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 회)

 

제 8 장

29

 

평양에서의 조국전선결성준비가 북남조선 전체 인민들의 비등된 열의로 하여 성과적으로 추진되여나가는데 질겁한 원쑤들이 해주에서 또다시 2차 무장폭동음모를 꾸민것은 방학세에게 있어서 그렇게 놀라움을 자아낼만 한 일은 아니였다.

조국전선결성을 앞두고 계급적원쑤들의 방해책동이 발악적으로 진행될수 있다고 하신 김일성동지의 말씀을 받은 뒤인지라 방학세는 있을수 있는 정황에 대처하기 위해 현지의 내무기관들, 특히 38연선에 자리잡은 중요전략적지대들의 안전을 담당한 내무기관들, 정치보위기관들을 발동시키고 경계를 강화하는 한편 주민들속에서 불순분자들의 책동에 대처하기 위한 신고사업을 본격적으로 벌려나가도록 조직사업을 하였었다.

그리하여 이번에도 주민들의 신고로 하여 수양녀자고급중학교로 반동분자들이 집결된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되였고 5월 28일 일제히 작전을 개시하여 폭동지휘를 위해 남에서 들어온 현역정보장교 오세영을 비롯하여 현지에서 그자에게 흡수된 반동분자들을 모조리 소탕하였다.

체포된자들중에는 수양녀자고급중학교에서 공부하던 녀학생들도 있었다. 전번에 방학세가 이 학교의 학생인 석반월을 내무기관의 《독재대상》으로만 치부하며 한갖 《자수한 반동분자》로만 대하다가 김일성동지의 지적을 받은 일이 있던지라 박일우는 뭣모르고 가담한 철없는 학생들까지 꼭 가두어넣어야겠는가고 방학세의 의향을 물어보았었다.

《그들은 의식적으로 반혁명적대행위에 가담했기때문에 석반월의 경우와 다릅니다.》

방학세는 자기 립장을 철회하려 하지 않았다. 일이 이렇게 되자 박일우는 장군님께서 금천군에서의 토지몰수사건을 두고 격분하신 일을 상기시키며 우리 당의 통일전선정책을 의식적으로 말아먹자는것이 아닌가고 정치적으로 걸고들었다.

《듣자하니 그때도 동문 금천에서 토지몰수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것을 알면서도 반동같은 예수쟁이들 맛 좀 봐라 하는 식으로 처리했다던데 그것이 사실이요?》

《네,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때문에 땅을 되찾겠다고 허겁지겁하다가 반동놈들의 꾀임에 무의식적으로 빠졌던 석반월이를 한갖 감시대상으로만 치부하려다가 지적을 받은 일도 있지?》

《네, 그 사건들을 처리함에 있어서는 제가 잘못을 심심히 뉘우치고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건들과 이번 사건은 성격이 다른것입니다.》

《그러니까 동무는 우리 당의 통일전선사상을 의연히 받아들일수 없다는건데… 이건 도대체 어쩌자는거요?》

박일우는 별안간 걸상을 차고 일어서며 어조를 높였다.

《이건 김일성동지에 대한 도전이요, 도전!》

방학세는 자기가 김일성동지께 도전하는 행위를 했다는 박일우의 지탄에는 속이 섬찍해졌다. 이것이 정말 김일성동지의 뜻에 대한 도전이란 말인가. 내가 정말 그이의 뜻을 어기고 아직까지도 당의 통일전선사상에 대치되는 범행을 저지르고있단 말인가.

《자, 이걸 보시오.》

박일우가 언제인가처럼 성의없이 쭉 밀어주는 문건에 씌여진것은 방학세도 이미 알고있는 내용이였다.

황해도 금천군에서 있었던 토지몰수행위의 진상이 밝혀져 여기에 책임있는 군인민위원회 위원장을 해임철직시켰다는 보고자료였다.

알고보니 금천군위원장이 관개공사를 명목으로 거두어들인 추가현물세라는것을 사취하여 읍거리 술집의 뒤고방을 꾸리고 그곳에서 부화방탕한 생활을 하는데 탕진했다는것이였다. 추가현물세까지 거두어들이면서 다그친다고 하던 금천군에서의 관개공사가 제일 뒤떨어지게 된것은 혁명성이 마비되고 관료화되여 타락할대로 타락한 금천군위원장의 전횡때문이였다. 도인민위원회와 도당에서 김일성동지의 가르치심을 받들고 내무기관과 협력하여 금천군인민위원회가 석고명농민에게 준 토지몰수처분의 진상을 알아보는 과정에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게 되였던것이다. 내무서에서 그자의 신원을 조사한 결과 해방전 일제경찰에 복무한 악질친일파라는것도 판명되였다.

김일성동지께서 제때에 경종을 울리지 않으시였다면 이런 불순이색분자가 언제까지건 혁명대렬내에 그냥 박혀있으면서 또 어떤 못된짓을 할지 알수 없었을것이였다.

《보시오, 결국 동문 불순분자들과의 투쟁을 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그런자들을 감싸주는 행위를 저지른것으로 된단 말이요.》

박일우의 이 말에도 대답할 말이 없었다. 이미 지나간 일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고 잘못은 잘못인것이다.

한풀 기가 꺾인 방학세에게 박일우는 동무에 대한 문제는 이미 당중앙위원회와 내각에 보고하였다고, 돌아가서 처벌을 받을 준비나 단단히 해두라고 하였다.

그때로부터 이미 이틀이 지났다. 그런데 오늘도 문건을 올려보냈다고 하는 내각이나 당중앙위원회에서는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방학세는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왔지만 초조한 마음으로 방안을 거닐며 그닥 즐겨하지 않던 담배를 련이어 뽑아물었다.

《아유― 곰을 잡겠어요.》

다반에 사과를 들고 들어오던 안해가 한손으로 방안에 꽉 찬 연기를 헤가르는 시늉을 하며 발씬 웃음을 지었다.

《그저 일이 좀 안되는것 같으면 집을 곰잡이터로 만들어놓군 한다니까요. 소화에도 좋지 못한 그게 무슨 맛이라구…》

안해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있었다. 방학세가 집에 들어와서는 일체 사업과 관련한 말을 단 한마디도 꺼내놓는적이 없었던것이다. 그가 하는 사업이 대체로 비밀관제가 심한 문제들이 엉켜돈다는것을 알고있는 안해도 구태여 직장에서 무슨 일이 있은건 아닌가고 물어보려 하지 않았다. 대신 지금처럼 이렇게 사과를 다반에 가지고 들어와 시름을 가셔줄것을 바라는 웃음과 함께 대접하군 하였다. 실지로 안해의 그 웃음과 다반에 놓여있는 사과알들이 방학세의 기분을 돌려세우는데는 효과가 있었다.

오늘도 그랬다. 방학세는 어느 사이 자신의 심리가 퍼그나 안정되는듯 한 느낌을 받으며 자리에 앉아 사과를 하나 골라들었다. 빨갛게 익은 사과에서 페부에 한껏 들이키고싶은 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철도 아닌 때… 어떻게 이런 사과가 다 있소?》

《구했지요. 당신이 사과를 좋아하시기에…》

《사과야 당신이 더 좋아하지.》

방학세도 그렇고 그의 안해도 그렇고 이렇게 잘 익은 사과를 볼 때마다 김일성동지의 사랑과 믿음에 대하여 돌이켜보군 하였다.

방학세가 해방직후 쏘련에서 귀국하는 인원들을 인솔하고 나왔다가 자기도 조국에 남겠다고 제기했을 때 김일성동지께서는 또 한명의 혁명동지를 얻게 되였다고 기뻐하시며 그의 생활에서 자그마한 불편도 없도록 여러가지 조치를 취해주시였다. 그 조치중의 하나가 쏘련에 있는 방학세의 가족들을 조국으로 한시바삐 데려내오는것이였다. 그때 김일성동지께서는 오래동안 렬차를 타고와야 할 방학세의 가족들을 생각하시여 조선사과를 보내주도록 하시였다. 그것을 들면서 멀미도 덜고 특히는 수십년간의 타향살이에 언제한번 제대로 맛보지 못했을 조국의 향기를 한껏 받아안기를 바라는 웅심깊은 사랑이 알알이 골라보낸 그 사과알들에 어리여있었다.

안해는 그때 난데없이 렬차칸에서 받아안게 된 사과를 놓고 김일성장군님을 목메여 부르며 울던 일을 자주 회상하군 했다.

방학세는 그처럼 다심한 사랑과 아름찬 믿음을 안겨주신 김일성동지께 또다시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였다고 생각하니 참을수 없는 무엇인가가 울컥 솟구쳤다.

방학세는 안해가 깎아준 사과알을 그냥 들고 보기만 하다가 다반우에 다시 내려놓았다. 자기에겐 이 사과를 먹을 자격도 없다는 자책감이 갈마들었던것이다.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송수화기를 드니 내무상 박일우의 거센 저음이 울려나왔다.

《빨리 준비를 하고 나오시오. 지금 우릴… 부르시오.》

《!…》

박일우의 어조와 말소리를 듣고 방학세는 누가, 무엇때문에라는것은 묻지 않고도 짐작할수 있었다.

반시간이 지난 후 목깃의 단추까지 꼼꼼히 채운 방학세는 박일우와 함께 김일성동지의 집무실에 들어와섰다.

그이의 책상우에 박일우가 올려보냈다고 하던 그 문건이 놓여있었고 거기에 무엇이라고 수표를 하시는 그이의 안색은 몹시 어두우시였다. 그이께서는 우선 방학세에게 랭철한 어조로 몇가지 질문을 하시였는데 예상외로 많은것을 질문하지는 않으시였다.

《이번에 해주에서 체포한 반동분자들속에 수양녀자고급중학교의 학생들도 있다는게 사실이요?》

《동무는 아직도 그들의 범죄행위를 용납할수 없는것으로 보고있소?》

《금천군에서의 토지몰수사건을 놓고 자신을 돌이켜보았소?》

방학세는 그이의 질문에 매번 《그렇습니다.》하는 같은 대답만 반복했다.

나중에 그이께서는 들춰보던 문건을 소리나게 덮으시며 저으기 격하신 어조로 《나에게 무슨 의견을 제기할건 없소?》하고 물으시였다.

《없습니다.》

《좋소. 동무는 나가보시오.》

《?!…》

방학세는 주춤했다. 이것이 다란 말인가? 그는 언제인가 김정숙동지께 터놓았던 잘못도 있고 하여 이번 기회에 김일성동지의 호된 비판을 받게 될줄 알았었다.

비판도 믿음이 가는 사람에게나 마음을 놓고 줄수 있는것이니 그래서가 아닌지. 하다면 나는 지금 그이의 비판을 받을 자격마저도 상실한 인간이란 말인가.

방학세는 경례를 올리는 손이 천근만근으로 무거워지는것을 느끼며 그이께 인사를 올리고 방을 나섰다.

그는 썩 후날에야 이날 김일성동지께서 자기를 내보내신 뒤 박일우를 호되게 질책하시였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그때 김일성동지께서는 방학세를 내보내신 다음 박일우가 올려보냈던 문건을 손으로 두드리시며 어째서 이런 너절한 문건을 올려보냈는가고 엄하게 지적하시였다.

《내가 알아본데 의하면 상동무가 이번 2차 해주사건에서 범한 방학세의 좌경적편향의 실례로 언급한 그 학생들은 다 해방직후 우리 인민정권에 의하여 청산된 극악한 친일지주, 매판자본가들의 자식들이였소. 더우기 이번에 해주에서의 그 무슨 2차 무장폭동을 위해 밀입북한 적간첩들의 지령을 받고 의도적으로 우리 경비대와 보안대, 인민군군인들에게 접근하여 이번 폭동계획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려고 하였소. 우리가 지금 당의 기본전략인 통일전선사업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가지 조치들을 취하고있는것은 사실이요. 그런데 동무는 우리가 주장하는 통일전선을 악질반동분자들까지도 다 망라하는 맹목적인 인구통합체같은것으로 생각하고있소. 우리가 이번에 결성하려는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은 어디까지나 나라를 사랑하고 민주를 사랑하며 통일을 바라는 애국력량과의 통합이지 나라의 분렬을 꾀하고 공화국북반부의 민주기지를 약화시키려는 테로분자, 반역자들과의 통합을 말하는것이 아니요. 놈들이 왜 해주에서 또다시 무장폭동을 일으키려고 꾀하였는가. 우리의 내부에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고 그렇게 하여 우리를 비난할수 있는 국제적인 여론을 환기시켜 조국전선결성은 물론 우리 당이 내세우고있는 통일전선정책실현에 막대한 장애를 조성하기 위해서요. 통일전선을 이루겠다면서 통일전선을 방해하려는 원쑤들과 타협하면 어쩌겠다는건가?》

속이 얼어들게 하는 무서운 질책이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계속하시여 이 문건을 보면 방학세의 과오에 대한 론리적인 분석보다 내무상의 개인감정 같은것이 더 짙게 깔려있는것 같다면서 정말 그런것은 아닌가고 날카롭게 따져물으시였다.

사실 박일우는 자기보다 나이는 젊지만 실력으로 보나 사업에서의 권위로 보나 받고있는 신임으로 보나 월등한 방학세를 은근히 시기질투해오면서 이번기회에 방학세와 같은 《쏘련출신》일군들을 고립약화시키고 내무성을 철저히 자기의 《연안출신》일군들로 꾸리자고 계획하고있었던것이다. 내무상의 이와 같은 종파적인 사고방식은 후날 그자신을 수습하기 힘든 구렁텅이에 밀어넣었다. 그는 김일성동지의 사심없는 충고와 두터운 신임을 저버리고 우리 당을 전복하려는 반당반혁명종파행위에 말려들게 됨으로써 전후 우리 당 대렬내에서 숙청제거되였다.

자신을 가리우고 진실을 가리우는데 습관이 된 그는 이 자리에서도 김일성동지께 진심을 말씀드리지 않았다. 방학세에 대한 개인감정은 없었노라고, 그저 제딴에는 김일성동지의 통일전선사상을 잘 받들자는 주관적의도에서 출발한 일인데 잘못을 알았노라고 대답을 올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박일우에게 이제 우리는 조국전선결성을 앞두고 우리 대렬내에 잠입한 불순이색분자들을 적발제거하며 우리 당대렬의 통일단결을 더욱 강화하기 위하여 전체 당원들에게 보내는 당중앙위원회 편지를 채택하도록 하려 한다고 하시면서 그 편지접수토의사업이 전당적인 사업으로 힘있게 전개될것이라고 하시였다.

《이번의 조국전선결성사업은 나라의 분렬과 전쟁을 꾀하는 호전세력들, 계급적원쑤들과의 치렬한 투쟁을 동반하고있다는것을 명심하시오.》

《네, 잘… 알겠습니다.》

박일우는 이마의 땀을 훔치며 서둘러 대답을 올렸다.

이런 사연을 아직은 모르고있었던 방학세는 밤이 깊어 집으로 돌아와 아직도 책상우에 놓여있는 다반우의 사과알들을 이윽토록 들여다보기만 했다. 안해가 깎아놓았던 사과의 하얀 속살우로 벌거우리한 기운이 퍼져나가고있었다. 그대로 놓아두면 사과가 못쓰게 될것 같은 생각이 든 방학세는 그것을 천천히 입에 가져다대고 먹기 시작했다. 산뜻하면서도 새큼하고 그러면서도 달고 시원한 향기로운 조선사과의 진맛이 우러나오는것을 감미롭게 느끼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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