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 회)


15


건설속도가 높아지면서 김원삼은 언제한번 편안히 앉아있을새 없이 계약된 설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국의 련관단위 기업소들을 팽이돌듯 하였다.

함흥과 원산, 경성과 청진 등등…

잠시라도 숨을 돌리면 건설이 중단된다. 뛰자, 신발창이 닳도록 뛰고 또 뛰자.

이것은 김원삼이 입버릇처럼 외우는 말이였다.

그런 속에서도 뽐프수입에 대하여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수 없었다.

그것은 처음 뽐프수입문제가 제기되였을 때 자신이 당의 국산화정책을 대하는 자세와 립장이 떨떨했던탓에 리석민에게 양보를 하고 물러앉은것이였다.

리대철을 만난 후 리석민에게 타협한것이 온몸에 퍼진 종양처럼 심신을 괴롭히는데 어쩌면 일생 씻지 못할 과오처럼 여겨졌다.

동주뽐프공장에서 자력갱생하겠다는데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결심을 세운 김원삼은 며칠전 건설지휘부 책임일군들에게 수입계획을 철회하고 그 공장에 생산을 맡길것을 강경하게 제기하였다.

그의 돌발적인 제기에 일군들은 이미 대방과 수입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제 와서 계획을 바꾸면 어쩌는가고 난색을 지었다.

거기에 리석민이 급해맞아 그것은 나라의 대외적권위와 관련되는 중대한 문제라며 중언부언하는 바람에 둘사이에 한바탕 론쟁을 벌리였다.

하지만 김원삼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렇게 되여 지휘부에서는 수입계획을 취소하는 문제를 리석민에게 위임하게 되였는데 예상외로 그는 대범하게 알겠노라고 머리를 끄덕이였다. 다행스러운 일이였다.

일이 자기의 의도대로 되리라 믿은 김원삼은 리대철에게 전화로 조만간에 자기네 사장이 부를것이니 올라와서 합의를 하라고 이르고 그길로 순천으로 떠났다.

한편, 현장에 나갔다가 사무실로 돌아온 리대철은 김원삼의 방에 전화를 걸었다.

응답이 없었다. 손전화기로 신호를 해보았으나 전원차단으로 나왔다.

회의중인가? 전번전화때 김원삼은 뽐프수입을 중지할데 대한 리대철의 제기를 건설지휘부일군들에게 상정시켜 수입계획을 취소할데 대한 문제를 위임받은 리석민사장이 조만간에 부를것이라고 하였는데 왜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지 마음이 불안하였다.

혹시 대방과 계약한 수입안을 취소시키기가 아쉬워서 시간을 늦잡는것이 아닐가? 그럴수도 있었다.

리대철은 일군이라 하여 모든것을 당정책을 자막대기로 삼고 일할것이라고 믿고 기다린 자신이 어리석지 않은가 하는 생각까지 갈마들었다.

더이상 올라오라는 지시를 기다릴수가 없었다. 이제라도 올라가야 한다.

결심을 세운 리대철은 황황히 사무실을 나섰다.

세포비서들의 모임이 있었는지 각 직장 부문당비서, 세포비서들이 당비서방에서 나오고있었다.

문밖에 서있는 리대철을 본 박영식이 그를 찾았다.

《지배인동무, 들어오십시오.》

방안으로 들어선 리대철은 옹색해졌다.

자기와 나이차이가 많은 당비서가 저렇게 경어를 쓸 때면 당황해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리대철이 방안으로 들어서자 박영식이 공연히 긴장해서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말씀을 낮추십시오, 우리 둘이 있을 때야…》

《허허허, 습관이 돼나서…》

박영식이 권하는 의자에 앉은 리대철이 입을 열었다.

《비서동지, 제 아무래도 평양에 올라가보아야 할것 같습니다.》

리대철의 말뜻을 리해한 박영식이 제 생각을 비치였다.

《나도 요새 예감이 좋지 않습니다.

건설지휘부에서 왜 소식이 없을가 하고 말이요. 여태 소식이 없는걸 봐선 혹시 우리 공장을 믿지 못해서가 아닌지?》

《그런것 같지는 않습니다. 김원삼처장동지의 말에 의하면 그의 제기에 건설지휘부 책임일군들이 수입안을 취소하고 우리 공장에 뽐프생산을 맡기는 문제를 무역회사 사장에게 위임했답니다. 그도 선선히 응했구요.》

《그래요?! 그것 참 기쁜 소식이군요. 그 사장동무가 쉽지 않군요. 수입계약취소가 간단치 않겠는데 역시 웃기관의 일군이 다릅니다.》

《그럼 곧 떠나겠습니다.》

서두르는 리대철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박영식이 넌지시 한마디 던지였다.

《고양정뽐프는 여느 일반뽐프와 달라서 구상화흑연주철을 도입해야 하겠지요?》

《?》

리대철은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박영식의 말이 옳았다.

초고압을 받는 고양정뽐프는 일반주철로 만들어서는 견디여내지 못한다. 반드시 강철이상의 세기를 가진 재질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개량제에 의한 구상화흑연주철이다.

《그건 걱정마십시오.》

《아니, 내 말을 마저 들어보십시오. 물론 공장에 구상화흑연주철가공법을 아는 사람이 없는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그 기술에 정통하였다고 장담할수야 없지 않습니까. 그런것만큼 그들을 기술적으로 지휘할수 있는 전문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 말뜻이 리해 되겠지요?》

그제야 리대철은 당비서가 왜 그런 말을 꺼냈는지 가늠이 갔다.

분명 기계공장에 가있는 엄명선이를 데려오기 위한 전제를 암시하는것이였다.

아닐세라 박영식의 입에서 엄명선의 이름이 튀여나왔다.

《고양정을 단번에 성공하자면 기계공장에 가있는 엄명선기사를 데려와야 하겠습니다.》

그 목소리는 명령처럼 단호하였다.

하지만 리대철은 선뜻 응할수가 없었다.

엄명선이라는 이름을 들으니 속이 언짢았다.

딱따구리처럼 사나운 입부리로 제 눈에 거슬리는것을 보면 가차없이 쪼아대여 사람들로부터 《딱따구리》라는 비난을 받던 엄명선이 3년전 공장을 떠나면서 리대철의 가슴에 박은 못이 아직도 아프게 박혀있었기때문이였다.

《난 반대입니다. 그 사람이 없다고 우리가 할 일을 못하겠습니까.》

그런 말이 나오리라 예감했던듯 박영식의 눈빛이 날카로와지고 어성도 높아졌다.

《허, 지배인동무가 이런 졸장부였는가요? 지금은 인재가 일을 하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인재쟁탈전이라는 말도 생긴거구요. 물론 엄명선기사가 공장을 떠나면서 지배인동무에게 던진 창이 아직도 가슴에 박혀있는줄 나도 압니다. 그래 그게 아물수 없는 상처인가, 내 언젠가 말한것 같은데 그 사람이 자기 개인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놓고 갔습니까? 그 사람이 한 말이 병을 고치는 약이라는 생각은 왜 못합니까. 삭여야 합니다.…》

박영식의 말이 예리한 칼끝이 되여 가슴에 박히였다.

말속에 말이 있다고 당비서의 충고는 얼마나 깊은 의미가 담겨져있는것인가.

고양정뽐프는 단순히 쇠덩이가 아니라 나라의 존엄과 자존심이 무겁게 실려있는 주체조선의 자랑찬 창조물이 되여야 한다.

옳다. 그걸 단번에 성공하자면 엄명선이가 있어야 한다.

그는 구상화흑연주철법을 정통한 전문가이다.

《비서동지! 제가 옹졸했댔습니다. 명선기사를 데려옵시다.》

박영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허허! 난 지배인동무가 그렇게 나오리라고 믿었습니다. 지배인동무가 승인을 했으니 그를 데려오는건 내가 맡지요.》

《반대없습니다. 그 사람은 내가 가면 뒤발질을 할겁니다.》

박영식이 고개를 저었다.

《무슨 그렇게까지야 하겠습니까.》

두사람은 어깨나란히 사무실을 나섰다.

facebook로 보내기
twitter로 보내기
cyworld
Google+로 보내기
evernote로 보내기
Reddit로 보내기
linkedin로 보내기
pinterest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naver로 보내기
mypeople로 보내기
band로 보내기
kakaostory 로 보내기
flipboard로 보내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