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8 회)


제 6 장


(12)


보름나마 대궐자리를 찾아 평양의 곳곳을 돌아보는 을파소는 이 아침 음우를 앞세우고 대동강가의 청암산에 올랐다.

푸른 바위가 있어 청암산이라 불리우는 산마루에 올라선 을파소는 한동안 대동강물이 굽이치는 절벽을 끼고있는 골안을 굽어보았다.

이 산에 오르는지도 세번째였다.

늦어 열흘안에 대궐터를 선정하리라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헛물을 켜고있으니 등이 달아올랐다.

을파소가 아직도 앉아뭉개는것은 마음에 드는 자리가 없어서보다 너무 많기때문이였다.

여기도 마음에 들고 저기에도 마음이 끌리니 그래서 결심을 내리기가 힘들었던것이다.

함박메(모란봉)를 가리키며 을파소가 입을 열었다.

《구제궁이 저 산중턱에 있었다고 했던가?》

벌써 여러번이나 구제궁자리를 돌아보고서도 그에 대해서 또 물으니 음우로서는 어안이 벙벙할수밖에 없었다.

을파소도 어처구니가 없어 웃고말았다.

을파소에게는 구제궁자리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허나 박달임금의 후손으로서 시조임금의 대궐자리에다 감히 후대임금의 대궐을 차려놓을수 없기에 돌아서고말았었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박달임금의 궁궐은 대동강기슭으로부터 9개의 돌층계를 거쳐야 오를수 있다는것이다.

그래서 후세의 사람들이 구제궁이라 불렀는데 온통 푸른빛이 찬란한 옥돌로 지은 아름다운 궁전은 천하에 그 하나뿐이였다는것이였다.

마침 썰물이라 강복판에 드러난 너럭바위뒤 조천석에로 눈길을 옮긴 을파소에게 뇌리를 치는것이 있었다.

이 골안에 있는 옛 성터도 단군조선의 토성자리라는데 그렇다면 구제궁이 마주 바라보이는 이런 곳에 대궐을 앉힐만 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바로 이거다. 모든것은 생각하기탓이라고 구제궁 가까이의 이 자리는 과시 명당자리라고 할만 하다.

마침내 이 골안의 옛 성터에다 대궐을 짓기로 결심한 을파소는 그제야 만족함을 느끼였다.

골안의 중턱이 널직하니 그곳에다 대궐을 짓고 또 성벽의 자리를 따라가며 성벽을 다시 일떠세우면 위나암성이나 졸본성에 못하지 않을것이였다.

(아니, 그것들보다도 우월해.)

왕성강의 덕택으로 성이 물우에 떠있는듯싶은 이런 형국은 다른데서는 찾아보기 힘들것이였다.

기분이 뜬 을파소는 바위우에 걸터앉으며 음우에게 제곁에 와앉으라는 손짓을 하였다.

《이번에 네가 큰일을 했다.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우면 상을 내리게 되여있으니 어떤 상을 준다?》

을파소의 곁에 와앉은 음우가 웃으며 대꾸했다.

《이렇게 국상어른의 곁에 와앉았으니 큰상을 받은것이 아니겠소이까. 그리고 소인은 모르는걸 가르쳐주는 상을 제일 좋아하오이다.

아직 정오가 되려면 시간이 있사온데 그동안 무엇이든 배워주사이다.》

을파소는 환하게 웃었다.

《좋아, 그래 어떤걸 알고싶으냐?》

음우는 남쪽을 가리켰다.

《책을 보니 백제와 신라 그리고 가야는 진국의 강토였다는데 그들도 동족의 나라라 볼수 있나이까?》

음우의 손을 잡은 을파소는 길게 숨을 내쉬였다.

《진국이라… 하긴 네 나이에 아직은 아는것보다 모르는것이 더 많으니 그럴수 있지.

똑똑히 알아두거라. 백제와 신라, 가야가 차지한 강토가 진국의 강토이기 전에 그 땅은 박달임금께서 세우신 단군조선의 강토였다는거다. 물론 사람들도 한피줄을 이은 한겨레였지. 박달임금의 단군조선에서는 남쪽에 진국이라는 후국을 두었는데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국력이 진해지니 진국이 떨어져나간게다.

세월이 흐르니 진국도 망하고 바로 그 땅에서 백제도 가야도 신라도 생겨났다.

게다가 백제는 동명성왕의 왕자인 온조를 시조로 여기고있지. 옛적에 온조는 나라를 세울 뜻을 품고 부아악(북악산)으로 가서 십제라는 소국을 세웠었지. 그 십제가 오늘의 백제로 되였단다.》

을파소는 자기의 말을 귀담아듣는 음우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라도 마찬가지야. 처음 신라땅에다 사로국이라는 소국을 세운 사람을 박혁거세라 하는데 그도 본시 단군조선에서 백성들을 거느리고 남하해간 북쪽사람이란다. 피줄이 하나이면 동족이 아니겠느냐.

박달겨레의 강토를 하루빨리 하나로 이어놓으려면 평양을 크게 일떠세우고 평양에 의거해서 동족의 나라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

정오를 가리키는 해를 본 을파소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오늘은 참 좋은 날이니 어서 가서 한잔씩 하자꾸나.》

껄껄 웃는 을파소를 향해 숲속에서 희동이 활을 겨누고있었다.

음우를 앞세우고 산을 내리는 을파소를 겨눈 희동이 시위를 놓자 핑!― 소리와 함께 화살이 튕겨나갔다.

화살은 면바로 을파소의 등으로 날아들었다.

평양성을 크게 일떠세우리라는 흥분된 마음으로 산을 내리던 을파소는 《앗!―》소리를 지르며 넘어졌다.

깜짝 놀란 음우가 을파소를 부둥켜안았을 때 그는 가쁜숨을 몰아쉬고있었다.

모진 아픔속에서 이게 마지막이 아닐가 하고 생각하니 을파소에게는 땅을 치며 통곡하는 중실부인의 모습이 보이는듯싶었다.

그의 두눈에서 눈물이 솟구쳐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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