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0 회)


40


공업시험소를 나서는 명선은 하늘을 날듯 기뻤다.

어제 저주파유도로에서 뽑은 구상화흑연주철(일명 개량주철)이 완성된것이다.

시험결과 기계적성질의 세기가 일반주철보다 4배이상으로서 강철과 비슷하고 가공성은 강철보다 더 높다는 수치가 나왔다.

이제는 그것을 10~15미리메터크기로 분쇄하여 용선로에서 용해된 쇠물에 첨가하여 고양정뽐프부분품들의 주형에 부으면 된다.

그다음 해체한 부분품을 가공직장에서 설계의 요구대로 가공하여 조립하면 제작이 기본적으로 끝난다.

구상화흑연주철의 성공은 리대철과 박영식을 기쁘게 해주었다.

《역시 엄명선은 어금이야.》

박영식의 칭찬에 리대철은 처음 엄명선을 데려오자고 했을 때 실뚱해서 도리질을 하던 생각이 나서 얼굴이 뜨끔했다.

그때 명선을 외면하였더라면 어쩔번 하였는가.

리대철은 이번 기회에 일군의 일욕심은 인재에 대한 욕심이라는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였다.

《이제야 고양정은 먹어놓은 떡이구만요.》

박영식의 호기있는 소리에 리대철은 자신만만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럼요.》

《요즘 윤상배가 속이 근질거리겠는걸.》

《근질거려도 어쩌겠습니까. 리석민사장도 함구무언인데 전들 별수가 있습니까?》

《그래도 정신을 가다듬고있어야 합니다. 그 사람들이 언제 또 무슨 언터구를 잡자고 할지 모르니까요.》

《그랬댔자 하늘에 대고 주먹질하기지요.》

《래일 주물을 하겠습니까?》

《예.》

《잘돼야겠는데…》

《잘될겁니다.》

허나 생활은 성취했다고 장담하던 일이 왕왕 수포로 돌아가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튿날 용선로에서 용해한 쇠물을 부은 주형에서 사고가 생길줄이야.

사락작업을 끝낸 부분품들을 하나하나 도면과 대조해보던 제작조 성원들의 눈길이 날개바퀴주형에서 멎었다.

날개의 각도가 도면치수와 약간 차이나는것을 발견하였던것이다.

잘못 본게 아닌가 해서 날개바퀴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보던 리대철이 명선에게 물었다.

《명선동무, 내 눈이 잘못되였는지 모르겠는데 도면수치와 차이가 나지 않았소?》

주머니에서 자를 꺼낸 명선이가 날개바퀴를 재보고나서 자기 생각을 비쳤다.

《차이가 있는것 같습니다. 날개각도가 약간 차이가 생긴데다가 주물시 수축을 계산하지 않고 목형을 하다나니 조금 작아졌습니다.》

공감이라는듯 머리를 끄덕이는 리대철은 한동안 생각에 잠기였다.

이런 경우 사고의 원인을 두가지로 갈라볼수 있다.

목형에서 도면의 요구를 지키지 않았거나 조형을 잘못한것이다.

《날개바퀴조형을 누가 했소?》

아까부터 속이 한줌만 해 서있던 송화가 얼굴이 해쓱해지며 기여드는 소리를 했다.

《제가… 제가 했습니다.》

흘끔 송화를 띠여본 리대철이 이번에는 주물직장장에게 소리쳤다.

《가서 목형을 가져오오.》

주물직장장이 급한 걸음으로 작업장을 떴다.

《누가 했소?》

얼굴이 소태씹은 상을 하고있던 목형반장이 기가 죽어 떠듬거렸다.

《저… 그건…》

말끝을 여물구지 못하는 목형반장이 낫날에 찍힌 풀대처럼 고개를 꺾었다.

《왜 말 못해! 갑자기 벙어리가 됐소?》

펀뜻 얼굴을 쳐든 목형반장이 무슨 말인가 할듯말듯 하다가 무거운 한숨을 내불었다.

날개바퀴목형을 안고 나타난 주물직장장이 그것을 주물품옆에 나란히 놓았다.

성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거친숨을 내불며 그것들을 대조해보던 리대철이 겁질린 눈길로 목형을 기웃해보는 목형반장을 날카로운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이걸 보오. 목형에서 사고가 생겼단 말이요.》

한풀 꺾인 목형반장이 초점잃은 눈으로 목형을 들여다보다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어이쿠!》

그 모양을 보는 송화의 가슴은 얼음장을 안은듯 선뜩해났다.

사고의 원인이 누구의 탓인지 가늠이 갔다.

목형반장이 저렇듯 무참하게 욕을 당하면서도 말을 못하는것은 창근이때문이리라.

리대철이 꼬집었다.

《창근이가 했소?》

초절임이 된 목형반장은 땅바닥에 퍼더버리고앉은채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쉴뿐 응대가 없었다.

《사람이 없어서 그녀석에게 뽐프의 심장부나 같은 날개바퀴를 맡겼소? 사람이 없어서… 하긴 누굴 탓할것도 못되지. 그녀석을 이 일에 끌어들인 내가 잘못이지. 이번 기회에 사람구실을 하는가 했더니…》

늙은이 넉두리하듯 하던 리대철이 누군가를 찾듯 주위를 두릿거리였다.

《창근이가 왜 안 보이오?》

누구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불길이 이글거리는 리대철의 눈길이 말뚝처럼 오똑하니 서있는 송화에게로 날아들었다.

흠칫 몸을 떠는 송화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리였다.

송화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리대철은 이렇게 말하는듯 싶었다.

송화, 난 너를 믿고 창근이를 제작조에 끌어들이였는데 넌 어쩌면 그렇게도 랭담해졌느냐? 네가 곁에서 고삐를 쥐고 신칙만 잘했어도 이런 일이 없었을게 아니냐?

리대철을 마주보기 두려워 왼고개를 트는 송화의 가슴에서는 이름 못할 의분이 끓었다. 그 어떤 결심을 한듯 입술을 사려문 송화가 팩 몸을 돌리더니 밖으로 걸음을 내짚었다.

공장에서 사고가 나서 벅작 떠드는 그 시각 창근은 셈평좋게 대외건설지배인과 마주앉아있었다.

오늘 용선로에서 뽑은 쇠물로 뽐프부분품주형을 한다는것을 모르는바 아니였지만 그것은 창근이가 상관할바가 아니였다.

운명의 돛배를 몰아갈 삿대를 쥔 이 어른의 환심을 사는것이 급선무였던것이다.

그런데 어제는 자기의 목공기술을 보고 만족해하더니 왜 결론이 없는가. 싫다는건지 아니면…

속이 조마조마해서 눈치를 살피는데 창근을 소개한 사람과 머리를 맞대고 한동안 수군거리던 지배인이 넌지시 한마디 하였다.

《내 결심은 동무를 데리고 가자는거요.》

숨도 크게 못 쉬고 긴장해있던 창근에게는 그 소리가 우승한 선수에게 어서 시상대에 오르라고 알려주는 방송원의 목소리만큼 크게 들리였다.

막혔던 숨이 나가고 가슴속에선 격랑이 일었다.

됐구나! 하는 흥분으로 만세라도 부르고싶은 심정이였다.

허나 그 기쁨은 한순간.

《그런데 동무네 공장에 알아보니 동무에 대한 평정이 좋지 않더구만. 참 아쉽게 됐소.》

《?!》

그 말에 용암처럼 끓던 창근의 가슴이 금시에 싸늘해졌다.

이 무슨 청천벽력인가. 공장에서 나에 대한 평정이 좋지 않다?

그러니 불합격이라는 소리가 아닌가. 속이 덜컹 뒤집히였다. 누가 남의 운명에 제멋대로 도장을 찍었는가, 누가?… 아니요 하고 목터지게 항변을 하고싶었지만 혀가 돌아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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