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3 회)

 

제 1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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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무, 표무원이 의거입북하여 들어온 후에도 남조선의 애국적군인들속에서는 개별적으로 혹은 집단적으로 의거입북해들어오는 사건이 계속 련발하였다. 1949년 8월 8일 밤에는 황해도 장연군에 자리잡은 몽금포로 괴뢰해병대원이 남조선주둔 미해군사령관의 전용선을 탈취하여 타고 의거입북해들어왔다.

이것은 전적으로 김일성장군님을 따르는 길만이 참된 애국의 길이라는것을 깨닫고 미제와 리승만의 전쟁책동을 반대하고 그에 도전하는 남조선의 민심과 군심의 발현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승만은 그 함선이 북조선측에 나포되였다고 하면서 미국의 지휘조종밑에 남조선괴뢰해군의 《특별정대사령부》라는것을 부추겨 나포된 함선을 《구출》하기 위한 몽금포기습작전을 꾸미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8월 18일 밤 37미리기관포와 각종 구경의 중경기관총으로 무장한 300톤급괴뢰함정 6척이 백령도와 마주한 황해도 장연군 해안면 몽금포리 앞바다로 침입해들어왔다가 아군해안경비대의 반격을 받고 쫓겨갔다.

사실 1949년 하반년에 들어서면서 더욱더 가렬해지고 빈번해진 38도선에서의 무장충돌과정과 그 결과는 리승만의 괴뢰군을 가지고는 북조선의 인민군대는 물론 비정규무력인 공화국경비대와도 맞설수 없다는것을 여실히 증명해주었었다. 이러한 조건하에서 미군이 정말로 남조선에서 철퇴하는것으로써 조선에서 손을 떼려 한다면 리승만이나 괴뢰국방부는 절대로 송악산이나 몽금포공격과 같은 대규모적인 침공작전을 진행할 엄두를 못 낼것이였다. 실지로 미국은 저들의 군대철퇴성명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미태평양함대 분견대를 남조선에 보내여 진해, 부산, 포항, 인천, 려수, 묵호의 해군기지들을 포함한 여러 항구들을 미태평양함대의 림시기동기지로 사용할 권한을 리승만으로부터 획득해냈던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 이미 예견하시였던 그대로 미군의 군대철퇴성명이 한갖 기만술책에 불과하다는것을 이제와서는 긴 설명이 없이도 누구나 리해할수 있었다. 정세는 의연히 긴장하였고 투쟁은 나날이 험난한 고비를 이겨내야만 하였다. 그럴수록 남조선과 해외의 애국자들과 애국적인 정당, 단체들속에서는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을 지지하고 거기에 가입하려는 움직임이 더욱더 고조되고있었다.

남조선의 구국대책협의회와 학구회, 조선학술원이 조국전선중앙위원회에 정식으로 가입신청을 해왔고 재미해외교포단체들을 비롯한 해외의 애국적인 단체들도 조국전선에 가입하였다.

원쑤들의 전쟁도발소동과 민족분렬책동이 강화될수록 통일을 바라는 겨레의 념원은 더욱더 강렬해졌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겨레의 이 정의로운 통일열망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이끌어나갈수 있겠는가를 두고 매일과 같이 고심하시였다. 공화국북반부에 대한 원쑤들의 전쟁도발책동과 무장침공으로 말미암아 우리 인민들이 겪고있는 고통과 희생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할수 있게 조국전선조사위원회를 조직하도록 하시고 허헌에게 조사위원회 위원장의 일을 맡겨주시였다. 뿐만아니라 김창준서기국장을 비롯한 조국전선의 책임일군들을 자주 만나 앞으로 조국전선사업과 관련한 문제들을 협의해주기도 하시였다. 그이의 모든 사색과 활동은 통일문제로부터 시작되고 심화되고있었다.

바야흐로 심중에 간직된 이해의 무수한 사연들과 사변들, 정이 든 인간들에 대한 추억과 함께 서늘해지는 계절의 변화가 그이를 조심조심 감싸고있었다. 지구는 인간들의 생활이 어떻게 뒤집어지고 어떻게 드바쁘게 흘러가는가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사계절이라는 자기의 법칙을 놓고는 추호의 에누리도 하려 하지 않았다.

차츰 저택앞뜰의 정원수들에는 가을빛이 물들기 시작했고 밤마다 불어치던 여름철의 눅눅한 남동풍이 메마른 북서풍으로 바뀌면서 아직은 간신히 아지에 매달린 잎사귀들을 위협했다. 이제 며칠후이면 자연에는 락조가 시작될것이다.

1949년 9월의 이른아침이였다.

이날도 김일성동지께서는 리승만의 침략책동으로 하여 의연히 긴장한 정세가 흐르고있는 38연선지역으로 떠나시기 위해 김정숙동지의 바래움을 받으며 저택을 나서시였다. 오늘따라 김정숙동지의 안색은 퍼그나 좋아보였는데 김일성동지께서는 어쩐지 그 《좋아보이는》 기운이 억지로 지어낸 일시적인것에 지나지 않는듯 한 느낌이 드시였다. 어째서 그런 느낌이 드시는것인지 그이께서도 잘 알수 없으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장군님께 모자를 드리며 꼭 그 먼곳까지 가셔야겠는가고, 요즈음 너무 무리하시지 않는가고 걱정이 되여 물으시였다.

《가야 하오. 우리가 조국전선을 결성하고 나라의 평화적통일을 위해 고심하고있지만 그것이 우에 앉아있는 몇몇일군들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질 않소. 38선의 경비대원들도, 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로동자들도 모두가 떨쳐나서야 나라의 정책이 실지 현실로 꽃펴날수 있는게 아니겠소. 더구나 난 지난해 이맘때 시변리인민들과 약속까지 했댔소. 후에 한번 꼭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이요. 그동안 여러가지 일때문에 약속을 못 지켰는데 가봐야지.》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정숙동지에게서 모자를 받아드시고서도 선뜻 차에 오르실수가 없으시였다. 마치 그 어떤 미지의 자성을 띤 물체가 저택의 뜰안에 슴배여 그이의 발걸음을 붙들고 놓아줄줄 모르는듯 했다.

김정숙동지의 손목에 감겨있는 시계가 아침노을에 반짝이는것을 띄여보시였는데 그 빛갈이 오늘따라 별스럽게 기운을 잃고 필요없이 분산되는듯 했다. 이것때문이였을가? 이것때문에 떠나는 걸음이 이렇게 무거운것이였을가? 그래, 그것이다. 오늘 꼭 그 먼길을 떠나야겠는가고 했었지? 늘 웃으며 바래주던 그가 오늘은 왜 그랬을가? 내게 무엇인가 숨기고있는것은 아닐가?

언제인가 병원에 다녀온 김책이 요즈음 김정숙동무의 건강이 말이 아니라며 그의 몸을 잘 돌봐달라고 당부하던 일이 떠오르시였다. 이전에는 김정숙동지에게 장군님의 신변과 안녕에 대하여 부탁하던 김책이 지금에 와서는 도리여 장군님께 김정숙동지의 건강을 부탁했던것이다.

짙은 병색이 떠돌고있는 김정숙동지의 모습속에서 만경대의 할아버님과 할머님, 어리신 자제분들의 모습이 안겨들었다. 그들이 안고있을 질책과 노여움과 서러움의 감정이 채찍처럼 자신의 넋을 후려치는듯 하시였다.

(그래, 내가 너무했어. 너무 무관심했어. )

혁명과 건설에서 나서는 하많은 문제들과 수많은 일군들, 인민들과의 관계에서 제기되는 사말사적인 일까지 세심히 료해하고 보살펴주시는 그이이시였지만 김정숙동지에 대하여서만은 이렇듯 매번 후회만을 남기게 되는것이였다.

어째서, 무엇때문에 매번 일이 이렇게만 되는것인가? 옛 사람들이 말하듯이 이렇게 되여야만 하는것이 타고난 숙명이여서인가?

김일성동지께서는 차라리 오늘 하루쯤은 평양의 집무실에서 일을 보다가 저녁에 제시간에 퇴근길에 오를가 하는 생각이 은연중 드시였다.

차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김정숙동지께서 열려진 차문의 손잡이를 쥐고계시였다. 자신이 말씀드린것때문에 장군님께서 잠시나마 지체하시였다는 죄책감이 그이의 그늘진 모습에 그대로 그려지고있었다.

장군님, 어서 떠나십시오. 기왕 가셔야 할 길인데 지체하시면 오히려 사업에 부담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미 차문도 열리고 발동도 걸려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차에 오르시였다. 차문이 닫기고 발동기소리가 한결 높아지더니 이어 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창으로 멀어져가는 녀사의 수척해지신 모습으로 하여 별스럽게 마음이 썰렁해지시였다.

방금 저택을 함께 걸어나오실 때는 미처 몰랐는데 멀리서 보니 확실히 녀사께서 퍼그나 수척해지신것이 느껴지시였다.

그래도 그이께서는 가야만 하신다. 나라의 통일도 이루지 못했고 남조선의 전쟁도발세력들도 발광을 계속하고있다. 그래서 그이께서는 또다시 38도선으로 나가시는것이다.

(이번에 현지에 나갔다 돌아와선 어떻게 해서든 그도 휴양지에 보내든 입원을 시키든 해야겠어. ) 하고 그이께서는 이번만은 자신의 속다짐을 꼭 실천으로 옮기겠다는것을 단단히 결심하시면서 운전사에게 속도를 높이라고 지시하시였다.

차가 황해도땅에 들어서서 송악산 뒤계선의 금천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을 때 그이께서는 그곳에서 살고있는 석고명을 비롯한 농민들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시였다. 언젠가는 석고명의 딸과 맺었던 사랑을 저버린것때문에 이 들길에서 변익수를 불러 가차없이 질책하시였던적도 있었다. 이제는 그것도 다 지나간 일로 되였다.

바로 며칠전에 그이께서는 최현과 함께 송악산전투에 참가하였다가 부상을 당하고 평양의 내무성중앙병원에 후송되여온 변익수를 찾아가 만나보시였었다.

그날 내무성병원 원장을 만나시여 료해하신데 의하면 변익수는 부상이 심하여 생명은 기적적으로 건져냈으나 아직 회복을 확신할수는 없다는것이였다. 그것이 무슨 소린가 따져물으시자 원장은 1차수술이 성과적으로 진행되기는 했지만 대퇴부위에 관통상을 입은 한쪽다리만은 확신이 가지 않아 경과를 좀 더 두고보다가 위험할것 같으면 잘라내여야 한다고 솔직하게 말씀올렸다. 물론 전투과정에 사상자가 발생하고 불구로 되는 그런 사람들이 생기는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였지만 그래도 그이께서는 원장에게 어떻게 해서든 익수의 다리를 자르지 않고 치료하는 방법을 생각해보라고 간절히 부탁하시였다. 외과림상에서의 권위자라고 하는 원장은 그이의 절절한 당부에도 불구하고 시원한 대답을 드리지 못하였다.

결국 그이께서는 익수의 상처를 자신의 몸에 박힌 파편처럼 안고 병원을 떠나시여야 하였다. 변익수에 대한 근심은 기관지가 좋지 않아 기침을 하군 하던 홍명희며 반동들의 준동과 38도선의 보위사업때문에 입술이 초들초들 말라가지고 뛰여다니던 방학세 등 가까이에서 사업하는 일군들의 건강에 대한 근심으로 이어지시였다.

앞으로도 숱한 일감을 맡아안고 뛰여다녀야 할 그들의 건강을 미리부터 돌봐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부지불식간에 드신 그이께서는 이튿날 내각과 그 산하기관의 여러 책임일군들에게 가족과 함께 양덕에 가서 휴양을 할데 대한 지시를 내려보내시였다.

물론 그 지시가 쉽게 집행되지는 않았으나 종당에는 그이께서 이름을 짚으신 일군들이 한명도 빠지지 않고 휴양소로 《끌려》가고말았다.

그들이 떠나던 날 김일성동지께서는 언제인가 저택에서의 저녁식사때 빨찌산출신일군들이 모여앉아 나라도 창건했으니 모두 함께 휴양을 가자고 법석 떠들던 일을 상기하시였다. 휴양지로 떠나보낸 사람들중에 그때 그 좌석에 참석했던 빨찌산출신일군들은 한사람도 없었다. 방학세, 남일, 정준택, 홍명희 등 해방전까지 쏘련과 일본, 국내각지에서 각이한 주의주장과 생활환경의 와류를 타고 흘러온 사람들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런 사람들의 사업과 생활에 대하여 자신과 함께 산에서 무장투쟁을 벌려온 일군들보다 더 마음쓰고계시였다. 민족의 대단합을 실현하시려고 오래동안 함께 싸워온 전우들에 대한 생각은 언제나 뒤전으로 밀어놓군 하신것이였고 그때마다 자신의 심정을 전우들이 리해해주리라고 생각하시였던것이다.

휴양지로 떠나간 일군들이 맡아하던 적지 않은 일감들이 한동안은 그이의 어깨우에 덧쌓이게 되였다.

그이께서는 여러날에 걸쳐 함경남북도의 여러 공장, 기업소들을 현지에서 지도하시면서 2개년인민경제계획을 수행하는데서 지침으로 될 귀중한 가르치심들을 주시였다.

뙤약볕을 이고 광부들과 함께 직접 광석을 캐보기도 하시며 낮에 밤을 이어 현지지도를 하시던 그 나날에도 파편처럼 박힌 변익수에 대한 생각은 늘 마음 한쪽에서 아픔을 불러일으키군 하였다.

그리하여 그이를 모신 렬차와 승용차에까지 쌓여지는 큼직큼직한 내용의 숱한 문건들의 맨우에는 변익수의 치료에 조금이라도 필요되는 대목들이 있으면 붉은 밑줄을 진하게 그어 표시해둔 의학서적들이 놓여있군 하였다. 그이께서는 그러한 책들을 구하는 차제로 내무성중앙병원에 보내주군 하시며 어떤 일이 있어도 다리를 살릴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을 연구해내야 한다고 거듭 당부하시였고 현지지도길에서 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기도 하시였다.

《내 좀 알아보니 쏘련에서도 2차대전때 그와 경과가 비슷한 환자의 팔을 자르지 않고 살려낸 실례가 있더구만. 팔이든 다리든 골조조직과 세포결합방식같은것은 서로 어슷비슷하지 않소. 그러니 가망이 있다는게 아니요.》

왜서인지 그때에도 원장은 속시원한 대답을 드리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그이께서는 외과림상에서의 권위자인 원장에게 그 어떤 강요를 하고싶지는 않으시였다. 과학을 무시해서는 안되는것이다. 과학을 무시하고 가능성이 희박한 대답을 성급하게 올리는 의사도 바라지 않으시였다.

함경남북도의 공업지구에 대한 현지지도를 마치고 돌아오신 그이께서는 익수의 치료정형을 다시 알아보고싶으시였지만 자신의 지나친 권고와 간섭이 도리여 의사들의 조급성과 불안감을 불러일으켜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가봐 그만두시였다.

이런 때는 환자에게 있어서 육체보다 정신이 큰 밑천으로 되는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번에 시변리에 나가면 익수의 애인이라는 그 석반월이라는 처녀의 소식도 알아보고 그를 병원으로 떠밀어보내주리라 생각하시였다. 처녀가 자기 동무를 찾아 은파산쪽에 다녀오겠다며 떠나간 후 편지 한장만 보내고는 아직까지 고향에 돌아오지 않았다는것을 내무성병원에 나갔을 때 최현에게서 들어 알고계시였던것이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그 처녀의 행처를 찾아내는것은 별로 문제될것이 없었다. 그래서 최현도 익수를 면회하고 돌아올 때 당장 석반월이라는 그 애인을 찾아 익수의 곁으로 떠밀어보내겠다고 그이앞에서 장담하였었다. 그러는것을 그이께서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며 만류하시였다.

신랑될 사람이 다리를 자른다면 외면해버릴 그런 처녀로 치부하시여서가 아니였다. 자칫하면 한생을 불구자의 안해로 살수도 있는 운명이 찾아와 문을 두드리고있는데 아무리 결곡한 처녀라고 해도 처음에는 무척 놀랄수 있는것이였다. 그래서 익수의 회복상태를 좀 더 두고보다가 기회를 보아 자신께서 직접 대책을 세우려고 하시였던것이다. 오늘 그 기회가 마련된셈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금천군에 주둔하고있는 경비대초소의 군인들을 만나보시고는 인차 주변마을들을 돌아보기 시작하시였다.

서천면의 시변리…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와보시여 관개공사며 축산이며 농민들이 살아갈 길을 하나하나 꼽으며 가르쳐주시고는 시간이 있을 때 한번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남기시였던 때로부터 꼭 한해가 지났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 약속을 잊지 않으시고 금천군안에서도 다른 곳도 아닌 시변리를 찾아주시였던것이다.

그이를 모신 승용차행렬은 시변리의 자그마한 초가집들이 보이는 동구길로 들어서고있었다.

그이께서 차를 멈추도록 하시고 한창 익어가는 벼포기들이 누르푸른 물결마냥 일렁이는 시변리의 논머리에 들어서시였을 때 철직된 이전 군위원장을 대신하여 새로 금천군인민위원장이 된 농민형의 푸수해보이는 일군이 그이께로 엎어질듯 달려와 인사를 올렸다.

그이께서는 금천군인민위원장의 인사를 받고나서 반갑게 손을 잡아주시였다.

《금천군에 주둔하고있는 경비대초소를 돌아보러 왔다가 잠간 들렸습니다. 그래 일이 잘됩니까?》

《네, 장군님께선 무고하셨습니까?》

어느새 주변의 논벌들에서 일하던 농민들도 달려와 금천군 일군들과 장군님을 가운데로 둘러싸며 몰려들었다.

장군님께서는 농민들의 거름내나는 손들을 잡아주시며 모두들 정말 수고한다고 거듭 치하해주시였다. 그런데 한 농민만은 장군님의 가까이로 다가오지 못하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어쩔바를 몰라하는것이였다.

그이의 시선이 그 농민에게 머무르자 군위원장이 그가 바로 땅을 몰수당했다가 다시 찾은 석고명이라고 말씀올렸다.

《아, 그래요? 한해전에 왔을 땐 아쉽게도 못 만나보았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만나게 되는구만요. 그러구보니 낯이 영 설지는 않습니다. 참, 6월달에 평양에서 열렸던 조국전선결성대회에도 참가하시였댔지요?》

《네, 지금 석고명동문 군안에 조직된 조국전선 군위원회 위원으로 일하고있습니다.》

《그래요?》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뜩이나 농사일에 굳어진데다 긴장과 죄스러움으로 더욱더 꽛꽛해진 고명의 손을 스스럼없이 맞잡아주시고 힘있게 흔드시였다.

《내 우선 사죄부터 해야 할것 같습니다. 일군들속에서 그런 전횡이 나타나 토지까지 몰수하는것도 모르고있었으니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습니다. 마음고생이 여간 아니였을줄 압니다만 사실 그것은 우리 공화국정권의 진의가 아니였습니다.》

장군님…》

석고명은 몸둘바를 모르고 눈물을 좔좔 쏟다가 그만에야 넙적 땅에 엎드려 절을 올리려 하였다. 장군님께서 어느새 그 의도를 알고 고명의 어깨를 붙잡아주시였다.

《왜 이러십니까? 이러지 마십시오.》

장군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석고명은 격정을 누르지 못하고 장군님의 품에 와락 안겨들었다. 희슥희슥한 반백의 머리칼들이 오리오리 흔들며 떨며 그대로 오열의 한덩이한덩이로 뭉쳐 장군님께 안겨드는듯 했다.

《저는… 저밖에 모르던 어리석은 놈이였습니다. 저를 지켜주고 살펴주는 은혜도 모르고 제 살림에만 미쳐돌아가던 속물이였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장군님.》

자기가 세차게 움켜쥔 손안에서 장군님의 옷자락이 우그러들고 떨어지는 눈물방울들이 얼룩을 지게 하는것도 알지 못하고 고명은 그저 참고참아오던 자책과 고마움의 감정을 한껏 터뜨렸다. 그이께서 아무리 만류하시여도 소용없었다.

《하, 이것 참… 야단났구만. 위원장동무가 말을 좀 해줘야겠소.》

하고 그이께서는 별수 없는듯 앞에 서서 역시 어깨를 떨고있는 군위원장에게 도움을 청하시였다.

군위원장과 여러 사람들이 석고명을 만류하며 장군님품에서 떼여냈는데 장군님의 눈가에도 뜨거운것이 배여있었다.

《그래 올해농사형편은 어떻습니까? 토지몰수때문에 농사차비가 퍽 늦어졌겠는데…》

그이께서는 가라앉을줄 모르는 고명의 격정을 다른 곬으로 돌리려고 화제를 바꾸시였다.

《아닙니다. 동네에서랑 심지어 내무서에서까지 떨쳐나 제 집의 농사를 도와주어서 남부럽지 않게 작황이 좋습니다. 그리구 지난해 장군님께서 가르쳐주신대로 여러 집들이 집짐승우리도 대대적으로 짓고 축산이랑 담배 같은 공예작물재배랑 힘껏 해서 한살림에 두살림, 세살림이 얹혀살아두 끄덕없게 되였습니다. 정말 이 은혜를…》

석고명이 또 허리를 굽석이며 당장 엎어질듯 하여 그이께서는 그의 어깨를 또 한번 다잡아주셔야 했다.

《됐습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농사를 잘 지어야 합니다. 그러면 집을 나간 딸도 머지않아 스스로 돌아올것입니다. 참, 제 며칠전에 최현려단장을 만났댔는데 따님의 소식은 아직도 모르고있다고 하더군요. 혹시 그사이 편지가 온건 없습니까?》

《네, 바루 엊그제 편지가 왔습니다. 거 뭐라드라… 거…》

고명은 갑자기 말이 떠오르지 않아 뒤더수기를 안타깝게 긁적이다가 곁에 있던 로친이 귀띔해서야 무릎을 치며 《군사엽서인지 군사우편인지 하는걸루 소식이 왔습니다.》하고 제김에 흥떠 부르짖었다.

《군사우편이라니? 따님이 어딜 가있게 군대엽서가 온단 말입니까?》

《네, 그 앤 은파산에서 죽은 제 동무의 복수를 한다면서 벽성에 있는 공화국경비대에 입대해서 위생병을 한다고 했습니다. 뒤늦게야 제잘못을 깨달았다고, 늦게라도 장군님은혜에 목숨바쳐 보답하겠다면서…》

《음… 일이 그렇게 되였댔군요.》

벽성이라면 은파산이 자리잡은 최현의 3경비려단 방어구역이였다.

결국 최현은 그런것도 모르고 업은 아이를 찾고있는셈이였다. 처녀의 소행이 기특했다. 이런 처녀라면 설사 익수가 한 다리가 아니라 두다리를 다 잃게 되였다고 해도 끝까지 변치 않고 사랑할것이다.

그이께서는 이제 이 소식을 최현에게 알려주어 처녀를 병원에 입원한 익수에게로 떠밀어보내리라 생각하시였다. 병원에서 익수의 다리를 원상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있는중이니 이제는 본인의 정신력이 치료에서 결정적역할을 하게 될것이다. 다리가 몸에 붙어있다고 하여 그것이 반드시 이전처럼 제구실을 하리라고 확신할수는 없다. 바로 석반월의 변심없고 부드럽고 강의한 사랑이 익수의 다리를 이전보다 더 튼튼하게 해주고 이전처럼 군복을 입고 초소를 지킬수 있게 떠밀어주고 부축여주는 정신적기둥이 되여주리라. 그이께서는 반월을 그렇게 믿고싶으시였다. 미소가 절로 피여오르시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걱정이 되는것도 없지 않으시였다.

《딸이 참 장합니다. 내무성에서 일하는 동무들에게서랑 그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정초에는 해주에서 내무원들을 도와 반동놈들을 잡아내더니 오늘은 또 사생결단으로 원쑤들과 싸우겠다고 경비대에 입대했군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렇게 반월의 칭찬을 먼저 해주시고나서 자신의 걱정을 터놓으시였다.

《그런데 딸자식까지 군복을 입히면 농사랑 살림살이랑도 그렇고 또 힘들고 외로울 일이 많겠는데요.》

《아닙니다. 전번 평양회의에 참가해서 저도 다 알았습니다. 송악산에서 불이 붙었을 때는 동네사람들과 같이 뭘 좀 준비해가지고 찾아가기도 했댔습니다. 가서 다… 보구 다 알았습니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싸우고있는가를… 이 석고명의 미련한 투정질까지 지켜주자고 어떻게 목숨을 내대고 싸우는가를 다 봤습니다. 나라가 어떤 아픔을 안고있는지 다 알았습니다. 장군님… 몸이 말을 듣지 않아 그렇지 저라도 총을 잡고 나가 나쁜 놈들과 맞서 싸우고싶습니다. 이건 저의 진정입니다.》

그이께서는 이것이 그의 진정의 고백이라는것을 믿어의심치 않으시였다. 언제든지 인민은 바로 이런것이다. 때로 제 행복에만 도취되여 결함을 범할수도 있고 저 하나의 고민에만 빠져 나라 생각을 깜빡 잊을수는 있어도 자기 조국을 위하고 자기 정권을 위하는 그 마음만은 변함이 없는것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 당과 정권의 모든 시책들이 인민들의 전적인 공감과 지지를 받고있으며 그로 하여 그들의 가슴속에 든든히 자리잡고있기때문이다. 이런 인민의 애국심과 무한한 헌신이 있어 이 땅은 그 어떤 침략자도 거접하지 못하는 강유력한 승리의 보루로 세계앞에 당당히 솟아오를것이다.

《고맙습니다. 내가 하고싶었던 말을 다 해주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사실 여기 금천군은 미국놈들과 리승만괴뢰도당의 전쟁도발책동을 직접 겪으며 사는 고장입니다. 최근에 놈들은 우리 공화국을 그 요람기에 압살해보려고 38선을 통하여 많은 간첩들과 무장악당들을 들이밀고있고 그로 해서 이 주변에서는 싸움이 그칠 날이 별로 없습니다.

석고명아바이의 가정이 겪은 곡절도 그렇고 모든것은 다 나라가 분렬되여있고 미제와 리승만괴뢰도당이 우리를 먹자고 호시탐탐 전쟁의 기회만 엿보기때문에 벌어진 일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6월 나라의 통일을 평화적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을 결성하였습니다. 여기도 조국전선의 선언서가 다 전달되였겠지요?》

석고명이 누가 가로챌세라 제꺽 대답을 올렸다.

《네, 우린 그것이 다 장군님께서 우리 농군들이 마음편히 농사를 짓게 하시려고 내놓으신 정책인줄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장군님뜻을 받들어 힘자라는껏 일하자고 모여앉아 결의들을 다졌습니다.》

《네, 그러리라고 믿었습니다. 전번처럼 토지몰수와 같은 비정상적인 일이 발생하고 군안의 여러 가정들을 불안에 떨게 한것도 결국은 금천군안에 기여든 일부 불순세력들의 교활한 책동때문입니다. 이전에 여기서 나쁜 놈이 군위원장을 하면서 관개공사를 비롯한 여러가지 사업을 교묘한 방법으로 훼방해왔는데 새로 위원장이 된 동무는 절대로 그런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일을 잘해야겠습니다.》

그이께서는 신임군위원장을 돌아보시였다. 그가 나서며 장군님의 뜻대로 일을 잘해나가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듣자니 신임위원장동무는 인정도 있고 농사물계도 잘 알아 농민들속에서도 신망이 있다는데 뭐니뭐니해도 여기 금천군에서는 농사를 잘 짓고 그것으로 38선을 지키는 경비대에 대한 후원사업을 잘해야 합니다. 한달전에 우리는 초소에 선 경비대나 인민군병사들의 후방가족들에 대한 후원사업을 잘하기 위하여 조국보위후원회를 내왔는데 이제부터는 이 석고명로인도 조국전선의 한 성원일뿐아니라 당당한 경비대후방가족입니다. 그러니 이 가정의 생활을 군인민위원회가 책임지고 잘 돌봐주시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지금 내부의 반혁명도당들과 미제와 리승만괴뢰도당의 모략책동으로 하여 조성된 엄중한 정세를 말씀해주시면서 여기 금천군에서 무엇보다먼저 경비대에 대한 원호사업을 잘하도록 거듭 강조하시였다. 피흘리며 싸우는 전사들을 친혈육의 심정으로 아끼고 사랑할데 대하여, 그들이 피흘리며 지키는 나라의 안전이 있기에 이 땅의 행복이 담보된다는것을 한시도 잊지 말데 대하여 다시금 강조하시고나서 우선 이전 군위원장의 해독행위로 하여 뒤떨어졌던 관개공사를 힘있게 추진시킬데 대한 가르치심을 주시였다.

《관개공사를 다그치고 농사를 잘 짓는것이 결코 먹고 생존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하기 위한것만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농사를 잘하여 풍작을 마련하고 경비대에 대한 원호사업을 잘하는것이 곧 조국통일의 물질적인 기초를 다지는 사업이라는것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나라가 허약해지면 외세에게 눌려 언제 가도 나라의 통일도 평화도 이룩할수 없습니다.》

장군님, 명심하겠습니다.》

《념려하지 마십시오, 장군님!》

농민들이 이구동성으로 말씀올리며 저마다 그이께로 더 바싹 다가들었다. 그 어떤 자책감에 싸인듯 석고명처럼 고개를 숙이는 농민도 있었고 크나큰 희열에 넘쳐 웃음을 짓거나 감격에 겨운 눈물을 눈가에 떠올리는 농민들도 있었다.

《자, 그럼 우리 당면하게 관개공사를 다그치는데서 나서는 애로가 무엇인지 기탄없는 의견들을 나누어봅시다.》

그이께서 농민들과 허물없이 어울리시여 그들의 소박한 의견과 경험을 하나하나 들어주실 때 멀리서부터 손종준부관이 손을 내흔들며 달려오는 모양이 보였다. 달려오는 그의 발치에서 먼지발이 솟아올랐는데 금시 넘어질듯 비틀거리면서도 방향만은 잃지 않고 드립다 달려오는 그 기세에서는 앞을 가로막는 그 어떤것도 단숨에 박살낼듯 한 무서운 기운이 확확 풍겨왔다.

그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눈물범벅이 된 얼굴과 부르르 떨리고있는 입술의 푸들거림이 더 선명하게 안겨왔다. 여느때없는 절망과 비애의 기운이 그의 눈과 입에서, 허우적거리는 팔에서 시위하듯 뛰쳐나와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는듯 했다. 손종준이 저렇게 눈물범벅이 되고 절통한 흐느낌을 짓씹어삼키는것을 한번도 본적이 없으시였다.

무슨 일인가? 왜 저렇게 사람의 간담을 서늘케 하며 달려오는것인가? 왜? 왜?…

그이께서는 가슴이 덜컥 무너져내리는듯 한 그 어떤 예감에 휩싸이시면서도 굳이 그럴만한 절망적인 소식은 아닐것이라는 위안을 하시며 서둘러 그를 향해 마주 다가가시였다. 1949년 9월 21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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