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 회)

 

제 8 장

30

 

김일성동지께서는 홍명희, 허헌, 김창준 등 조국전선결성준비위원회 위원들과 며칠밤을 새워가시며 이제 진행해야 할 그 력사적인 회의를 위한 문건작성과 실무적인 조직사업들을 토의하시였다.

오늘도 아침부터 그들과 함께 북과 남, 해외의 전체 인민을 통일애국성업에로 불러일으키는 조국전선선언서 초안을 잘 준비하기 위한 토의를 진행하시였다.

그런데 뜻밖의 문제로 하여 토의과정이 복잡해졌다. 그것은 김일성동지께서 이번에 결성되는 조국전선중앙위원회에서 의장의 중책을 사양하시였기때문이였다. 의장단과 서기국으로 구성되는 조국전선중앙위원회에서 북조선로동당을 대표하시는 김일성동지께서 의장으로 추대되시는것은 너무나도 응당한것이였고 또 지금까지 북조선민전안에서 그이께서는 의장단 성원으로 활동해오시였다.

홍명희가 제일먼저 그렇게는 할수 없다고 반대의견을 말씀올리자 허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장군님께서 의장단에 들어오시지 않으면 누굴 의장으로 내세워야 한다는것입니까. 이제 결성되게 될 조국전선이 과연 장군님의 심혈과 로고의 산물이 아니란 말입니까. 제 다른것은 다 장군님뜻을 따라 목숨이 진할 때까지 일할수 있으나 이번만은 그렇게 못하겠습니다.》하고 강경한 어조로 말씀드렸다.

남조선 제 정당, 사회단체협의회 부서기장인 김창준목사는 습관처럼 고개를 들고 천정을 한동안 쳐다보다가 홍명희와 허헌의 말이 끝난 다음 시선을 그이께로 정중히 돌렸다.

《저 역시 홍명희선생이나 허헌선생과 견해를 같이합니다. 장군님께서는 일개 목사에 지나지 않은 이 김창준이까지도 조국전선의 중요직책을 감당할수 있다고 보시면서 어째서 자신께서는 굳이 의장의 지위마저 사양하시는것입니까. 조국전선은 어디까지나 전민족적인 통일전선조직체입니다. 이 조직체를 대표하는 인물로 이 김창준이 같은 고루한 목사밖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것이 과연 일이 되는것이겠습니까?》

김창준도 역시 다른 많은 민주인사들처럼 지난 남북련석회의때 김일성동지의 초청을 받고 평양에 왔다가 그대로 눌러앉은 애국지사였다. 1919년 3. 1인민봉기때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33인중의 한사람이였던 그는 그 시절에 뿜어오르던 정의의 의기가 되살아난듯 관자노리의 피줄이 퍼렇게 일어서기까지 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러는 김창준의 건강이 우려되시여 서둘러 손을 내저으시며 진정하라고 이르시였다.

《말씀들은 다 리해됩니다. 저를 그렇게 믿어주시는데 대하여서도 사의를 표하고싶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십시오. 우리가 이번에 결성하는 통일전선조직의 명칭은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입니다. 민주주의! 이 표현을 놓고 잘 생각해보십시오. 우리가 창건한 국가도 역시 조선제국이나 쏘베트조선이 아니고 민주주의인민공화국입니다. 우리는 정치도 경제도 모든것을 민주주의적인 원칙에서 진행하는것을 정책으로 내세우고있습니다. 국토가 분렬되여있고 나라의 통일이 선차적인 과업으로 나서고있는 우리 나라에서는 반드시 민주주의기발을 들고 민주주의적인 원칙을 고수해야만 전민족을 단합시킬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화국의 수반이고 내각수상이며 북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위원장을 하고있는 내가 조국전선의 의장으로 나선다면 민주주의가 성립되였다고 말할수 있겠습니까. 내가 내놓은 의견에는 의장단 성원들이나 상무위원들이 맹목적으로 손을 들수도 있고 또 적들은 조국전선이 한갖 표현상에서나 민주주의조직일뿐이라고 비난할것입니다. 나는 북과 남의 민주인사들이 평등과 호혜의 원칙에서 동등한 자격으로 마주앉아 앞으로의 사업을 허심탄회하게 의논하고 진척시켜나가기를 진정으로 바랄뿐입니다. 조국통일사업은 어느 한쪽의 정치적지반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그것은 전민족적인 행복과 번영을 위한 범민족적사업이며 또 그렇게 되여야 할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만약 선거된다면 조국전선중앙위원회에서 다른 여러 민주인사분들과 함께 위원으로서 사업하면 그만입니다.》

잠시 방안에는 물을 뿌린듯 한 정적이 깃들었다. 장군님의 그 깊으신 웅지가 사람들의 심장을 파고들며 그 어떤 말도 함부로 입밖에 낼수 없는 뻐근한 아픔을 불러일으켰던것이다.

그 아픔속에서 홍명희도 허헌도 김창준도 천재적이면서도 가장 겸허하신 인간, 랭철하고 명석한 분석력과 함께 가장 뜨거운 심장을 지니신 령도자에 대한 무한한 공경과 흠모의 감정속에 잠겨들었다. 그것은 신앙심처럼 자리잡게 되는 그이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심이였고 그이께서 바라시는 조국통일성업을 위해 생의 마지막순간까지 모든것을 바쳐갈 불타는 열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창준의 손을 따뜻이 잡아당겨주시며 자신의 심정을 리해해달라고 사죄라도 하듯 말씀하시였다.

《조국통일을 위한 길에는 주의와 주장이 따로 없습니다. 지위도 모두 평등합니다. 바로 선생님과 같은 종교인들, 민족주의자들 또 자산가이건 로동자이건 농민이건 모두가 떨쳐일어나 겨레의 단합을 실현하고 단합된 그 힘으로 제국주의침략세력, 분렬주의자들과 맞서싸워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통일이 오고 평화가 오고 행복이 올것입니다.》

장군님…》

모두가 감격에 겨워 어깨를 들먹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러는 그들에게 진정들하고 선언서초안에 대한 토의사업을 계속하자고 다정하게 이르시였다.

차츰 좌중이 정돈되고 다시금 실무적인 분위기에 젖어들었을 때 그이께서는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건기침을 톺군 하는 김창준목사에게 자주 시선을 던지군 하시였다. 그를 보니 문득 그리스도를 믿는다는것으로 하여 군위원회와 내무서로부터 차별취급을 당하고 땅까지 몰수당했던 석고명이 생각나시였던것이다. 그동안 일처리가 어떻게 되였는지 알아보지 못한것이 마음에 걸리시였다. 그리하여 그이께서는 이제 회의가 끝난 후 곧 전화로 황해도인민위원회를 찾아 석고명에 대하여 알아보아야겠다고 생각하시였다. …

그이께서 황해도인민위원회를 찾으시였을 때 리룡진도위원장이 마침 방을 비우지 않고있다가 전화를 받았다. 석고명에 대하여 문의하시니 리룡진은 그가 이미 땅을 돌려받고 안착된 생활을 하고있으며 그의 딸도 김일성장군님의 사랑에 보답하자고 이전보다 더 열성을 내여 부모들과 함께 농사일에 전념하고있다는 보고를 올리였다. 그이께서는 한결 마음을 놓으시였다.

《그런데 내 생각엔 그 처녀가 농사일보다는 해주에 올라와 다니던 학교를 마저 다니게 해주었으면 좋겠소. 이전에 우리 내무성 부상이 해주사건때의 반동잔여분자들의 보복때문에 고향에 그냥 내려가도록 하였댔는데 이제는 도시가 이전보다 퍽 안정되였고 또 구데기 무서워 장못 담그어서야 되겠소. 처녀의 아버지인 석고명농민도 이번에 평양에서 열리는 조국전선결성대회에 북조선그리스도교동맹 대표로 참석하게 되여있는데 아무쪼록 그들의 생활을 우리가 잘 돌봐줍시다.》

석고명을 조국전선결성대회에 참가시키도록 한것은 김일성동지께서 북조선그리스도교동맹의 강량욱목사에게 권고하시여 취하도록 한 조치였다. 그이께서는 석고명 같은 사람들이 현시기 조국앞에 조성된 정세를 바로 알고 앞으로는 저 하나 가정의 안일만이 아니라 나라의 운명을 두고 걱정하는 애국자로 자라나기를 바라고계시였다.

리룡진도위원장이 꼭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젖은 음성으로 대답을 올렸다.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조국전선결성사업으로부터 산간마을 한 농촌가정의 운명에 이르기까지 보살피시며 취할수 있는 조치는 다 취해주시고 세울수 있는 대책을 다 세워주시였으나 그이께서는 마음이 여전히 무거우시였다.

석고명만이 아니라 지금 전국의 도처에서 평범한 로동자, 농민들로부터 지식인, 상인, 기업가, 종교인 등 각계층 대표들이 조국전선결성대회가 진행되는 평양으로 찾아오고있었다.

여기에 질겁한 미제와 리승만은 지금 대대적인 탄압소동을 벌려놓고 남조선의 수많은 애국자들은 물론 괴뢰국회안의 진보적정치인들까지 감옥으로 끌어가고있었다.

바로 이날 예견되여있던 일정에 따라 허정숙과 함께 국립영화촬영소에 나가시기 전에도 그이의 집무실로는 남조선에서 벌어지고있는 리승만의 《국회》탄압과 관련한 보고자료가 올라왔다. 문건을 보고 마음이 무거우시였지만 그이께서는 예정했던대로 영화촬영소로 향하시였다.

그러나 안색은 여전히 밝아지지 못하시였다. 새로 나온 예술영화인 《내 고향》의 시사필림을 보아주실 때에는 이전날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허점들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듯 하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해방된 새 나라의 첫 예술영화에 대하여 지금 진행되고있는 다른 중요한 국가사업들에 못지 않게 마음을 쓰고계시였다.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자신께서 직접 나와 영화의 시사필림을 보아주기로 하시였던것이다. 조성된 정세에 비해볼 때에도 영화에 심어줄 주제사상적내용이나 관중들에게 안겨줄 감정정서적여운에 대하여 결코 무관심할수가 없으시였다. 그래서 시사가 시작되였을 때부터 커다란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영사막을 주시하시였다.

영화는 이전에 장군님께서 지적해주신대로 《고향》이 아니라 《내 고향》으로 제명도 고치고 주인공의 조국애를 진실하게 보여줄수 있는 여러가지 세부들도 더 넣어 확실히 전보다 많이 달라졌다.

영사막에 비쳐지는 화면에서 장백의 사나운 눈보라가 나올 때면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울렁거리며 간고했던 조선혁명의 력사를 추억하게 되시였다.

어두운 시사실의 투박한 나무걸상에 앉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이제는 과거의 일로 지나간 밀림속에서의 빨찌산생활을 하나하나 더듬어보시였다.

사령관의 몸으로 손에 직접 기관총을 틀어쥐고 총신이 달아오를 때까지 대원들을 엄호해야 했던 북만원정, 고난의 행군과 무송원정, 원동의 훈련기지, 최후해방작전을 위해 모여들었던 쏘련과 중국의 국제주의전우들, 조국의 북부국경과 동해안으로의 상륙작전, 끊임없이 벌어졌던 전투와 전투, 훈련과 훈련…

그런데 상영이 끝나고 그이의 회억도 그이상은 전진을 못했다.

《끝인가?》

그이께서는 곁에 앉은 허정숙을 허전하게 돌아보시였다.

《네, 끝입니다.》

아쉬우시였다. 왜놈을 때려부신 관필이가 고향으로 돌아오자 영화도 끝났다. 영화의 주인공이 겪은 그런 경난을 그이상으로 다 겪어보신 경험자로서, 증빙자로서 무엇인가 있어야 할것이 없는듯 한 부족함을 느끼시였다.

눈치빠른 허정숙이 그이의 불만족을 느끼고 손가락마디들을 주물러대다가 별로 내려오지도 않는 안경테를 추슬렀다.

이 영화에는 싸움만이, 총소리만이, 감옥생활만이 있는듯 했다. 그 모든것들이 끝나자 주인공의 투쟁도 끝났고 영화도 끝났다.

밀림의 력사가, 항일의 력사가 왜 필요했는지 사람들에게 납득을 줄수 있는 뒤생활이 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영화는 항일대전의 포성이 끝났으니 이 땅에 자연히 평화가 깃들리라는 확신으로 막을 내린듯 했다. 물론 좋다. 왜놈을 몰아냈으니 이 땅에 평화가 깃들고 행복이 꽃필것이고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여가고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저절로 이루어진것인가? 자연계에서처럼 해방이라는 열매가 달리자 해빛이나 바람을 맞고 저절로 무르익어갔단 말인가?

리승만의 탄압으로 감옥으로 끌려가고있다는 사람들의 명부가 또다시 떠오르시였다. 조국전선결성대회에 참여하려고 남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웨치던 피절은 절규도 들리는듯 하시였다.

장군님, 남조선은 지금 모든 자유와 권리의 불모지가 되여버렸습니다. 그곳은 해방된 나라가 아니라 사람들이 죽어가는 전쟁터에 불과합니다.》

《나라의 분렬이 이렇게 큰 희생을 동반할줄은 몰랐습니다. 언제가면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상이 옵니까.》

《분합니다. 제 친구도 나라의 통일을 바랐다는 그 하나의 리유로 체포되여 옛날 왜놈들이 애국자들을 가두던 서대문형무소에 들어갔습니다. 지금이 과연 전쟁입니까, 평화입니까.》

그이께서도 분하시였다. 과연 우리가 또 하나의 전쟁터를 만들어놓자고 20년세월 장백의 험준한 산발을 넘나들며 풍찬로숙하여왔던가.

김일성동지께서는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게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으시였다.

《이건 그저 내 생각인데… 영화의 뒤부분을 좀더 늘여야 할것 같습니다.》

그이께서는 시사실에서 나와 영화촬영소의 돌포장길을 따라 걸으며 허정숙과 촬영소일군들에게 영화의 첫 관중으로서 자신의 의견이니 참고삼아 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시였다. 아직 영화촬영소가 채 꾸려지지 못한 상태여서 길에는 건설을 하느라 벌려놓은 모래자갈이며 세멘트무지 같은것들이 군데군데 쌓여있었는데 그것들때문에 생긴 먼지가 그이께서 걸음을 옮기실 때마다 발치에서 풀썩풀썩 일어번졌다.

허정숙과 영화촬영소일군들은 그것때문에 송구스러워 어쩔바를 몰라하는데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쯤한것은 개의치 않으시였다.

《내 욕심엔 관필이가 왜놈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와 고향에 남아있는 반동세력들과 싸우면서 토지개혁과 같은 력사적인 위업에 기여하는 내용을 더 첨부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승구동무나 강홍식동무의 의견은 어떻소? 영화라는걸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턱대고 줄이라 늘이라 훈시한다구 기분이 거슬릴수 있는데…》

그이께서 영화문학작가와 연출가들을 돌아보시며 미안한 기색을 지으시자 그들은 한길이나 뛰여오를듯 껑충 물러나며 어쩔줄 몰라했다.

장군님, 그런 말씀 말아주십시오. 지적하신대루 고쳐놓겠습니다.》

《하… 덤비지 마오. 이건 지적이 아니요. 빨찌산경험자로서의 부탁이라고 해야겠는지… 뒤부분을 늘군다는게 말이 쉽지 앞부분과의 호흡을 맞추기 위해 품을 많이 들여야 될거요. 나는 다만 항일빨찌산들이 피로써 쟁취한 새 생활이 어떤것인가를 해방전의 생활과 대조적으로 더 그려넣으면서도 우리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민족의 원쑤들과의 싸움은 계속되고있다는것을 시사해주면 교양적의의가 더 클것 같아 그럽니다.

현실적으로 지금 38도선에서는 우리 경비대가 매일과 같이 피를 흘리고있고 남조선에서는 또 미국놈들과 리승만역도가 평화통일을 바랐다는 한가지 리유로 사람들을 마구 체포처형하고있습니다. 인민들이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력사가 이 모든것을 알아야 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정열과 분노가 끓고있는 쇠소리나는 어조로 격동되여 말씀하시였다.

허정숙이 나서서 장군님의 의도대로 영화를 수정보충하겠다고 아뢰였다. 작가와 연출가를 비롯한 촬영소일군들도 그러한 결의를 다지였다.

그들이 일단 마음먹은 이상 영화는 손색이 없이 수정되여나갈것이다.

그들은 그렇듯 자기들의 사업을 책임적으로 성실하게 수행해나가고 있는것이다. 사실 영화를 다시 고치는 일은 별로 어려운것은 아니다.

세상만사를 다 영화필림을 토막내거나 다시 붙이는것처럼 마음먹은대로 재단할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김일성동지께서는 조국전선결성의 날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또 어떤 불의의 사건이 발생하여 예견치 않았던 난관을 조성할지 모른다는 뻐근한 예감에 잠기시였다.

영화촬영소의 일군들을 돌려보내고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허정숙을 따로 불러 조국전선결성모임에서 채택될 선언서 초안작성사업이 어떻게 진척되여가고있는가를 알아보시고 구체적인 가르치심을 더 주시고 나서야 차에 올라 내각으로 향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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