》

제잡담 꾸벅 인사를 하고 김치바께쯔를 들고 달아나고말았다. 그런데 1층에 있는 호실문앞에 이르니 문이 안으로 잠가져있었다. 의아해서 밀고 당기고 했으나 아무 기척이 없었다. 은밀하게 찾았다.

그래도 반응이 없다. 좀더 크게 두드리고 찾고 했다. 새벽단잠에 든 고요한 합숙인지라 맘놓고 크게 찾을수도 없었다. 그래도 문은 열릴념을 안했다. 강철민은 무슨 사달이 생겼다는것을 알았다. 아까 말을 하지 않고 김치를 가져온다는 소리에 얼굴색이 좋지 않던 한경철의 모습이 떠올랐다. 결국 한경철이 자기를 혼내우려고 문을 걸어버린것이였다. 강철민은 당황해졌다.

《아, 이거 왜 이래요? 말루 하자요, 말루! 아니, 아니, 들어가서 말하자요, 들어가서. 예?!》

그래도 방안에서는 죽어버린듯 기척이 없다.

《정 이러겠어요? 에잇! 아예 문을 뜯구 들어가겠어요.》

그는 문을 덜컥덜컥 소리나게 밀었다. 하지만 김치도적질이나 해온 주제에 온 합숙이 떠나가게 문을 뜯고 들어갈 용기는 없었다. 그는 다시금 빌붙기 시작했다.

《야, 이거 제발 이러지 말라요! 내가 잘못했어요! 아니, 날 샐 때까지 이러고있으라요? 빨리 열라요.》

그래도 안에서는 응답이 없다. 바로 그때 합숙복도 저쪽 끝에 누군가가 불쑥 나타났다. 그쪽을 바라보던 철민은 아예 숨을 흑 들이그으며 굳어지고말았다. 지배인이 나타난것이다. 합숙을 돌아보며 천천히 다가온다. 옆에 서있던 청년이 두눈이 이마에 올라가 붙는것 같더니 찍소리도 없이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뺑소니를 쳐버렸다. 김치바께쯔를 안은 강철민은 어쩔바를 모르고 한자리를 뱅뱅 돌았다.

요즈음 공장에는 전국경공업대회에 갔다온 지배인이 좀 이상해졌다는 소문이 돌고있었다. 웬일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공장의 곳곳을 자꾸만 돌아본다는것이였다. 밤이고 낮이고 돌아본다고 했다. 공장사람들은 지배인이 사람들을 깜짝 놀래울 어떤 일을 구상하고있는것이라고 제나름으로 짐작하며 은연중 긴장해서 지배인을 지켜보고있었다.

사실 지배인이 내밀던 다품종화생산은 이즈음에 와서 그 한계가 모호해졌다. 종전의 한두개 품종으로부터 서너개 품종으로 늘어나기는 했으나 한달에 열개이상의 품종을 하던데 비해서는 다품종화라고 하기 어려운 어정쩡한 상태에 놓여버린것이였다. 그 공장을 지배인은 말없이 자꾸만 돌아보는것이였다. 바로 그 연장인지 이 새벽에도 합숙을 돌아보고있는것이다.

지배인은 이상하고도 두려운 기운을 풍기며 점점 다가왔다. 강철민은 급해맞아 울음소리같은 소리를 냈다.

《제발, 제발! 저기 지배인이… 내 다신 지배인을 아니, 아니, 김치를… 아이구!》

더 말할새도 없이 급해맞아 철민은 김치바께쯔를 안고 옆에 있는 세면장으로 뛰여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가 바닥에 떨구어놓은 비누가 발에 밟혔다. 어쩔새 없이 그는 김치바께쯔를 안고 공중걸이로 나가넘어졌다.

《아이쿠!-》

김치바께쯔가 고요한 합숙을 들었다놓는듯 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나딩굴었다. 순식간에 온 합숙이 통채로 깨여 일어나는듯 했다.

《한경철이, 어디 두구보자!-》

강철민은 넘어진채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마지막부르짖음은 례의 그 이발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퍽 우습고도 맥빠지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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