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 회)

 

제 6 장

22

 

밤이 깊어가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오늘도 늦어지신다. 아마도 이번에 벌어진 적들의 2차송악산침공사건과 강태무, 표무원대대들의 의거입북으로 하여 긴급하게 조직하셔야 할 일들이 많을것이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김일성동지께서 강태무, 표무원대대의 집단의거입북소식을 받으시고 그들의 소행이 장하고 기쁘시여 자신께서 직접 내무상이며 교통상, 문화선전상들을 불러 그들을 평양까지 태우고 올 특별렬차의 편성으로부터 평양에 도착하는 즉시 시민들을 동원하여 진행할 연도환영문제들에 대하여 구체적인 조직사업을 하여주신것을 알고계시였다.

38연선지대의 2개 대대의 방어선이 뭉청 떨어져나갔고 그것도 그저 비우게 된것이 아니라 장교와 사병들전체가 통채로 의거입북을 하였으니 그 타격이 서울의 위정자들과 도꾜, 백악관의 전쟁모의자들을 전률케 하지 않을수 없을것이였다.

래일이면 장군님의 조치로 편성된 특별렬차가 수백명 의거자들을 태우고 평양역에 도착하게 된다.

김정숙동지께서도 평양시안의 녀성들과 함께 그들을 환영하는 연도행사에 참가할 생각이시였다.

그들에게 무엇을 안겨주어야 하는가? 김일성장군님의 뜻을 받들어 단연코 38도선을 넘어 집단적으로 의거해들어온 그들의 장거로 하여 적들의 전쟁도발음모와 분렬리간책동이 뿌리채 뒤흔들리고 커다란 균렬이 가게 되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장군님의 뜻을 남먼저 실천으로 받드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정이 가고 믿음이 가고 사랑을 기울여주고싶으시였다. 자신께서 해야 할 일의 한 몫을 그들이 믿음직하게 제껴주었다는 생각에 어렸을 때 잘못된 기송동생이 살아서 돌아오는것처럼 북받치는 애정을 누를수 없으시였다.

그들에게 무엇을 주어야 하는가?

살벌한 남녘땅에서 목숨걸고 싸우던 열혈청년들, 목숨보다 더 귀중히 여기는 처자들마저 그 불모의 땅에 남겨두고 서슴없이 나라위한 큰 걸음을 내짚은 그들의 장거는 남의 집 처마밑에 사랑하는 자식을 두고 왜놈치러 나섰던 항일혁명투사들의 각오에 결코 못지 않는것이라고 생각되시였다.

이런 사람들에게 무엇을 안겨주면 좋겠는지 김정숙동지께서는 오래도록 생각하시였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장농속에 건사해두었던 여러겹의 새하얀 종이를 꺼내놓으시였다.

그다음 잠시 방을 나가시였다가 법랑소랭이에 맑은 물을 담아가지고 들어오시였다. 종이봉투에 넣었던 연분홍빛가루가 물소랭이에 들어갔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연분홍빛물감을 꼼꼼히 물에 타신 다음 하얀 종이를 거기에 잠그어 물을 들이시였다.

물이 든 종이를 말리우느라고 또 한동안을 기다리시였다. 그런 다음 그 종이를 가위로 자름자름하게 썰어나가시였다. 한송이, 두송이 잠간 사이에 바닥에는 무수한 꽃송이들이 떨어져내렸다.

《허… 이건 뭐요?》

언제 들어오셨는지 김일성동지께서 문가에 서시여 방안이 좁다하게 널려진 종이꽃송이들을 희한하게 바라보고계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얼굴을 붉히며 급히 일감을 거두느라 서두르시였다.

《아아, 그만하오. 내 저녁식사는 한술 뜨고 들어왔으니 마음놓고 하던 일을 마저 하오. 애들이 유치원에 가져가야 하는거요?》

《아닙니다. 이건 저…》

《가만 있자, 이게 무슨 꽃일가?》

김일성동지께서는 무릎을 꺾고 앉으시여 꽃송이를 하나 주어들고 유심히 살펴보시였다.

《오라― 이게 진달래로구만.》

김정숙동지께서 반색하시였다.

《그게 알립니까?》

《알리지 않구. 정숙동무가 왜 진달래꽃을 만들고있는지도 다 알리오. 여기 진달래꽃잎에 다 씌여있는것 같구만.》

《아이참, 그럼 한번 말씀해보십시오.》

《말하나마나 그거야 뻔하지. 이 종이꽃으로 모란봉에 올라가 화전놀이(이맘때쯤 산에 올라가 진달래꽃을 뜯어 지짐을 지져먹는 민속놀이의 한가지)를 하자는것이지.》

《네?!》

아연하여 굳어지시는 김정숙동지를 바라보며 김일성동지께서는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시였다.

그러시다가 차츰 정색해지시며 연분홍물이 오른 김정숙동지의 손목을 꽉 틀어잡으시였다.

《정숙동무가 내 마음을 항상 앞지르군 한다니까. 고맙소. 내 정숙동무의 마음을 다 아오. 래일 평양에 도착하는 의거입북자들에게 안겨주자는것일테지. 그런데 진달래야 저 모란봉에랑 대동강가에랑 많은데 왜 이렇게 밤을 새우며 수고를 하는거요?》

《어쩐지 제 손으로 만들어 안겨주고싶었습니다. 후날 꽃병에 꽂아놓고 오래동안 보아도 지지 않고 또 제 성의를 조금이라도 더 기울여주고싶고… 꽃은 한철이지만 그들에 대한 우리의 믿음과 기대는 영원하다는걸 보여주고싶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진정을 담아 말씀하시였다.

《정숙동무, 정말 고맙소.》

장군님, 무슨 그런 말씀을…》

《아니요. 사실 난 요즘 일때문에 속을 쓰다가도 그 의거입북자들 모습이 떠오르면 대견하고 장한 생각에 절로 마음이 흥그러워지군 하오. 그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더 해주어야 하겠는가. 그래 방금까지도 내무상과 경비국 선전부장을 불러 래일 행사조직사업을 하였소. 강태무, 표무원 두 대대장은 승용차에 나란히 태워 제일 앞장에서 시내거리를 돌게 하고 그뒤로 그들의 대대장병들을 수십대의 자동차에 분승시켜 따라세우도록 했소. 래일 온 도시가 꽃다발과 꽃테프천지가 될거요. 나라가 창건되여 이런 요란한 연도환영행사는 아마 처음일게요. 그리고 저녁엔 당과 정부의 일군들이 그들을 위해 성대한 연회를 마련해주기로 했소. 그러니 벌써 그 모든 일을 예견하고 의미깊은 일거리를 찾아안은 정숙동무가 왜 고맙지 않겠소.》

《아닙니다. 이건 그저 제가 응당 해야 할 일입니다. 장군님께서 요즘 조국전선결성사업때문에 고심하고계시는데 제가 녀맹조직들속에서의 해설선전사업만이라도 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래일 이 진달래꽃을 시안의 녀성들에게 나누어주겠습니다. 그들이 자기들의 손으로 의거자들에게 조국의 진달래를 안겨주도록 하겠습니다. 조국전선결성과 관련한 이것보다 더 좋은 해설선전이 어디 있겠습니까. 장군님께서 이런 기회를 마련해주시였으니 제가 도리여 인사를 드려야 할것입니다.》

《허허참, 나야 항상 정숙동무에게 지군 하지.》

김일성동지께서는 소탈하게 웃으시며 그럼 손댔던김에 꽃을 좀더 많이 만들자고 하시며 자신께서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 만류하시였지만 그이께서는 이미 자릴 잡고 앉으시여 물감이 든 종이와 가위를 손에 드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만류한다고 그만두실 장군님이 아니시라는것을 잘 아시기에 더 다른 말씀을 드리지 않고 장군님과 마주앉으시여 일손을 다시 잡으시였다.

점점 아름이 넘쳐나게 불어나는 진달래꽃잎들이 김정숙동지의 가슴속에 소중한 추억을 불러오고있었다.

어느 시인이 노래했듯이 《이른봄 산기슭에 소문도 없이》 피여나는 진달래, 허나 그 시인이 노래했듯이 《하루아침 비바람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꽃으로는 언제 한번 그려보지 않으시였던 진달래, 항일의 군복을 입고 조국땅에 처음 들어서시던 그날 그이의 가슴속에 제일먼저 안겨들어 조국의 모습을 대표하는 귀중한 상징으로 기억속에 남은 진달래꽃이였다.

김정숙동지에게 있어서 진달래는 곧 조국의 모습이였다. 장군님을 어버이로 모신 조선의 참모습이였다.

그이께서는 이 조국, 장군님의 이 품을 강태무와 표무원에게 선참으로 안겨주고싶으시였던것이다.

밤은 깊어가고있었으나 걸출한 위인들의 손길에 의하여 조국의 꽃이, 나라의 꽃이 한송이 두송이 계속 피여나고있었다. …

이튿날 온 도시가 명절처럼 흥성거리며 이른아침부터 들끓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장군님과 함께 밤새워 만드신 진달래꽃다발들을 시안의 녀성들에게 나누어주시고 그들과 함께 대동교앞에 나와 서계시였다.

드디여 의거자들을 태운 특별렬차가 평양역에 도착하였다. 강태무와 표무원의 대대장병들은 역사안에서부터 소년단원들과 평양시민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처녀들이 달려나가 꽃목걸이며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꽃테프를 가르며 걸어나오는 그들에게 꽃보라가 연해연방 쏟아져내렸다.

역사밖으로 나와서는 대기하고있던 풍을 제낀 승용차가 강태무와 표무원을 나란히 태우고 대렬의 앞장에 세워주었다.

평양시 수십리연도는 사람바다, 꽃바다로 설레이고있었다.

상상도 못했던 극진한 환대에 접한 강태무는 가슴이 꺽꺽 막히고 자꾸만 눈앞이 흐려와 앞을 제대로 볼수 없었다.

자동차에 분승하여 뒤따르는 장병들도 땅밑에서 하늘우로 솟구친듯한 기분에 휩싸여 목갈린 소리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하십니까?》하고 그냥 소리치고있었다.

대동교를 지날 때 조선치마저고리들을 떨쳐입은 녀성들이 길 한복판으로 막 달려나와 강태무와 표무원과 뒤따르는 그들의 장병들에게 진달래꽃다발을 아름이 넘치게 안겨주었다.

강태무는 그것이 마치 진짜 꽃이기라도 한듯 한아름 안은 그것을 얼굴에 바투 가져다대고 페부가 저리도록 향기를 맡았다. 그랬다. 분명 향기가 풍겨나오고있었다. 조국의 향기, 참다운 인민의 세상이 풍기는 그윽한 향기가 페부에 스며들고있었다.

강태무는 유별하게 눈에 안겨드는 이 진달래꽃다발을 힘있게 내흔들고있는 대동교앞의 녀성들속에 소문으로만 들어오던 백두산의 녀장군 김정숙동지께서 계신다는것은 꿈에도 상상할수 없었다.

허나 한가지만은 명백하게 깨닫게 되였으니 강태무와 표무원은 서로서로 손을 굳게 맞잡고 정열이 불타는 이글거리는 눈길을 마주치며 마음속으로 부르짖고있었다.

(아, 이것이 바로 내 조국, 김일성장군님이 이끄시는 내 나라로구나!)

자동차대렬은 길었다. 그 대렬이 지나가야 할 평양의 길도 길기만 했다. 끝없이 길었으면싶었다. 꽃다발과 환호성, 달려와 안겨주고 뿌려주는 꽃목걸이와 꽃보라…

김정숙동지께서는 자동차대렬이 다 지나간 뒤에도 녀성들과 함께 오래도록 꽃다발을 흔들어주시였다. 그러시는 그이의 눈가에 맑은것이 고여올라 누구도 모르게 스르시 흘러내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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