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 회)

 

27

 

아직 초봄, 351고지를 포함한 전선동부지역을 시찰하신데 이어 전선서부를 찾으시기 위해 이른아침 김정일동지께서는 야전숙소를 떠나시였다. 차창밖으로 강원땅의 높고낮은 산발이 흘러가고있었다.

요즘 더욱더 달라져가는 산천풍경이 그이의 마음을 아릿하시게 하였다. 전선시찰의 길을 오갈 때마다 느끼시는바이지만 산기슭까지 들어앉았던 다락밭들이 점점 산중턱에로 이어지고있었다. 어떤 야산은 아예 벌거숭이로 되여버렸다. 산림이 파괴되는것도 문제이지만 그이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는것은 온 나라를 휩쓴 식량기근이였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이 배를 곯아야 했고 녀인들은 부뚜막에서 남모르는 눈물을 흘려야 했다.

불현듯 그이의 눈가에 비껴든 모습… 부부인듯싶은 두사람이 지게를 지고 다락밭 비탈길을 오르고있었다. 등에서 내리누르는 거름의 중량때문인지 고개를 수굿하고 힘겹게 걸음을 옮긴다. 남자의 손에는 지팽이까지 쥐여져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창가에서 시선을 돌릴수 없으시였다. 미제와 그 련합세력들의 봉쇄, 제재책동은 이처럼 우리 인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있었다. 그런데도 이대로 참고 견디여야만 하는가! 자주성을 생명으로 하는 우리가 적들의 도전에 가만히 있어야 하겠는가! 우리의 생존권, 생활권, 발전권을 빼앗아내려는 잔악무도한 미제와 반드시 결산을 해야 한다. 넥타이를 맨 양복차림으로 걸어갈수 없는 길, 희생도 불사할 각오없이는 더우기 갈수 없는 길,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그 길을 가야 한다. 오늘보다 래일을 더 사랑하기에…

야전차가 령마루에 오르자 그이께서는 부관에게 이르시였다.

《우리 아침바람이나 좀 쏘이고 떠납시다.》

야전차에서 내리신 그이께서는 천천히 뒤짐을 지신채 이윽토록 령아래를 굽어보시였다. 비교적 넓은 전야가 눈앞에 펼쳐져있었다.

그러나 그마저 복잡하게 얽혀진 구릉과 언덕들로 하여 다락논, 뙈기밭들이였다.

그이께서는 뒤따라 차에서 내린 인민군지휘성원들을 둘러보며 누구에게라없이 말씀하시였다.

《올해는 어떡하든 농사를 잘 지어야 합니다. …》

장령들도 그이의 심중이 헤아려진듯 무거운 기색들이다.

어버이수령님의 평생소원은…》

그이께서는 다시금 령아래 벌을 둘러보고나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우리 인민들에게 흰쌀밥에 고기국을 먹이는것이였습니다. …》

갑자기 목이 갈려 더 말씀을 이으실수 없으시였다.

불현듯 떠오르는 추억…

수령님께서 함경남도를 마지막으로 찾으신 때였다. 그날 수령님께서는 혁신적성과를 이룩한 로동자, 기술자들을 축하하시여 국수를 잘하기로 소문난 신흥관에서 연회를 차리시였다. 그러나 연회마감에 오른것은 국수가 아니라 흰쌀밥에 고기국이였다.

수령님께서는 영문을 몰라하는 모두에게 사색깊은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동무들도 다 알겠지만 이 신흥관은 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입니다. 그러나 나는 오늘 처음으로 그 관례를 어겼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평생소원이 우리 인민들에게 흰쌀밥에 고기국을 먹이는것이기때문이였습니다. 그 소원이 아직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자나깨나 바라는 마음이기에 오늘 이렇게 동무들한테 흰쌀밥에 고기국을 대접하도록 하였습니다.》

연회참가자들모두가 눈물을 쏟으며 숟가락을 잡았다는 이야기는 오늘도 함흥땅에 전설처럼 전해지고있다.

지금도 그때 일을 돌이켜보시느라니 가슴이 미여지는듯 하시였다. 제국주의자들의 제재와 봉쇄 그리고 겹치는 자연재해로 온 나라에 식량위기까지 닥쳐왔다.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영생하시는 어버이수령님께서 이 사실을 아시면 얼마나 가슴아파하시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무거운 생각을 돌릴듯 인민군지휘성원들중 박진건에게 물으시였다.

《박진건동무는 이번에 집에 들려 무슨 밥을 들었습니까?》

박진건은 저으기 송구스러운 어조로 말씀올렸다.

《흰쌀밥을 먹고 왔습니다.》

그이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솔직하고도 고지식한, 그래서 열가지를 하고싶어도 당에서 한가지를 하라면 한가지만을 할줄 아는 그의 성품을 잘 알고있는지라 너그럽게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그러면 됐습니다. 동무는 내내 나만 따라다니다보니 공기죽과 줴기밥에 습관되였겠는데 가정에서라도 따끈한 흰쌀밥을 들어야지요. 그리고 어쩌다 집에 들리군 하는 령감님한테 부인이 흰쌀밥을 대접하는것은 응당한 성의입니다.》

그이께서는 한결 밝아진 분위기속에서 자신의 결심을 내놓으시였다.

《나는 올해 농사를 인민군대를 가지고 지으려고 합니다. 전연경계근무와 전투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들을 제외하고는 다 농촌지원에 돌릴 계획입니다. 그러면 사회의 본보기로 등장하는 인민군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도 좋을것이고 인민들에게 주는 신심도 클것입니다. …》

그이께서는 장령들에게 령아래 밭들을 가리켜보이시였다.

《우리 군대가 할 일이 많습니다. 토지를 정리하기 위한 대자연개조전투를 벌리지 않고선 식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수 없습니다.

전선동부지역을 시찰하면서 대략 료해하였지만 먼저 여기 강원도땅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할것 같습니다. 그 경험에 기초하여 국가적인 토지정리사업을 벌린다면 우리는 가까운 몇해어간에 국토의 면모를 일신시킬수 있습니다.

동무들은 이런 나의 의도를 알고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를 잘하고있다가 일단 명령이 하달되면 즉시 동원되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야전차는 다시 길을 떠났다. 달리는 야전차안에서 그이께서는 작년부터 결심하고있던 또 다른 문제를 생각해보기 시작하시였다. 인민군대가 감당해야 할 일이 왜 농사와 토지정리뿐이겠는가. 지금 일부 경제일군들은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현 경제적난국앞에 주저앉고있다. 이런 조건에서 혁명의 주력군으로 정한 군대가 경제문제에 협력해야 하는것은 너무도 응당하지 않겠는가? 정무원의 위원회, 부, 중앙기관들에 전임군사대표를 파견할수 있다. 아니, 거기만이 아니라 김책제철련합기업소와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 흥남비료련합기업소와 같은 중요 공장, 기업소들에까지 전임군사대표를 둘수 있다. 물론 여러 의혹들이 제기될수 있다. 오랜 경제실무에다 기업관리경험을 가진 경제일군도 몇해동안 해보다 주저앉은것을 그들이 과연 해낼수 있겠는가, 군대가 혹시 독판치기를 하려는것은 아닌가 하는 등 여러 의견이 있을수 있다. 그러면 전임군사대표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겠는가?…

그이의 사색은 끝없이 이어지시였다. 전임군사대표들의 임무는 당의 명령지시에 대한 절대적이고도 무조건적인 관철정신, 혁명적일본새를 보여주는것으로 되여야 할것이다. 독판치기가 아니라 경제일군들이 자기 단위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잘 틀어쥐고 그들의 역할을 높여 걸린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해줄것이고 련관단위들과의 련계를 강한 질서와 신용속에 지어줄것이며 경제정책을 끝까지 관철할수 있게 떠밀어줄것이다.

이 중대한 결심은 세계 그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어느 체제에서도 있어보지 못한 선군정치라는 새로운 정치방식의 탄생을 앞두고 그 방식에 대한 과학성과 진리성, 생활력을 검증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야 할것이다. 더우기 적들의 극악한 군사적공세와 경제적제재로부터 조성된 우리 나라의 현실태를 놓고볼 때 가장 정당한것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이 취해지기 전에 반드시 있어야 할것이 있다. …

야전차는 어느덧 산간도로를 벗어나 포장도로우에 올라섰다. 그러자 속력은 배가로 높아져 끝없이 뻗어져간 도로가 차창앞으로 맞받아 달려온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의자등받이에 몸을 젖히시였다. 시대정신이 있어야 한다. 사회의 전반을 추동할수 있는, 인민군대만이 들고나올수 있는 새로운 시대정신이 창조되여야 할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조직화된 무장집단이라고 하여도 그런 정신이 저절로 생겨나는것은 아니다. 서로 자각하고 추동할수 있는 무슨 방법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오중흡7련대칭호쟁취운동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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