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회


제 1 장


2


명절을 쇠고난 다음날인 오늘 지배인 김윤화는 양묘장과 련계를 가지고 수종이 좋은 나무들을 자동차에 가득 싣고 왔다. 공장구내에 심기 위해서였다.

수십여년의 연혁과 넓은 부지를 가지고있는 공장이여서 크고작은 나무가 많기는 했으나 수림화, 원림화가 잘된 단위들에 비해보면 부족했다. 그래서 이해 봄에 나무를 많이 심자고 결심한것이였다.

직장별로 나무모들을 나누어주고 사람들이 나무를 심으러 헤쳐가려 할 때 문득 김윤화는 좀 류다른 제의를 했다.

《우리 이 나무를 자기 자식들의 이름으로 심자요. 그래서 자식들이 자라서 시집장가를 갈 때 이 나무로 가구를 해주자요. 밥상이나 책상 같은걸. 그게 얼마나 좋아요? 난 앞으로 꼭 그렇게 하자는거예요. 자식이 두명인 사람들은 두그루를 심어도 됩니다.》

자식에 대한 감정은 누구에게나 유정하고 즐거운것이다. 사람들이 설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당장 자식들을 시집장가 보내야 할 사람들은 어쩝니까? 이 나무가 하루에 한뽐씩 자라는건 아닐테구…》

모두들 김윤화를 바라보았다. 김윤화는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 공장에 있는 나무를 맡으세요. 하지만 나무는 꼭 심어야 합니다. 그 조건으로 나무를 꿔주겠습니다. 그런데 한 나무를 놓고 서로 다투지는 말자요.》

즐거운 웃음이 터져올랐다. 사람들이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고 섬기고 받고 했다.

《처녀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시집을 가서 아들을 낳을 생각으루 나무를 심어야지.》

《아들만 있는 집에서야 무슨 가구가 필요합니까? 가구야 녀자쪽에서 장만하는거지.》

《그런 소리 관둬요! 원, 렴체없는 소리 하구있네. 아들두 가구를 할수 있음 하는게 좋지 녀자쪽에만 쏙 몰아놓는건 무슨 심보요?》

《쳇, 딸딸이 엄마로구만!》

불무지에 기름을 끼얹은것처럼 즐겁고 청높은 목소리들이 왁작작하니 터져올랐다.

《저… 그런데 이젠 자식들을 시집장가 다 보낸 사람들은 어쩝니까?》

누군가가 물었다. 김윤화가 대답을 못하는데 누군가가 큰소리로 대답했다.

《죽은 다음에 관널을 짜지!》

한순간 사람들은 소리내여 웃었다. 하지만 혼사말가운데 상사말 한다는 생각이 들어 못마땅해서 그 목소리의 임자를 찾았다. 그런데 그 목소리의 임자는 공장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아바이였다.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모두들 웃고 떠들며 나무를 심으려 떨쳐나섰다.

김윤화도 딸 정혜의 이름으로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가 땀을 흘리며 구뎅이를 파고있는데 림봉숙이 찾아왔다. 신발공업관리국 국장인 림봉숙은 27년전 그날 김윤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한윤걸의 안해이다. 그때로부터 그들은 친자매나 다름없는 사이로 지냈다. 땀을 훔치며 서있는 김윤화를 보며 림봉숙은 웃었다.

《뭐, 자식들의 이름으로 나무를 심자고 했다면서?》

김윤화는 웃어보였다. 하면서도 국장인 그가 왜 공장에 왔을가 하는 생각이 들어 긴장해졌다. 림봉숙의 얼굴을 여겨보며 물었다.

《사무실로 갈가?》

림봉숙은 고개를 흔들어보였다.

《나두 온김에 이 공장에 나무 한대 심자꾸나.》

《좋지 뭐!》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 그들은 함께 땀을 흘리며 나무를 심었다. 나무를 다 심고나서 그들은 공장구내를 천천히 걸었다. 림봉숙이 먼저 입을 열었다.

《윤화, 다품종화를 그냥 밀고나가겠어? 생고무도 잘 들어오고 사람들도 좀더 준비된 다음에 밀고나가야 하지 않을가?》

김윤화는 말없이 걸었다. 바로 그 문제때문에 림봉숙이 공장에까지 찾아왔다는것을 깨달았다. 사실 시간이 흘러가면 차차 나아질것이라고 생각했던 다품종화생산이 날이 갈수록 힘겹고 복잡한 문제들에 부닥치는데 김윤화는 당황해졌다. 어제 그를 만난 공장의 한 늙은 로동자는 말했다.

《지배인동지, 우리 공장은 고난의 행군, 강행군때에두 온 공장이 떨쳐나서 파고무와 파비닐을 수집해다가 생산을 한 공장입니다. 그때부터 우리에겐 어떻게 하든 생산을 해내는게 로동자라는 인식이 꽉 배기게 됐지요. 그런데 우리 공장이라는게 생고무가 안 들어오면 공장의 절반생산이 죽고 그래서 빈손 쳐들고 하늘을 올려다봐야 하는 형편이란 말입니다. 생산을 못하는 로동자가 죽은 로동자지 뭡니까? 그래서 수지운동신 몇개 품종을 냅다 생산해서 고무바닥운동화를 보충하는 방법이 나오게 됐구 지금두 거기에 미련을 가지게 되는거지요. 우리 로동자들을 리해해주우다.》

공장에 생고무가 떨어지고 고무바닥운동화생산이 죽자 사람들은 눈에 띄리만치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면서 다품종화생산을 마치 이붓아들처럼 여기고있다. 생산실적은 점점 더 저조해지고 공장은 계획을 미달하는것으로 하여 관리국의 우려를 자아내고있었다.

림봉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보건대 아직은 네 힘이 이 공장의 현실을 이겨낼만큼 되지 못한것 같구나.》

《?!》

김윤화는 아무 말도 못하고 림봉숙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피한채 림봉숙은 천천히 걸으며 말했다.

《너만 알아둬라. 며칠전 김세천기사장이 날 찾아와 자기를 해임시켜달라고 제기했다. 힘이 들어서 널 돕지 못하겠다고 하더구나.》

김윤화는 앗 소리를 지르고싶을 정도로 놀라서 멎어섰다.

기사장 김세천은 1970년대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신발사출기를 만들어내여 위대한 수령님께와 위대한 장군님께 기쁨을 드리고 로력영웅칭호를 수여받은 공로있는 기술일군이다. 다품종화생산을 내밀면서 김윤화는 김세천기사장을 누구보다도 믿었었다. 그런데…

림봉숙의 목소리가 먼데서 울리는것처럼 들려왔다.

《한해전에 김세천기사장도 다품종화를 내밀다가 끝내 실현하지 못했어. 그런데 그걸 다시 내밀고있는 지배인을 곁에서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자니 괴롭다는거야. 그래서 자긴 공장의 평범한 기술자로 일하겠으니 기사장사업만은 좀더 젊구 능력있는 사람에게 넘겨달라는거야.》

현실이 안겨주는 무거운 중압감이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듯 했다. 그들은 다같이 말이 없이 걸었다. 림봉숙이 조용히 말했다.

《김세천기사장이 자기 후임으로 여기 설비부원을 짚던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그러나 자기 생각에 옴한 김윤화에게는 그것이 지나가는 먼 소리처럼 들렸다. 그는 넋없이 중얼거렸다.

《누구?!》

《설비부원이라지 않니!》

그제야 정신을 차린 김윤화는 당황하고도 착잡한 심정으로 설비부원 최현민의 얼굴을 그려보았다.

최현민은 콤퓨터와 신발설비분야에서는 당할 사람이 없다고 하는 수재형의 일군이다. 나이도 이제야 40대 중엽이다. 시력이 나쁜것이 좀 흠이기는 하지만 그것때문에 일에 지장을 받는 일은 없다. 어느날 밤에 새 설비의 시운전을 하다가 자그마한 부속품을 잃어버려서 현장을 뒤지며 법석을 피운 일이 있었는데 시력이 나쁜 그가 그 작은 부속을 찾아냈다. 모두들 반갑고 신기해하는데 그가 하는 말이 걸작이였다.

《난 잘 보이지 않으니까 손으로 더듬어서 찾지요.》

더듬어서 찾는다! 어쩌면 그의 성격을 반영한 말이라고도 할수 있다.

지배인방에서 회의를 끝내고 나오는데 갑자기 청사복도에 정전이 되였다. 모두들 계단을 발더듬으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최현민의 목소리가 울렸다.

《내려가면서 11개를 세십시오. 우리 사무청사는 한층이 꼭 11개입니다.》

새삼스럽게 세면서 내려가보니 정말 11개였다. 하지만 그 계단을 오르내리는 많은 사람들중에 그것을 알고있는 사람은 없었다.

최현민은 이런 사람이였다. 하지만 이 순간 김윤화는 공장과 새 지배인에 대한 회의심을 나타내고있는 김세천의 존재가 자기에게는 더없이 귀중하고 필요한 존재라는것을 새삼스럽게 인식하지 않을수 없었다. 김윤화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였다. 림봉숙은 그러는 김윤화를 여겨보느라고 잠시 멎어서기까지 했다. 이윽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림봉숙은 조용히 말했다.

《행정일군의 힘은 리성이고 수자다. 난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이걸 무시하구 지배인이 욕망 하나만 가지고 일을 하려들면 너희네 공장과 같은 혼란과 침체가 일어난다구 난 생각한다. 난 네가 이 공장과 자기자신에게 힘이 생길 때까지 당분간 물러설걸 권고한다.》

그의 마지막말은 다소 상급답게 엄격하게 들렸다. 김윤화는 대답을 못했다. 그의 말을 반박할 힘이 없었던것이였다. 그들은 서로 말이 없이 묵묵히 공장구내길을 걸었다.

이윽고 정문에 세워놓은 림봉숙이 타고온 승용차앞에까지 와닿았다. 눈치빠른 운전사가 발동을 걸었다. 그러나 림봉숙은 타지 않고 무엇인가 더 할말이 있는듯 한 눈길로 김윤화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김윤화를 이끌고 승용차에서 몇걸음 물러섰다. 말을 고르듯 잠시 머뭇거렸다.

김윤화는 은연중 긴장해서 림봉숙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고압적이라고 할만치 자기 견해표명에서 솔직하고 직선적인 림봉숙이 무엇인가 할말을 즘자리고있다는것이 이상하고 불안했다.

두 녀인은 말없이 서로를 지켜보았다. 이윽고 림봉숙이 조용히 물었다.

《윤화, 너 경철이를 이 공장으로 보내달라고 했지?》

왜서인지 문득 27년전 아들 경철이를 안고 자기를 찾아왔던 림봉숙이 떠오른다. 그때 림봉숙은 볼편이 떨리는듯 한 이상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속삭이듯이 말했었다.

《윤화동무, 난… 동무와 함께… 함께 일하려고 왔어요. 이 공장에서 함께… 그래도 되지요?》

지금도 림봉숙은 이상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김윤화를 바라보고있었다. 조용히 물었다.

《윤화, 왜 갑자기 경철이를 이 공장으로 데려올 생각을 했니?》

무엇인가 야릇하고도 예민한것이 마음의 금선을 쟁쟁 울리는듯 했다. 마치 어떤 경보신호라도 들은듯 한 느낌이였다. 김윤화는 림봉숙의 얼굴을 살피듯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봉숙이, 다르게 생각지 말아. 난 공장에 오자마자 김세천기사장동지한테서 경철이의 학위론문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너도 그 애를 현장에서 단련시켜야겠다고 했지. 단련시킬바에는 차라리 내가 옆에 끼고 일을 시키는게 낫지 않겠니? 내 말이 틀리니?》

림봉숙의 얼굴에 당황해하고 열적어하는 웃음이 흘러갔다.

《윤화야, 난 사실 미안하구 죄스러워서 그러는거다. 난 그저 그 애가 앓지 않고 공부만 잘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댔는데 그게 그 애를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책상물림으로 키운것 같애. 외국류학을 갔다온탓일가? 아니, 눈때문에 인민군대에 보내지 못한 탓일거야.》

《당에서 그 앨 대학에 보내여 수재교육을 받게 하지 않았니.》

《하지만 난 자기 일만 일이라고 하면서 그 애를 너무 내버려두었어. 이제 와선 그게 뼈저리게 후회된다.》

《이제라도 그 애를 잘 키우자. 그게 바로 한윤걸동지앞에 지닌 우리의 의무야. 내 말이 맞지?》

《그래!》

그들은 한없는 신뢰와 애정을 안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림봉숙이 웃어보였다.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난 널 믿구 그 앨 이 공장에 보낼 결심을 했다. 하지만 한가지만은 다짐을 받아야겠어. 그 앤 이젠 27살이나 된 다 자란 총각이다. 이 공장엔 처녀들도 많은데 녀자문제에서 실수하지 않게 해줘.》

《실수한다는건 뭐니? 그 애가 뭐 어린애라구…》

《아니야, 아직은 어려! 그리구 안할 말루 네가 실수할수도 있지 않니. 넌 지독한 주관주의자니까.》

악의없는 힐책에 김윤화는 그만 웃고말았다. 림봉숙도 웃었다.

《그 애 대상자문제만은 꼭 내 견해를 따르겠다는걸 약속해라.》

《약속한다! 넌 그 애의 어머니다!》

《윤화야!》

림봉숙은 김윤화의 손을 꼭 잡았다. 웃어보였다.

《결국 오늘 내가 이 공장에 나무를 잘 심었구나. 그 나무를 우리 경철이 이름으로 심은걸로 하자. 그러니 우리 경철이가 장가를 갈 때 나두 너한테 나무를 꿀수 있겠지?》

《있구말구! 내 제일 좋은 나무로 가구를 해줄게.》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소리내여 웃었다. 이윽고 림봉숙은 승용차에 올라 떠나갔다. 그러나 김윤화는 움직이지 못한채 굳어진듯 서있었다. 그 순간 그의 귀전에는 27년전의 아기의 울음소리가 생생하게 울리여오는듯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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