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7 회)

 

제 18 장

 

2

 

홍원경찰서 고등계주임 나까지마 다네조는 함남도경찰부로부터 조선어학회사건을 맡으라는 비밀지령을 받고 당황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다. 그는 이래저래 반평생을 이 경찰서 저 경찰서로 옮겨다니며 외근순사로부터 시작하여 형사를 거쳐 군경찰서 고등계주임까지 해먹고있지만 이렇게 괴이하게 사건을 맡기는 처음이였다. 서울에 있는 조선어학회라는 집단의 총검거를 지방의 조그만 경찰서인 홍원경찰서에서 맡으라니 우선 놀라왔다.

서울사람이 홍원까지 와서 도적질을 했다고 서울놈들을 이 시골에 붙잡아오겠는가. 그는 조선어학회라는것에 대하여 이전에는 관심도 돌려본 일이 없었고 따라서 아는것도 전혀 없었다. 처음에는 이름만 보고 조선어학회가 조선어를 가르치는 무슨 강습소쯤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총검거를 하는것을 보면 무슨 대역죄를 지은 중죄인들이겠는데 이런 인물들을 군경찰서에서 잡아들이라는 까닭이 무엇일가! 서울의 경찰들은 놔두고 국이나 끓여먹자는건가? 이렇게 불만 비슷한 생각을 하다가도 불쑥 떠오르는 공명심에 가슴이 들먹거리기도 했다. 큰 사건을 다루고 솜씨를 보여 2등급승진의 영광이 차례질지도 모른다. 군경찰서의 만년고등계주임으로 고임돌처럼 박혀있는 그로서는 군경찰서장이나 도경찰부 고등과장자리쯤도 꿈에 본 떡 같은것이였다. 더 늙어 꼬부라지기 전에 이번에는 어떻게 하든 솟구쳐보자고 마음먹었으나 애꿎게도 불붙는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게 있었으니 그것은 총검거의 단서로 될만 한 사건을 하나 만들라는 상부의 지령이였다. 서울에 앉아있는자들의 사건을 홍원에서 어떻게 만들라는 말인가? 일본경찰이 사람을 잡아다가 두들겨서 못 만들 죄는 없지만 잡지도 않은자의 죄를 천리나 떨어진 곳에서 미리 만들라는거야 억지치고도 지나친 억지가 아닌가. 그는 직위불만의 틈새기에서 새여나오는 이러저러한 불만을 속으로 터뜨려보기는 하지만 어쨌든 식민지조선에 군림하는 종주국의 종자였고 조선사람에게는 사회적지위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무제한한 권력을 행사할수 있는 일선경찰의 첨병이였다.

경찰의 밑바닥에서부터 고작 경찰교육이나 받으면서 고등계주임에까지 게바라올라간 그는 자기가 다루는 조선의 사상범에 비하여 지능지수도 모자라고 무식하여 렬세에 떨어지기마련이나 그것을 봉창하는것이 곧 총독정치가 그에게 준 권력이고 그에게 무제한 쓰도록 허용되여있는 폭력이였다. 그러니 그에게서는 강제와 억지가 언제나 리성을 압도했다. 세상에서 리성이 없는자들에게 쥐여진 권력처럼 위험한것은 없다.

나까지마 다네조가 드디여 활동을 개시했다. 수하의 형사들을 내몰아 홍원출신, 나아가서는 함남도출신으로 조선어학회와 관계가 있는 인물들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문건을 아무리 들춰도 신통한 답이 나타나지 않던 이 숙제가 정말 뜻밖에도 어처구니없이 우연하고 사소한 사건에서 풀렸으니 나까지마는 이것도 그가 믿는 신의 도움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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