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 회)


제 3 장

 

1


한적하던 기숙사구내가 오늘은 활기를 띠였다. 방학이 끝나고 학생들이 돌아오고있었다. 이미전에 도착하여 려장을 푼 학생들이 태반이지만 터질듯이 팽팽한 배낭을 졌거나 트렁크를 들고 지금 들어서는 학생들도 있었다. 기숙사구내에는 헤여졌다가 다시 만난 반가움을 이기지 못해 서로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고 달려오는 학생들과 군데군데 모여서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학생들로 한벌 덮이였다. 호실들에서는 떠들썩한 웃음소리와 노래소리가 울려나왔다. 베란다와 정원수가지들에는 그간 장속에 넣어두었던 이불과 모포들이 내걸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경제학부기숙사를 향해 걸음을 재촉하시였다. 지방에서 돌아온 학급동무들을 한시바삐 만나고싶으시였다. 따져보면 헤여진지 한달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오랜 세월 헤여졌다 만나는듯 가슴이 설레이시였다.

경제학부기숙사앞에 이르신 그이의 시선이 해묵은 버드나무밑에 멎었다. 한 남학생이 나무가지에 걸어놓았던 모포를 거두고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이 쑥 빠지고 잔등이 실팍한 뒤모습만으로도 누구인지 알수 있으시였다.

《명식동무!》

그이께서 오명식이쪽에 대고 웨치시였다. 오명식은 와뜰 놀라 눈을 둥그렇게 뜨고 그이를 바라보았다.

정일동무!》

오명식은 흥분을 못 이겨 입속으로 부르짖으며 그이앞으로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이께서도 마주 달리시였다. 땅거죽에 얼어붙었던 눈이 녹아 길은 진창이였다. 엷은 운동화속으로 대뜸 차거운 물이 슴새들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으시였다. 부딪칠듯 달려온 오명식이 그이앞에 멈춰서서 헐떡거리였다.

정일동무, 건강했습니까?》

오명식은 단김을 내뿜으며 물었다. 그이께서는 흰이를 드러내며 환히 미소를 지으시였다.

《난 여전했습니다. 보고싶었습니다. 이모님도 잘계십니까?》

그이께서는 부모가 없는 오명식이 이모네 집에서 방학을 보내고 온줄 아시기에 이렇게 물으시였다.

《잘있습니다. 이모님한테 정일동무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모님은 넌 부모덕은 없어두 동무덕은 있다면서 팔자가 좋다고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난 조선사람팔자는 다 좋게 고쳐졌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사람팔자가 다 좋게 고쳐졌다! 명담입니다.》

그이께서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시였다. 오명식이도 따라 웃었다.

《참, 아침차로 왔다지요. 기옥동무를 만나보았습니까?》

오명식은 대뜸 얼굴을 붉히며 두눈을 껌벅거렸다.

《아직 못 만났습니다. 그런데 정일동무가 그 동물 어떻게 압니까?》

《나도 자기네 학급장이 어떤 처녀를 사랑하고있는가 하는것쯤은 알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잔뜩 의혹이 실린 오명식의 눈을 마주 들여다보며 즐겁게 웃으시였다.

오명식은 등이 달았다. 아무리 생각을 굴려보아도 그이께서 기옥을 아실만 한 까닭이 짐작되지 않았다. 그래서 끝까지 알아낼 차비로 따지고들었다.

《그 동무를 어떻게 알게 되였습니까? 대주오, 빨리!》

《그처럼 훌륭한 처녀의 사랑을 받는 동무는 정말 행복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명식의 초조감을 키질해주실 생각으로 딴전을 피우시였다.

《정 말하지 않겠습니까?》

오명식은 느닷없이 욱 달려들어 그이의 허리를 덥석 껴안고 힘껏 팔을 조였다.

《아직 실토하지 않겠습니까?》

《말하겠소. 제발 놓으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사정하듯 그의 어깨를 두드리시였다. 오명식은 팔을 풀고 히죽이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이 정찰병한테는 누구도 비밀을 터놓지 않고는 못 배깁니다.》

《기옥동무도 설날에 최정택선생님을 찾아왔더란 말입니다.》

《아, 그래서 만났댔구만요.》

《만나보니 세상 아름다운 처녀더군요.》

《그 동무가 곱다는 말은 내 정일동무한테서 처음 듣습니다.》

《왜, 밉게 보는 사람도 있습니까?》

《말이야 바른대로 볼품도 없고 배운것도 없는 처녀가 아닙니까. 그래서 동무들한테 소개를 주저해왔는데 그만 정일동무한테 뜻하지 않게 선을 보였습니다.》

물론 롱담이겠지만 얼굴을 붉히며 어줍게 웃는것으로 보아 그의 말에는 어느 정도 진정도 있는것 같았다.

《이제보니 사람을 보는 명식동무의 눈이 흐려졌습니다. 인간의 아름다움은 외모가 아니라 내면에 있는것이 아닐가요? 외적미모는 자연이 준것이기때문에 별로 자랑할것이 못되지만 내면의 아름다움은 스스로 가꾸고 다듬은것이기때문에 진실로 값있고 자랑스러운것이지요. 동문 한평생 누구앞에서나 자기 애인을 떳떳이 자랑하며 살아도 된단 말입니다. 나는 기옥동무한테서 무한히 아름다운 내면세계를 보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온화한 표정으로 진심을 말씀하시였다.

《기옥동무가 그 말을 들으면 감격해서 울어버릴겁니다.》

명식은 눈길을 땅우에 떨구며 감심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는 기옥을 열렬히 사랑하면서도 인물이나 학식때문에 그가 학우들한테 숙보일가봐 은근히 두려워했었다. 기옥이자신도 그 점을 꺼려하며 끼끗한 대학생들속에 나타나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김정일동지께서는 기옥의 인끔을 그렇게도 높이 사주시는것이다. 이제 기옥을 만나면 그이의 말씀을 그대로 전하리라고 생각하였다.

《난 기옥동무와 선생님한테서 전쟁시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글쎄 그 동무는 선생님의 맹세문을 오랜 세월 소중히 가슴속에 간직하고있었습니다.》

《전쟁때부터 나는 선생님을 알고있지만 우리 선생님은 참 훌륭한분입니다.》

《방학기간에 동무도 선생님의 교과서를 읽었습니까?》

《읽었습니다.》

《난 설날에 기옥동무랑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최정택선생님이 남먼저 그 교과서를 쓰신 심정이 리해되였습니다. 피에 젖은 맹세문이 그걸 말해주더란 말입니다.》

《그렇게 훌륭한 선생님이 외롭게 지내는걸 생각하면 가슴이 아픔니다. 참 정일동무가 주소안내소에 여러번 걸음을 한줄로 아는데 그 일은 어떻게 되였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대답을 하기가 난처하여 잠시 침묵하시다가 《아직도…》하고 말끝을 감추시였다. 아직 부인의 행처를 몰라서가 아니였다. 애타는 노력끝에 마침내 최정택선생의 가족들이 지금 어디에 살고있는지를 알게 되시였으나 아직은 누구에게나 선뜻 말할수 없는 사연이 있었다.

며칠전이였다. 그이께서는 주소안내소에 다시 들리시였다. 낯익은 중좌는 여느때없이 반겨맞았다.

《스승의 가족을 찾기 위해 그처럼 애쓰는 대학생동무의 심정에 우린 여간 감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타기관들에까지 의뢰를 하였더니 드디여 부인과 딸애의 행처가 나타났습니다.》

《그렇습니까?!》

그이께서는 부지중 탄성을 터치시였다. 너무도 애타게 기다려온것이여서 얼른 믿어지지 않기도 하시였다. 마른침을 삼키며 지금 어데 있느냐고 급히 물으려고 했지만 뜨거운것이 치밀어서 말씀을 번질수가 없으시였다.

《그런데 알고보니 교수 부인이였던 려순정이라는 녀성은 굳이 찾을 필요가 없는 사람이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실망의 기색이 짙어가는 중좌의 표정을 뚫어지게 지켜보시였다. 폭발하려던 기쁨의 감정이 알수 없는 불안으로 뒤바뀌였다.

《어찌된 일입니까?》

중좌는 입을 다시더니 침울히 대답하였다.

《일시적후퇴시기에 월남을 했는데 지금은 일본에 가있습니다.》

《예?!》

김정일동지께서는 머리속을 휘젓는 날카로운 의혹과 놀라움에 호흡이 콱 막혀오는것을 느끼시였다. 려순정의 행처를 여러가지로 추측해보기는 하셨지만 그가 월남을 했으리라고는 한번도 생각해본 일이 없으시였다. 전선에서 희생적으로 싸운 최정택선생을 미루어 그의 안해가 그런 길을 걸을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으셨던것이다.

《지금 부인은 도꾜에서 어느 개인이 경영하는 전자공학연구소 연구사로 일하고있습니다. 우리가 알게 된것은 그것뿐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실망으로 가슴 한귀가 금시 꺼져내리는듯 하시였다.

《아무튼 고맙습니다. 해외까지 줄을 놓아서 알아보느라고 수고가 많았겠습니다.》

중좌는 려순정의 사진을 돌려주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부인의 모습을 잠시 물끄러미 지켜보시였다. 무엇때문인지 결코 나쁜 사람일수 없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그에 대한 기대가 컸던탓일가? 아니면 최정택선생의 부인이 그럴수 없다는 잠재적인 감정과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희망때문일가?…

부인의 주소를 적어가지고 사무실을 나선 그이께서는 깊은 심뇌에 잠기시였다.

려순정은 이역땅에서 지금 무엇을 지향하며 어떤 생활을 하고있을가?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그가 우리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있을수도 있고 이미 오래전에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새 가정을 가졌을수도 있다. 그와는 달리 자신의 지난날을 뉘우치고 공화국제도하에서 살던 옛 생활을 눈물속에 그려보며 번뇌에 잠겨있을수도 있다. 준엄했던 시기에 본의아니게 생활의 길을 자칫 한걸음 헛짚어서 월남을 한 사람들도 많다. 려순정의 생활에 대하여 알아보자. 중좌는 그를 더 찾을 필요가 없다고 하였지만 결코 그럴수가 없으시였다. 어떤 결과가 닥쳐오든지 그의 운명에 대하여 끝까지 관심을 돌려야 한다. 그런데 이 사실을 최정택선생님에게 말해야 할가. 교수의 가슴속에는 안해가 조국앞에 성실한 인간으로 자리잡고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옛사랑을 고이 간직하고있는것이다. 월남을 한 안해가 지금 일본에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청천벽력일것이다. 그 사실은 가뜩이나 정신적부담이 큰 그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타격으로 될것이다. 려순정에 대하여 깊이 알아본 다음에 사실을 말씀드리자. 아직은 본인 당자만이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자. 여차하면 선생님의 영상에 그늘을 던질수 있다.…

그래서 명식에게도 대답을 피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말머리를 돌리시였다.

《방학을 마치고 돌아와 선생님을 만나봤습니까?》

《저녁에 다른 동무들과 함께 합숙으로 찾아가겠습니다. 모두 고향에 갔다가 가져온 지방특산물도 좀 있고해서…》

명식은 활기롭게 말했다. 특산물들을 펼쳐놓고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될 즐거운 전경을 그려보듯 쪼프린 눈가에 그윽한 웃음이 피여났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분이 밝아지시였다.

《생각들을 잘했습니다. 그래 아직 도착하지 못한 동무들은 없습니까?》

《모두 왔습니다.》

《영화동무도?》

《그 친구도 돌아왔습니다. 지금 호실에서 자고있습니다. 내 그 친구한테서 얘길 들었습니다. 정일동무가 아니였다면…》

그이께서는 명식이가 더 말할 사이도 없이 기숙사현관을 향해 걸음을 옮기시였다. 영화를 어서빨리 만나고싶으시였다. 한걸음에 기숙사의 층계를 두단씩 짚으며 3층에 오르신 그이께서는 영화의 호실로 급히 들어가시였다. 명식의 말대로 영화는 정신없이 자고있었다. 자동차와 기차를 갈아타면서 수백리 려행을 하였으니 지칠만도 하였을것이다.

《영화동무!》

김정일동지께서는 반가움에 넘쳐 부르시였다. 그러나 영화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영화동무!》

좀더 크게 부르며 그의 어깨를 잡아흔드시였다. 그래도 영화는 잠소리를 내며 옆으로 돌아누워버리였다. 끌어가도 깰상싶지 않았다.

《무슨 잠을 그렇게 자고있습니까?》

그이께서 영화의 손을 잡아 일으키시였다. 일어나앉기는 했으나 영화는 여전히 잠에 취해있었다. 그이께서는 영화의 손등에 로어단어들이 빼곡이 씌여있는것을 발견하시였다. 렬차를 타고오면서 로어단어들을 몇개라도 더 익히려고 무시로 볼수 있는 손등에 써놓은 모양이다. 영화는 려로에서 쌓인 피로만이 아니라 방학기간에 공부에 전심하였던탓으로 피로가 다 몰려서 굳잠에 든게 분명했다. 그이께서 영화를 도로 눕히려고 하시는데 명식이가 방안에 들어왔다. 그는 한아름 안고온 모포를 방바닥에 내려놓고 눈을 감은채 목을 끄덕거리는 영화를 마구 흔들었다.

정일동무가 왔소! 정신차리라구.》

《조금만 더 자게 놔두십시오.》

《놔두다니? 정일동무가 왔다는걸 알면 이 친구가 이럴수 없습니다.》

명식이 코등을 잡고 비틀자 영화는 어지간히 정신이 드는지 눈을 떴다. 두손을 올려 눈을 썩썩 비비더니 갑자기 날숨을 훅 들이그었다. 그는 아래도리에 덮인 이불을 휘딱 밀어제끼며 몸을 가누었다.

정일동무!》

탄성을 터치는 그의 두눈이 확 밝아지면서 기쁨으로 빛났다.

《집에서는 모두 잘있습니까?》

그이께서 다정히 물으시였다. 영화는 눈을 슴벅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불쑥 동이 닿지 않는 말마디들을 쏟아놓았다.

《배낭을 헤쳐보니 사전까지… 우리 집사람은 그 애기모자를 보고… 정말 고맙습니다.》

《모자가 애기한테 맞기나 했습니까?》

그이께서는 모자호수를 몰라 상점에서 난처한 경우를 당하셨던 일이 문득 생각나서 즐겁게 웃으며 물으시였다. 영화는 말을 못하고 고개만 끄덕이였다.

《내 다른 호실들에 가서 정일동무가 왔다고 알릴테니 어서 이불을 거두고 옷을 입소.》

명식이가 훌쩍 일어서며 영화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툭 내질렀다. 이불을 거두고 바지를 찾아입은 영화는 김정일동지와 마주앉았다. 마음을 진정한 그는 로조사전과 모자를 꺼내놓고 자기네 부부가 얼마나 감격했는가를 말하려고 했으나 입이 뜻대로 열리지 않았다.

김정일동지께서 먼저 미소를 머금고 물으시였다.

《방학기간에 시험준비를 착실하게 한것 같은데 재시험에 자신있습니까?》

《공부를 좀 하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로어만은 자신이 없습니다.》

영화는 신심없이 대답했다.

《마음을 든든히 가지십시오. 로씨야말이 그렇게까지야 힘들겠습니까. 나도 틈틈이 도와줄테니 당장은 3점쯤 목표로 겁시다.》

그이께서는 영화의 손을 힘껏 잡아흔들며 즐겁게 웃으시였다. 이윽고 다른 호실의 기숙사생들이 우르르 방안에 모여들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보고싶던 동무들과 얼싸안고 인사를 나누시였다. 모두들 그이를 둘러싸고 떠들썩 이야기판을 벌리였다. 영화는 잃었던 생활을 다시 찾은듯싶었다. 그래서 남몰래 머리를 떨구고 눈굽을 훔치군 하였다.


×


김정일동지께서는 최영화의 로어학습을 지도해주시느라 강의가 끝난 후에도 늘 저녁늦게까지 교실에 남아계시였다. 때때로 기숙사호실에서 영화와 함께 밤을 지새우기도 하시였다. 영화는 아직 혼자서 교과서의 본문을 번역할수 없었다. 방학기간에 기를 쓰고 로어공부를 하였지만 워낙 밑천이 빈약하고보니 재시험에서 통과할 가망이 없었다. 그의 로어실력을 알고계시는 김정일동지께서는 본인못지 않게 불안한 심정이시였다. 그래서 다른 일은 당분간 뒤로 미루고 그의 학습지도에 전념하시였다.

최영화는 지금처럼 그이의 친절한 가르치심을 받으면 로어시험도 합격할것 같은 자신심이 생겨 이악스레 로어공부에 달라붙었다. 하지만 다른편으로는 미안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이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어느날 밤 기숙사호실에서 함께 공부를 하던 영화는 이런 말을 하였다.

《대학에서 외국어만 배우지 않는다면 한걸 공부하기가 수월할것 같습니다.》

그이께서는 영화를 잠시 바라보시다가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외국어를 모르고서야 무슨 대학생이겠습니까.》

《주체를 세우는 우리 교육에서 외국어가 그렇게 중요한 과목으로 됩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로어교과서에서 시선을 드시였다. 외국어학습이 너무도 힘에 부치여서 하는 말이겠지만 거기에는 스쳐버릴수 없는 외곡된 인식이 깔려있다. 영화만이 아니라 일부 다른 학생들도 그렇게 생각하고있었다. 주체확립의 본질을 잘못 리해하는 편향이라고 할수 있었다.

《세계와 담을 쌓는것은 주체를 세우는 원칙과 아무런 인연도 없습니다. 우리는 인류가 달성한 진보적인 과학문화를 귀중히 여기고 우리의 실정에 맞게 적극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것을 가지고 국제무대에 적극 진출하기도 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외국어를 잘 알아야 합니다.》

영화는 묵묵히 새겨들으며 볼을 쓰다듬었다. 비로소 외국어를 부담스레 여긴것이 큰 잘못이였음을 깨달을수 있었다.

《자, 그럼 이젠 밖에 나가서 바람이나 좀 쐬고 계속합시다.》

그이께서는 머리를 수굿하고 앉아있는 영화의 손을 잡아 일궈세우며 말씀하시였다. 영화는 그이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새벽이 다가오는 밤공기는 차고 신선했다. 립춘이 지났으니 계절을 따지면 봄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그러나 밤이여서 그런지 봄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낮동안 질적하게 녹았던 땅이 꽁꽁 얼어붙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발밑에서 얼음쪼각 부서지는 소리가 가락맞게 울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청신한 대기를 한껏 마시며 영화와 나란히 기숙사 주변을 거니시였다.

검푸른 하늘에 쥐여뿌린듯 별무리가 총총했다. 그이께서는 고개를 젖히고 유난스레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시였다. 언제든 보실 때마다 그 의미가 새로와지는 신비로운 별들이였다. 지금은 그것들이 황홀히 타오르는 등불처럼 여겨지시였다. 저 별들은 언제인가 사람들이 온갖 지혜를 다 모아서 밤하늘에 켜놓은 광명의 등불이나 아닌지. 그렇다면 그때로부터 지금껏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렀을가? 상상하기 어려울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별들은 밤마다 불을 켜대고 우주의 신비를 밝히려고 열정을 다해 빛나고있다.

갑자기 눈앞이 확 밝아졌다. 기척도 없이 나타난 류성이 눈부신 꼬리를 달고 검푸른 하늘을 헤치며 날아갔다. 대성산쪽에서 나타난듯싶은 그 류성은 대학청사우를 스치며 최후의 광채를 뿌리고 대동강쪽으로 사라졌다. 수억년을 바쳐 알아낸 우주의 비밀을 전하려고 하늘을 떠나 땅우로 내려온것이 아닐가.

김정일동지께서는 눈길을 돌려 옆에 서있는 영화를 바라보시였다.

김일성종합대학이 저 하늘과 같이 높고 넓은 지성의 전당이라면 영화는 그 품에 안겨 빛나는 뭇별중의 하나이다. 언젠가는 그도 저 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빛을 뿌리며 자기를 키워준 대학의 품을 떠나 사회주의건설의 어느 한 초소로 가게 될것이다.

《영화동무, 봤습니까? 류성을!》

김정일동지께서 환희에 넘치신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봤습니다. 정일동문 방금 무슨 생각을 했습니까? 혹시 나에 대한 생각을 한게 아닙니까? 어쩐지 그렇게 생각됩니다.》

《맞혔습니다. 저 하늘을 좀 보십시오. 얼마나 높고 넓습니까. 저 거대한 천궁이 우리 대학처럼 생각되질 않습니까? 저 반짝이는 뭇별들중의 하나가 영화동무같더란 말입니다. 영화동무도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떠나는 날 방금 불타오른 그 류성처럼 빛나게 될겁니다.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온 수령님의 전사는 어둠속을 헤치는 별처럼 빛나야 합니다. 사상으로, 지식으로 조국을 빛내이는 별이 되여야 한단말입니다. 더구나 동무는 남달리 학습을 잘하여 조국통일위업의 앞장에 서야 할 몸이 아닙니까. 난 믿습니다. 영화동무가 꼭 그렇게 되리라고 말입니다.》

그이께서는 확신에 넘치는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고맙습니다. 정일동무가 믿어주니… 내 힘껏 노력하겠습니다!》

영화의 목소리는 저으기 감격에 젖었다. 그는 몇걸음 옮기더니 여전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이런 영광을 누리는걸 남녘땅에 계시는 어머님이 안다면 얼마나 기뻐하시겠습니까. 그런데 난 잊었댔습니다. 나한테 배움의 길을 빼앗은 그 암흑의 고향땅을 잊었댔습니다. 해야 할 일이 많은 내가 남들보다 기초가 약하다 해서 따라설 궁리를 못하구 주저앉았댔습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니 반갑습니다. 자, 이젠 그만 쉬고 호실로 들어갑시다.》

그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기숙사쪽으로 걸음을 떼시였다.

《나때문에 오늘 밤도 또 새우는구만요.》

《또 그 소립니까. 날밝기 전에 마지막 두과를 번역해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새벽바람을 맞으시며 새 기운을 얻은듯 성큼성큼 기숙사계단을 오르시였다.

그이께서 영화네 호실앞에 이르렀을 때 안에서 누군가 먼저 문을 열었다. 밝은 불빛속에 명식의 웃는 얼굴이 드러났다. 방해가 될가봐 자리를 비우고 이웃호실에서 자다가 방안이 빈 사이에 돌아왔던것이다.

《어데 갔댔소?》

명식이가 물었다.

정일동무와 함께 잠시 산보를 했소.》

영화가 대답했다.

《그런걸 난 또…》

《이웃호실에서도 늦도록 학술론쟁을 하던것 같던데 왜 벌써 깨였소?》

《나야 워낙 새벽잠이 없지 않소.》

영화에게 건성 대답을 한 오명식은 방안으로 들어서시는 김정일동지를 감동이 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다.

《내가 영화동물 도와주어야 할텐데. 이 오명식의 로어실력이란게 제 몫도 겨우 하는 수준이니…》

오명식은 밤을 밝히시는 김정일동지께 죄스러운 생각이 들어 말끝을 얼버무리였다.

《다른 두 과목시험공부는 명식동무가 도와주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밝은 어조로 말씀하시며 자리에 앉으시였다. 책상우에 아까는 없었던 자그마한 꾸레미와 편지가 놓여있었다. 명식이가 가져온것이 분명했다.

《이게 웬겁니까?》

그이께서 명식을 바라보며 물으시였다. 명식은 영화에게 얼핏 곁눈을 팔더니 느슨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저 친구 안해가 보낸겁니다. 옆방의 강동무네 친척이 삭주에 갔다가 영화동무의 안해를 만났답니다. 그 사람한테 보내온걸 강동무가 어제 저녁 친척네 집에 갔다가 찾아왔습니다. 내 즉시로 들고올가 하다가 한창 학습에 열을 올리는데 지장이 될것 같아서 그냥 두었댔습니다.》

《그렇군요! 듣던바대로 영화동무 안해의 지성이 정말 지극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정성스레 꾸린 꾸레미를 쓸어보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영화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몹시 거북스러운듯 손을 내밀지 못하고 머뭇거리였다. 그러면서도 편지와 꾸레미를 훔쳐보는 눈길에는 안해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불꽃이 숨길수 없이 타오르고있었다.

정일동무, 내 생각엔 …》

영화를 곁눈질해보며 웃음을 참고있던 명식이가 불쑥 끼여들었다.

《로어시험을 치른 다음에 편지와 꾸레미를 헤쳐보는것이 좋겠습니다.》

《그건 어째서요?》

정일동무도 짐작이 가겠지만 저 친구는 대단한 애처가지요. 이제 편지를 읽고나면 눈앞에 안해의 얼굴이 얼른거려서 로어문자가 보이지 않을겁니다.》

《아니, 그건 생트집입니다. 난 반대입니다. 영화동문 안해의 도움이 있었기때문에 오늘과 같이 대학생으로 되였습니다. 영화동문 안해를 잊지 말아야 시험준비를 잘할수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영화동무, 내 말이 옳지 않습니까?》

그이께서 명식의 롱을 받아 한수 더 뜨시자 옹색하게 앉아있던 영화도 벌쭉 웃었다. 명식은 그 모양을 보고 영화의 어깨를 치며 소리내여 웃어댔다.

《이 친구, 아무리 시험공부가 급해도 안해의 편지부터 보고싶은 모양이지.》

김정일동지께서 영화에게 편지를 집어주시였다. 영화는 주밋거리며 편지를 받았다. 무슨 사연을 적었는지 편지봉투가 두툼했다. 그에게 보내는 안해의 편지는 언제나 짧지 않았다. 겉봉에 씌여진 낯익은 글씨를 보는 그의 가슴은 벌써부터 사무쳐오는 정회에 젖어들었다. 안해의 단아한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고 다정한 목소리가 봉투안에서 올려나오는듯싶었다. 봉투를 뜯고 속지를 뽑아보니 자그만치 석장이나 되였다. 그는 옆에서 긴 목을 뽑아들고 기웃거리는 명식이 훔쳐볼세라 편지를 바싹 가슴앞으로 당겨들고 고개를 숙이였다.

《이 사람, 하필이면 우리도 귀동냥을 좀 할수 있게 소리내여 읽게나. 전쟁때엔 동무한테 애인의 편지가 오면 전중대앞에서 독보하군 했다구 제가 말해놓군…》

명식이가 그의 어깨너머로 머리를 들이밀며 보챘다.

《남에게 터놓지 못할 은근한 이야기도 있겠는데 혼자 보게 놔두십시오. 명식동무한테도 그런 편지가 자주 올텐데 뭘 시샘이 나서 그럽니까.》

김정일동지께서 웃으며 그렇게 말씀하시는 바람에 명식은 별수없이 물러앉았다. 영화는 서둘러 편지를 읽기 시작하였다. 한동안 글줄을 더듬어내려가던 그가 갑자기 머리를 들었다.

《아니… 왜 그러오? 집에서 무슨 일이 생겼소?》

명식은 영화의 얼굴빛이 심상치 않아서 다우쳐물었다.

《아니요. 이 편진 정일동무가 봐야 할것 같소. 명식동무가 내대신 좀 소리내서 읽어주오.》

《그렇다? 그럼 내가 읽지.》

명식은 솔뚜껑같은 손을 내밀어 편지를 받아들었다. 김정일동지께서 호기심을 품고 명식에게 어서 읽으라고 눈짓을 하시였다. 명식은 분위기에 맞추느라고 자리에서 일어나 억양을 돋구며 천천히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설림이 아버지에게

당신이 대학으로 돌아간지 얼마 안되는데 이렇게 편지를 쓰는것은 특별히 전할 새 소식이 있어서가 아니예요. 사실은 대학을 그만두려고 결심했던 당신이 생각을 달리하도록 이끌어준 그분에게 저의 고마운 심정을 전하고싶어서 펜을 들었댔어요. 그런데 어쩐지 저의 소행이 외람되게 생각되여 당신에게 쓰는거예요. 당신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 내가 우리의 미래를 얼마나 아름답게 그려보았는지는 당신도 알지 않나요. 그런데 당신이 스스로 대학을 그만둘 생각을 하였다니 정말 가슴이 아팠어요. 나는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가정을 꾸려나가기가 조련치 않았지만 당신이 대학생이라는 생각을 하면 힘에 부치는 일도 그저 즐겁기만 했어요. 만일 당신이 대학을 그만두고 집에 돌아왔다면 난 당신의 가슴을 쥐여뜯으며 울음을 터뜨리였을거예요. 그런데 절망에 빠진 당신을 이끌어 용기를 내게 해준 고마운분이 계셨더군요.

방학으로 집에 돌아온 당신이 배낭속에서 로조사전과 애기모자를 꺼내놓고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 행복한 저녁을 나는 일생을 두고 잊을것 같지 못해요. 애기모자에 대한 말이 났으니 그새 있은 일을 한가지 전하겠어요. 당신도 아다싶이 우리 고장에는 아직 그렇게 맵시있는 방울모자를 쓴 애가 없어요. 설림이가 그 모자를 쓰고 탁아소에 나타나면 같은또래의 애기들과 어머니들이 모두 부러워한답니다. 그래서 우리 삭주직물공장에서도 양털실로 그런 모자를 짜기로 의논했어요. 모두 찬성이였어요. 그런데 좀 난처한 일이 있었어요. 설림이 모자를 견본으로 써야 하겠는데 찔통같은 그녀석이 한시도 모자를 손에서 내여놓지 않으니 야단이 아니예요. 다른 아이들이 좀 써보자고 하여도 발버둥질이고 엄마가 잠간만 보자고 하여도 막무가내예요. 한편 생각하면 그 애가 자기 인생의 첫 귀중한 선물을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것이 기특하게도 생각되여요. 전 하는수없이 그 애가 탁아소에서 굳잠이 들었을 때 가만히 모자를 벗겨다가 동무들과 함께 뜨개방법을 의논하군 했어요. 머지않아 우리 지방산업공장에서도 설림이가 쓴 방울모자와 같은 애기모자를 대량 생산하게 될거예요.

설림이 아버지, 당신은 집에 있을 때 곁에서 보기가 두려울 정도로 공부를 했으니까 재시험에서는 락제과목들을 깨끗이 퇴치하리라고 믿어요. 맨먼저 로어시험부터 친다는데 시험에서 통과되면 즉시에 편지하세요. 손꼽아 기다리겠어요.

그리고 또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 로조사전을 소중히 간수하세요. 당신은 언제봐야 책들을 알뜰히 거두지 못하는 버릇이 있어요. 비좁은 배낭뒤주머니에 책들을 쑤셔넣고 다니며 우리 글을 익히던 때에 붙은 습관이 아직 남아있나봐요. 마분지로 책곽을 만들어 보내니 로조사전을 그속에 넣어 보관하군 하세요.

밤늦게까지 공부를 할 때면 시장할것 같아서 미시가루를 보내요.

안녕히 계셔요.

당신의 안해 로성희로부터》

명식은 편지를 다 읽고나서 감동에 젖은 눈길로 김정일동지를 바라보았다.

《참 다심한 안해입니다. 편지도 잘 썼고…》

김정일동지께서 입속말로 조용히 뇌이시였다.

영화는 안해에 대한 고마운 생각으로 가슴을 들먹이며 말없이 꾸레미의 끈을 풀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나 단단히 옭매놓았는지 손톱에 힘을 주어 신고를 하고서야 매듭들을 풀수 있었다. 겉에 씌운 천보자기를 펼치니 크지 않은 미시가루주머니와 책곽이 드러났다. 마분지에 빨간 비로도를 씌워 만들었는데 그 솜씨와 성의가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영화는 얼른 책상우의 로조사전을 쳐들고 책곽속에 꽂아보았다. 어느 한구석 곯지 않고 딱 들어맞았다. 책을 곁에 놓고 맞추어보며 만든것도 아닌데 신통하였다. 영화가 안볼 때 안해가 로조사전의 규격을 재두었던게 분명했다.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정성이 지극하니 이런 솜씨를 보일수 있었을겁니다.》

김정일동지께서 책곽을 손에 들고 찬찬히 살펴보며 말씀하시였다. 영화는 붉어진 얼굴에 어줍은 웃음을 그리더니 얼른 미시가루주머니를 풀었다. 대뜸 고소한 냄새가 방안에 풍겼다.

《촌음식이긴 해도 한번 들어보십시오. 그런데 숟가락이 없구만.》

영화는 어찌했으면 좋을지 몰라 난처해하는데 명식이가 제꺽 종이숟가락을 만들었다.

《이거면 되지. 군대에서 신변기재리용법을 배우지 않았나.》

《그거 정말, 미처 생각을 못했구만.》

영화가 이렇게 중얼거리며 하얀 종이장을 꺼내 김정일동지앞에 내놓았다.

《고맙습니다. 보기만 해도 구미가 당깁니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종이숟가락을 만들어드시고 미시가루를 한술 듬뿍 뜨시였다.

《내 아무때고 한번은 방학에 영화동무네 집에 가보겠습니다.》

그이께서는 멀리 삭주에 있는 영화의 안해와 아들애를 그려보며 뜨거운 정이 흐르는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고뿌에 더운물을 따르던 영화는 귀가 번쩍 열리면서 주전자를 든채 따져물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이 아니구요. 삭주에 한번 꼭 가보겠습니다. 영화동무네 새 살림도 구경하고 또 설림이 어머니가 일한다는 직물공장도 구경하고…》

《약속했습니다. 앞으로 방학이 오면 우리 집으로 꼭 함께 갑시다. 정일동무가 나타나면 우리 집사람은 기뻐서 어쩔줄 모를겁니다.》

《그런데 한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무슨 조건입니까?》

《동무가 앞으로 우등생이 된 다음에 가겠습니다. 그래야 나도 동무의 집에서 후한 대접을 받게 될거란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내 꼭 우등생이 되겠습니다.》

영화는 그이의 손을 두손으로 부둥켜잡고 목메인 소리로 부르짖었다. 김정일동지께서도 끓어오르는 기쁨을 느끼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어느새 새날이 밝아오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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