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 회)


제 3 장


(4)


도성에 불려올라온 을파소는 국내성의 남문안에 있는 덩실한 기와집에 려장을 풀고 성품도 어질고 행실도 고와 과시 현숙한 부인이라고 부를만 한 젊은 녀인의 시중까지 받고있지만 심기가 여간 무직하지 않았다.

조정에서 임금과 종친들이 사는 5부의 중심지 계루부에서도 노란자위라고 할수 있는 국내성안에다 거처를 정해준걸 보면 불길한 일은 없을상싶은데 속이 무직한것은 앞일을 전혀 예측할수 없기때문이였다.

차라리 불길한 일이 차례진다고 해도 그게 무엇인지 속시원히 알고있다면 이다지도 불안스럽지는 않을것이였다.

이런 때 안류를 찾으면 좋으련만 파수군들이 문밖출입을 엄히 단속하고있으니 불안한 마음을 혼자 묵새겨야 했다.

그런 속에서 한시름 놓이는것은 우황때문에 옥고를 치르던 고향사람 바호가 옥에서 나왔다는 소식이 온것이였다.

고우루가 도성에 당도한 그 다음날로 옥에서 그를 놓아주게 하였을뿐아니라 우황도 찾아주고 악독한 장사군놈을 옥에 처넣었던것이다.

그것을 놓고보면 확실히 고우루는 의리도 있고 실속도 있는 사내다운 사내임을 알수 있었다.

이제는 일부러 도성에 올라와 빼내려 하였던 그 사람을 구원해냈으니 지금은 이내 앞날이 어찌되는가를 기다리면 될것이였다.

이러구러 도성에 올라온지 닷새가 되는 날이였다.

당기지 않는 아침밥을 몇술 뜬 을파소는 답답한 마음을 달래보려고 뜨락을 거닐고있었다.

그때 호화로운 수레 한대가 마당에 멈춰서더니 낯모를 사람들이 내리였다. 두사람인데 두사람이 다 머리에 절풍이 아닌 책을 썼다.

절풍보다 운두가 높고 뒤부분이 두가닥으로 갈라져올라간 책은 신분이 아주 높은 대가들이나 쓸수 있는것이였다.

고을을 다스리는 처려근지조차도 절풍을 써야 하는데 두사람이 다 책을 썼으니 보통벼슬아치는 아닐것이였다.

키가 좀 작고 몸이 갱핏한 사람이 을파소에게 물었다.

《혹시 서압록고을에서 오신분이 아니오이까?》

그들이 바로 자기를 찾아왔다는것을 안 을파소는 대뜸 긴장해졌다.

《그렇소이다.》

그 사람이 수레를 가리켰다.

《함께 가셔야겠소이다.》

을파소는 대관절 누가 자기를 찾고있는지 알고싶었다.

《어데로 가야 하오이까?》

그 사람은 딱 잘라 말했다.

《그런건 묻지 마소이다. 자, 어서!》

울렁이는 가슴을 부여안고 을파소는 수레에 올라앉았다.

세필의 말이 끄는 호화로운 수레는 경쾌하게 내달렸다.

넓은 대통로를 타고 얼마쯤 내달리니 온통 붉은 기와를 떠인 요란한 대궐을 둘러싼 궁성의 웅장한 대문앞에서 멈춰서는것이였다.

《이젠 내리시오이다.》

수레에서 내려선 을파소는 비로소 임금이 자기를 불렀다는것을 깨달았다.

《자, 들어가시오이다.》

벼슬아치들의 안내를 받으며 궁성문으로 들어선 을파소는 다른 사람도 아닌 임금이 불렀다는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요즘같이 복잡한 때에 임금이 시골의 늙은이나 만나 무엇을 하겠는가.

무심결에 옷매무시를 바로하며 을파소는 졸지에 몸이 쪼그라드는듯 싶었다.

자기의 차림새가 너무 초라하기때문이였다.

궁성안의 사람들은 하다못해 심부름이나 하는 궁인일지라도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값진 갖신을 신고있었다.

그러나 기운 베옷차림의 을파소로서는 남의 꽃밭을 밟는듯 옹색하기 그지없었다.

마음이 쫄아든 을파소는 죄를 진 사람처럼 고개를 떨구고 그들이 이끄는대로 걸음을 옮겼다.

을파소는 앞뒤좌우에서 이끄는 그들을 따라 어느 한 방에 들어섰다.

크지는 않아도 볕이 잘 드는 방이였다.

방에 들어선 을파소는 맞아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는 순간 황급히 꿇어엎드렸다.

누런 룡포를 걸치고 흰 백라관을 머리에 쓰고 허리에 금띠를 띤 이런 차림은 나라에서 오직 한사람, 임금밖에 할수 없는것이였다.

삽시에 얼굴에 땀이 내밴 을파소는 머리를 조아리며 입을 열었다

《대왕마마, 좌물촌의 농군 을파소 문안드리오이다.》

갈린듯 하나 퍼그나 부드러운 목소리가 을파소의 머리맡에서 울리였다.

《일어나오.》

임금이 몸소 부축하여 일으키니 을파소는 너무도 황송하여 손발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눈길은 또 어데다 건사해야 할지 몰라 허둥거렸다.

《자, 여기에 와앉으소.》

혼이 빠진듯싶은 을파소는 임금이 이끄는대로 몸을 맡길수밖에 없었다.

을파소를 좌상에 앉힌 임금은 황송하여 눈길을 허둥거리는 그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늙은 을파소가 기운 옷을 입었어도, 또 볕에 타서 얼굴이 새까매도 준수한 용모에 도도한 기품이 어려있는것이 마음에 들었다.

정말 이 늙은이가 천하에 보기 드문 인재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안류에게서 을파소의 래력과 자질, 인품을 안 임금이였지만 그에게 나라의 실권을 맡기자고 보니 직접 만나 보다 깊이 료해하고싶었던것이다.

그래서 을파소를 불러들이라는 어명을 내린것이고 당분간 그 누구와도 접촉하지 못하도록 한것이였다.

아무런 예고없이 불의에 불러들여 질문을 한다면 그의 됨됨을 더 잘 알수 있을것이였다.

을파소를 마주향해 룡상에 걸터앉은 임금은 시종 그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짐이 그대를 부른건 몇가지 국사를 론하고싶기때문인즉 서로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았으면 하오.》

모든게 뜻밖이기만 한 을파소는 지금의 일이 현실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조정에 인물가난이 들었기로서니 나라님과 국사를 론할 몇몇 재사마저 없겠는가. 세상에 나같은 시골사람과 국사를 론하겠다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꿈에서는 언제인가 나라님을 만나 백성들의 하정도 아뢰이고 나라를 강대국으로 일떠세우는데 필요한 조언도 드리고 임금과 한자리에 앉아 음식도 나누었었다.

그리고 생시에는 단신으로 대궐로 불려들어가 국사를 의논하는 상상을 해보았지만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지리라고는 한번도 믿어본적 없었다.

정녕 어떤 국사를 론하자고 하는것인지?!…

일개 촌늙은이로서 지엄한 임금님과 한자리에서 국사를 그것도 단둘이서 론한다는게 말도 되지 않는다. 후날 남들의 웃음감이 되지 않으려거든 애초에 물러감이 바른 처사이리라.

머리를 조아리며 집으로 돌아갈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애원하려 했던 을파소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뜻을 가진자 두번다시 없을 이 좋은 기회를 어찌 놓칠수 있단 말인가. 고구려를 위해 더없이 좋은 기회를 놓친다면 죽어서도 후회하게 될것이다.

정신이 번쩍 든 을파소는 한생에 터득한 모든 재간을 다해 임금을 도우리라 마음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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