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 회)

 

제 14 장

51

 

미국대통령 트루맨의 특사로 날아든 미국무성 고문인 죤 포스터 덜레스가 리승만을 대동하고 《국회》개원식장에 나타난것은 조소앙에게 있어서 뜻밖의 정황이였다.

이번 《국회》개원식에 커다란 관심을 돌리고 며칠째 그 준비를 하나하나 착실하게 갖추어온 조소앙은 전쟁상인으로 널리 알려진 덜레스가 《국회》개원식에 나타난것이 너무도 뜻밖이였다.

덜레스가 서울에 날아든것은 어제였다. 리승만이 주미《대사》인 장면을 통해 보내온 《정권》붕괴상황을 놓고 깊이 생각한 트루맨이 맥아더의 주장에 공감을 표하고 북진전쟁계획에 대한 최종적인 결심을 위해 덜레스를 자기의 특사로 파견하였던것이다.

그런데 하루가 지난 오늘 그가 리승만을 거느리고 친미계통의 여야당《의원》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세한 반리승만파의 《국회의원》들이 지배하고있는 괴뢰 2대국회의 개원식에 나타났던것이다.

조소앙의 곁에서 곧 웅성거리는 소음들이 퍼져나갔다. 개원식에 참가하려고 의사당회의실에 모여앉아 기다리던 대다수의 《국회의원》들이 한여름의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두터운 검은 양복을 입고 검은 단장을 짚은 덜레스를 향해 손가락질도 하고 싸늘한 웃음도 보내며 그의 출현목적을 나름대로 추리해보느라 회의실이 한동안 떠들썩했다.

조소앙은 그들의 심정이 리해되였고 또 그자신도 그들과 꼭같이 긴장되였다.

전쟁상인으로 널리 알려진 덜레스가 어제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괴뢰군부의 고위장성들과 미군사고문단장을 비롯한 남조선의 군관계자들을 거느리고 38연선일대를 시찰하였다는 소식은 이미 널리 퍼져 조소앙도 알고있었다. 그래서인지 덜레스가 입고 나타난 검은 양복이며 짚고있는 검은 단장이며 쓰고있는 검은색의 모자며가 모두 전쟁을 고취하는 선전물들로 여겨졌다. 까마귀의 깃털과 같은 검은색은 언제나 불결과 공포의 상징으로 알려져있는것이다. 평화를 푸른색으로 표현할수 있다면 전쟁을 표현할수 있는 색갈이 바로 저 검은색일것이다.

성미가 급한 젊은 《의원》들은 로골적인 불신의 감정을 이마에 피여오르는 잔뜩 꼬부라든 주름살들에 담으며 거의 내놓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저 대통령이란 나리가 하필이면 새 국회의 첫 개원식에 미국전쟁상인을 끌고오는거야?》

《분명 전쟁도발을 설교할거야. 리승만을 반대하지 말고 잘 도우라는 훈시나 하려겠지. 저 덜레스란 사람은 영 정이 가지 않게 생겼네그려.》

젊은 《국회의원》들의 짐작이 옳았다.

회의가 시작되여 연단에 나선 덜레스는 모여앉은 《국회의원》들을 거만한 눈길로 내려다보며 뜨직뜨직한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조소앙은 눈가에 불꽃을 담고 덜레스의 한마디한마디를 신경을 도사리고 들었다.

…우리 미국은 한국을 자기의 우방으로 가지고있는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지금 동방에서 쏘련이라는 붉은 유령이 자유세계를 위협하며 지구우에 군림하려 하는 준엄한 시각에 조선반도는 태평양을 통한 쏘련의 세력권확대를 제어하고 견제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우리 미국은 한국의 고수와 번영을 위하여 언제나 당신들의 편에 있을것이다. …

이런 식으로 시작된 덜레스의 연설은 점점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공산주의자들과는 그 어떤 타협이나 양보도 있어서는 안될것이요. 그들은 인간자유를 구속하는 무서운 독재자들이요. 한국의 북반부에 바로 이런 무서운 세력이 여전히 존재하고있다는것자체가 당신들 정의와 자유를 갈망하는 참다운 정치가들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으로 되오. 그러나 내가 이 자리에서 확언할수 있는것은 앞으로 반드시 있게 될 공산주의자들과의 대결전에서 당신들 한국인들은 절대로 외롭지 않을것이며 우리 미국의 강력한 정신적 및 물질적지지를 받을것이라는것이요. 자유와 번영을 위해 영용한 인간들에게는 언제나 승리만이 있을것이요.》

손에 땀발이 돋아났다.

조소앙은 덜레스가 이야기하는 《공산주의자들과의 투쟁》이요, 《한국》이 《절대로 외롭지 않을것이》요 하는 말들이 다름아닌 북진통일, 무력통일을 고취하는것이며 이 자리에 동참한 평화통일세력의 《국회의원》들에 대한 로골적인 위협이라는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수 있었다.

덜레스의 저 위협적이면서도 유혹적인 연설이 반리승만파의 대다수 《국회의원》들에게 혼란과 동요를 가져오지 않을가 은근히 걱정되였다. 이제는 손이 아니라 잔등이 온통 땀에 질벅하게 젖었다. 그는 곁에 앉은 《국회의원》들을 긴장한 눈길로 살펴보았다.

지금껏 이날을 위해 품들여 준비해온 모든것이 수포로 돌아갈것만 같은 위구심에 잠기지 않을수 없었다.

조소앙은 몇자리너머의 앞좌석에 앉아있는 조봉암을 눈길로 더듬어 찾았다. 뒤모습만 보여서 그의 표정이 지금 어떻게 변화되고있는지는 알수 없었으나 그도 몹시 긴장해하리라는것은 뻔했다.

조소앙은 지금껏 저 조봉암과 함께 평양에서 조국전선확대회의를 통하여 내놓은 호소문과 평화통일방략을 실현시키기 위한 준비사업을 면밀하게 짜고들어 진행해왔던것이다.

1950년 6월 10일 미제와 리승만괴뢰도당은 1만여발의 총포탄을 가지고 조국전선의 평화통일호소문을 안고 찾아오는 대표들을 위협하다 못해 그들이 38도선을 넘어서자마자 끝내 체포하여가는 망동을 저질렀었다. 뿐만아니라 리승만괴뢰정부는 조국전선의 이 6월7일호소문에 대한 소식이 방송으로 나가자마자 남조선 전지역에 걸치는 《특별시찰경비》를 실시하였으며 3명의 조국전선중앙위원회 대표들을 체포한 후에는 호소문에 지적된 남북대표자협의회 소집을 파탄시키기 위하여 괴뢰륙군본부명령으로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이틀후부터는 《준비상계엄령》을 선포하였다.

리승만은 자기의 권력지반이 총붕괴의 위기에 직면했다는것을 알아차렸고 최후의 발악을 하고있었던것이다.

소식을 들은 조소앙은 서울 종로2가의 한청빌딩 3층의 사회당본부에서 긴급집행위원회를 소집하였다.

회의에는 사회당 집행위원들뿐아니라 조봉암, 최일천, 최동오를 비롯한 평화통일세력의 지도급인사들도 방청으로 참가하였다.

조소앙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이번에 진행된 2대《국회선거》에서 남북의 협상과 평화통일을 지지하는 무소속계인사들이 압도적으로 승리한것과 관련한 보고를 제기하였다.

또 그자신이 《민주국민당》의 조병옥과 벌린 처절한 《선거》경쟁에서 승리할수 있은것은 자기의 인품이 잘나서가 아니라 평화통일과 남북의 협상을 지지한것으로 하여 대중의 지지와 신망을 얻었기때문이라는것을 상기시키였다.

사회당의 집행위원들이 조소앙의 보고를 지지하여 토론들이 있었고 방청석에서도 이번 2대《국회》를 평화통일촉진을 위한 《국회》로, 남북협상을 지지하는 《국회》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노력하겠다는 결의들을 다지였다.

회의에서는 전쟁을 반대하며 동족상쟁을 고취하는 민족반역자들과의 싸움에서 민족의 선봉대가 되여 결사항쟁할데 대한 취지의 결의문이 통과되였다.

회의가 끝난 뒤 조소앙은 조봉암을 따로 불러 조용히 말했다.

《저녁에 실무적인 문제들을 협의할것이 있으니 조용히 만났으면 합니다. 모시러 사람이 갈겁니다.》

저녁에 조봉암을 데리러 찾아온 젊은이는 성시백과 함께 체포된 리병우의 동생 리창우였다. 창우는 적들의 검거선풍을 요행 모면하여 아직까지 자기 활동을 계속하고있었던것이다.

조봉암이 리창우의 안내를 받으며 서울 삼공호텔의 누비돗자리를 깐자그마한 뒤고방에 들어섰을 때 이미 거기에는 검소하나 정결한 음식상이 차려져있었다.

리창우는 조봉암이 조소앙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잡고 앉는것까지 보고는 그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런데 이때 조소앙이 《창우선생도 여기 앉아있게.》하고 곡진하게 권하는 바람에 얼굴을 붉혔다. 주연좌석을 같이하자고 권하여서가 아니라 갑자기 조소앙에게서 듣게 되는 《선생》이라는 호칭이 귀에 설기도 하고 거북스럽기도 했던것이다.

《소앙선생님, 말씀을 낮추십시오. 저야 아직 젊은 사람인데…》

《아니― 정향명선생이나 리병우선생과 뜻을 같이해온 귀중한 은사인데 어떻게 이런 사람을 우리가 허술히 대할수 있겠나. 향명선생이 체포되고 친형인 리병우선생까지 옥중고초를 겪고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를 위해 이처럼 노력해주고있는 창우선생에게 내 머리를 숙이게 되오.》

《그건…》

성시백과 리병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리창우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눈시울이 확 달아올랐다. 그들에 대한 애절한 감정은 아직도 리창우의 젊은 혈기를 무분별한 복수전에로 불러일으키군 하는것이였다. 그러나 그때마다 성시백이 언제인가 추연한 어조로 이야기하던 말이 생각나 창우의 혈기에 리성의 채찍질을 해주군 하였다.

김일성장군님께선 이미 나라의 부강과 통일을 위한 길에서 가장 가까운 혁명전우이신 김정숙녀사를 잃으시였다. … 녀사님처럼 민족을 위해, 겨레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한몸을 기꺼이 바치련다.》

리창우가 성시백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들은 이 말은 그로 하여금 자신을 가다듬게 하였고 김일성장군님의 민족구원의 뜻을 받들어 이제는 자기와 같은 젊은 세대가 나서야 한다는것을 깨닫게 해주었던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조소앙이 권하는 자리에 앉으며 부디 조국통일을 위한 정의로운 길에서 뜻을 굽히지 말기를 기대하여 한마디 하였다.

《전 지금 성시백선생이 못다한 일을 내 힘자라는껏 해보자는 열망뿐입니다. 성시백선생은 적들에게 체포되는 마지막순간까지 조소앙선생이나 조봉암선생을 비롯한 애국인사들이 김일성장군님의 민족구원의 뜻을 따르는 길에서 탈선하지 말아주기를 바랬습니다. 제자로서 스승의 그 결곡한 뜻을 외면할수가 없어 오늘도 이렇게 소앙선생의 일을 도와나선것입니다.》

말없이 앉아있던 조봉암이 그러지 않아도 과묵해보이는 구리빛얼굴에 추연한 빛을 담고 구리주전자의 술을 잔에 부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창우에게 내밀었다.

《이건 성선생의 모범을 따라 새길에 들어선 우리 민주인사들의 성의를 담은 잔이라고 생각하게. 성시백선생을 대신해서 창우선생이 받아주시오.》

리창우는 조소앙의 손에 이끌려 자리에 더 바투 나앉아 조봉암이 내미는 잔을 받아들었다. 잔을 받아드는 창우의 손이 알릴듯말듯 떨리고있었다.

《사실…》하고 조봉암은 짙은 회오에 잠긴 낯빛으로 리창우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건재하여있고 남조선〈국회〉의 다수의석을 장악할수 있게 된것도 다 정향명선생이 감옥에서도 절개를 굽히지 않고 싸우고있기때문이요. 정향명선생은 우리모두에게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깨우쳐준 선배이고 은인이시오. 우린 정향명선생이 바라는대로 김일성장군님께서 내놓으신 평화적조국통일방안을 실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나가야 할것이요.》

성시백에 대한 이야기로 하여 좌중의 분위기는 처음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리하여 화제는 자연히 조소앙이 예견했던 앞으로의 활동방향에 대한 문제에로 옮겨져갔다.

《옳습니다. 정향명선생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하여서도 1주일후에 열리는 2대〈국회〉에서 평양에서 채택한 조국전선중앙위원회의 평화통일호소문을 그대로 실현시키기 위한 발판을 닦아놓아야 할것입니다. 나는 이 문제를 토의하자고 조봉암선생과 만나자고 한것입니다.》

조봉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문제에 대하여서는 자기도 이미전부터 생각하고있었다고 하면서 조봉암은 6월 19일에 2대《국회》가 새로 개원한 후 늦어도 1주일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6월 26일에는 어떻게 하나 평양의 조국통일방안을 《국회》결의안으로 통과시킬데 대하여 제의하였다. 그들은 상우에 놓인 음식들이 김을 올리며 식어가는것도 모르고 이 계획을 위한 실무적인 토의사업을 오래동안 진행하였다.

성시백에 대한 깊은 리해와 공경심은 그들로 하여금 김일성장군님의 구국통일방안을 따르는 길로 떠밀어주는 원동력이라고 할수 있었다.

조소앙에게는 사실상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의 새아침을 맞이할수 있는 확고한 전망이 보이고있었다.

그것은 지난 6월 7일 조국전선확대회의에서 채택한 평화통일호소문이였다. 비록 리승만이 그 호소문을 전해주려고 오던 조국전선 대표들을 체포구금하는 망동을 저질렀으나 리승만이 그처럼 리성을 잃은 망동을 부린다는것은 그만큼 이 호소문이 주는 충격이 크다는것을 의미하는것이였다. 또 리승만이 평양에서 오는 대표들을 체포하기는 했지만 호소문의 내용은 이미 라지오를 통해 널리 알려져있었다.

물론 리승만의 책동으로 하여 호소문에서 지적된대로 해주나 개성에서 열리게 되였던 남북대표자협의회는 실현할수 없었으나 그 총적인 지향, 오는 8월 5일부터 8일사이에 남북총선거를 실시하고 통일적최고립법기관을 창설하며 8. 15해방 5돐기념일에 서울에서 최고립법기관회의를 소집하자는 평양의 호소에 찬동하는 결의안을 이번 《국회》에서 채택할수도 있는것이였다.

그리하여 조소앙은 신심을 가지고 무소속계《국회의원》들을 불러일으킬 생각을 한것이였고 그것을 정치적관록이나 명망이 있는 조봉암과 먼저 토의하여 합의를 이룬것이였다. 그 합의를 실현할수 있는 중요한 고리가 바로 오늘 있게 되는 이 2대《국회》개원식이였던것이다.

그런데 생각지 않았던 덜레스의 출현과 전쟁을 선동하는 그의 무시무시한 발언으로 하여 조소앙은 조이고있던 마음속 탕개 하나가 부서져나가는듯 했다.

덜레스의 연설은 계속되고있었다.

좌중은 물뿌린듯 한 정적속에 잠겼다. 누구도 선뜻 일어나 반론하려 하지 않았고 시한탄이 장진된 건물안에 앉아있는듯 기침소리를 내는것 마저 저어하였다.

조소앙은 빈혈이 오는듯 눈앞이 어지러워졌다. 숨막히는듯 한 괴로움과 안타까움에 자신을 더는 지탱해낼것 같지 못했다.

땀에 절은 그의 손에 누구인가가 무엇을 가만히 쥐여주었다. 조소앙은 허리를 굽히고 곁에 다가온 자기의 비서를 멍청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소앙선생님, 방금 라지오에서 나온 최신소식입니다. 평양방송에서 북조선 최고인민회의의 상임위원회 결정서가 채택되였습니다. 내용이 그 쪽지에 있습니다. 읽어보십시오.》

처음 그는 비서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수 없었다. 덜레스의 북진통일소리만이 귀가에서 계속 맴돌아칠뿐 그외의 다른 소음은 동굴속에서 나온 소리처럼 웅웅거려 제대로 가려들을수가 없었다. 비서가 재차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서야 그는 정신을 펄쩍 차렸다.

《뭐라구?! 자네 이자 뭐라고 했나?》

《북조선 최고인민회의 결정서가 보도되였다니까요. 지금 한창 라지오로 보도되고있습니다.》

《뭣이?》

조소앙은 황급히 비서가 쥐여준 쪽지를 펼쳐보았다.

쪽지에 씌여진것은 방금전에 평양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명의로 채택된 《평화적조국통일추진에 관하여》라는 결정서의 내용이였다.

김일성동지의 발기와 인내성있는 노력에 의하여 채택된 이 결정에서는 우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와 남조선 《국회》를 단일한 전조선립법기관으로 련합하는 방법으로 조국의 평화적통일을 실현할것을 오늘 개원되는 남조선 2대《국회》에 제의하였다. 또한 이러한 련합의 방법으로 설립된 전조선립법기관이 공화국헌법을 채택하고 정부를 구성하며 이 헌법에 기초하여 앞으로 전조선립법기관을 새로 선거하고 북남조선의 군대를 단일한 군대로 개편하며 《유엔조선위원단》을 조선에서 즉시 물러가도록 할것을 지적하였다.

(아, 김일성장군!)

조소앙은 입속으로 뜨겁게 부르짖었다. 소리쳐 일어나 만세를 부르고싶었다. 김일성장군님의 숭고한 민족애와 견결한 자주정신, 평화애호정신앞에 그는 머리를 깊이 숙이였고 진정으로 경탄해마지않았다.

김일성장군님이시야말로 북조선은 물론 이남의 모든 민중이 구세주로 받들어모셔야 할 천출위인이고 하늘같은 웅지를 지니신 위대한 영웅이심을 다시한번 절감했다.

조소앙은 황급히 쪽지를 조봉암을 비롯하여 주변에 앉은 무소속 《국회의원》들에게로 돌렸다.

덜레스의 연설은 이미 끝나가고있었다. 연단에 오래 서있느라 지쳤는지 도간도간 기침을 괴롭게 톺으며 그래도 마지막까지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려고 하였다.

《나는 당신들 한국 국민들의 기대와 지지속에 있는 국회의원제씨들이 오늘의 력사적인 시대에 자기에게 부여된 사명과 역할을 책임적으로 성실하게 수행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미합중국을 대표하여 확언하게 되는바요.》

이제는 그의 연설에 귀기울이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회의장에 앉은 《국회의원》들속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결정서내용이 급속한 속도로 퍼져나가 장내를 극도로 격동시켰던것이다. 전쟁을 부르짖는 덜레스의 쉬여빠진 목소리와는 너무도 대조되는 평양소식이 조금이나마 민족의 얼을 간직하고있는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새 희망에로 떠밀어주고있었던것이다. 그들은 덜레스의 연설이 끝나고 휴식이 선포되였을 때 서두르며 분주하게 회의장을 나섰다.

조봉암이 사람들의 물결을 헤가르며 조소앙에게로 성급하게 걸어왔다.

《소앙선생, 김일성장군님은 정말 천재적인 정치가이시오. 우리 그이께서 제시한 최고인민회의 결정서를 〈국회〉의제로 내세우고 그것을 무조건 통과시키기요. 오직 그것만이 위기에 처한 오늘의 상황에서 조선민족을 구원해내는 길일것이요.》

조소앙은 자기 손을 잡고 흔드는 조봉암의 손을 마주잡았다.

《평양에서 채택된 결정서의 내용에 접하고보니 이제는 우리가 갈길이 더욱더 명백해졌습니다. 우린 김일성장군님께서 제시하신 새로운 구국통일방안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며 그것을 정책으로 선포해야 할것입니다. 100여명이나 되는 우리 평화통일세력과 무소속계의 〈국회의원〉들이 두말없이 찬동할것입니다. 리승만은 더는 자기 마음대로 동족을 칼도마우에 올려놓을수 없을것입니다.》

그들은 다음주 월요일인 6월 26일에 열리는 《국회》에서 평양의 평화적조국통일추진에 관한 결정서를 가결에 붙이고 통과시키기로 합의를 보았다. 2대《국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있는 《국회의원》들이 모두 리승만을 반대하고 평화통일을 지지하는 새로운 세력의 성원들이였으므로 승리는 확정적이라고 말할수 있었다.

조소앙은 민족의 운명개척에서 자기들이 할수 있는 역할이 바로 이날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지금은 많은것이 바로 이 6월 26일이라는 운명적인 날자에 달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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